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5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55화
약혼자라는 말에 놀란 사람은 지크뿐만이 아니었다.
대주교와 메리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으며 특히 피터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 관리해야지, 피터 형.’
속으로 타박하며 눈짓해 봤지만, 피터에게 그럴 정신은 없었다.
―나, 나는 형제로 소개했으면서 지크는 약혼자로 소개한다고……?
생각을 읽어보니 어지간히도 실망한 모양이다.
‘하긴 피터 형님은 성녀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슬쩍 시선을 돌리자 얼결에 프리시엘과 눈이 마주쳤다.
싱긋 보이는 눈웃음을 보자니 사춘기 남성의 마음을 흔들기에 모자람이 없었지만.
‘난 사춘기 남성이 아닌 28세의 건장한 성인이라고.’
저런 유혹에 당할 정도로 어수룩한 자신이 아니다.
‘아, 28세가 아니라 45세인가……?’
그런 생각 중 뜬금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패트리샤의 서클 2/9]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5,000이 증가합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8,843/100,000]서브 퀘스트인 패트리샤의 서클 올리기 보상이 들어온 것이다.
‘벌써 2서클을 달성했다고?’
패트리샤와 헤어진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두 번째 마나 고리를 만들었다.
괴물 같은 성장 속도에 내심 놀라는 사이.
“흠,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관계자가 의심의 빛을 거두었다.
“형제님께 마도스의 불길이 영원하길.”
“형제님도 마도스의 어둠이 영원하길.”
덕담 같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프리시엘이 앞장섰다.
무사히 인파 사이로 스며든 그녀의 가족(?)들이 안도의 숨을 뱉었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구나. 일부러 허름한 옷을 입었는데도 의심을 받다니…….”
“저도 이렇게 깐깐하게 굴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프리시엘의 순발력 덕분에 위기는 넘길 수 있었구나.”
대주교의 말에 프리시엘은 가볍게 웃었다.
지크가 그런 그녀에게 질문했다.
“이제 뭘 하면 되죠?”
“관찰해야죠. 신도들이 앞으로 뭘 하는지.”
신도인 척 숨어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놈들이 뭘 꾸미는지는 아직 모른다.
지크 일행으로선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점점 사람의 수가 불어났다.
그 수는 어느새 100여 명.
‘꽤 많이 모였는데?’
모두 마도스교라는 어둠과 파괴의 신을 숭상하는 신도들이었다.
신성 제국의 입장에선 이단을 숭배하는 악의 무리.
‘괜찮나?’
힐끗 시선을 돌리니 라베르와 프리시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성 제국의 옆 왕국에서 들끓고 있는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자, 모두 주목!”
그때, 손뼉을 치며 단상 위로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예복을 입은 걸 보아하니 이 집회를 열은 주최자로 추측된다.
“야심한 밤에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마도스교의 전도사이자 집회의 주최인인 아킬로스라고 합니다.”
소개와 함께 인사하자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순 없기에 따라서 손뼉을 쳤다.
“하하, 열화와 같은 환호, 감사합니다. 시작에 앞서서 간단한 집회 순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우리 마도스교의 육계명을 낭독하는 시간을 갖고, 위대하신 마도스 님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다음 설교의 시간, 신도들의 고해성사, 침례식 순으로 진행되며…….”
보통의 예배 행사와 같은 진행 순서.
특이사항이라곤 없지만 하나 눈여겨 볼만한 구석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침례식이 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다면 그때일 가능성이 클 테니까.
일행들은 가만히 신도라도 된 듯 아킬로스의 말에 경청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마도스교의 육계명을 다 함께 복창하겠습니다. 첫째. 어둠은 우리를 감싸는 무한한 힘이다.”
“어둠은 우리를 감싸는 무한한 힘이다.”
“둘째. 파괴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다.”
“파괴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다.”
“셋째. 우리는 어둠에서 태어난 존재이며…….”
육계명이란 것에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복명복창하기 시작한다.
지크도 따라 하긴 했지만, 립싱크처럼 입 모양만 흉내 낼 뿐이었다.
‘괜히 부정 타게 저런 교리를 입 밖으로 내고 싶지 않아.’
슬쩍 옆을 보니 다른 일행 역시 입만 오물오물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사이비에 동화되고 싶지 않은 건 같은 심정인 모양.
“다 같이 기도합시다, 형제들이여.”
이후 기도의 시간이 이어졌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지루한 설교의 시간이 이어졌다.
“우리의 주적이 누구입니까? 위대하신 마도스 님께서 누구를 가장 혐오하십니까? 빛과 복원의 신 엘로스입니다! 그 쓰레기 신을 믿는 신성 제국 개새끼들! 그 새끼들 목을 잘라 광장에 걸어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마도스 님을 위한…….”
대놓고 욕지거리를 하는 전도사의 모습에 지크가 불안한 심정으로 옆을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엘로스 신을 섬기는 두 명의 거물이 입술을 짓씹으며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참아야 합니다. 대주교님, 성녀님. 적어도 침례식이 있을 때까지는.’
약물을 먹는다면 침례식 때가 유력하다.
현장을 잡기 위해선 그 어떤 모욕을 듣더라도 한 귀로 흘려야 한다.
다행히 아킬로스의 욕설 섞인 설교가 마무리될 때까지 두 사람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잘 참았습니다. 이제 놈들이 본색을 드러낼 겁니다.’
지크의 예상대로, 고해성사가 지나고 침례식 순서가 돌아왔을 때.
“여러분. 끝으로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모두에게 마도스 님의 은총을 내려드리겠습니다.”
신도로 보이는 두 사람이 거대한 술통을 들고 왔다.
쿵!
무게가 상당한지 내려놓는 소리가 묵직하다.
뚜껑을 열었더니 술통 안에는 정체 모를 액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자, 모두 줄을 서서 은총을 받을 준비를 하십시오. 침례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술통 앞에 빠르게 줄을 섰다.
아킬로스가 준비된 잔을 들고서 웃음 지었다.
“형제님이 첫 번째 세례자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마도스 님의 어둠이 함께하길.”
그 말과 함께 잔을 술통에 넣어 정체 모를 액체를 한가득 채운다.
이제 보니 액체는 피처럼 붉은빛이었다.
포도주 같기도 하고.
“마시십시오.”
첫 번째 신도는 냉큼 잔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맛이 나쁘진 않은지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는다.
“좋습니다. 다음.”
아킬로스는 그렇게 신도들에게 포도주처럼 보이는 음료를 나눠주었다.
특이한 건 신도들이 마시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이다.
“어, 형제님. 다음 사람이 기다리지 않습니까. 얼른 마시시죠.”
“아, 예에…….”
잠깐이라도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지적하며 마실 것을 재촉한다.
“다음, 81번째 형제님.”
숫자도 세는 것이 단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대주교님. 뭔가 수상합니다. 아무래도 저 음료에 약물을 탄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도 그런듯하네.”
지크의 의견에 공감하는 대주교였지만 한편으론 긴장되기도 했다.
곧 있으면 우리 차례가 올 테니까.
“93번째 형제님? 93번째로 세례받으실 분 없습니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안 먹은 사람이라곤 우리 일곱 가족뿐이었으니까.
“뭐하십니까? 이쪽으로 오셔서 세례받으셔야죠.”
그 재촉에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저게 뭔 줄 알고 먹는단 말인가?
이상한 약물이나 독이 들었으면 어쩌려고?
‘혹시 안 들었을지도?’
그런 생각이 들만한 게, 앞서 마셨던 사람 모두가 멀쩡한 몰골로 서 있었다.
아무런 이상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렇다 해서 독이 안 들었다는 보장은 없지.’
재작년, 국왕 암살 사건을 막아냈던 지크였기에 알고 있다.
녹스 베노마이어가 만든 독은 무색무취에 반응조차 12시간 뒤에 나타난다는 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뜻.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성녀가 앞으로 나선다.
그런 그녀를 대주교가 놀란 눈으로 막아섰고.
“프리시엘. 뭐 하는 게냐?”
“제가 먼저 마셔볼게요.”
“저게 뭔지 알고 마신다는 게야?”
“모르죠.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정체가 들통날 거예요. 그리고 마셔봐야 뭔지도 알 수 있잖아요?”
“안 된다, 절대.”
“하지만 누군가는 마셔야 해요. 이대로는 증거가…….”
“그렇담 내가 마시마.”
“네?”
라베르 대주교가 성녀를 뒤로 물린 뒤 앞으로 나섰다.
“증명이 필요하다면 이 늙은이가 마셔야겠지.”
“아, 아니에요. 차라리 제가…….”
“오지 마라. 그러다 들킨다.”
소곤거리며 말해서 들리진 않았겠지만, 이목이 한껏 쏠려 있는 상황.
더 이상 지체했다간 의심을 사고 만다.
이미 결심을 굳혔는지 굳은 얼굴로 대주교가 걸음을 떼는 그때.
턱.
“물러나 계세요. 제가 먼저 마시죠.”
지크가 대주교를 뒤로 물렸다.
“93번째 형제, 여기 있습니다.”
“형제님. 왜 이렇게 늦으셨나요. 자, 잔을 받으시죠.”
술통에 푹 넣어 액체를 가득 채운 아킬로스가 잔을 내민다.
‘설마, 이거 먹고 죽진 않겠지.’
극독의 조끼를 차고 있는 탓에 독이라면 면역이 될 터.
그것만 믿은 지크가 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진짜 포도주 맛이네?’
알싸한 알코올 향이 느껴지는 게 술이라는 건 확실했다.
독이라는 것 또한.
[소량의 해로운 독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었습니다.] [극독의 조끼 효과로 독 성분에 면역이 됩니다.]무슨 효과를 지닌 독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먹으면 안 되는 게 들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거면 족하다.
“자, 이제 뒤에 계신 94번째 형제님. 오셔서 세례를…….”
“먹지 마세요, 이거. 독 들었어요.”
지크의 발언에 대주교를 비롯한 일행들이 놀랐다.
가장 놀란 건 앞에 있던 전도사였지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독이라니 무슨…….”
“넌 모르겠지만 들었어.”
지크는 그리 말하며 술잔을 던져버렸다.
파칵!
산산조각이 난 잔을 보고 전도사가 분노했다.
“뭐 하는 짓입니까! 신성한 잔을 깨트리다니!”
“내가 네 목숨 구해준 거야. 알아?”
속마음을 읽어서 알 수 있었다.
전도사는 독을 탄 범인이 아니다.
‘이 중에 누군가 미리 독을 탔어.’
주변을 둘러보던 지크의 눈에 이질적인 존재가 감지됐다.
평민 중에 마력이 느껴진 것이다.
“야, 너 이리 와봐.”
지크의 지목에 후드를 쓴 남자가 움찔거렸다.
“네가 여기다 독을 탔지?”
“후,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는데.”
후드를 벗은 자는 다름 아닌 화염의 선구자, 피레오였다.
“역시 또 암살하러 왔구나.”
“당연하지.”
“세트로 한 명 더 왔겠지?”
“두말하면 잔소리.”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어느새 접근한 일레나가 대주교의 뒤에서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죽어.”
“아, 안 돼!”
그 모습을 본 프리시엘이 소리쳤고, 대주교의 눈이 질끈 감겼다.
죽음을 직감했다는 듯이.
하지만.
“……어? 뭐야?”
모았던 마력이 사라지는 걸 느낀 일레나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지팡이가 고장 났나 의심하기도 했지만.
‘설마?’
지크의 능력을 염두에 두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씨익.
자신이 그랬다는 듯 웃고 있던 지크가 아공간에서 깃털 검을 꺼냈다.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야.”
지크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왜냐하면 퀘스트가 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