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66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66화
세이레의 계획은 간단했다.
맥러플린 공작가가 잘 보이는 위치로 가 대마법을 시전.
공작가를 저격해 완전히 날려버리는 것이다.
[제아무리 신의 후예라도 먼 거리에서의 저격은 감지하지 못할 터. 이 정도 거리면 넋 놓고 있다가 당하기에 충분하지 않겠느냐?]“그렇죠, 그렇죠.”
그것이 세이레가 생각한, 신의 후예를 공략할 방법이었다.
“그런데 세이레 님. 마법으로 저격하는 것까진 좋은데, 그랬다가 릴리스는 물론이고 전부 죽어버리면 어떡합니까?”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릴리스라는 인간이 어디에 갇혀 있겠느냐? 지하 감옥에 있겠지.]“아…… 지하에 있으니 저격해도 안전하겠군요.”
[그래. 죽는 건 가문의 인간을 비롯한 신의 후예의 주변인들이다. 신의 후예까지 죽으면 좋겠다만 저격 한 방에 죽을 정도로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겠지.]“만약 살아남으면 어떻게 상대하죠?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는 녀석인데.”
[그때는 저격을 당한 뒤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빈사 상태가 아니겠느냐? 그런 상태면 마법을 쓸 것도 없이 그저 힘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지.]세이레는 자신만만했다.
지켜보는 카르데이포르조차 덩달아 자신감에 찰 정도로.
‘믿음직스럽구나.’
솔직히 카르데이포르는 이론보다 경험에 의존하는 편이었다.
직접 보지 않은 건 잘 믿지 않는 성격.
그렇기에 신의 후예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와닿지 않았다.
만나본 적도 없는, 생전 처음 들어본 능력의 상대였으니까.
‘그래봤자 녀석의 본질은 인간. 마계 군단장이신 세이레 님 앞에선 보잘것없는 벌레일 뿐이지. 큭큭.’
곧 있으면 릴리스를 구할 수 있단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카르데이포르였다.
“저격은 어떤 마법으로 하실 겁니까?”
[메테오 스트라이크. 1㎞ 밖의 적을 섬멸하기에 아주 좋은 마법이지.]“마계의 술법은 왜 쓰지 않으십니까?”
[버러지들 잡는데 굳이 마기를 낭비할 필요 있겠느냐?]“과연, 옳으신 말씀입니다.”
[시전은 내가 하마. 너는 옆에서 마법진을 그리고 보조하도록.]“알겠습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광범위 저격 마법이니만큼 들어가는 술식도 복잡하다.
삼중 술식에 더불어 방대한 마력까지 요구하니 마법진의 설치는 필수.
마력을 모아주는 형식의 마법진을 마나의 빛으로 새긴 카르데이포르가 세이레를 돌아봤다.
“준비 끝났습니다.”
[좋다. 그럼 시작하지.]휘오오오오-
바람과 함께 세이레의 주위로 방대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기본적으로 무영창을 쓸 수 있는 그였지만 이런 종류의 대마법은 즉시 시전이 불가한 법.
그 대신 파괴력과 범위 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맥러플린 공작가는 단숨에 조각낼 수 있을 정도.
어디까지나 세이레 정도의 고위 악마가 시전한 마법이기에 그런 거지만.
쿠구구구구!
하늘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 안에서 모습을 비추는 직경 5m의 운석.
그 광경에 카르데이포르와 세이레가 동시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제 시동어만 뱉으면 맥러플린 공작가는 수많은 운석으로 인해 파괴되리라.
[메테오 스트…….]“여기 있었네.”
갑작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불의 형상을 한 인간이 나타났다.
세이레의 입가에 머금던 웃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건 카르데이포르도 마찬가지.
“누구냐!”
“너희가 그토록 찾던 사람.”
하늘에서 내려온 지크가 불의 형상을 해제했다.
마법의 불길이어서인지 옷에 그을림 하나 안 생겼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세이레는 놀란 눈초리가 되었다.
[네놈이구나. 신의 후예가.]“초면인데 내 얼굴을 아네? 초상화로 복습이라도 했나 봐? 아니면 마계에서 지켜봤나?”
비아냥 섞인 말에 세이레는 분노할 틈도 없었다.
당황하기도 했지만, 현재 마법을 시전 중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세이레는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방향을 지크 쪽으로 바꿨다.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 Strike).]쿠구구구!
마법진에서 소환된 운석이 가문이 아닌 지크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지크의 얼굴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뭐야? 다 같이 죽자고?”
“세, 세이레 님! 우, 운석을 왜 이쪽으로…….”
같은 편인 카르데이포르조차 당황했다.
이대로 메테오가 내리꽂히면 지크는 물론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죽는다.
산 하나가 날아가는 건 덤이고.
뭐, 어디까지나 내리꽂힌다는 전제하에였지만.
지크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자.
[마법이 감지되었습니다.] [‘마법 흡수’ 스킬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시전된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흡수합니다.]무서운 속도로 내려오던 운석 덩어리들이 허공에서 모습을 감췄다.
‘꼭 몸에 닿아야지만 흡수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마법 흡수는 반경 60m에 있는 마법이라면 무엇이든 흡수할 수 있는 스킬이다.
그 말은 범위에만 있다면 닿기도 전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뜻.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재앙에, 카르데이포르와 세이레가 두 눈을 끔뻑이며 하늘을 바라봤다.
카르데이포르는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었고, 세이레는 기껏 준비한 마법이 사라진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야. 내가 너희들 구했다?”
정적을 깨는 지크의 말은 상황을 파악하기에 충분했다.
“어어. 내가 그런 거 맞아. 이 미친 마족 새끼야.”
[…….]적나라한 인간의 욕설에, 세이레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지배자의 위치에 있던 그로선 생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기에.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의 독설이 이어졌다.
“나 하나 잡겠다고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날려? 그것도 리치 드래곤이 뻔히 있는 와중에? 너희들 같은 편 맞냐? 아아, 한 명은 죽지 않는 리치 드래곤이고, 한 명은 본체가 마계에 있는 화신체라 상관없다 이거야?”
“우, 우리 정체를 단숨에 파악하다니…….”
카르데이포르가 입을 벌렸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너는 고위 악마 서열 70위인 세이레. 너는 블랙 드래곤 카르데이포르. 맞지?”
이름까지 정확하게 맞히자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다.
“인간 따위가 어떻게 내 정체를…….”
[나에 대해선 어디서 들은 거냐?]‘어디긴. 시스템이 다 알려줬지.’
방금의 저격 또한 시스템이 아니었으면 제때 막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지크는 속으로 웃으며 시야 한쪽에 떠오른 메시지를 힐끔거렸다.
[저격 저지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3,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15,000이 증가합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83,827/100,000]메테오를 막으니 퀘스트가 완료됐다.
‘이제 다음 퀘스트가 뜨겠지?’
놈들을 죽이라든지, 패버리라든지 뭐든, 다음 지령을 내릴 것이다.
예상대로, 지크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하지만 기대했던 퀘스트는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 힘의 차이!】
└마계 서열 70위 세이레와 리치 드래곤 카르데이포르에게 보복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한 뒤 도망가도록 놓아주십시오. 단, 무기를 사용해선 안 됩니다!
└무기 사용하지 않기
└힘의 차이 느끼게 하기
└도망가도록 놓아주기
└스킬 ‘불굴의 정신’ 획득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뭔 조건이 이렇게 많아?’
놈들에게 보복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한데 무기 없이 보복하라고?
‘게다가 죽이지도 말고 그냥 놓아줘?’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시스템은 둘에게 힘의 차이만 인지시킨 후 돌려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니, 지시랄 것은 없다.
‘퀘스트야 거절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지크는 여태 그랬듯 거절하지 못했다.
퀘스트 완료 시 스킬 획득이라는 달콤한 보상이 걸려 있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더구나 퀘스트 100개를 채우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궁금하고.’
그동안 겪어온 바에 의하면 시스템을 믿어서 손해 본 적은 없었다.
보통 이렇게 놓아주라는 퀘스트가 뜨면 큰 그림을 위한 안배일 가능성이 컸다.
‘시스템도 다 생각이 있겠지.’
지크는 퀘스트를 수락한 뒤 놈들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줬다.
뜬금없이 웃으니 황당해하거나 질색한다.
“이 인간이 미쳤나?”
[넓은 아량으로 다시 말하마. 나에 대한 정보는 누구에게 들었느냐?]“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닐 텐데?”
지크는 뚜둑뚜둑 손가락 관절을 풀며 다가갔다.
“곧 있으면 나한테 뒤지게 처맞을 테니까.”
“미친 인간이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카르데이포르가 손을 들며 즉시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에 당황이 물들었다.
“…….”
한 줌도 모이지 않는 마력.
마기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에 필요한 그 어떤 수단도 지크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마, 마력과 마기를 차단할 수 있다더니 정말이었구나.”
“그 말은 누구한테 들었어?”
“내가 인간 따위에게 말할성싶으냐?”
“아, 말 안 해도 돼.”
‘이미 속마음을 읽고 있거든.’
지크는 놈들이 누구와 한패인지 전부 파악했다.
여기로 온 목적까지도.
‘릴리스를 구하러 왔구나. 저 리치 드래곤은 릴리스의 후견인이고. 배후엔 암두시아스라는 마족이 있어.’
지크의 시선이 이번엔 세이레에게 향했다.
‘저놈은 단탈리안의 복수를 하러 왔어. 선구자 중 일인자인 스텔라의 부탁을 받고 카르데이포르와 협력하게 된 거고.’
일인자의 이름이 스텔라라는 좋은 정보도 얻었다.
“뭐가 됐든 너희는 좀 맞아야겠다.”
퀘스트에는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이 있다.
지크는 그 조건이 걸린 이유를 단번에 꿰뚫어 봤다.
‘무기를 이용하면 영혼 베기가 자동으로 발동되지. 그럼 불사신인 리치 드래곤과 세이레의 영혼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죽지 않는 리치 드래곤이 죽은 건 모두 영혼 베기 탓이었다.
단탈리안의 영혼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었던 것도.
‘영혼에 피해를 입으면 회복할 수 없지. 시스템은 저 둘을 그렇게까지 상처 주고 싶진 않은 거야.’
그저 힘의 차이만 느끼게 해준 뒤 놓아주고 싶을 뿐.
“죽지 않는 놈이라면 죽을 만큼 패도 문제없겠지.”
“건방진 인간이 뭐라는…… 거억!”
한 대 얻어맞은 리치 드래곤이 볼썽사납게 나자빠졌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세이레의 얼굴에 긴장감이 깃들었다.
당사자인 카르데이포르는 작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얼굴이었고.
‘내, 내가 맞았다고?’
아가리에서 빠질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픔보단 황당함이 카르데이포르의 정신을 지배했다.
‘한낱 인간에게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인간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카르데이포르였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변신을 풀고 싶었다.
‘본체로 변신하면 이까짓 인간 놈은 벌레처럼 밟아서 터트려 버릴 수 있거늘!’
그러나 현재는 그 어떠한 마법도, 악마의 술법도 사용할 수 없는 처지.
신의 후예라는 인간에게 두들겨 맞는 것밖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퍼억! 퍽! 퍽!
“컥! 크억! 어억!”
흠씬 두들겨 맞는 리치 드래곤의 모습에, 세이레는 뇌 정지가 온 듯한 표정이었다.
그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었으니까.
‘카르데이포르가…… 저렇게 간단하게…….’
무장한 기사는 일반 시민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지만, 무장 해제된 기사는 전혀 무섭지 않다.
마력과 마기를 쓸 수 없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저항할 수단이라곤 두 손 두 발밖에 없는 평범한 일반인.
지금 보는 리치 드래곤이 그런 처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자신도 다를 바 없었고.
‘말로는 들었지만 정말로 마력과 마기를 사용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기술을…….’
아까부터 시도해 봤지만, 전혀 기운이 모이지 않는다.
보나 마나 신의 후예의 짓이 분명하다.
놀라웠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자존심 따윈 다 버리고 도망치는 것만이 상책이다.
꼴이 좋진 않겠지만 말이다.
‘안 되겠다. 이럴 게 아니라 나라도 도망가야…….’
흠칫.
순간 이쪽을 향한 시선에 세이레는 도둑질하려다 걸린 사람처럼 표정을 굳혔다.
“어디 도망갈 생각 말고 딱 기다리고 있어. 이 도마뱀 새끼 패준 뒤엔 네 차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