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5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58화
릴리스가 습격하기 10분 전.
마동차에 수감된 피레오와 일레나는 채워진 구속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X발, 이것만 풀면 탈출할 수 있을 텐데.”
“못 풀지. 신의 광석이라 불리는 아크니움으로 만든 구속구야. 전설 속의 드래곤도 꼼짝 못 할걸?”
“드래곤은 힘으로 풀겠죠. 그리고 용력이라는 힘도 있잖아요?”
“너도 숨겨놓은 힘 있잖아. 마기. 그걸로 어떻게 탈출 못 하는 거야?”
피레오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못 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신의 후예가 마기를 차단하고 있어요. 술법이 전혀 발동되지 않는다고요.”
“그럼 다른 방법 좀 생각해 봐. 이대로 신성 제국에 끌려갈 생각이야?”
“아, 왜 저한테만 생각하라 그래요? 일레나 님도 뭐 번뜩이는 아이디어 좀 떠올려보라고요.”
“이게 건방지게. 상관한테 말대꾸야?”
“지금 뭐 상관이고 뭐고 가릴 처지인가? 뭐든 탈출할 생각부터 해야지.”
“투덜대지 마라? 나도 이 상황이 X 같거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이 이내 고민에 빠졌다.
하나, 머리를 맞대고 굴려봐도 답이 나올 리가 없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탄과 걱정뿐이다.
“두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두 번 다 실패했어요. 만약 탈출하더라도 돌아가면 발루두크 님한테 죽는다고요.”
“누가 그걸 몰라? 뭐가 됐든 일단은 탈출부터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렇죠. 근데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요.”
“무슨 소리야?”
“굳이 탈출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 우릴 구하러 와줄지도 몰라요.”
“발루두크 님이 우릴 구하려고 사람을 보낸다고?”
“그렇겠죠. 저희가 신성 제국에 가는 걸 꺼리실 테니까요.”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린 피레오였지만 일레나는 부정적이었다.
“그럴 바엔 오히려 우릴 제거하려 들지 않을까?”
“설마요. 가뜩이나 선구자 수도 적은데 우릴 제거하라고 암살자를 보내겠어요?”
“그렇지?”
기다리다 보면 우리를 구하러 사람이 올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탈출의 희망을 꿈꾸는 그때.
파지지지직!
스파크가 마동차 안으로 들어오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을 갖췄다.
“헉! 뭐야?”
“리, 릴리스 님?”
“예상대로 여기 있었네.”
전격의 선구자 릴리스 린.
그녀가 갑작스럽게 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들을 구하러 온 것이 틀림없다.
“릴리스 님! 저흴 구하러 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어서 풀어주세요!”
두 사람이 반색했지만, 릴리스의 표정은 냉랭했다.
“뭐래? 실패한 폐기물들이.”
“네?”
“릴리스…… 님?”
“시간 없으니까 빨리 죽어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동차 안에서 전광이 번뜩였다.
* * *
파지지지지직!
쿠콰콰콰쾅!
“무, 무슨 소리인가?”
대주교 라베르와 성녀 프리시엘이 깜짝 놀랐다.
어디서 폭발이라도 난 듯한 굉음.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반파된 마동차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지크가 긴장한 기색으로 달려왔다.
“대주교님. 조심하십시오. 습격입니다!”
“뭐? 누가 말인가?”
“그건 모르겠지만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보호막도 걸어드리겠습니다.”
지크는 즉시 대지의 보호 스킬을 대주교에게 걸었다.
자신을 감싸는 막을 본 라베르가 조금은 안심했다.
어떤 공격이든 1회 막아준다는 설명을 떠올렸기에.
“잔해에서 누군가 나옵니다.”
덜그럭거리는 잔해를 치우며 나온 건 여인이었다.
아니, 여인의 얼굴을 한, 스파크를 튀기는 무언가였다.
“저, 저자가 습격자인가?”
대주교를 비롯한 사람들이 긴장한 눈으로 습격자를 쳐다봤다.
반면 습격자인 릴리스는 아쉬운 낯빛을 하고 있었다.
‘젠장. 대주교를 벌써 보호하고 있잖아?’
지크 옆에 선 대주교를 보자 릴리스는 직감했다.
2차 목적인 대주교를 암살하기는 글렀다고.
‘어쩔 수 없네. 폐기물 둘을 죽인 것만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결국 릴리스가 택한 것은 도주였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을, 일행들은 허무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놓쳤다…….”
“엄청 빠르네…….”
아쉬워하는 기색으로 중얼거린 지크가 뭔가를 떠올리곤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다른 일행도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소리치며 움직인다.
“맞다, 수감자들!”
무너진 마동차의 잔해를 치우던 지크가 곧 두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피레오와 일레나다.
“수감자들은? 어떻게 됐지?”
“보다시피 죽었습니다…….”
그 말에 뒤늦게 달려온 대주교와 성녀가 아쉬움이 담긴 침음을 흘렸다.
“신성 제국에서 적법한 벌을 받게 할 생각이었거늘.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선구자들의 목적이 뭔지도 못 알아냈네요…….”
“아무래도 증거 인멸을 위해서 그 암살자를 보낸 모양이야.”
“네. 전격 마법을 쓰는 걸로 보아 서열 4위라는 전격의 선구자겠죠.”
“후우, 이거 일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군.”
대주교가 허망한 눈으로 잔해를 바라봤다.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심정.
지크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정보는 건지지 못했다.
“시체들은 어떡하죠?”
“저대로 놔두고 가야지. 묻어줄 가치도 없는 놈들이니.”
“애꿎은 마동차만 날렸네요.”
죄수들의 죽음에 애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정보를 더 얻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
그중에도 가장 아쉬워하는 건 카르볼이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기껏 잡은 선구자 둘이 의미 없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지크.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너만 믿고 있으라며?”
지크의 호언장담만 믿고 있었는데 단서가 끊겨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고문이라도 해볼 걸 그랬다.
“네 마력 차단 능력으로 막을 수 있지 않았나? 그 전기 뿜어내는 선구자가 도망 못 가게 말이다.”
“막을 수 있었지.”
지크는 부정하지 않았다.
충격적인 말도 덧붙였다.
“사실 일부러 놓아준 거야.”
“뭐? 대체 왜 그런 짓을?”
카르볼이 동그래진 눈으로 설명을 요구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지크가 답했다.
“놈을 놓아줘야 윗대가리들을 또 추적하지.”
“아.”
“얼굴을 봤으니까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수 있어.”
현재 끼고 있는 장갑의 기능인 [대지의 추적].
이걸 이용하면 전격의 선구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수감되어 있던 선구자 두 명 말인데, 죽지 않았어.”
“뭐?”
“엄밀히 말하면 이미 죽었다고나 할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좀 알아듣게 이야기해라.”
“여기서 말고, 잠깐 이리 와봐.”
지크가 주변 눈치를 살피며 장소를 옮겼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따라가던 카르볼은 여전히 씩씩거렸다.
“뭐 하는 거냐? 아까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다.”
“그러니까…….”
근방에 아무도 없는 게 확인되자 스킬을 외웠다.
“언데드로서 살아 있다는 말이지. Tablette de l’Impôt de Navres(나오거라, 나의 종이여).”
손짓과 함께 허공에서 두 명의 언데드가 무릎 꿇은 자세로 나타났다.
카르볼이 놀란 건 놈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였다.
“이, 이놈들은!”
“응. 피레오와 일레나야.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되었지.”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둘 다 지크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환수.
말까지 하는 걸 보면 지성을 지닌 언데드가 됐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정보는 얘네들한테 물으면 알 수 있어. 굳이 힘들게 고문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지.”
“어, 언제 언데드로 만든 것이냐? 놈들을 죽이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당연히 안 보이는 데서 죽였지.”
“설마 놈들과 대화한다고 마동차에 들어가더니 그때 죽인 것이냐?”
지크가 끄덕이자 카르볼의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습격당하기 전부터 이미 언데드였었군!”
“그래. 좀 전에 봤던 시체는 언데드화 된 내 소환수들이었고.”
일찌감치 놈들을 죽여서 언데드화 시킨 지크는 소환수들에게 한가지 명령을 내렸다.
언데드가 아닌 척 대화하고 있으라고.
피레오와 일레나는 그 후로 마동차 안에서 살아 있는 척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사이, 전격의 선구자의 습격이 있었고, 놈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아마 깔끔하게 살인 멸구한 걸로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릴리스가 죽인 건 이미 언데드화가 된 지크의 소환수들이다.
이미 죽은 시체를 공격했으니 죽을 리가 없다.
그 사실을 파악한 카르볼이 감탄했다.
“놈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였군. 정보도 지킨 데다 윗선을 추적할 발판도 마련했으니!”
“우선 호위부터 끝내고 전격의 선구자를 추적하면 될 거 같아.”
“그런데 지크.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 어떻게 타이밍 좋게 미리 선구자들을 죽여서 언데드로 만들 생각을 했지?”
“그야 놈들이 이대로 물러설 것 같지 않았으니까. 다른 암살자를 보내서 살인 멸구 할 거라 예상했지.”
“그랬나? 그런데 너무 도박수가 아니었나? 괜히 죽였다가 지성을 가진 언데드가 안 되면 어떡하려고?”
“실패하지 않을 걸 알았거든. 그래서 망설임 없이 죽였지.”
카르볼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퀘스트가 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퀘스트.
그리고 그 퀘스트 안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었다.
【메인 퀘스트 : 수감 중인 선구자 둘을 죽여라!】
└1시간 뒤에 전격의 선구자, 릴리스 린이 수감 중인 선구자들을 살인 멸구 하러 나타납니다.
└미리 피레오 맥클라우린과 일레나 예이츠를 죽여 지성체 언데드로 만들고 릴리스 린이 임무에 성공했다고 믿게끔 속이십시오.
└제한 시간 1시간 안에 피레오와 일레나 언데드화 하기
└릴리스 린 속이기
└스킬 ‘불의 형상’ 획득
└스킬 ‘물의 형상’ 획득
└아이템 ‘불의 반지’ 획득
└아이템 ‘물의 반지’ 획득
* * *
가상의 공간에서 두 사람이 접촉했다.
릴리스와 발루두크였다.
“발루두크 님. 해결했습니다.”
“벌써 말이냐? 빠르군.”
발루두크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지만, 아직 좋아하기엔 일렀다.
릴리스가 해결했다는 건 첫 번째 목적을 말했으니까.
“대주교는 죽이지 못했습니다.”
“신의 후예는?”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럼 피레오와 일레나만 처리했단 말이냐?”
“네. 그게 우선순위 아니었나요?”
“그렇긴 하지.”
다만, 기대한 것과는 달랐다.
릴리스 정도의 실력자면 대주교까지 죽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지. 시체 확인은 했느냐?”
“눈앞에서 전격 폭발을 사용해 마동차와 함께 태워버렸습니다. 더 볼 것도 없죠.”
“그래도 확인은 했어야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죽이고 나오기 바쁜데.”
릴리스의 말대로, 지크가 마력 차단을 사용했다면 도주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점을 모르지 않던 발루두크가 고개를 주억였다.
“인정하지. 수고했다.”
“대주교는 어쩌실 거예요? 못 죽였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다. 신의 후예가 지키고 있는 이상, 대주교를 죽일 방법도 없으니.”
이렇다 할 계획도 떠오르지 않았기에 자신도 답답한 발루두크였다.
“우선 세이레 님에게 연락해 지금의 상황을 말하고 신의 후예를 처리하길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대주교는 그다음에 처리할 일이야.”
“그렇군요. 그럼 제 할 일은 끝난 거죠?”
“아니. 아직 시킬 일이 남았다.”
그 말에 릴리스의 미간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뭔데요.”
“데칸 왕국으로 가거라.”
“예?”
뜬금없이 웬 데칸 왕국일까?
이유는 곧 밝혀졌다.
“가서 맥러플린 가문을 찾아라.”
“맥러플린이라면…… 데칸 왕국 3대 마법 명가라는 곳 말이에요?”
“그렇다. 거기가 신의 후예인 지크 맥러플린의 가문이다.”
“설마…… 거기 사람들을 죽이라는 거예요?”
“아니. 의미 없이 죽여선 안 되지.”
“그럼?”
“납치해라. 납치해서 지크라는 놈의 발목을 잡아야지. 뭐, 다는 필요 없으니 본보기로 몇 명 죽여도 좋고.”
“아…… 가족들을 인질로 삼을 셈이군요?”
“그렇지. 단탈리안도 어쩌지 못한 신의 후예다. 그러니 세이레 님이 실패할 것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지.”
지크가 신의 후예인 걸 확인했고 신원까지 모두 파악한 이상, 가족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가족과의 유대가 있다면, 협박이 먹힐 게다.”
“좋은 작전이네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래.”
릴리스가 사라지자 발루두크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지크 맥러플린. 가족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리 날뛸 수 있는지 어디 두고 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