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5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52화
“무슨 상황인가?”
마차 안에는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대주교 라베르.
신성 제국에서 성황 다음으로 이름 높은 권위자.
그가 지긋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봤다.
생각 보다 당황하지 않는 태도가 조금 당황스럽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가 보네.’
지크의 생각대로였다.
“몬스터의 습격이라도 있는 겐가?”
대주교는 그저 그런 습격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몬스터였으면 이렇게 호들갑 떨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럼 뭔가?”
“12인의 선구자가 습격했습니다.”
“12인의 선구자?”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얼른 내리셔야 합니다.”
대주교가 놀라든 말든, 지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잡아끌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대지의 보호.
어떤 공격이든 1회 방어해 주는 그 스킬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었다.
‘바닥을 딛고 서 있어야 효과가 적용되니까.’
대주교가 내리자마자, 지크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반투명한 보호막이 감싸자 대주교의 표정이 변했다.
“나한테 뭘 한 겐가?”
“어떤 공격이든 1회 막아주는 보호막을 걸었습니다. 이게 있으면 그나마 안전할 겁니다.”
“어떤 공격이든?”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지크를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17살 정도의 소년이 호위대라는 건 복장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어떤 공격이든 막아주는 보호막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잘해 봐야 6서클의 마법사처럼 보이는데, 9서클 마법사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하지만 라베르는 몰랐다.
그 소년이 자신의 생각을 낱낱이 읽고 있는 줄은.
‘날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퀘스트만 달성하면 그만이니.’
그런 생각이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호위도 상대가 협조한다는 전제가 붙어야 하는 법이었기에.
“칼로스 호위대장은 어디 있나? 그에게 데려다 주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겠네.”
순간 왜 저런 고집을 부리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생각을 읽으니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 소년은 믿을 수 없어. 칼로스 호위대장과 함께하는 게 더 안전할 거야.
경험 부족한 소년이라는 데에서 오는 불신.
호위대 중에 지크처럼 어린 나이는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않겠다니?
설득할 시간이 없던 지크가 서둘러 말했다.
“대주교님. 그럼 일단 마동차로부터 멀어지기라도 하시죠. 여기는 위험합니다.”
“마동차에는 7서클의 마력도 견뎌낼 수 있는 최상위급 보호막이 걸려 있네. 자네가 건 보호막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도 마동차보다는…….”
그때였다.
쿠콰콰쾅!
찰나의 순간 날아든 화염이 옆에 있던 마동차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대주교가 멍한 표정으로 불타는 잔해를 바라본 것도 그쯤이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어, 어서 가세.”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라베르가 먼저 걸음을 재촉했다.
* * *
한 사내가 화염에 휘감긴 채로 하늘을 떠올랐다.
불이 붙은 게 아니다.
화르르륵!
마력을 이용해 스스로 화염 자체가 된 것이었다.
화염의 선구자인 피레오의 능력.
“저기 있군.”
그가 손을 뻗자 화염이 한곳으로 날아갔다.
목표는 대주교가 타고 있는 마동차.
7서클의 마력을 막아낼 수 있는 최고 성능의 마동차였지만.
쿠콰콰쾅!
9서클인 피레오 앞엔 한낱 장작더미에 불과했다.
“나이스. 죽였…… 젠장. 언제 빠져나왔지?”
좋아하던 피레오의 미간이 한순간에 구겨졌다.
마동차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대주교를 발견했기 때문.
그리고 마침 대주교 옆에는.
‘거기 있었군. 마검사 지크.’
지크 맥러플린의 용모와 흡사한 소년이 서둘러 걸음을 놀리고 있었다.
대주교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다.
‘그렇게 둘 순 없지!’
피레오가 손을 들어 재차 화염구를 만들려는 순간이었다.
촤아아아아!
강물에서 솟구친 물기둥이 정확히 이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크!”
서둘러 주문을 취소한 뒤 몸을 피했다.
하마터면 불길이 꺼질 뻔한 상황.
그사이 타깃이 있던 방향을 봤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 씨! 놓쳤잖아!”
피레오가 인상을 쓰며 일레나를 내려다봤다.
남들이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게 막는 게 일레나의 임무.
하지만 그녀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였다.
한 마법사의 공격을 여러 차례 막아내고 있었으니.
이제 보니 자신을 공격했던 마법사가 아니다.
‘X발, 뭐야? 9서클 마법사가 둘이나 있다고?’
당황하는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부, 불굴의 화신이다!”
피레오의 유명세는 브라함 왕국 근방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지경.
“모두 수속성 마법을 사용해라!”
마법사 전원이 피레오를 향해 수많은 물줄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쏴아아아아!
공을 가로채듯, 물의 선구자인 일레나가 피레오에게 집중된 물줄기들의 방향을 틀었다.
“그대로 돌려주마.”
호위대 전원을 향해 날아가는 물줄기.
하지만 일레나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광범위로 전개된 보호막이 물줄기를 가볍게 막아냈으니까.
“야! 피레오! 내려와 봐!”
짜증이 솟구친 일레나의 외침에 피레오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너는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일레나는 번번이 공격을 막아내는 보호막을 가리켰다.
“9서클인 내 마력도 버티는 보호막이야. 그럼 상대가 몇 서클이라는 거겠어?”
“저희와 같은 9서클이라는 거죠.”
“어떻게 된 거야? 호위대에 9서클 마법사가 둘이나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왜 저한테 뭐라고 하세요? 당황스러운 건 저도 마찬가지라고요.”
“됐고, 타깃은?”
“놓쳤어요. 지금 바로 추적하면 찾을 수 있겠지만…….”
“저 9서클 마법사 둘이 걸림돌이라는 거지?”
피레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레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시간 벌어볼게.”
“되겠어요?”
“빡세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리 말하며 일레나가 앞으로 나섰고, 피레오는 다시 불티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았다.
타깃을 추격하기 위함이었다.
“카르세! 저 불타는 녀석 좀 못 가게 막아라. 난 여자를 맡을 테니.”
“예, 카르볼 님.”
블루드래곤 카르세가 양팔을 벌렸다.
강물에서 물기둥 두 개가 솟구쳐 올라 피레오를 조준했다.
“가라!”
무섭게 몰아치는 물기둥에 피레오가 날렵하게 몸을 피했다.
아니, 피한 줄 알았다.
물기둥이 갑자기 그물처럼 펴져서 피레오를 덮치기 전까지는.
촤아아아악!
“크윽.”
물벼락을 뒤집어쓴 피레오의 불꽃이 눈에 띄게 작아졌다.
물에 젖은 파리처럼 움직임도 극히 느려졌고.
피레오는 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일레나를 바라봤지만.
퍼퍼펑!
“으윽.”
연이은 카르볼의 마법 폭격에 일레나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가만히 있던 것도 아니었고.
“공격하라!”
“와아아!”
잔챙이들이라곤 하지만 오러 유저 60명과 20명의 마법사가 떼로 공격한다면?
제아무리 12인의 선구자라도 버틸 재간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9서클 마법사 둘이서 일대일로 전담마크 하고 있을 때는.
“피레오! 안 되겠어, 퇴각하자!”
“X발…… 어쩔 수 없네요.”
피레오와 일레나가 합류한 뒤 주문을 외웠다.
그들이 텔레포트로 자리를 빠져나가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 * *
“헉, 허억.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이제 됐습니다. 놈들이 도망쳤네요.”
뜀박질하던 지크는 대주교의 손을 놓았다.
사냥꾼의 감각으로 선구자들이 사라진 것을 느꼈기 때문.
대주교가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짚었다.
“후우, 대체…… 선구자들이 왜 나를…….”
“화염의 선구자 피레오와 물의 선구자 일레나였습니다. 그들이 왜 노렸는지 아십니까?”
“모르겠네. 전혀……. 원한을 산 일도 없고.”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대주교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캐물었다.
“아까 반응을 보니 습격을 당할 거라 예상하셨던 것 같은데요?”
“예상이야 했지. 길을 지나다 보면 몬스터나 도적 떼로부터 습격받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간혹 대주교라는 명성을 듣고 암살자가 노리기도 했고.”
“누가 노린다는 거죠?”
“내 명성을 질투하는 귀족들, 혹은 불합리하다 생각하는 반대파들, 그도 아니면 간악한 마도스교의 짓일 수도 있고…….”
“의외로 적들이 많으시군요?”
“원래 자리가 높은 만큼 위험한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선구자나 되는 대륙의 정점들이 나를 노릴 줄은…….”
혼란하다는 듯 대주교가 한숨을 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구자란 각자의 마법에 통달해 세상을 개척해 나간 위대한 존재.
당연히 암살자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았으니까.
‘거짓을 말하고 있진 않아.’
속마음도 읽어봤지만, 대주교에게서 이렇다 할 정보는 얻지 못했다.
뭐, 지크로선 퀘스트를 완료하면 그만이었지만.
[각성 스킬 없이 대주교 지키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2,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10,000이 증가합니다.]“이제 돌아가시죠.”
“아, 알겠네.”
대주교는 지크를 따라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대체 이 소년은 누구인가?’
그 정체는 호위대장 칼로스를 만나고서야 알 수 있었다.
“그 소년이 마검사라고?”
“예. 지크라고 용병계에서 유명한 용병인데, 고용하길 잘한 듯싶습니다. 이렇게 대주교님을 지킨 걸 보면요.”
“확실히 그렇군. 한데 마검사라니…… 그건 책에서나 보던 전설 속의 존재가 아닌가?”
“하지만 전설이 아닌 사실로 증명됐습니다. 검술이며 마법이며 실력이 아주 출중하죠. 그리고…… 이건 다른 대원들에겐 말하지 않았는데…….”
칼로스가 눈치를 살피다가 카르볼과 카르세를 가리켰다.
“저기 있는 두 마법사도 지크와 같이 고용한 용병인데, 알고 보니 9서클이었습니다.”
“뭐라? 9서클?”
“한 명은 드래고니안이고요.”
“드래고니안……?”
“모두 지크의 동료입니다.”
연신 놀람을 감추지 못한 대주교가 지크를 바라봤다.
9서클이라는 마법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허언이 아닌듯했다.
‘그럼 어떤 공격이든 1회 막아준다던 그 보호막도 허언이 아니었단 말인가?’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마검사에 드래고니안, 9서클 등이 속한 파티라니.
이런 곳에서 호위대나 하기엔 과하기 그지없는 전력이다.
‘이따가 헤어지기 전에 감사하다는 핑계로 말을 걸어야겠군. 내 부탁을 들어줄진 모르겠지만…….’
그리 생각한 대주교는 한동안 지크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 * *
가상의 공간 루미노스 포탈스피어.
그 안에 세 명의 선구자가 서로를 마주했다.
두 명은 죄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실패했단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발루두크 님…….”
“그런 말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저번에도, 이번에도 계획이 실패했다.
번번이 막힌다.
일이 풀리지 않는 느낌.
발루두크는 누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십 년을 통틀어 이토록 계획이 어긋난 적은 없었으니까.
“피레오, 일레나!”
“예, 발루두크 님.”
“3일을 주겠다. 그 사이에 대주교를 죽여라. 그리고 지크라는 놈의 능력을 확인하거라. 신의 후예인지 아닌지.”
“하지만 놈들 곁에는 9서클 마법사가…….”
“그깟 9서클 몰래 암살하는 게 그리도 어렵더냐?”
“…….”
“이전과 똑같은 임무이니라. 하지만.”
실패했을 시의 결과가 달랐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너희는 내 손에 죽는다. 알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기필코 해내겠습니다.”
“그래야지.”
목숨이 걸렸기 때문일까?
피레오와 일레나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했다.
* * *
“여기서 텔레포트 쓴 거 확실하지?”
“그렇다니까?”
지크는 카르볼이 가리킨 곳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이곳에서 마력의 잔향이 느껴진다.
[해당 마력의 패턴을 분석합니다.] [마력 패턴 사용자의 마력 흐름을 역추적합니다.] [추적 완료.] [역추적한 텔레포트 좌표를 획득합니다.]추가된 좌표를 보며 지크가 싱긋 웃었다.
‘이걸로 피레오와 일레나의 위치는 파악했군.’
놈들이 어디로 텔레포트했는지는 이 좌표로 이동해 보면 알 수 있는 일.
하지만 당장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놈들에 관련된 퀘스트도 뜨지 않았고 급한 일도 아니었기에.
‘얼굴을 봤으니 정확한 위치는 [대지의 추적] 기능으로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
텔레포트 좌표는 혹시 몰라 확보해놓은 보험에 불과했다.
‘얼른 호위 퀘스트를 끝내고 놈들 면상이나 보러 가야겠어.’
대주교가 예비로 가지고 온 마동차에 오르자, 호위대가 다시금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