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5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51화
“그리고 또?”
“지크라는 마검사의 실력을 확인하면 됩니다.”
“마검사라고? 클리포드처럼?”
일레나의 말에 피레오가 떠올렸다.
선구자 서열 3위, 철인 클리포드 스튜어트.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가 검술을 취미 삼아 사용한다 들었다.
“예. 맞을 겁니다.”
“근데 왜 죽이는 임무가 아니라 실력 확인이야?”
“그 지크라는 마검사가 보통내기가 아니라서요. 마족까지 상대한 신의 후예거든요.”
“에? 신의 후예?”
“하아, 뭐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아요?”
“아, 네가 알려주면 되잖아.”
다시 한번 한숨을 쉰 피레오는 일레나에게 자신이 아는 정보들을 공유했다.
녀석이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는 특이한 능력으로 단탈리안의 화신을 처리했다는 점.
이에 분개한 자신의 후견인 세이레가 직접 처리하겠다고 나섰다는 점.
자신들은 어차피 상대되지 못하니 그저 실력 확인만 하면 된다는 점까지.
이야기가 끝나자, 일레나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입을 벌렸다.
“호오, 그런 녀석이 있었단 말이야?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재미는요, 무슨. 녀석 때문에 우리 측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세요?”
“왜? 지크라는 애가 또 뭔 짓 했어?”
“추정하기론 녀석이 테리온은 물론 자카르까지 죽인 것 같더라고요.”
“서열 9위, 10위를 죽였다고?”
“그렇다니까요? 지금 비상 상황이에요. 선구자가 이제 일곱밖에 남지 않았으니. 7인의 선구자로 이름을 바꿔야 할 판이라고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눈동자를 키우던 일레나였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 마검사라는 녀석. 우리가 죽이면 안 되는 거야?”
“예?”
“할 수 있으면 죽여도 되는 거냐고.”
살벌한 눈빛으로 웃음기를 머금으며 야망을 드러낸다.
일레나의 마음을 읽은 피레오는 고개를 저었지만.
“안 됐지만, 세이레 님이 점찍으신 사냥감이에요. 건들면 뒷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마계 군단장을 상대로 가능하세요?”
“안 되면 안 된다고 하면 되지, 그렇게 비꼬아서 말할 건 없지 않니?”
“하여간 우리는 우리 일만 제대로 하자고요. 대주교를 암살하면서 지크라는 마검사가 우리가 노리는 인물이 맞는지 능력 확인. 딱 그것만 하면 돼요. 얼마나 쉬워요?”
“그래, 쉽네. 그나저나 여기서 기다리면 오는 거야?”
“올 거예요. 목적지가 브라함 왕국이니 반드시 이곳 라브테란 산맥을 거쳐야겠죠.”
“몬스터가 많은 곳을 굳이 지나려고 할까?”
“지날 거예요. 정보통에게 그렇게 전달받았으니 확실하죠. 저희는 그저 매복했다가 놈들이 몬스터와 싸우는 틈을 타서 기습하면 된다고요.”
자신감 넘치게 말한 피레오였지만 한참을 지나도 사람은커녕 몬스터의 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뭔가 일이 잘못됐다고 느낀 것은 그쯤이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데?”
“어…… 그, 글쎄요. 아무리 늦어도 지금쯤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개미 한 마리도 못 봤어.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상했다.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 뭔가가 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감도 잡히지 않았다.
“다른 길로 샌 거 아니야?”
“그럴 리가…….”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
침묵은 곧 긍정.
암묵적으로 동의한 피레오는 매복을 포기했다.
“이렇게 되면 두 번째 작전을 쓸 수밖에 없겠네요.”
“작전이 또 있었어?”
“따라오세요.”
일레나와 피레오가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 * *
라브테란 산맥을 가로지르던 호위 대원들이 방향을 틀었다.
다름 아닌 호위대장 칼로스의 지시 때문이었다.
“몬스터는 걱정하지 말고 3시 방향으로 빠르게 돌파한다!”
방향을 튼 결정적인 이유는 하나.
드래고니안인 카르볼의 조언 때문이다.
―이쪽 말고, 저쪽 3시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왜입니까?
―그쪽으로 가야 몬스터가 없습니다. 드래고니안의 기운으로 알 수 있습니다.
9서클이자 드래고니안인 그녀의 말을 믿지 않으면 누구 말을 믿겠는가?
칼로스는 즉시 방향을 수정하여 몬스터 걱정 없이 달렸다.
그 결과, 한차례의 전투 없이 라브테란 산맥을 지나올 수 있었고.
‘역시 드래고니안의 말을 듣길 잘했군. 몬스터의 기운을 읽을 수 있다니. 정말 신묘한 존재야.’
그리 생각한 칼로스지만 어디까지나 정체를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대원들은 그저 운으로 치부하고 있었지만.
“운이 좋았어. 몬스터 한 마리도 마주치지 않고 돌파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이대로면 일주일 내로 브라함 왕국에 도착하겠는걸?”
“아, 일찍 도착해서 씻고 싶다!”
“난 지긋지긋한 육포 대신 맛있는 고기 스튜 좀 먹고 싶어.”
“난 노릇노릇하게 익은 돼지 뒷다리살!”
빨리 호위 임무를 끝내고 뭘 먹을지 행복한 상상을 하던 대원들이었지만, 그들은 몰랐다.
몬스터가 오지 않았던 건 운이 아니라 드래곤 두 마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음을.
“카르볼, 카르세. 너희가 있어서 다행이야. 덕분에 몬스터 한 마리 마주치지 않고 편하게 돌파할 수 있었으니.”
“뭘 이 정도 가지고. 빨리 벗어나면 서로 좋은 게 아니겠느냐?”
“히히, 도움이 됐다니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지크. 이제야 묻는다만 방향은 왜 틀어서 가라고 한 것이냐?”
사실 카르볼은 지크의 부탁으로 이동 경로를 바꾸자고 대장에게 말했을 뿐.
정확한 사유는 모르고 있었다.
“아, 그거? 500m 지점에서 꺼림칙한 놈들이 감지됐거든.”
“꺼림칙한 놈들이라니?”
“주위에 몬스터들은 다 떠나고 없는데 둘이서만 가만히 서 있잖아. 마치 우리를 기다리듯이.”
몬스터로 가득한 숲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기다리듯 서 있었다.
그것도 우리가 가는 이동 경로에 정확하게.
“함정이라 의심한 건가?”
“그렇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라베르 대주교를 호위해야 하는 지크 입장에선 굳이 부딪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피한 거야. 함정이라는 걸 알고도 걸려들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 거였군.”
“지크 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정말로 500m나 떨어진 곳의 기척을 느끼신 건가요?”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물어보는 카르세의 모습에, 지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
“대체 어떻게요?”
“내가 감이 뛰어나거든.”
“우리 드래곤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난 신의 후예잖아.”
이젠 대놓고 신의 후예라는 핑계를 대는 지크였다.
이러면 귀찮게 설명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지크 일행 앞에 다리 하나가 나타났다.
“저쪽 강만 넘어가면 브라함 왕국 국경이다.”
“드디어 평지다운 평지 좀 밟아보겠군.”
줄곧 산과 숲을 걸어 다니며 다리를 혹사하던 호위대가 이제 좀 살겠다는 듯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어디까지나 다리를 건넜을 때의 이야기지만.
“잠깐! 저기 사람이 있는데?”
다리 위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길을 막은 모양새.
지크의 눈살이 찌푸려진 것도 그때였다.
‘저놈들이었나? 라브테란 산맥에서 우릴 기다리던 놈들이?’
남자와 여자.
가벼운 로브 차림에 손에 든 지팡이.
마법사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챈 호위대장 칼로스가 경고의 음성을 뱉었다.
“길을 열어라! 누군데 감히 앞길을 막는 것이냐!”
“길을 막은 건 오히려 네놈들 아니야?”
“그러게. 우리가 가는 길을 쟤네들이 막고 있잖아?”
남자와 여인이 냉랭한 어조로 코웃음을 쳤다.
누가 봐도 억지에 시비조 섞인 말투.
“너희가 비켜라.”
“뭐? 이것들이!”
갈 길이 바쁜 호위대장 칼로스가 큰소리를 쳤지만, 놈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었다.
“안 비켜?”
“그럼 어쩔 수 없네. 다 죽여야지.”
길을 막은 여성, 일레나가 지팡이를 들자.
쿠콰콰콰콰!
다리 양옆으로 강물이 솟아올랐다.
그 경이적인 광경에 호위대의 눈동자가 커졌다.
“헉……!”
“저, 저……!”
“가, 강물을 조종하다니!”
모두가 놀라서 쳐다보는 가운데.
일레나의 지팡이가 호위대를 향해 움직였다.
“덮쳐.”
명령을 듣기라도 하듯.
쿠콰콰콰콰콰콰!
높게 솟아오른 해일이 그대로 호위대를 덮쳤다.
* * *
지크는 지팡이를 보지 않고도 길을 막은 상대가 마법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이 감지되었으니까.
‘그냥 마법사가 아니야. 둘 다 9서클 마법사야.’
9서클 둘을 우연히 마주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판게아 대륙에서 9서클이라 봐야 손에 꼽는다.
‘12인의 선구자. 그놈들이다.’
이름까지도 파악했다.
남자는 피레오 맥클라우린.
여자는 일레나 예이츠.
다루는 속성은 각각 불과 물.
속마음 읽기 스킬은 놈들을 고문하지 않고도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놈들이 노리는 목표 또한.
‘대주교를 죽이려고 우릴 기다렸던 거야. 그리고 내 능력을 확인하려고.’
놈들은 아직 지크가 단탈리안을 죽인 신의 후예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여 마검사 지크란 인물이 신의 후예의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고자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겸사겸사 대주교도 죽일 겸.
‘하, 내 능력을 보고 싶다 이거지? 그렇다면 보여줄 수밖에.’
상대에게 무력감을 선사하기 위해 처음부터 마력을 차단하려는 그때였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순간적인 메시지에 지크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돌발 퀘스트 : 페널티 안고 대주교 지키기】
└갑자기 나타난 선구자 두 명이 라베르 대주교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 어떤 각성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대주교를 지키십시오.
└각성 스킬 없이 대주교 지키기
└랜덤으로 스탯 2,0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10,000 증가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아…….’
난감한 퀘스트가 떴다.
‘각성 스킬을 쓰지 않고 대주교를 지키라니…….’
그 말은 마력 흡수도, 마법 흡수도 쓰지 못한다는 뜻.
마법사를 일반인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핵심 능력을 스스로 봉인하라는 말과 진배없었다.
‘여기서 이런 퀘스트가 뜰 줄이야. 대체 무슨 생각이니? 시스템아.’
애꿎은 시스템 탓을 해봤지만, 답이 오지 않으리라는 건 잘 안다.
당장은 퀘스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선구자들에게 능력을 드러내기엔 아직 이르다는 거냐?’
지금으로선 시스템의 판단을 믿는 수밖에 없다.
‘좋아. 까짓거 해보지 뭐. 각성 스킬만 쓰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퀘스트를 수락한 뒤, 지크가 다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카르볼, 카르세! 저놈들 9서클이야. 막아줘!”
“지크? 네가 나서면 간단하게…….”
“난 다른 할 일이 있어!”
그리 말한 뒤 서둘러 몸을 날렸다.
지금은 호위 대상부터 지키는 게 급선무다.
그사이.
쿠콰콰콰콰콰콰!
수속성 선구자답게 일레나가 마력으로 강물을 조종했다.
해일이 일행을 덮치는 그 순간.
“카르세! 막아라!”
“예!”
카르볼과 카르세가 함께 반투명한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촤아아아아!
그 덕에 단 한 방울의 물도 호위대에게 닿지 않았다.
“헉, 크, 큰일 날 뻔…….”
“꼼짝없이 수장되는 줄 알았네.”
“근데 이 보호막은 누가 만든 거야?”
“우리 마법사들이겠지.”
호위대가 그리 말하며 마법사단을 바라봤다.
82명 중 마법사단에 편성된 인원은 22명.
하지만 마법사단도 마찬가지로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방금의 공격은 자신들이 막을 수준의 마력이 아니었기에.
호위대들이 어리둥절했지만, 상대인 일레나는 알고 있었다.
마력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내 마법을 막았다고……? 하, 이거 재밌네.”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카르볼과 카르세를 향했다.
그리고는 재밌다는 말과 달리 이맛살을 찌푸린다.
9서클 마법사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자가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그사이, 지크는 마동차 앞에 다다랐다.
벌컥 문을 엶과 동시에 소리쳤다.
“안에 있으면 위험해요. 얼른 나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