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0화
‘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에탄은 그런 생각에 볼을 꼬집어봤다.
‘졸라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네.’
그럼 저 앞에 도열해 있는 자들이 진짜 선구자들이라고?
‘설마, 죽지 않았던 건가?’
에탄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죽었던 그들이 살아 돌아왔다면 그런 가설밖에는 없었으니.
“이 새끼들. 여태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죽지 않았으면 연락이라도 했어야…….”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던 에탄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자신을 보는 눈빛이 곱지 않다.
“이것들이 미쳤나? 인사는 하지 않을망정 상관한테 눈을 부라려?”
“에탄 아크토스. 주인님의 명에 따라 지금부터 널 저지하겠다.”
“얼씨구? 뭣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말은 웃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에탄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뭔 지랄을 하는진 몰라도 농담치곤 신선했으니까.
하지만 다섯 명의 선구자가 곧장 마력을 끌어올리는 걸 보곤 표정을 굳혔다.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아봤기에.
‘설마. 진짜로 날 공격하진 않겠…….’
에탄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화르르륵!
촤아아아!
마법의 향연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기에.
“X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네?”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에탄은 분노했다.
자신을 노린 건 분명한 9서클 살상 마법.
농담이라도 이건 도를 넘어섰다.
가만히 있었으면 사지가 찢겼을 만한 공격이었으니까.
“뒈졌다, 이 새끼들. 등신같이 저쪽이랑 편을 먹어?”
비웃음을 머금던 에탄이 손아귀를 펼쳤다.
손아귀를 중심으로 얼음덩어리들이 무수히 만들어졌다.
“이거나 먹…….”
말을 잇지 못한 채 에탄은 다시 미끄러지듯 자리를 옮겼다.
풍신의 리타가 만든 바람의 거인이 거대한 주먹을 내리찍고 있었다.
콰앙-!
하마터면 곤죽이 될 뻔했지만 괜찮다.
공격을 이어가면 되니까.
“개새끼들, 너흰 다 죽었…….”
화르르르륵!
피레오의 불길 탓에 에탄은 또다시 몸을 피해야 했다.
“새끼가 말하는데!”
말할 틈이라곤 없었다.
불길을 피하기 무섭게 물기둥이 자신을 노리고 날아왔다.
콰콰콰콰!
블링크를 써서 순간적으로 10m 밖으로 이동했다.
아마 적중했으면 물의 압력에 내장이 다 터져 버렸을 거다.
‘이 새끼들이 단체로 약이라도 빨았나? 진심으로 날 죽이려 들잖아?’
만에 하나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건만, 그 기대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변절자 새끼들. 귀찮게 됐네, 진짜.’
풍신의 리타.
불사의 자카르.
대지의 테리온.
불의 화신 피레오.
물의 일레나 등.
물, 불, 바람, 땅, 불사,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다채로운 속성의 마법사들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진 몰라도 상당히 귀찮게 됐다.
지금도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했으니까.
‘그런데 한 명이 더 있었던 거 같은데……?’
빙판을 만들며 미끄러지듯 달리던 에탄은 놈들을 마주쳤을 때를 떠올렸다.
분명 여섯 명이었다.
‘지금은 다섯이잖아?’
한 명 모르는 얼굴이 끼어 있었다.
기사처럼 갑옷을 입은 녀석이었는데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든 에탄은 자신의 발아래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들자 머리 위로 거구의 남자가 떠올라 있었다.
곧장 검을 내리꽂을 듯한 자세로.
‘젠장! 이건 피할 수 없다.’
에탄은 머리 위로 얼음벽을 만들었다.
급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오러 유저 따위의 공격은 막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스걱-!
무슨 두부 썰리듯 얼음벽이 갈라진다.
그 짧은 시간 벌이 덕분에 가까스로 몸을 피한 에탄이었지만.
파앙-!
기습에 실패한 녀석이 이를 갈며 곧장 튀어온다.
‘저, 저 새끼, 대체 뭐야?!’
평범한 오러 유저처럼 보이지 않는 미친 탄력성과 반응 속도에, 에탄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콰앙! 콰앙! 쾅-!
얼음벽을 세워서 전진을 막으려 해봐도 파괴 전차처럼 전부 뚫고 달려온다.
에탄이 빙판을 깔아 놈을 저지하려 해봐도 전혀 속도가 줄지 않는다.
‘이러다 따라잡히겠어.’
블링크와 병행하며 빙판을 미끄러지듯 달리곤 있지만 오러 유저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마치 좀 전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저 정도면 오러 마스터 이상은 되는 수준 같은데…… 설마, 그랜드 오러 마스터?’
대륙엔 다섯의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있고, 그중 한 명은 실종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어둠의 군주 말리고르 데스본이라 했던가?
‘그놈이 이놈은 아니겠지?’
그놈이 이놈이 맞았지만, 에탄은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을 노리는 건 오러 유저만이 아니라 다섯의 선구자들이었으니.
‘안 되겠다. 도저히 틈이 안 나. 릴리스 구출은 포기한다.’
에탄은 동료를 목숨 걸고 구하는 이타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자신이라도 목숨은 건져야 하지 않겠는가?
“빌어먹을 변절자 새끼들. 이거나 먹어라.”
떠나기 전, 얼음과자를 흩뿌리며 시야를 방해한 에탄이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말리고르와 다섯의 선구자들이 비로소 추격을 멈췄다.
* * *
에탄이 사라지는 모습을 멍하니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달프레드와 제라드였다.
‘이, 이게 대체…….’
빙결의 선구자이자 9서클 마법사 셋을 상대로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던 에탄이,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인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보다도 놀라운 건 에탄을 저지시킨 여섯의 무리였다.
“스승님, 이게 대체……?”
“물어보지 마라. 나도 지금 헛것을 보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니까.”
에탄을 물리쳐준 사람 중엔 눈에 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저자는 에스카와 함께 왕궁을 습격했던 풍신의 리타가 아닙니까? 저자가 왜 저기 있는 겁니까?”
“글쎄다.”
“왜 우리를 도와준 걸까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저 갑옷을 입은 사람은 오망성 중 하나인 어둠의 군주 말리고르 데스본이 아닙니까? 저자는 왜 또 여기 있고요?”
“나도 모른다니깐?”
달프레드도 지금 상황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였으니까.
그건 창문으로 지켜보던 릴리스 린도 같은 심정이었다.
‘저, 저놈들이 왜 배신을……?’
죽은 줄 알았던 놈들이 갑자기 나타난 건 둘째치고 왜 맥러플린 일가의 편을 들어서 싸운단 말인가?
맥러플린 가문과 무슨 연고가 있다고.
‘설마…… 반란? 자기들끼리 선구자 자리를 먹으려고?’
저들은 서열 6위부터 11위까지로, 대체로 중하위권.
여태껏 거짓 죽음을 위장해서 몸을 피해 있다가 반역을 저지르기로 뜻을 모은 거라면 지금의 상황이 이해는 된다.
‘그, 그럼 여기 나타난 이유도…… 나를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차례라는 생각에 릴리스의 눈동자가 공포에 젖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선구자들이 마동차를 습격하기는커녕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으니까.
* * *
[카르데이포르 추적하고 정보 얻기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오오.’
기다리던 메시지에 지크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보를 얻으니까 보상이 들어왔군.’
정보라면 사실 지금도 계속 얻고 있다.
속마음 읽기 스킬을 줄곧 켜두고 있었으니까.
‘정신력이 닿지 않으니 무한정 읽을 수 있어서 좋군.’
카르볼에게 카르록시나의 연기를 요구했을 때부터 리치 드래곤의 회의 장소로 향하는 지금까지.
지크는 그림자의 후드를 쓴 채로 카르볼과 카르데이포르의 곁을 바짝 지키고 있었다.
저놈의 블랙 리치 드래곤에게서 정보를 뜯어내야 했으니까.
‘뜯어낼 정보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꽤 많은 축에 속했다.
연인이었던 카르록시나에 대한 정보라던가, 악마의 부활서 사본에 대한 정보라던가, 리치 드래곤의 회의에 대한 정보라던가.
그중에서 특히 부활서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리치 드래곤마다 악마의 부활서 사본을 나눠 가졌다고 했어. 총 6개의 사본을 모으면 그걸로 마왕을 인간계에 강림시킬 수 있다고 하고.’
리치 드래곤들은 이 사본을 천마 대전에 이용할 셈이었다.
마왕이 강림한다면 천족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건 식은 죽 먹기일 테니.
‘6개로 나눠진 사본을 잘 보관한 뒤 때가 되면 최후의 보루로 써먹을 작정인 거야. 그중 하나는 나한테 있어서 강림은 불가능하겠지만.’
아마 지금 만나러 가는 리치 드래곤 중에서도 사본이 있는 녀석이 있을 거다.
‘얼마나 많은 리치 드래곤을 만날지 벌써 기대되는걸?’
후드 아래로 웃어 보인 지크가 메인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기본 스킬 : 성장촉진제]-효과 : 3시간마다 모든 스탯이 1씩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특이사항 : 항시 발동됩니다.
지크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모든 스탯 증가라고? 하하, 그럼 하루에 8 스탯이 오른다는 거야?’
3시간마다 스탯이 오르니 8이 맞다.
‘여기에 마력 흡수로 올리는 하루 스탯 제한 10을 더하면…….’
하루에 18씩 스탯을 올릴 수 있다.
거의 2배에 달하는 속도.
‘말 그대로 성장촉진제네.’
기꺼운 메시지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맥러플린 가문 호위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3,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15,000이 증가합니다.] [8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98,827/100,000]‘알폰소 가문에 무사히 도착한 모양이네.’
맥러플린 가문 호위 퀘가 끝난 걸 보면 확실하다.
지크의 표정에 안도감이 떠올랐다.
‘소환수들이 제구실을 했구나.’
퀘스트에 소환수를 이용해도 좋다는 글귀를 봤을 때부터, 지크는 자신의 소환수를 모조리 호위로 붙여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스카와 카르세가 가족들을 지키곤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한 상황이 올지 모르니까.
‘행여나 선구자라도 뜨면 위험하지.’
그러나 자신의 소환수를 모조리 보낸다면 걱정할 거리는 없다.
그랜드 오러 마스터 한 명에 9서클 선구자 다섯이 붙는다?
발루두크나 스텔라가 직접 나선다 해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마기 흡수 스킬도 곧 있으면 8성이네.’
마기가 조금 모자라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찰나.
[패트리샤의 서클 3/9]패트리샤의 서클이 3서클로 올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5,000이 증가합니다.] [스킬 ‘마기 흡수’의 성취도가 8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기 감지 및 흡수 범위가 45m▶50m로 상향되었습니다.] [마기 흡수로 올릴 수 있는 스탯양이 하루 7개▶8개로 상향되었습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3,827/300,000]‘나이스 타이밍.’
공교로운 타이밍에 만족하는 한편 놀랍기도 했다.
‘벌써 마나 고리 3개를 만들었다고?’
책에서 본 바에 의하면 3서클까지 달성하는데 3년이란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평범한 마법사의 경우였고, 재능에 따라 1년이 될 수도, 몇 개월로 단축될 수도 있다.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3서클이라니. 괴물 같은 재능이네.’
패트리샤에게 서클을 만들어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보단 시스템의 안목이었지만.
‘그 안목을 믿어서 이렇게 된 거 아니겠어?’
자신의 지분을 주장하며 내심 자화자찬하던 지크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 전방을 바라봤다.
저 너머에 알비츠 왕국의 국경이 보인다.
“카르록시나. 고생했소. 목적지에 거의 다 왔소.”
“다 왔다고요?”
“그렇소. 알비츠 왕국이 회의 장소요.”
카르데이포르의 말에 카르볼이 되물었다.
“그럼 저 안에 리치 드래곤들이 있다는 건가요?”
“맞소. 리치 드래곤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잠입해 있지.”
“몇 명이나요?”
카르데이포르가 잠시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어봤다.
“나 포함 정확히 53명이오.”
100마리로 추정되는 리치 드래곤 중의 절반을, 곧 있으면 만날 수 있다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