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6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65화
[으음. 인간계의 공기는 맑아서 좋군. 어디서 좋은 냄새도 나고.]세이레의 노란 안광이 옆으로 향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다섯 명의 처녀가 제단 위에 누워 있다.
세이레는 잠시 냄새를 음미하는 듯하더니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다.
푸욱! 푹!
“허윽!”
“허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여인의 배가 차례차례 꿰뚫렸다.
한순간에 바닥이 다섯 명의 피로 젖었다.
참혹한 현장.
배가 꿰뚫린 여인들은 잠시 후 절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이레는 손에 묻은 피를 핥았다.
[인간 여성의 피는 역시 신선해서 좋아. 제물로서 딱이야.]“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카르데이포르는 간신처럼 실실 웃으며 세이레의 비위를 맞췄다.
자신의 상관인 암두시아스보다 서열이 낮은 세이레였지만, 그렇다고 무례하게 굴 순 없다.
자칫 밉보였다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음을 잘 안다.
군단장의 마기가 파괴적이라 어차피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굽실거리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세이레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카르데이포르라고 했느냐?]“그렇습니다, 군단장님.”
[네 후견인인 암두시아스 님과는 이야기가 끝났다. 나더러 너와 함께 신의 후예를 처치하라 하시더군.]“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런데 군단장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지 말해보아라.]“신의 후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그놈이 그렇게 강한 놈인가요?”
[스텔라에게도 듣지 못한 모양이군. 그렇담 얘기해 주지.]세이레는 신의 후예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선에서.
설명을 들은 카르데이포르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렇게 강한 인간이 있단 말입니까?”
[강하기는.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는 잡기술만 빼면 별 볼 일 없는 놈이다.]“그 자체가 너무도 강한 능력이지 않습니까? 정보대로라면 놈을 이기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두렵나?]멈칫한 카르데이포르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세이레 님이 곁에 계시는데 두려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두려움은 리치 드래곤이 된 이후로 가져본 적 없는 감정.
죽지 않는 몸이 되었기에 세상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
‘기껏 얻은 힘을 잃을까 봐 두려울 뿐이지.’
마족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언제든지 마기를 빼앗을 수 있는 그들이었으니까.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세이레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좋은 대답이군. 걱정하지 말거라. 놈을 잡을 대책은 다 마련해뒀으니.]“혹시 어떤 대책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세이레는 기꺼이 대책이라는 것을 말해줬다.
듣고 있던 카르데이포르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과연. 그 방법이라면 신의 후예도 별수 없겠군요.”
[그렇겠지. 그러니 떠날 채비를 하거라.]“어디로 말입니까?”
[목적지는 맥러플린 공작가다. 그곳에 신의 후예가 있다. 네 심복인 릴리스 린 또한.]“알겠습니다.”
세이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드디어 단탈리안의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사냥 시작이다.]* * *
실리스 데포르테는 좀처럼 날뛰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크 공자님이…… 전설의 드래고니안이었다니.’
어쩐지 검과 마법을 수준급으로 다룬다 싶더니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
처음 들은 그녀로선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실리스의 마음이 두근대는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그 여성들도 드래고니안이었다는 건가……?’
카르볼과 카르세, 메리라고 했나?
누가 봐도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들을 동료로 데리고 다니는 지크를 보자, 실리스의 마음은 혼란해졌다.
자기도 모르게 질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에.
‘지크 공자님의 말처럼 단순한 동료들이겠지…….’
절대 개인적인 사이가 아니겠지.
남녀가 여행을 다녔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겠지.
그런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려 해봐도 세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질투심이 솟아오른다.
남자들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외모였기에.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실리스도 그들 못지않은 외모를 지녔다고 자신하지만, 동료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지크와 함께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지도 않았고, 함께한 시간도 절대적으로 적다.
약혼녀로서 어필하기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
그 부분이 못내 불안했고 질투심을 유발했다.
‘안 되겠어. 이참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는 거야. 그러면서 지크 공자님의 속마음도 알아보고.’
경쟁자가 셋이나 있어서 승산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든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하는 법 아니겠는가?
‘가서 진지하게 약혼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내 속마음도 전부 털어놓고.’
구혼을 당해는 봤어도 해본 적은 처음.
지크의 방으로 가는 실리스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혹시나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도 들었다.
‘그렇게 되면 진짜 패닉 올 거 같아.’
뭐가 됐든 부딪쳐 봐야 하는 법.
지크의 방문 앞에 멈춰선 실리스가 잠시 호흡을 고르던 그때였다.
덜컥.
“으음?”
“실리스 공녀?”
문이 열리자 실리스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
갑자기 나온 지크 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더 놀랐다.
“카르볼 님이 왜 지크 공자님 방에서…….”
“잠시 이야기할 게 있어서 왔다만.”
진실 어린 카르볼의 말을, 실리스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같은 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온갖 안 좋은 상상이 펼쳐지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생각을 읽을 수 있던 지크가 서둘러 해명했다.
“실리스 공녀. 오해하지 마세요. 정말로 이야기만 하러 온 거니까.”
“정말……요?”
믿어도 되냐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실리스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고민 끝에 지크가 덧붙였다.
“저는 실리스 공녀 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합니다.”
“……예?”
흠칫하던 실리스가 석화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듯 굳어버렸다.
“지크. 지금 뭘 한 게냐?”
“내가 뭘?”
“마법이라도 쓴 건 아니겠지? 네 말에 얼어버렸지 않느냐.”
“음…….”
카르볼의 눈엔 지금 상황이 의아했던 모양이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말로 저렇게 충격받는다는 게.
하지만 속마음을 읽은 지크로선 이해 못 할 일이 아니었다.
‘실리스 공녀는 나를 좋아하고 있으니까.’
오해를 풀기 위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기보단 한마디 말로 기대감을 채워줬을 뿐이다.
그 결과는 실리스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고.
“지, 지크 공자님. 그 말 진심이세요……?”
“무슨 말이요?”
“저를…… 좋아한다는 말이요…….”
얼굴이 볼 터치라도 한 듯 달아올라 있다.
“좋아하는 스타일인 건 맞습니다.”
화악.
한 번 더 달아오른다.
이러다 터지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직 약혼자를 정할 생각은 없어요.”
그 말에 실리스의 정신이 돌아왔다.
“왜요?”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거든요.”
“무슨…….”
“또 다른 드래고니안을 찾으러 떠날 겁니다. 바로 지금.”
“네?”
지크의 말에 실리스의 입이 반쯤 열렸다.
* * *
10분 전.
지크는 카르볼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무슨 기억이 돌아왔는데?
―리치 드래곤에 대한 기억이다. 이 몸의 주인이었던 카르록시나는 다른 리치 드래곤과 연락하고 있었어.
―누군데?
―카르데이포르라는 블랙 드래곤이다. 그가 섬기는 마족의 이름까지 기억이 난다. 고위 악마 서열 67위인 암두시아스다.
―이름은 상관없어. 중요한 건 위치야.
―위치 역시 알고 있다. 카르데이포르는 카르록시나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지.
―긴밀한 관계라면?
―서로 좋아하고 있었다.
―이야, 테리온도 카르록시나를 좋아하더니만. 남자를 홀리는데 뭐가 있긴 한가 봐?
―남성체와 여성체 드래곤이 사랑에 빠지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이상할 건 없지.
―불멸의 리치 드래곤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이거 카르데이포르라는 놈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이용해? 어떻게 말이냐?
―그건 다 생각이 있으니 너는 내가 시킨 대로만 해.
―또 연기를 시킬 생각인가? 테리온이라는 인간을 상대했을 때처럼?
―어. 너도 다른 드래곤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잖아? 그러려면 협조해야겠지?
―끄응…… 알았다. 내키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보마.
―좋아. 그럼 계획을 말해줄게.
카르볼에게 계획이란 걸 전부 말했을 때, 실리스가 나타났다.
마침 움직이려던 차였기에 지크가 나섰고, 실리스에게 드래고니안을 찾으러 간다는 말까지 꺼냈다.
실상은 드래고니안이 아닌 리치 드래곤의 뚝배기를 깨러 가는 거였지만.
똑똑.
현재는 아버지인 제라드에게 통보하러 왔다.
“아버지. 저 지크입니다.”
“들어오거라.”
집무실 문을 열자 제라드가 서류를 챙기고 있었다.
“마침 잘 왔구나, 지크. 피신할 장소를 구했으니 슬슬 떠날 채비를 해야겠구나.”
그동안 맥러플린 일가가 공작가를 떠나지 않은 건 선구자의 눈을 피할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서였다.
지금으로선 왕실도, 국가의 어디도 안전한 축에 들지 못했으니까.
한데 피신할 거처를 구했다?
“어디로 정하셨는데요?”
“당분간 바이소 왕국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그곳에 아는 지인이 있거든.”
“거긴 안전한가요?”
“안전하다. 무척이나.”
하긴 바이소는 데칸보다 땅덩어리도 넓고 국경을 넘으면 제약도 많을 테니 선구자의 눈을 피하기엔 그나마 적합한 선택지이리라.
“너도 얼른 떠날 채비를 하려무나.”
“네. 그런데…… 저는 따라가지 않을 거예요.”
“응? 그게 무슨 소리냐?”
“카르볼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다른 드래고니안의 위치를 찾는 일이요.”
“드래고니안?”
제라드의 반문에 지크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럴싸한 거짓말이었지만.
“카르볼은 다른 드래고니안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저와 만나게 된 것도 카르볼의 능력 덕분이었고요.”
“허…… 거참 신기한 능력이구나.”
“카르볼은 함께 드래고니안을 찾자는 조건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거예요. 근처에 다른 드래고니안이 느껴진다고 말한 이상, 저도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죠.”
“그럼 둘만 떠나는 게냐?”
“예. 카르세와 에스카는 남아서 가족들을 지킬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은 마세요.”
“걱정할 게 뭐 있느냐. 스승님까지 있으니 호위로선 차고도 넘치지.”
달프레드를 포함하면 9서클만 세 명이다.
또 다른 선구자가 온다고 하더라도 막는데 부족하진 않으리라.
‘혹시 모르니 자리를 뜨는 동안 나도 손을 써둘 거니까.’
지금은 카르볼과 함께 리치 드래곤이 있다는 동굴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카르볼을 이용해 녀석 스스로 정보를 불게 만드는 거지.’
하지만 지크는 몰랐다.
단탈리안의 복수를 위해, 마계 군단장 세이레가 지상에 현신해 있을 줄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세이레가 카르데이포르와 함께 공작가까지 찾아왔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시스템이 퀘스트로 경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뭐? 퀘스트?’
갑작스러운 돌발 퀘스트에, 지크의 동공이 커졌다.
【돌발 퀘스트 : 저격 저지】
└현재 악마 귀족 서열 70위 세이레와 리치 드래곤 카르데이포르가 맥러플린 가문을 저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격을 저지하고 그들을 제압하여 공작가를 지키십시오.
└저격 저지
└랜덤으로 스탯 3,0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15,000 증가
‘저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현재 자신의 가문을 노리고 있다?
그것도 악마 귀족과 리치 드래곤이?
지크도 몰랐던 소식.
‘잠깐. 카르데이포르라면…… 카르볼이 말했던 그 리치 드래곤이잖아?’
카르록시나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그 드래곤이 마족과 함께 공작가를 저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놀랍기만 했지만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해.’
지크의 사냥꾼의 감각 범위는 약 650m.
그 범위에서 벗어난 저격을 준비 중이었기에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지크, 왜 그러느냐?”
“잠시만요. 급한 일이 생겨서.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서둘러 제라드의 집무실을 나선 뒤 공작가 밖으로 나왔다.
저격한다면 어디에 있을지 짐작하면서 움직이니 금방 레이더망에 걸렸다.
‘찾았다.’
공작가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서 두 명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불의 형상 사용.’
화르르륵!
지크의 몸에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완전한 불꽃 형태가 된 지크가 쏜살같이 하늘을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