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2화
마계로 돌아간 세이레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세상만사 귀찮다는 듯한 암두시아스의 태도 때문이었다.
[신의 후예? 흐으음. 흥미로운 인간이긴 하다만, 나완 상관없는 일 아닌가?] [왜 상관이 없습니까? 릴리스 린이라는 인간의 후견인이 암두시아스 님 아닙니까? 신의 후예가 릴리스 린을 잡아두고 있으니 암두시아스 님께 도전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그렇게 되는가? 그렇다 한들 나는 릴리스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만.]암두시아스는 그리 말하며 하프를 튕겼다.
디리리링―♬
[난 이제 연주할 생각이니 그만 가보게, 세이레 군단장.] […….]릴리스의 후견인인 암두시아스에게 도움을 요청해 봤건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음악에 심취한 말대가리 새끼. 어쩜 저렇게 바깥일에 무심할 수가.’
눈을 감고 하프를 튕기는 유니콘을 보며, 세이레는 등을 돌렸다.
서열이 세 계단이나 높은 자신의 상관이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신의 후예를 치는 데 도움을 얻으려 했건만. 이제 어떡한단 말인가?’
부끄럽지만 세이레는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마왕 벨제뷔트에게 보고했다.
신의 후예에 대한 일이라면 뭐든 보고하라는 명이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은근히 기대했었다.
마왕의 지원을 얻을지 모른다는 기대에.
하지만 그딴 건 없었다.
―그런 사소한 일엔 관여하지 않겠다. 네 힘으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라.
‘물론 내가 처리하는 게 맞지. 하지만 나 혼자선 감당할 수 없는 적이 아닌가?’
마왕과의 대화를 상기하던 세이레는 고민에 빠졌다.
마계 군단 전원을 끌고 와서라도 복수하겠노라고 호기롭게 외치긴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계로 차원 게이트를 여는 건 막대한 에너지와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었으니까.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차원 게이트를 열 순 없다. 천마 대전을 위해서라도 아껴둬야 해.’
그럼 부하들을 동원하지 않고 어떻게 신의 후예를 처단한단 말인가?
고민이 깊어지는 그때.
[여기서 뭘 하는가? 세이레 군단장.]고위 마족 서열 69위인 데카라비아가 나타났다.
[아, 데카라비아 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긴. 내 마왕님께 이야기는 들었네. 신의 후예에게 당하고 왔다면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닐세, 아니야.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는 놈을 상대한다면 그럴 만도 하지.]데카라비아는 괴짜였다.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마족.
그것이 세이레의 평이었고 그랬기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한데 의외의 말이 그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내가 복수해 줄까?] [예?] [신의 후예 말이야. 골칫거리이지 않은가? 내가 치워줄까, 이야기하는 걸세.] [그, 그래 주시면 저야 좋죠!]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세이레가 반색했다.
동시에 이유도 궁금해졌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데카라비아가 도와준다 했으니.
[정말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왜 저를 도와주시는지…….] [심심해서 말일세.] [예?]데카라비아는 히죽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오랜만에 인간계 구경도 하고 싶고.]* * *
리치 드래곤의 회의장엔 한창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놈을 멀리서 저격하는 방법은 어떻소?”
“그건 소용없습니다. 세이레 님과 함께 1㎞ 밖에서 저격 준비를 했었는데 그걸 미리 간파하고 찾아온 놈입니다.”
“그 거리에서 간파했다고?”
“마력을 탐지하는 기술의 범위가 그렇게 넓단 말인가?”
“그렇담 저격은 의미 없겠군.”
“마력도, 마기도 전부 흡수해버리는 놈을 무슨 수로 잡지?”
“좀 더 생각해 봅시다. 신의 후예에게도 분명 약점이 있을 것이오.”
오늘 회의의 안건은 신의 후예를 어떻게 잡느냐였다.
놈을 못 잡으면 천마 대전의 준비도 어그러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당사자인 지크는 투명화 상태로 딴생각 중이었지만.
‘선구자 서열 3위, 클리포드 스튜어트. 철인이라 불리는, 염동계 마법에 통달한 선구자.’
그가 철인이라 불리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감정이라곤 모르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이 인간이 아닌 기계처럼 보였던 탓.
하지만 그런 정보들보다 놀라웠던 건…….
‘인간이 아닌 리치 드래곤이라는 사실.’
선구자들은 모두 인간으로 구성된 줄만 알았던 지크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그 여자를 만났을 때보다는 아니지만.
‘다른 선구자들은 모르고 있어. 클리포드가 리치 드래곤인 줄.’
클리포드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겼다.
리치 드래곤이면서 인간인 척 선구자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다?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곧 생각을 읽고서 알아낼 수 있었다.
‘리치 드래곤들이 선구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클리포드를 집어넣은 거야.’
마족들은 천마 대전을 준비하기 위해 인간계에 수하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리치 드래곤들이다.
죽음을 앞둔 드래곤들에게 영생을 약속함으로써 리치로 재탄생시킨 것.
‘그러나 리치 드래곤들은 인간의 문화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지.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수천 년을 사는 존재가 고작 100년 안팎으로 사는 인간의 흉내를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랬기에 그들은 인간 중에서도 가장 강한 존재들을 포섭했고, 그것이 12인의 선구자였다.
‘하지만 선구자들을 온전히 믿을 순 없었지. 수하라곤 해도 인간은 인간이니까.’
그런 인간들을 감시하기 위해 스파이를 투입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게 발탁된 드래곤이 바로 클리포드 스튜어트였다.
그는 인간의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던 리치 드래곤이었으니까.
‘클리포드 스튜어트의 본명은 카르클레아노스. 7천 살 먹은 실버 드래곤으로, 선구자들을 감시하는 스파이 역할을 수행 중. 과거에 인간으로 유희를 많이 다녀서 인간의 문화에 익숙함. 이 정도만 캐내면 충분하려나?’
놈의 속마음을 파고들수록 새로운 정보들을 캐낼 수 있었다.
놈이 살던 제국에 대한 정보 또한.
‘3천 년 전에는 아키델피아 제국의 수호 기사 생활을 했었어. 그래서 검을 잘 다루는 거였나?’
선구자 중에 마검사가 있다더니, 이 녀석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키델피아 제국이라면…… 카르볼이 세웠다던 제국이잖아?’
지크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쩌면 카르볼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좀 더 속마음을 읽으려 해봤지만, 더 건질만 한 정보는 없었다.
무의식 저편의 생각까지 읽어낼 순 없었으니까.
그 와중, 신의 후예를 잡을 방법이 어느덧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수로 밀어붙이는 건 어떻소?”
“맞소. 제아무리 신의 후예라도 우리 전원을 상대하진 못할 거요.”
“마력을 차단하는 능력도 인원 제한 같은 게 걸려 있지 않겠소?”
“그렇겠군. 그런 위험한 능력이라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
“그럼 결정됐군. 신의 후예는 다 같이 덤벼서 처리하는 걸로 합시다.”
“그런데 우리가 모두 덤빌 필요는 없지 않소?”
“맞소. 안 그래도 인간 노예를 모으는 일 때문에 바쁘단 말이오.”
몇몇 불만에 진행자인 카르빌뤼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자고로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 확실한 게 좋으니 한 분도 빼놓을 순 없습니다.”
“으음, 자존심은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신의 후예를 다구리하자는 결정을 내린 리치 드래곤들이었다.
“그럼 이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악마의 부활서 사본은 다들 잘들 가지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가지고 있다마다.”
“확인 차원에서, 가지고 계신 분들은 거수해 주십시오.”
리치 드래곤들이 하나둘 손을 들었다.
들어 올린 손만 다섯.
한 명이 부족하다.
“사본은 여섯 개일 텐데?”
“누가 손을 안 들었지?”
두리번거리던 리치 드래곤들의 이목이 한 사람에게 쏠렸다.
“카르록시나. 그대가 사본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아…… 이, 있죠.”
카르볼이 당황을 감추며 뒤늦게 손을 들었다.
진행자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섯 명 모두 확인되었습니다. 잘 가지고 계시길. 혹시나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천마 대전이 시작되면 악마의 부활서로 벨제뷔트 님을 강림시켜야 하니까요. 뭐, 벨제뷔트 님으로선 귀찮아하시겠지만요.”
“귀찮아도 천마 대전에서 지는 것보단 나을 테니 강림에 응해주실 거요.”
“그래도 그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순 없으니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드래곤들이 주억거리는 가운데, 카르빌뤼드가 사본을 지닌 드래곤들을 보며 물었다.
“부활서의 마기는 매번 채워주고 계십니까?”
“그렇소. 인간들을 제물 삼아 마기를 충전해 주고 있지.”
“카르록시나 님도?”
지명 당한 카르볼이 놀란 눈을 뜨다가 눈치껏 대답했다.
“그럼요.”
“인간을 구하긴 어렵지 않습니까?”
“주변에 널린 게 인간인데요, 뭘.”
“다행이군요. 다들 지금처럼 부활서에 인간을 제물로 바쳐주시기를 바랍니다. 주기적으로 부활서의 마기를 유지해 주셔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소.”
웃으며 대답하는 리치 드래곤들이었지만 지크는 그 웃음에 동참할 수 없었다.
인간을 제물로 바친다는 이야길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들이 악마의 부활서 사본에 인간의 영혼을 먹여서 마기를 채워?’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분노에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감정의 기복을 유지해 주는 평정심 스킬이 그걸 가능케 했다.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 거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판을 엎어버리고 싶은데 퀘스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네. 정보를 더 얻으라는 건가?’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 싶었는데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지크는 얌전히 상황을 관망했다.
“카르클레아노스. 아니, 클리포드라고 불러야 하나요?”
“편하신 대로 부르십시오, 카르빌뤼드 님.”
“그래요, 클리포드. 선구자들을 감시하는 일은 할 만합니까?”
“어려운 건 없습니다.”
“좋습니다. 현재 선구자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계획대로 천마 대전을 준비 중인가요?”
“예. 하지만 점점 늦춰지고 있습니다. 번번이 계획이 막히는 바람에.”
“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죠.”
클리포드는 지난 1년간 겪은 일들을 리치 드래곤들 앞에서 보고했다.
데칸의 보물창고를 털지 못한 일.
아즈라힐의 죽음으로 환각제의 보급이 중단된 일.
그로 인해 마도스교의 신도 수 증원이 늦춰진 일.
헤밀톤 광산의 아크니움도 확보하지 못한 일.
엘소리움의 위치 파악도 못 했고 정령계를 침범하지도 못한 일.
천사들을 위협할 중력장을 만들던 에스카가 배신한 일.
중력장을 잃어버린 일.
대주교 암살에 실패한 일.
그로 인해 엘로스교와 마도스교의 갈등을 부추기려던 작전도 무산된 일.
12명이었던 선구자가 4명으로 줄은 일 등등.
선구자들의 실패를 쭉 나열했더니 하나같이 리치 드래곤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하여간 인간들은 정말이지 뭐 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게 없군.”
“개미만도 못한 존재 같으니라고.”
“내가 부리는 노예 드래곤보다도 못하다니.”
“기껏 백업해 주면서 12인의 선구자를 만들어놨더니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그딴 놈들에게 일을 맡긴 게 잘못이었어.”
선구자들을 욕하고 있었지만 클리포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그는 인간 편이 아닌 리치 드래곤 편이었으니까.
선구자가 어떻게 되든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때 카르빌뤼드가 말했다.
“안 되겠군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