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5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50화
“호위 대상은?”
“라베르 대주교님이시네.”
“대, 대주교?”
놀람은 지크가 아닌 주위에서 터져 나왔다.
피터도 조금 눈을 키우는 실정이었고.
“피터 형님. 왜들 저래요? 대주교의 위치가 그렇게 높아요?”
“그럼, 높지! 신성 제국에서 성황 다음으로 최고라 할 수 있는 분이시잖아. 책도 많이 읽은 녀석이 그것도 몰라?”
모를 리가 있나.
디온 마을의 란트에게 신성 제국에 대한 정보를 여러모로 듣고 온 마당에.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가 해서요.”
“대주교님을 뵙는 건 다른 왕국의 국왕을 알현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야. 우리로선 엄청난 임무를 맡은 거라고.”
“그런가요?”
“왜 이렇게 많은 병력을 동원하는지 의아했었는데 이제 좀 이해가 되네. 거물 중의 거물이었어.”
이제 좀 깨달았다는 듯 주억거리는 피터였지만 지크는 오히려 의아했다.
‘대주교나 되는 사람이 텔레포트 게이트는 놔두고 왜 호위를 붙여서 이동하는 걸까?’
마침 자신과 같은 의문이 든 대원이 있었는지 손을 들며 물어본다.
질문을 받은 칼로스가 이에 대해 답변했다.
“텔레포트 게이트는 거리를 단축하기에는 완벽한 발명품이지만, 반대로 보안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대쪽 텔레포트 게이트를 누군가 노리고 장악해버리면 꼼짝없이 덫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말지.”
“아…….”
“그러니 며칠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하게 호위를 붙여 이동하기를 희망하셨다. 우리 호위대를 고용하신 건 탁월한 선택이라는 걸 보여줄 때가 온 거지.”
그 말과 함께 칼로스의 눈빛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지크 일행이었다.
마검사와 드래고니안이 함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당사자인 지크는 부담스럽다는 듯 시선을 피했지만 말이다.
‘대주교를 호위하는 임무라…… 어째 느낌이 좀 꺼림칙한데?’
호위가 많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동반한다는 뜻.
본디 높으신 분이라 안전에 더 신경 쓰는 거라지만 직감이 좋지 않다.
퀘스트 내비게이션이 임무를 맡길 원한 것부터가 의심스럽다.
‘뭐, 별일 없겠지. 나랑 카르볼, 카르세가 있으니.’
걱정은 접어두고 언제 퀘스트가 뜰지만을 기다리는 지크였다.
* * *
다음 날.
82명의 호르모스 호위대가 신성 제국으로 향했다.
도착한 이후에도 한참을 기다렸고 마침내 호위할 마동차가 나타났다.
“워, 마동차 때깔이 장난 아닌데?”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네.”
누가 봐도 고위 인사가 타고 있을 법한 마동차였지만 정작 호위 대상인 라베르 대주교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마동차 안에 타고 있는 건가?’
한 사람이 타고 있는 게 사냥꾼의 감각으로 느껴졌지만 아무렴 좋았다.
퀘스트가 떴으니.
【메인 퀘스트 : 라베르 대주교 호위하기】
└신성 제국의 요청으로 대주교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라베르 대주교를 목적지인 브라함 왕국까지 호위하십시오.
└라베르 대주교 호위
└버프 ‘신성한 축복’ 획득
“다들! 사전에 알려준 대로 자리 배치해라, 곧 출발한다!”
호위 대상인 라베르 대주교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마동차는 출발했다.
본격적인 호위 임무가 시작된 것이다.
* * *
신성 제국에서 브라함 왕국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부지런히 걸으면 일주일 내로 도착할 수 있을 만한 거리.
하지만 82명의 호위가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간다!”
칼로스의 외침에 호위대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8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으니 아무리 체력을 강화한 오러 유저라도 지칠 만했다.
“대주교는 왜 마동차에서 나오지 않는 거지? 배고프지도 않나?”
“마동차 크기 좀 봐라. 사람 열 명도 들어갈 만한 크기 아니냐. 저 안에 먹을 게 잔뜩 들어 있겠지.”
“그렇다 해도 잠깐 얼굴은 비춰야 하는 거 아니야? 대주교 상판 좀 보고 싶었는데.”
“쉿, 입 조심해. 들릴라.”
대원들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지크도 앉아서 육포를 꺼냈다.
질겅질겅 씹어먹는 지금만이 호위대에게 허락된 유일한 간식 시간이었다.
“지크. 그거 가지고 배가 차느냐?”
“그럼 어떡해. 시간 지체된다고 제대로 된 식사도 주지 않는데.”
카르볼의 말에 대답한 지크가 다시금 육포를 씹었다.
불평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론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오러를 영양분의 대체재로 활용하면 배고픔도 조절할 수 있었으니.
다른 오러 유저들이 군말 없이 육포를 씹어대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와 상관없이 카르볼은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따라다니기만 해야 하느냐? 지겨워 죽겠노라.”
“듣기로 열흘은 걸린다고 하던걸?”
“뭐? 열흘?”
그렇게 오래 걸리냐는 듯 카르볼이 입을 쩍 벌렸다.
“이것도 그나마 줄인 거라던데?”
“줄여?”
“지름길인 라브테란 산맥으로 가고 있잖아. 거기 몬스터가 많다고 들었거든.”
평탄하게 걷기만 하는 여정이 아니었다.
시간 단축을 위해 몬스터도 상대해야 한다.
“그럼 몬스터와 싸우지 않으면? 시간이 더 단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그 말을 들은 카르볼의 눈동자가 한차례 빛났다.
하루빨리 지겨운 호위를 끝내고 싶어 하는 눈빛.
그 모습을 보며 지크가 피식 웃었다.
‘시간 단축하고 싶으면 드래곤의 기운을 여과 없이 발산해 보라고.’
* * *
라브테란 산맥은 상행길이 끊긴 지 오래였다.
몬스터가 자주 출몰한다는 이유로.
고블린처럼 하찮은 몬스터라면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트롤, 오우거 등, 중상위 몬스터들로 포진된 숲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산맥의 영역에 들어선 호위 대원들의 표정에 긴장이 가득하다.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마.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른다.”
칼로스의 말에 대원들은 대답도 하지 않고 침만 꿀꺽 삼켰다.
그만큼 긴장했고 주변 경계에 온 신경을 쏟았다.
트롤과 오우거는 오러 마스터쯤 되어야 잡을 수 있는 위험한 종이었으니까.
그건 임무에 참가한 헹크도 마찬가지였다.
“헹크, 다리는 괜찮냐?”
“보면 모르냐?”
“그러게 왜 시비를 걸어 가지고.”
“말 시키지 마.”
지크의 자비로 인해 불구가 되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던 헹크의 다리는 보다시피 멀쩡했다.
치유 마법의 효과가 잘 들기도 했지만 빠른 조치가 다리를 살린 것이다.
‘그래도 임무는 따라오고 싶지 않았는데…….’
다리가 나았다 한들, 그런 일을 겪었는데 임무에 참가하고 싶을 리가 없다.
자신을 반죽음으로 몰고 간 상대와 함께 일하는 거라면 더더욱.
하지만 칼로스는 헹크를 임무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지크와의 내기를 명목으로.
―지크가 그러던데? 다리가 나아도 임무에 참여해야 한다고. 너 혼자서만 놀게 할 순 없다면서. 만약 불만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지크의 말이 있었다. 어쩔 테냐?
―이, 임무에 참여하겠습니다.
‘빌어먹을. 왜 그딴 내기를 해가지고.’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자기라고 상대가 힘을 숨긴 줄 알았겠나?
물론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영락없는 애송이가 아니던가?
‘사람 잘못 고른 내 잘못이지, 뭐, 젠장.’
자신의 한심함에 이를 빠득 갈던 헹크가 오러를 씌운 검을 세우며 천천히 전진했다.
아무리 오러 마스터 하급인 자신이라도 오우거가 떼로 나타나면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그래 봐야 다리를 잃을 뻔한 공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문득 든 생각 때문인지 시선이 지크 일행에게 향했다.
‘쟤네는 겁도 없나? 무슨 마실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걷네.’
관광지를 구경하러 온 사람인 양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 이건가?
‘하긴 나는 물론이고 호위대의 절반을 가볍게 상대할 실력이니…….’
어쩌면 호위대장인 칼로스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다.
‘에이, 설마 오러 마스터 상급은 아니겠지? 저 나이에.’
5서클 마법까지 쓴다고 들었는데 오러 마스터이기까지 하다?
괴물 같은 재능이지만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오러와 서클은 성질상 공존할 수 없는 법이니.
‘그렇다 해도 너무 여유 부리는걸?’
이상한 눈으로 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헹크는 깨달았다.
이상한 건 오히려 지크 일행이 아니라 한껏 긴장하고 있는 자신들이라고.
어째서인지 숲에 들어온 내내 몬스터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 * *
브라함 왕국에는 명성이 자자한 선구자가 네 명이나 있다.
브라함의 환술사라 불리는 아즈라힐 존스턴.
불굴의 화신이라 불리는 피레오 맥클라우린.
전격의 선구자 릴리스 린과 철인 클리포드 스튜어트까지.
그중 아즈라힐은 배신자로 낙인찍혀 에스카의 손에 죽었지만, 세간에선 모르는 일이었다.
여기 있는 일레나 또한.
“어머머, 환술사로 유명한 그 아즈라힐이 죽었다고?”
“같은 선구자면서 그것도 몰랐어요?”
“서열 6위인 내가 왜 말단의 일에 관심을 가지겠어? 모를 수도 있지.”
“아, 됐습니다. 일이나 집중하죠.”
“자기는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 거야? 상사에 대한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데.”
“지금 또박또박 존댓말 하면서 예의 갖추고 있잖아요. 뭘 안 보인다고…….”
“솔직히 말해봐. 실은 날 좋아하는데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싫은 척하는 거지?”
“하…… 무슨 그런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지금 뭐라고 했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요.”
일레나가 정색하며 쳐다보자 피레오로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상관이었으니 부딪치면 질 게 뻔하다.
상성 상 불리하기도 하고.
‘나는 불 전문, 이 여자는 물 전문이니까.’
일레나 예이츠.
수속성을 다루는 알비츠 왕국 소속의 9서클 마법사.
자신과 달리 그리 명성은 날리지 않지만 피레오는 안다.
일레나의 무서움을.
그야 첫 만남 때 서열 때문에 다툼을 벌였다가 개 같이 까였으니까.
“날 좋아하지 않는 거면 뭘까? 뭣 때문에 날 피하는 걸까? 설마 그때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
“…….”
“맞네, 맞네. 그때 초면인데도 내가 거의 반죽음 상태로 몰고 가서 기분이 많이 상했나 보구나? 한창 선구자로 발탁돼서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터라 더욱 상처가 컸을 테고.”
“상처는 무슨……. 됐으니까 그 일은 꺼내지 맙시다.”
“남자가 무슨 속이 그렇게 좁아? 좀생이처럼?”
“아, 진짜. 일 안 할 거예요? 좀 있으면 라브테란 산맥에 들어온다고요.”
“그래그래, 일해야지. 누구를 죽이면 된다고?”
그 말에 피레오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라베르 대주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