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5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53화
국경을 넘은 지 이틀 만에, 호위대는 브라함 왕국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안전하게 호위 임무를 마친 것이다.
[라베르 대주교 호위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버프 ‘신성한 축복’이 적용됩니다.] [버프 : 신성한 축복]―효과 : 성속성 공격에 대한 면역을 가지며, 마족을 상대할 시 모든 스탯이 2배로 증가합니다.
―특이사항 : 신성 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에만 버프가 유지됩니다.
자연의 축복에 이은 세 번째 버프.
효과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스탯이 2배로 증가한다니. 엄청난데? 마족 한정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뭐가 됐든 있어서 나쁠 건 없다.
앞으로 다른 마족도 마주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있었고.
‘그나저나 신성 제국과 우호적인 관계여야 버프가 지속된다니.’
그 말은 버프가 적용된 지금이 우호적인 상태라는 뜻이 아닌가?
‘대주교의 호감을 얻은 건가?’
안 그래도 아까부터 대주교가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굳이 속마음을 읽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관심 있어 한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 없다.
“지크. 이제 다 온 모양이야.”
“그러네요.”
피터의 말마따나, 대주교를 태운 마동차는 안전하게 브라함의 성문을 지났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덜컥! 문이 열리며 대주교가 내린다.
“다들 수고했네. 그대들 덕에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네.”
대주교의 말에 호위대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보는 사람은 지크 일행이었다.
자신들의 덕이라기엔 지크 일행의 활약이 압도적으로 컸으니까.
솔직한 말로 그들이 아니었으면 호위대도 이토록 무사할 순 없었으리라.
“지크라고 했나? 이리로 와보게.”
“예.”
대주교의 부름에 다가간 지크가 예법에 따라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십시오.”
“그대 덕분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네. 정말 고맙네.”
“호위대로서 해야 할 임무를 다한 것뿐입니다.”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군. 마음에 들어.”
미소 지은 대주교가 이윽고 감춰뒀던 말을 꺼냈다.
“그대에게 조용히 할 부탁이 있는데, 잠깐 따로 대화할 시간을 주겠나?”
‘부탁?’
라베르 대주교가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에게 할 부탁이 있다고.
‘무슨 부탁이지?’
지크는 굳이 대주교에게 되묻지 않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그만이니까.
스킬을 사용한 지크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뭐야. 나한테 또 호위 임무를 맡기려 한다고?’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호위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임무였다.
말하자면 브라함 왕국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개인 호위무사를 두고 싶다는 뜻.
지크로선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굳이 수락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이번 일을 끝으로 용병계에서 발을 뗄 거니까. 물론 호위도.’
그러나 시스템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퀘스트를 내리는 걸 보면.
【돌발 퀘스트 : 라베르 대주교의 부탁 들어주기】
└라베르 대주교가 브라함 왕국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당신을 호위무사로 고용하려고 합니다.
└라베르 대주교의 부탁을 들어주고 호위무사가 되어 그를 지키십시오.
└브라함 왕국에서 라베르 대주교 호위
└랜덤으로 스탯 2,0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10,000 증가
* * *
대주교 라베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왜 대답이 없지?’
부탁할 게 있어 대화 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한동안 대답이 없다.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면서.
‘괜히 기다리는 사람 초조해지게 말이야.’
혹여나 지크가 거절한다면, 라베르는 다시금 부탁할 셈이었다.
주위에 지크 일행 말고는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뜸을 들이니 없던 오기가 생긴다.
‘거절하지 말게. 반드시, 어떻게 해서든 그대를 고용할 테니.’
초조한 기다림 끝에.
“예. 시간 됩니다.”
지크의 대답이 나왔고, 라베르가 몸을 움직였다.
“따라오시게.”
한적한 골목으로 이동한 끝에 라베르가 대화의 물꼬를 텄다.
“지크. 그대가 마검사라는 말을 들었네. 그대의 친구 중에 드래고니안이 있다는 것도.”
“…….”
“직접 보진 못했네만 나를 지켜준 걸 보면 실력은 보나 마나 뛰어날 테지. 칼로스 호위대장도 보증해 주었고. 그래서 말인데 그대에게 부탁할 일이 있네.”
“뭔가요?”
지크는 모르는 척 물었고, 라베르의 입에선 예상한 부탁이 튀어나왔다.
“내가 브라함 왕국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이 나를 호위해 주었으면 하네.”
“여기서도 호위가 필요한가요?”
“선구자가 둘씩이나 나를 노렸다면 보통 일이 아닌 걸세. 아마도 또다시 내 목숨을 노리러 오겠지.”
지크도 같은 생각이었다.
놈들이 왜 대주교를 노리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대로 포기할 리는 없다.
“놈들이 브라함 왕국에 들어오려고 할까요?”
“그럴걸세. 대륙에서 제일가는 마법사이지 않은가? 그런 자들을 막으려면 그만큼 실력 좋은 호위가 필요하겠지. 이미 한 번 막았던 전적이 있는 그대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
지크가 침묵하자 라베르의 얼굴에 초조함이 번졌다.
“선구자를 막을 사람은 자네들밖에 없네. 자네들이 끝까지 날 지켜줬으면 하네. 그렇게만 해주면 날 구해준 보답은 물론이고 막대한 부를 얻게 해줌세.”
“부는 관심 없습니다.”
“그런가? 그럼 뭘 원하는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보게.”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부탁? 뭔가?”
지크는 조용히 자신의 부탁을 말했다.
부탁을 들은 라베르의 표정에 놀라움이 스쳤다.
생각보다 쉬운 부탁이었기에.
“그것만 들어주면 날 호위해 준다는 건가?”
“네. 다른 건 필요치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반색한 라베르가 덥석 지크의 손을 잡았다.
얼굴 가득 주름진 미소를 지으며.
* * *
어둠의 손 발루두크.
세간에선 그를 흑마법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암흑가를 지배하는 대부이자 큰손이라는 건 암암리에 퍼진 공공연한 비밀.
때문에 발루두크라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암흑가의 조직이 많았다.
발루두크가 시키는 건 뭐든 할 정도.
하지만 그런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그도,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었는데.
바로 일인자인 ‘스텔라’였다.
[뭐라고 하셨죠? 지금? 다시 말해보세요.]“임무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대주교를 암살하지도 못했고 마검사의 능력도 확인하지 못했다는 건가요?]“예…….”
조곤조곤한 어조였지만 발루두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하고 주눅 들어 있었다.
진심으로 화났을 때의 스텔라는 그도 감당하기 어려웠기에.
하지만 다행히도 반응은 예상보다 약했다.
[하아…… 선구자를 둘이나 보냈는데 실패하다니. 왜 매번 안 좋은 소식만 들려오는 거죠?]“죄송합니다. 스텔라 님. 제 불찰입니다.”
[아니에요. 발루두크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둘이서 노인네 하나 암살하지 못한 그 새끼들이 병신이지요.]“변수가 있었습니다. 호위대에 9서클 마법사 둘이 끼어 있었다고 합니다.”
[9서클 마법사가 그리 흔하진 않을 텐데요.]“그러게 말입니다. 일단은 3일 안에 계획대로 대주교를 죽이라고 일러둔 상태입니다.”
[대주교는 브라함 왕국에 도착했나요?]“예.”
[마침 마도스교의 집회가 열리는 날인데 잘됐네요. 피레오와 일레나에게 그 틈을 노리라고 지시하세요. 대주교가 브라함에 찾아온 이유도 그 집회 때문일 테니까요.]“알겠습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한데…… 세이레 군단장에게서 별말은 없었습니까? 우리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신의 후예인지 확인한 뒤에 연락을 주기로 했었죠? 걱정 마세요. 그 부분은 제 후견인이 알아서 처리하실 겁니다.]“아아, 알겠습니다.”
[그럼 볼일 보세요.]“예, 이만…….”
발루두크의 형상이 사라지자, 가상의 공간이 텅 비었다.
그 빈 공간에 일인자인 스텔라의 음성이 나지막이 울렸다.
[오랜만에 그분께 연락을 드려야겠어.]첫사랑에게 연락하는 것처럼 들뜬 목소리였다.
* * *
[그런 일이 있었군. 알았느니라. 내 세이레 군단장에게 말해놓도록 하지.]스텔라와의 통신을 끊은 마족이 신하를 불렀다.
[지금 당장 세이레 군단장을 불러오도록.] [알겠습니다, 전하!]왕궁을 나간 신하는 서둘러 마족을 불러왔다.
귀공자처럼 귀티 나는 생김새의 마족, 세이레였다.
[부르셨습니까, 전하.]세이레가 즉시 부복하며 예를 갖췄다.
마왕, 벨제뷔트에 대한 예법은 마족이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었으니.
[스텔라에게 들었다. 인간계에 노리는 자가 있다지?] [아…… 들으셨습니까?] [왜 내게 보고하지 않은 것이냐?] [……저 혼자 처리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인간계와 관련된 일인데 보고를 빼먹으면 안 되지.] [……죄송합니다.]대답하면서도 세이레는 땀을 흘렸다.
마왕 벨제뷔트.
72인의 군단장을 거느리는 명실상부 마계의 지배자.
그런 존재의 위압감을 오롯이 받는다는 건 서열 70위인 세이레로선 무척이나 벅찬 일이다.
더구나 지은 죄도 있었으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힐 수밖에.
[걱정하지 마라. 그것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너에게 벌을 내릴 생각도 없다.]마치 생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에 세이레가 머리를 조아렸다.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텔라에게 들었다만, 네 입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이라도 고해 보거라.] [예.]세이레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단탈리안의 화신체가 인간계에서 소멸했고.
그로 인해 힘의 20%와 영혼에 상처를 입어 지옥 불에서 치유 중이고.
그의 복수를 위해 자신이 직접 인간계에 지시를 내린 일까지.
모든 경위를 들은 마왕은 다소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의 후예라. 그게 실존했던가?] [잘은 모르지만, 마법을 다른 차원에 저장한 뒤 방출하거나, 마력이나 마기를 차단하는 능력은 신의 후예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겠지. 그럼, 그 신의 후예로 추정되는 인간의 능력과 위치가 확인되면 군단장이 직접 인간계에 현신하여 보복할 작정이었나?] [예. 그럴 예정이었으나 어떻게 된 게 연락이 오질 않습니다…….] [스텔라가 대신 내게 연락했느니라. 조금만 더 말미를 달라고. 일에 문제가 생겨서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군. 그러니 여유 있게 기다려 보거라.] [아…… 그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신의 후예를 잡을 방법은 생각해 두었나?] [물론입니다.] [그럼 걱정 없겠군. 알아서 처리하도록.]허락이 떨어지자 세이레가 즉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책임지고 신의 후예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나에게도 매번 경위를 보고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전하.] [이만 물러가도록.]축객령에 한 번 더 고개를 숙인 세이레가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텅 빈 대전에 나지막한 마왕의 목소리가 울렸다.
[흐음. 신의 후예라……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만나보고 싶군.]* * *
퀘스트를 수락한 지크는 라베르를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혼자만이 아니었다.
노예 1호 피터.
노예 2호 메리.
노예 4호 카르세.
금룡이 카르볼까지.
지크를 포함한 다섯 명이 라베르 대주교를 호위하고 있었다.
노예가 아닌 카르볼을 설득하는데 애먹긴 했지만.
―지크, 호위 임무는 아까 끝나지 않았나? 뭘 또 저 늙은이를 지키겠다는 거지?
―위험하니까 지켜야지. 선구자가 이대로 포기하고 물러나겠어?
―죽든 말든 우리 알 바는 아니지 않은가?
―대주교가 죽으면 선구자만 좋은 꼴 시키는 거야. 그리고 저렇게 부탁하는데 좀 들어줘라. 우리가 아니면 대주교는 죽은 목숨이라고. 선구자를 놓친 게 아깝지도 않아?
―그건 좀 아깝구나. 놈들을 고문해서 정보도 들어야 하니.
―그래. 대주교를 지키다 보면 선구자들이 나타날 거야. 우리는 그때를 노리면 되고.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 이해했다, 지크. 네 뜻에 따르마.
간신히 설득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던 지크가 앞서가던 대주교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만날 사람이 있네.”
그리 말한 대주교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움직이더니 골목 어귀로 들어갔다.
누군지 몰라도 은밀히 만나야 하는 사람 같았다.
“아, 저기 있군.”
후줄근한 차림으로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골목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었다.
대주교의 접근에 경계를 푼 상대가 후드를 벗는다.
그 모습에, 지크 일행은 약속이라도 한 듯 눈동자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