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6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62화
“역시 여기 있었네.”
지크는 릴리스와의 만남이 내심 반가웠다.
녀석을 놓쳐서 아쉬워하던 차에 [대지의 추적] 기능으로 얼굴을 추적해 봤다.
그 결과, 이렇게 마주할 수 있었다.
놓쳤던 사냥감을 찾았는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하지만 미소는 짓지 않았다.
주변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지쳐 보이는 달프레드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지크의 가족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신성기사단까지.
한바탕 난리를 치른 듯하다.
‘에스카는…… 죽었나?’
굳이 가까이 가서 코를 대보지 않고도, 지크는 에스카의 죽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 있었다면 사냥꾼의 감각에 걸렸을 테니까.
‘괜찮아. 살리면 그만이니.’
노예의 죽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크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엔 50명의 신성기사단이 있었다.
‘대주교가 많이도 불러줬군.’
얼마 전, 브라함 왕국에서 대주교가 호위를 부탁할 때.
지크도 한 가지 조건을 걸었었다.
―선구자들이 제 가문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데칸 왕국의 맥러플린 가문으로 호위할 사람 좀 보내주시겠습니까?
―그것만 들어주면 날 호위해 준다는 건가?
―네. 다른 건 필요치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사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추가 병력 차원에서 불렀을 뿐.
‘그런데 이렇게 많이 불러줬을 줄이야.’
신성기사단의 위용은 지크도 들어서 알고 있다.
전원이 오러 마스터로 이뤄진 무력 집단.
대주교의 권한으로 이 정도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에스카가 그래도 잘 버텨줬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가족을 지켜냈으니.’
만족스러웠지만 릴리스를 향한 지크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노예를 죽인 데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가족까지 건드려?
지크의 살벌한 눈빛이 릴리스에게 향했다.
아까부터 전격화가 되어보려 애쓰는 그녀였다.
하지만 될 리가 없다.
마력을 모으는 족족 흡수해 버리고 있었으니까.
“넌 도저히 안 되겠다. 감히 우리 가족을 노려?”
“너 이 자식…… 대체 어떻게 마력을…….”
소문으로만 듣던 신의 후예의 힘을 겪어본 릴리스는 당황스러웠지만.
“헉!!!”
그보다도 당황스러운 건 지크의 속도였다.
후욱!
10m밖에 있던 놈이 한순간에 지척까지 다가왔으니까.
빠악!
“컥!”
앞니가 깨지며 피가 튀었다.
빡! 빡!
연속 펀치에 광대가 나갔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벌써 쓰러지면 안 되지.”
지크는 쓰러지려던 릴리스의 팔을 잡아 망설임 없이 꺾어버렸다.
빠각―
“끄하으아아아……!”
팔이 덜렁거린다.
반대쪽 팔도 마찬가지로 만들어줬다.
빠각!
무릎도.
빡!
반대쪽 무릎도.
빠득!
섬뜩한 소리가 울리며 릴리스가 줄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진다.
“아흐으으으……!”
순식간에 사지가 다 꺾여버린 릴리스 위로 지크가 올라탔다.
빡! 빡! 빠악!
죽이라는 퀘스트는 뜨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크는 릴리스의 안면을 흠씬 두들겨줬다.
감정을 실은 주먹.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들은 지크의 가족이다.
비록 환생한 몸이지만 17년 동안 자신을 돌봐준 진짜 부모님이다.
“우리 가족은 너희 같은 쓰레기들이 건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알아들어?”
“컥, 컥!”
주먹질을 끝내다 못해 목을 조르는 지크의 모습에, 제라드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지크! 그만하거라! 그러다 죽겠다!”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힌 지크는 아버지를 돌아봤다.
근 1년 만에 보는 제라드의 얼굴은 후계자 시험을 떠날 때와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 어디 다치신 덴 없으세요?”
“보다시피 괜찮다.”
“허허, 제자가 누군가에게 걱정받는 날도 다 오는구나.”
옆에서 달프레드가 허허 웃으며 다가왔다.
그 뒤로는 어머니인 데이나의 걱정스러운 눈길이 비쳤고.
“지크…… 우리 아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다들.”
본의 아니게 이른, 가족과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편하게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잠시만요.”
자리에서 일어난 지크는 에스카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묻지 않았는데도 달프레드가 증언한다.
“그자가 우릴 지켜줬다.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그랬군요.”
“한때 선구자와 함께 왕실을 습격했던 그가 왜 변절했는지는 모르지만…… 훌륭한 일을 해냈어. 일이 이렇게 되어 안타까울 뿐이지.”
“그 말은 일어나면 직접 해주시겠어요?”
“응?”
지크의 손에는 어느새 아공간에서 꺼낸 이그드라실의 잎이 있었다.
9서클 노예 부하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다.
퀘스트도 떠올라 있었고.
【돌발 퀘스트 : 에스카 살리기】
└노예 3호인 에스카 로빈스가 가족을 지키려다 희생되었습니다.
└이그드라실의 잎으로 그를 구해내십시오.
└에스카 살리기
└랜덤으로 스탯 3,0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15,000 증가
죽은 그를 언데드로 부활시킬까도 생각해 봤지만, 신성기사단이 보는 앞이다.
잘못하면 이단으로 찍힐 수 있다.
‘시스템도 이그드라실의 잎으로 살리라고 콕 집어 말했고.’
그렇기에 잎을 구겨 망설임 없이 에스카의 입에 넣었다.
아깝다는 생각은 없다.
수중에 5개나 있으니까.
벌떡!
갑자기 다 죽어가던 에스카가 상체를 일으켰다.
달프레드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다.
“내,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제가 어떻게 된 거죠?”
어리둥절한 건 에스카도 마찬가지였다.
지크는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던져줬다.
“너 한 번 죽었었어.”
* * *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도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대주교님의 명령이었는데요, 뭘. 그럼 이만.”
신성기사단은 눈인사한 뒤 몸을 돌려 저택 밖으로 사라졌다.
‘대주교에게 부탁하길 잘했군. 저들 덕분에 에스카가 반격할 틈을 얻었으니.’
기사단의 늠름한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지크 옆으로, 얼떨떨한 얼굴들이 나타났다.
가족들이었다.
“지크…… 방금 저들이 너에게 인사를 한 게냐?”
“예. 제가 부른 거니까요.”
“뭐?”
“그게 정말이냐?”
옆에 있던 제라드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신성 제국과는 어떻게 연을 만든 것이냐?”
“그건 차차 말씀드릴게요. 그 전에 제 동료들 좀 소개할까 해요.”
“동료들?”
지크가 손짓하자 눈치 보고 있던 네 명의 일행이 뒤늦게 나타났다.
피터, 메리, 카르볼, 카르세였다.
“아버지.”
“피터!?”
“우, 우리 아들!”
피터를 본 크리스티나가 반색하며 달려갔다.
타지로 쫓겨났다곤 하지만 아들은 아들이었다.
“어디 다친 덴 없니? 응? 얼굴 핼쑥한 것 좀 봐.”
“전 괜찮아요, 어머니.”
“지크. 이게 어떻게 된…….”
제라드의 물음에 지크는 웃으며 말했다.
“말하자면 길어요.”
* * *
가족들이 모인 자리.
지크는 오랜만에 대화하며 그간의 해후를 풀었다.
“후계자 시험 날 바로 피터를 찾아갔단 말이냐?”
“예. 앞으로 2년 동안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고민한 게 용병단이었거든요. 그런데 혼자 들어가긴 뭐해서 첫째 형님을 찾아갔죠.”
이후 이야기는 놀라운 것들이었다.
헤밀톤 편에 서서 아고스와 영지전을 치렀고, 그때부터 마검사 지크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헤밀톤 영주와의 인연도 그때 생겼고, 아즈라힐 존스턴이라는 선구자와 만나기도 했다.
호세 데포르테 공작에게 들었던 그대로였다.
“신성기사단과는 어떻게 알게 된 게냐?”
“신성 제국 측이 고용한 호르모스 호위대에서 저를 찾아왔었거든요. 마검사란 명성을 듣고 충원 병력으로 고용하려고요. 제안을 받아들이고 호위하던 중 선구자들의 습격이 있었고, 다행히 대주교님은 지켜낼 수 있었어요.”
“거기서 생긴 인연이었구나.”
“네, 그 덕에 대주교님에게 부탁할 수 있었죠. 선구자가 저희 가족을 위협할지 모르니 좀 지켜달라고. 다행히 타이밍이 늦지 않았던 것 같네요.”
안도의 숨을 내쉬긴 했지만, 지크의 얼굴엔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런 고초를 겪게 만들어서.”
“당연히 미안해야지. 너 때문에 이게 뭐니? 하마터면 우리 모두 죽을 뻔했다고!”
“크리스티나!”
불만을 표출하는 큰어머니와 만류하는 아버지의 모습에도, 지크의 표정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미안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닌걸요. 제가 선구자들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그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그런 말 마라, 지크. 네가 어떻게 선구자를 막을 수 있었겠느냐?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지 않느냐? 우리를 노리는 그놈들이 잘못이지.”
사람들은 아직도 지크가 마력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다.
조금 전에 제압한 전격의 선구자도 다 죽어가던 상태라 제압할 수 있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뭐, 해명할 필요는 없지. 내 능력을 밝혀서 좋을 건 없으니까.’
그보다 가족들은 선구자가 노린다는 말에 놀람과 걱정을 보였다.
12인의 선구자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혁명가와 같은 이미지.
애꿎은 가문에 쳐들어와 납치와 암살을 자행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선구자들이 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대주교를 죽이려던 계획에 방해가 되니까 우리 지크를 노린 거겠지.”
“이제 보니 지크를 협박하려고 가문까지 공격한 거였군.”
“그런데 앞으로 어떡하느냐. 이대로면 선구자들이 계속해서 쳐들어올 텐데.”
“우선 이런 상황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거처를 옮겨야겠어요. 불편하시겠지만.”
“그걸로 되겠느냐? 또 위치를 추적해 오면 어쩌려고?”
달프레드의 반박에도 지크는 안심하라는 듯 웃을 따름이었다.
“걱정 마세요. 저와 제 동료가 지켜드릴 테니까요.”
안심하라는 듯 말했지만 정작 가족들은 못 미더운 눈빛이었다.
지크는 그들의 마음에 신뢰를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래 봬도 여기 두 사람은 9서클이예요. 에스카까지 더하면 셋이네요.”
“뭣?!”
에스카야 9서클임을 알아봤지만 여기 있는 두 여인까지 9서클 마법사라고?
달프레드와 제라드가 카르볼과 카르세를 유심히 바라봤다.
둘에게서 범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진다.
“지크,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그런데 용력까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 아니에요. 이들도 저와 같은 드래고니안이니까요.”
“드래고니안?”
지크가 드래고니안임을 아는 건 제라드와 달프레드뿐이었다.
하지만 지크는 오픈했다.
데이나와 크리스티나, 데포르테 부녀가 있는 앞에서.
‘내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 알게 하기 위해선 밝히는 게 낫지.’
마검사라고 소문난 마당에 언제까지고 숨길 순 없는 노릇.
이번 기회에 드래고니안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게 훨씬 나아 보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핑계 대기도 좋고.
“허허, 지크. 너 말고도 또 다른 드래고니안이 있었다니.”
“9서클 마법사가 또 있다고 해서 놀랐는데 이제야 납득이 가는구나.”
“대체 1년간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게냐? 이렇게 든든한 동료들을 데리고 오다니…….”
모두가 연신 입을 벌렸지만, 지크 입장에서 이 정도는 놀람 축에도 들지 못했다.
‘오망성과 선구자들을 소환수로 부리고 있다는 것도 알면 아주 까무러치겠네.’
피식거린 지크에게 또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여기 에스카라는 분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된 거냐?”
지크는 솔직하게 답했다.
오픈해서 손해 볼 이유는 없다는 판단하에.
“에스카는 아즈라힐을 상대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분이에요. 선구자에 대한 반감을 품고 계시는 걸 알고 저와 손을 잡으셨죠.”
“하지만 전에 국왕을 암살하러 나타나지 않았느냐?”
“암살하러 갔던 게 아니에요. 에스카는 풍신의 리타를 막으려 했던 거예요.”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자 오해도 풀렸다.
“그런 거였군. 우리가 오해하던 거였어.”
“우리 편이 되어줘서 고맙소, 에스카 로빈스. 그대의 용기 덕에 전격의 선구자를 제압할 수 있었소.”
“용기라뇨. 과찬의 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겸손하게 말한 에스카였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그는 노예로서 지크의 명을 따르며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내 국왕에게 말해서 그대와의 오해를 풀도록 하겠소. 그리되면 수배 목록에서도 지워질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크. 아까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에스카를 살린 것이냐?”
“이그드라실의 잎이라는 걸 먹였어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신기한 잎이죠.”
“허! 그런 귀한 건 또 어디서 구한 게냐?”
“정령왕이 주던데요?”
“뭐어?”
사람들이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봤다.
‘설명하기 귀찮긴 하지만…… 정령왕과의 에피소드도 숨길 필욘 없지.’
내심 한숨을 쉬던 지크가 입을 열었다.
해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