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64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64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니…….’
처음 차원 이동석을 봤을 때.
지크는 환희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설명을 읽어보곤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건 지정한 대상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물건이야. 그러니까 지구로 돌아가려면, 나처럼 지구에서 온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여기 판게아로 넘어온 지구인이 자신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지구인도 아니지. 영혼만 이쪽 대륙으로 넘어온 거니…….’
만약 판타지 세계에 다른 지구인이 있다면?
이걸 이용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없겠지.’
나 자신한텐 쓸 수 없나?
그런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쩔 수 없다.
당장 써먹을 곳이 없으니.
‘차원 이동의 가능성을 봤다는 데에 의의를 둬야겠군.’
차원 이동석을 바라보던 지크가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언젠간 써먹을 구석이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 * *
마계 서열 70위, 귀공 세이레.
그는 모처럼 보이지 않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알았다. 내 바로 내려갈 준비를 하지.]연락을 끊자, 단탈리안의 가신이었던 라히모스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세이레 군단장님. 드디어 인간계로 출전하시는 겁니까?] [출전이라기엔 거창하군. 사냥 정도로 하지.]조금 전, 세이레는 스텔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크 맥러플린이라는 인간이 신의 후예임이 확인되었다고.
그러니 화신체로 내려와 제거해 주셨으면 한다고.
바라던 바였다.
단탈리안의 복수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하고 싶었으니.
피레오에 대한 복수 또한.
[모처럼 만든 수하가 신의 후예의 손에 죽어버렸다.] [아아, 피레오라는 화염을 다루는 선구자 말입니까?] [그래. 마정석을 담을 그릇으로 활용하던 녀석이었는데 아깝게 되었어.]붙잡힌 피레오를 입 막으려 한 건 오히려 스텔라 측이었지만, 세이레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신의 후예가 죽였다는 말만 믿고 분노를 키우는 중이었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단탈리안 군단장도 막지 못한 신의 후예입니다. 게다가 인간계로 화신체를 만들면 20%의 힘밖에 발휘할 수 없지 않습니까?] [걱정 마라, 라히모스. 놈을 상대할 대안은 마련해놨으니.]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는 놈을 상대할 방법이 있긴 합니까?] [있지.]자세한 방법은 말하지 않았지만 라히모스는 걱정을 덜었다.
세이레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으니까.
[다만, 스텔라가 귀찮은 부탁을 하더군.] [부탁 말입니까?] [신의 후예를 처리하면서 릴리스 린이라는 인간의 신병을 확보해달라는 부탁이었지. 리치 드래곤인 카르데이포르의 심복이라면서 말이야.] [카르데이포르라면…… 서열 67위인 암두시아스 님의 도마뱀이 아닙니까?]기본적으로 선구자들 위엔 리치 드래곤이 있고, 그 위에는 후견인인 마족이 있다.
마족인 단탈리안의 경우는 카르록시나를 수하로 두고 있었고 그 밑엔 테리온이라는 선구자가 있었다.
방금 언급한 암두시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밑엔 카르데이포르가 있었고 그 아래엔 릴리스라는 선구자가 있었다.
다만 세이레는 리치 드래곤을 따로 수하로 두고 있지 않았다.
피레오를 직접적으로 부리고 있었을 뿐.
[암두시아스 님도 이 사실을 아십니까?] [알지. 하지만 그리 관심은 두지 않으시더군. 나더러 알아서 하라는 명이 있으셨다.] [그럼 카르데이포르라는 리치 드래곤과 함께 신의 후예를 죽이고 릴리스라는 인간을 구하실 생각입니까?] [아니. 죽이긴 누가 죽인단 말이냐?]무슨 소리냐는 듯 반문하던 세이레가 말했다.
[살려 달라는 말이 나오게끔 죽을 만큼의 고통을 줘야지.]살벌한 안광을 번뜩이며.
* * *
릴리스가 마동차를 습격하기 전.
피레오와 일레나를 죽여 언데드로 만들었을 때, 지크에게 뜻밖의 메시지가 나타났었다.
[마기의 근원을 찾아 제거했습니다.] [‘피레오 맥클라우린’이 가지고 있던 모든 마기를 흡수합니다.] [마기를 3,482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3,482 증가하였습니다.]‘당시 피레오를 죽여서 꽤 많은 마기를 얻었었지.’
리치 드래곤도 아닌 그에게서 상상외로 많은 마기가 나왔다.
어디서 그런 마기를 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크로선 이득.
또 다른 마기의 근원을 찾아다니고 싶지만 현재는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우선, 가족들이 도피처를 구하기 전까지는 여기 머물러야겠지.’
지크는 한동안 공작가에 머물렀다.
대주교를 호위하는 임무를 끝으로, 용병 일을 접었기에 딱히 갈 곳이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릴리스 때문이지.’
맥러플린 가문에서 릴리스를 구속구를 채운 채로 잡아두고 있었기에 떠날 수가 없었다.
언제 릴리스를 죽이라는 퀘스트가 뜰지 알 수 없었기에.
‘퀘스트만 뜨면 지금 당장 죽일 수 있는데…….’
현재 선구자는 다섯이 남아 있다.
죽을 예정인 릴리스를 제외하면 넷.
‘여태의 퀘스트로 보면 선구자들을 죽이는 게 메인인 건 확실해.’
그럼 한꺼번에 다 잡아서 족치면 될 걸 왜 이렇게 따로따로 퀘스트를 주는 걸까.
그리고 100개의 퀘스트를 채우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용력이라는 스탯은 또 뭐고.
의문들이 쌓였지만 풀 기회는 없었다.
지금으로선 그저 방에 앉아 스탯을 쌓을 뿐이다.
[흡수한 마기를 스탯으로 치환합니다.] [마기 1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하루에 올릴 수 있는 스탯양에 도달하였습니다.] [더 이상 스탯을 올릴 수 없습니다.]지크의 일과는 단순했다.
카르록시나의 동굴에서 얻은 정체불명의 책을 꺼내 마기를 흡수한다.
그렇게 적정량을 채워 마기 스탯을 하루 최대치인 7까지 올리면?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는다.
그 후, 마력을 무한히 공급해 주는 아드올리아스의 반지에서 마력을 흡수한다.
[흡수한 마력을 랜덤한 스탯으로 치환합니다.] [체력 1이 영구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하루에 올릴 수 있는 스탯양에 도달하였습니다.] [더 이상 스탯을 올릴 수 없습니다.]하루 최대치인 10까지 랜덤 스탯을 올리면 이번엔 기력으로 넘어간다.
‘단전의 오러가 한층 강화됐어.’
오러는 기력을 의미한다.
원래 하루 10개까지 올릴 수 있는 스탯이지만 무신의 축복 버프 덕분에 최대 20까지 가능하다.
[하루에 올릴 수 있는 기력량에 도달하였습니다.] [더 이상 기력을 올릴 수 없습니다.]하루 최대치인 20을 찍고 더는 기력 스탯을 올리지 못하게 됐지만, 걱정은 없다.
“Tablette de l’Impôt de Navres(나오거라, 나의 종이여).”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육중한 갑옷을 입고 나타난 말리고르 데스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한때 철혈의 군주의 라이벌이자, 어둠의 군주라 불렸던 그는 좋은 대련 상대에 속한다.
“오늘도 한 수 가르쳐줘.”
“저따위가 무슨 가르침을……. 가당치도 않습니다, 주인님.”
“여태 잘만 해왔으면서 무슨. 얼른 목검이나 들어.”
그리 말하며 미리 준비한 목검을 건네줬다.
스승인 철혈의 군주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수 없다면, 이렇게 소환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스승님을 만날 시간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곧 지크의 방에서 공방이 펼쳐졌다.
따악! 딱!
목검이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대응하던 말리고르였지만 몇 번 공격을 허용하자 미간이 찌푸려진다.
지크의 꾸지람을 듣는 건 덤이었고.
“뭐 하는 거야? 허리가 비었잖아. 제대로 안 해?”
“끄응…… 정말 제대로 합니까?”
“죽을래?”
이미 죽은 존재였지만 주인의 협박은 확실히 먹혔다.
말리고르의 눈빛이 달라졌으니까.
“그럼 갑니다.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더욱 빨라진 스피드로 목검이 지크를 노린다.
따악! 따악!
한때 그랜드 오러 마스터였던 말리고르의 힘과 기술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지크도 그간 퀘스트로 인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말리고르의 속도를 따라잡더니 이윽고 추가타를 먹였다.
옆구리에 닿은 목검을 보며 말리고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내가 제대로 하랬지.”
“……주인님. 언제 이렇게 실력이 오르신 겁니까?”
“됐고. 제대로 해라?”
“진짜로 갑니다, 그럼.”
승부욕이 생겼는지 말리고르의 기술과 속도가 한 차원 더 올라갔다.
가까스로 막기 급급하던 지크는 결국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물론 말리고르가 닿기 직전에 멈추긴 했지만.
“괜찮으십니까?”
“물론이지.”
지크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떠오른 메시지창 때문이었다.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기력이 30 상승하였습니다.]대련으로 깨달음을 얻으면 기력 제한이 걸려도 올릴 수 있다.
“계속 이렇게만 하자고.”
“옙!”
그렇게 말리고르와 대련하던 와중이었다.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네.’
사냥꾼의 감각으로 외부인의 접근을 알아차린 지크가 말리고르를 돌려보냈다.
예상대로 벌컥 문이 열린다.
노크도 없이.
“지크. 여기 있느냐?”
“카르볼. 들어올 땐 노크 좀 하라고.”
“우리 사이에 뭘 새삼스럽게. 그보다 중요한 정보가 있어서 왔다.”
“중요한 정보?”
“이 몸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 말에 지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카르록시나의 기억 말이야?”
“그렇다.”
카르록시나는 대지의 선구자인 테리온을 심복으로 두던 리치 드래곤.
같은 골드 드래곤이라 몸을 차지할 수 있었던 카르볼이지만, 기억까지는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기억이 돌아왔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
단탈리안의 수하였던 카르록시나의 기억이라면 분명 다른 드래곤을 찾는 데 도움이 되리라.
“무슨 기억이 돌아왔는데?”
* * *
리치 드래곤인 카르데이포르는 얼마 전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릴리스가 잡히다니…… 대체 신의 후예라는 놈은 얼마나 강한 거지?’
자신이 부리던 심복인 릴리스가 맥러플린 공작가에 잡혀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
물론 그 정보의 출처는 선구자 중 1위에 속하는 스텔라에게서였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세이레 님이 도와주신다 했으니.”
신의 후예가 얼마나 강한진 몰라도 마계 군단장을 당해낼 순 없으리라.
“곧 구하러 가마, 릴리스. 조금만 기다리거라.”
카르데이포르는 제단 위로 올라섰다.
처녀 다섯이 마법진 위에 눈물을 흘리며 묶여 있었다.
“으읍, 으으읍!”
“흐흐흑, 흐윽!”
재갈이 물려 있어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살려달라는 신호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르데이포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리치 드래곤인 그에게 있어서 인간은 죽여 버려도 문제가 없는 짐승이자 벌레에 지나지 않는다.
스걱!
“으으으으읍!”
팔뚝에 상처를 내자 피가 뚝뚝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바닥의 마법진이 빛을 발했고 곧이어 마력의 돌풍이 휘감겼다.
콰아아아아-
이내, 마력이 사라진 자리엔 3m는 되는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귀공자처럼 귀티 나는 생김새였다.
카르데이포르가 반사적으로 부복했다.
“오셨습니까, 세이레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