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6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68화
【메인 퀘스트 : 카르데이포르 추적하기】
└리치 드래곤 카르데이포르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습니다.
└그를 추적하고 드래곤에 대한 단서를 얻으십시오.
└카르데이포르 추적하고 정보 얻기
└스킬 ‘성장촉진제’ 획득
‘메인 퀘스트가 떴어?’
안 그래도 카르데이포르를 추적하려던 참에, 걸맞은 퀘스트가 떴다.
그런데 메인 퀘스트다?
가문 호위는 돌발 퀘고?
‘가문을 호위하는 퀘스트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이건가?’
솔직히 공감은 안 됐다.
지크에겐 당연히 가문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뭐, 시스템은 신에 버금가는 존재일 테니 서로 생각이 일치할 리는 없지.’
대수롭지 않게 넘긴 지크는 우선 예정대로 카르데이포르를 추적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당장은 가문과 헤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호위 퀘를 등한시할 순 없으니 사람을 붙여 놓을까?’
동료를 호위에 붙여도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다고 쓰여 있으니 인원을 분배하기로 했다.
“카르볼. 넌 나랑 가자.”
“알았다, 지크.”
“에스카, 카르세. 나 없는 동안 너희가 책임지고 가문 사람들 지켜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노예 둘이 비장한 눈빛으로 대답했고, 피터와 메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다녀와라. 지크. 너 없는 동안 무슨 일이야 있겠냐?”
“아이 씨, 그 말을 왜 해요. 피터 형.”
갑자기 플래그를 꽂길래 화냈더니 피터가 어리둥절해한다.
그러나저러나 메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고.
“지크 님. 부디 몸조심하세요.”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조심해라.”
떠날 준비를 마친 지크는 마지막으로 가족과 인사했다.
“저와 카르볼은 드래고니안을 찾으러 다녀올게요.”
“그러려무나. 일이 끝나면 바이소 왕국의 알폰소 공작 가문을 찾거라. 그곳이 우리가 가려는 피신처다.”
“알겠어요, 아버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헤어지는구나.”
어머니 데이나가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지크는 씩씩하게 웃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죠. 반대로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이고요. 곧 만나게 될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그래, 몸조심하고…….”
이제 진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언제 선구자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그럼 알폰소 가문에서 봬요.”
* * *
세이레와 카르데이포르의 저격이 실패했다.
그 소식이 일인자인 스텔라의 귀에 전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굴로 돌아간 카르데이포르가 가상의 공간에 접속해 직접 전달했기에.
[뭐라고 하셨습니까?]“작전은 실패했다.”
[어쩌다 말입니까……?]“놈이 우리의 저격을 눈치채고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면전에서 흡수해버렸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가 막힌 광경이었지.”
[미리 눈치를 챘다고요?]“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1㎞ 밖의 마력을 읽어낼 수 있었던 건지.”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그다음은?]“음, 그건…….”
카르데이포르는 대답을 망설였다.
치부를 드러내야 했으니까.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곰곰이 생각하며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쥐여 터졌다고 말하기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닌가?
“무력하게 당했다. 나와 세이레 님까지.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니 할 수 있는 게 없더군.”
[당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으신 겁니까?]“놈이 그냥 놓아주고 가버리더군.”
[네? 단탈리안 님의 화신을 소멸시켰던 녀석이 그냥 놓아줬다고요?]이해되지 않는다는 물음.
그러나 카르데이포르도 그것이 의문이었다.
“세이레 님은 우리를 농락하려는 의도라고 보더군. 얼마든지 덤벼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지.”
[아무리 신의 후예라지만 우릴 한참이나 얕보고 있군요.]“그러게 말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고자 한다. 마계로 돌아간 세이레 님도 칼을 갈고 계시고. 따로 주문도 하셨다.”
[주문이요?]“현재 천마 대전을 위한 모든 일을 중단하고 신의 후예를 처리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라고.”
스텔라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10년 넘게 준비하던 계획을 갑자기 중단하라고?
고작 신의 후예 한 명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카르데이포르 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신의 후예보다는 천마 대전이 우선이 아닐는지…….]“내가 내린 게 아닌 세이레 군단장님의 지시사항이다. 천마 대전을 준비해 봤자 신의 후예라는 걸림돌을 처리하기 전엔 소용없다는 입장이시다. 그만큼 화가 단단히 나셨고.”
[…….]“그러니 너는 시키는 대로 신의 후예를 잡는 일에 만전을 기하라.”
[따로 계획이 있습니까?]“우선 리치 드래곤을 규합해 회의를 열고자 한다. 안 그래도 일에 지장이 생겨서 모임을 가질 참이었는데 잘 됐지.”
[아아, 그럼 저는 신의 후예의 가족들을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알았다.”
정보 전달을 끝낸 카르데이포르가 가상의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윽.”
순간 욱신거리는 통증에 안면이 씰룩거렸다.
리치 특유의 재생력으로 상처는 거의 다 나았지만, 신의 후예에게 맞았던 부위가 아직도 얼얼하다.
“무식한 새끼. 같은 종족의 모습인데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자비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자식.”
불사의 몸이라곤 해도 고통은 느끼는 법.
카르데이포르는 어제의 일은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평생 느껴야 할 고통을 하루 만에 겪은 기분이다.
“후우…… 이럴 때 카르록시나라도 있었으면 위로가 되었을 것을…….”
카르데이포르는 요즘 들어 한숨 쉬는 일이 많았다.
연인이었던 카르록시나와 통 연락되지 않았던 탓이다.
“카르록시나, 내 사랑이여. 대체 어디에…….”
그때 카르데이포르의 거처에 의문의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순간 긴장 어린 눈길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던 그는 곧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벌어졌기에.
“카, 카르록시나…….”
행방불명되었던 연인이 돌아왔다.
* * *
카르록시나의 몸을 차지한 카르볼은 심히 긴장한 상태였다.
‘지크 녀석. 왜 나한테 이딴 일을 시켜서는!’
카르볼의 임무는 테리온 때와 다름이 없었다.
카르데이포르의 거처를 찾아가 연인인 척하는 임무.
당연히 정보를 빼내기 위함이었지만 연기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던 카르볼이었다.
―지크,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 마. 내가 그림자의 후드를 쓰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아니, 연기를 잘할 자신이 없다. 갑자기 또 연인인 척하라니…….
―테리온 때도 잘만했잖아. 그때처럼만 하면 돼.
―테리온은 연인이 아니라 부하였지 않느냐?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단 말이다.
―카르록시나에 대한 기억이 돌아왔다며? 카르데이포르와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될 거 아니야.
―돌아온 건 놈에 대한 정보와 거처일 뿐이지, 연인일 적의 기억은 안 돌아왔다. 잘못하면 들킬 우려가 있단 말이다.
―동족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 까라면 까.
동굴에 오기 전, 지크와의 대화를 상기하던 카르볼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옆에서 지크가 투명화로 지켜보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카르록시나! 내 사랑! 왜 이제야 온 거요?”
“……일이 있었어요.”
“음? 그러고 보니 마기가 옅어진 느낌인데?”
옅어진 게 아니라 아예 안 느껴지는 거였다.
지크로부터 마기를 빨린 이 몸은 더 이상 리치 드래곤이 아니다.
평범한 9서클 마법사와 다름없는 몸.
하지만 카르데이포르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카르볼의 변명에 화부터 냈으니까.
“신의 후예에게 당했어요…….”
“뭐라? 그 찢어 죽일 놈에게 말이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불쌍한 표정을 연기하던 카르볼은 미리 생각해 둔 변명을 끄집어냈다.
“현혹의 굴에 있을 당시, 한 인간의 습격을 받았어요. 그때 간신히 도망쳐서 살아나올 수 있었죠. 녀석이 신의 후예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요.”
“그런 일이!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요?”
“없어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에 순간이지만 카르데이포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듯하구려.”
“그, 그런가요?”
“당신이 데리고 있던 인간 수하인 테리온이 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소. 그런데 당신까지 놈에게 당했을 줄이야……. 그동안 연락이 안 된 건 다친 몸을 수습하느라 그랬던 거요?”
“그런 셈이죠…….”
카르데이포르가 납득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천족처럼 악랄한 신의 후예의 인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됐다.
“그럼 그 노예로 데리고 있던 드래곤은 어떻게 됐소?”
카르세를 말하는 거였다.
“모르겠어요. 신의 후예에게 당했던지, 어딘가로 도망갔든지 했겠죠.”
“악마의 부활서 사본은? 챙겼소?”
“아…… 그거요?”
카르록시나의 기억이 돌아왔어도 악마의 부활서는 생소하다.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기억 탓이리라.
‘지크가 챙겼던 그 악마의 술법이 적힌 책을 말하는 건가?’
카르볼은 정보를 얻기 위해 눈치껏 대답하기로 했다.
“그야 챙겼죠. 그 중요한 걸 놓고 갈 순 없잖아요?”
“하핫,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잘하셨소. 우리 리치 드래곤의 최후의 보루이니만큼 반드시 지키고 있어야 하오. 아시겠소?”
“그럼요. 당연히 그래야죠.”
뻔뻔하게 대답한 카르볼이 싱긋 웃어 보이자, 이번에도 카르데이포르가 움찔 표정을 굳혔다.
“죽을 고비를 넘겨서 그런가, 참 이상하군.”
“네? 뭐가요?”
“아니오.”
말은 아니라고 했지만 카르데이포르의 머리엔 의심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그 사실을 옆에서 투명화 상태로 지켜보던 지크는 늦지 않게 인지할 수 있었고.
콕콕.
손가락으로 카르볼의 옆구리를 찔렀다.
잠깐 이야기하자는 신호였다.
그 사실을 인지한 카르볼이 웃으며 말했다.
“잠깐 밖에 좀 다녀올게요.”
“왜? 무슨 일 있소?”
“그냥 답답해서 바람 좀 쐬러요.”
“…….”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줄도 모른 채 카르볼은 그렇게 동굴 밖으로 나왔다.
귓가에서 투명화 상태로 있던 지크의 목소리가 들린다.
“카르볼. 너 지금 실수한 거야.”
“응? 내가 뭘 말이냐? 나름 잘 연기한 것 같은데……?”
“생전의 카르록시나는 웃음이 없었어. 저놈 앞에서 웃음을 보이면 안 된다고.”
“아……?”
지크의 말 덕분에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다.
“저놈을 대할 때는 무뚝뚝하게 대해야 해. 툭툭 퉁명스럽게 대꾸해도 좋고, 표독스럽게 치고 나가도 좋아. 그 점을 좋아해서 연인이 된 거란 말이야. 평범한 연인처럼 살갑게 대하면 안 되고.”
“그런 거였군. 알았다. 그런데 넌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알았지?”
카르볼의 의문은 당연했다.
지크는 그저 투명화 상태로 따라다녔을 뿐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카르데이포르의 취향을 알 수 있었을까?
독심술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독심술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카르볼을 믿는다 해도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걸 말해줄 순 없지.’
카르볼에게 밝히는 순간, 지크는 불편한 존재가 되고 말 거다.
그건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속마음이 까발려지길 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다.
그렇기에 대충 둘러댔다.
“카르데이포르의 반응을 보고 알았지. 네가 웃을 때마다 정색했잖아. 몰랐어?”
“어…… 그랬나? 몰랐다.”
“이제 돌아가서 본격적으로 정보를 뜯어보라고. 의심 가지 않는 선에서.”
“아, 알았다.”
카르볼은 다시 동굴로 들어가 연인과 대화를 이어갔다.
“바람은 쐬고 왔소?”
“그래요. 그보다 앞으로 어떡할 거죠?”
“뭘 말이오?”
“뭐긴요. 신의 후예 그 새끼 말이죠. 저를 이렇게 만든 놈인데 복수해야 할 거 아니에요? 안 할 거예요?”
표독스러운 카르록시나의 반응에, 카르데이포르가 웬일로 씨익 웃었다.
“허허, 당연히 복수해야지.”
“복수면 복수하는 거지, 왜 웃어요? 기분 나쁘게?”
“하하, 나빴다면 미안하오. 그냥 내가 알던 카르록시나가 맞다는 생각에 안심했을 뿐이오.”
“됐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말해봐요. 어떡할 거예요?”
만면에 미소를 띠던 카르데이포르가 이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시오. 신의 후예는 이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뭘 어떻게 할 건데요?”
“오랜만에 리치 드래곤들을 규합할 거요. 안 그래도 정기 회의가 있던 참이니 그때 이 안건을 다루면 될 것이오. 신의 후예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리치 드래곤의 회의가 있다?’
곁에서 몰래 지켜보던 지크는 입꼬리를 올렸다.
한 마리씩 찾기 번거로웠는데 한꺼번에 처리할 기회가 왔다.
“제아무리 신의 후예라도 수십 명의 리치 드래곤을 동시에 상대할 순 없을 거 아니오?”
“그렇죠. 그럼 회의는 언제…….”
“바로 내일이오. 그러니 지금 출발합시다.”
카르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