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3화
“특단의 조치라면……?”
“리치 드래곤의 수를 늘리는 겁니다. 현재 데려온 노예 드래곤들이 있지요?”
좌중이 끄덕거렸다.
한 명의 드래곤도 빠짐없이.
오직 카르볼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눈을 굴리며 상황 파악을 할 뿐이다.
카르빌뤼드가 이어 말했다.
“데려온 노예 드래곤들을 리치화시켜서 수를 늘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인력을 선구자들에게 배치하는 거지요.”
“선구자들을 감독할 감독관으로 쓰자는 소리요?”
“그렇습니다. 필요할 땐 곁에서 지원도 하고요.”
납득 가능한 소리였는지 하나둘 고개를 주억였다.
“인원을 충당해 감시역으로 배정한다라…….”
“괜찮은 생각 같소.”
“저도 동의하는 바요.”
“하긴 우리가 하기엔 인력이 모자라니.”
“인간 따위를 감시하는 일에 우리가 나설 순 없지.”
의견이 좁혀졌다.
선구자들을 감독함으로써 천마 대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한데 노예들을 어떻게 리치 드래곤으로 만든단 말이오?”
“맞소. 리치 드래곤이 되려면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소?”
“여태 우리가 웰터가든에 있는 드래곤들을 지배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오?”
‘웰터가든?’
언젠가 들었던 지명에 지크의 귀가 트였다.
‘웰터가든이면 드래곤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곳이잖아?’
방금 리치 드래곤의 발언으로 인해 그 말이 사실로 증명됐다.
녀석들이 대화를 이어간다.
“웰터가든 쪽 드래곤들은 다른 리치 드래곤들이 작업하는 중이오. 놈들도 언젠가 굴복할 수밖에 없겠지.”
“그건 그쪽 일이니 신경 쓸 것 없다만, 우리가 가진 노예 드래곤을 어떻게 리치화한단 말이오?”
“그야 굴복시켜야지요. 이 자리에서.”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드래곤들이 씨익 웃었다.
원래 리치 드래곤이 되는 방법은 마족만 알고 있었다.
지금은 마족들이 리치 드래곤에게 방법을 전수한 뒤.
그렇기에 원하면 리치 드래곤의 수를 불릴 수가 있었다.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노예 드래곤을 리치화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리치 드래곤은 강제로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하지.’
스스로 영혼을 바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리치 드래곤은 절대로 될 수 없다.
그것이 노예 드래곤들을 굴복시키지 못한 이유.
하나, 그들은 그마저도 해결 방법을 알고 있었다.
‘고문할 셈이야. 지금 이 자리에서.’
놈들의 생각을 읽은 지크가 한쪽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저쪽 벽 너머에서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스물은 되는 기척이다. 설마 저게 모두……?’
진행자인 카르빌뤼드가 손을 들며 말했다.
“노예 드래곤을 데려오신 분들은 거수해 주십시오.”
스물의 드래곤이 손을 들었다.
“먼저 주인분들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 없죠. 노예 드래곤들을 리치화시키는데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대의가 먼저죠.”
“그깟 노예 드래곤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 뭐.”
리치화가 되면, 더 이상 노예로 부릴 수 없다.
그들도 불사의 몸을 가지게 되는 거니까.
그렇다고 반역을 저지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기에 잠식된 리치 드래곤은 다른 종이나 마찬가지.
리치가 되기 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므로 배신할 건덕지는 없다.
“스무 분 모두가 만장일치로 동의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노예들을 리치 드래곤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주인들은 노예들을 여기로 데려와 주십시오.”
드르륵.
드르륵.
의자에서 일어선 스물의 드래곤이 어둠 속으로 향했다.
지크가 기척을 느꼈던 그 장소였다.
이윽고 리치 드래곤들이 노예 드래곤들을 데리고 왔다.
인간으로 폴리모프된 노예 드래곤들이 허름한 몰골로 개 목줄을 하고 있다.
‘딱 봐도 아크니움으로 만든 목줄이군.’
폴리모프는 아즈라힐의 위상 변화처럼 신체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마법.
그 상태에서 아크니움 목줄이 채워지면 더는 폴리모프를 쓸 수 없을뿐더러 마력도 제한된다.
용족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용언도 제한되는 건 덤.
평범한 인간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저렇게 개처럼 끌려다닐 수밖에.
‘카르볼은 괜찮으려나? 이 상황을 눈 뜨고 보기 힘들 텐데.’
지크가 눈을 돌렸다.
다소 걱정스러운 눈길로.
아니나 다를까, 카르볼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져 있다.
주변 시선은 상관하지 않는지.
‘그렇게 놀라면 어떡해. 표정 관리해야지, 카르볼.’
속으로 타박했지만, 다행히 카르볼을 쳐다보는 드래곤은 없었다.
좌중의 시선은 개처럼 기어 오는 스물의 노예 드래곤에게 향해 있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드래곤에 대한 정보 얻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20,000이 증가합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3,827/300,000]‘정보 얻기 퀘는 끝났고. 이제 어떡하지? 깽판 쳐야 하나?’
보아하니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갈 조짐이 보인다.
부들거리는 카르볼의 어깨를 보니 더욱 그렇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염치 불고하고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내 동족들이 이렇게나 많이 노예로…….
노예로 끌려다니는 적나라한 광경을 보니 어지간히도 충격받은 모양.
그녀와 달리, 리치 드래곤들은 낄낄거리는 웃음을 주고받는다.
“어떻소? 내 노예가.”
“흐음, 꽤 쓸만하게 생겼군. 밤일은 잘하겠어.”
“그쪽 노예는 왜 이렇게 말랐소?”
“걱정 마시오. 이래 봬도 힘이 장사요. 부려 먹기 얼마나 좋은데.”
“내 노예는 멍청해서 탈이오. 한번 말하면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원.”
서로의 노예를 보며 주인끼리 품평을 주고받는 꼴은 카르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볼살이 부르르 떨릴 정도.
‘안 돼, 카르볼. 아무리 열 받아도 지금은 참아야 한다고. 다음 퀘스트가 안 떴단 말이야.’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게 다 들렸기에 더욱 불안했다.
카르볼이 일을 그르칠까 봐.
그때 진행자 카르빌뤼드가 손뼉을 치며 좌중을 주목시켰다.
“자자, 이쪽을 보십시오. 특히 노예 여러분. 여러분께 할 말이 있습니다.”
할 말이 있다는 말에 노예들이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눈빛엔 일말의 궁금증과 기대감도 없었다.
이 사악한 리치 드래곤 놈들은 자신들을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는 놈들이라는 걸 지난 세월 동안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말은 예상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노예 생활하기 힘드시죠? 저희의 제안을 수락하신다면 여러분을 지옥 같은 구렁텅이에서 꺼내드리겠습니다. 노예 생활을 청산할 기회입니다.”
구속에서 풀어준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대부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수백 년간 자신을 부려 먹던 리치 드래곤들이 고작 제안 하나만 수락하면 풀어준다고?
그동안 당해온 일이 있기에 의심의 빛을 지우지 않았다.
몇몇 노예의 눈엔 그래도 일말의 기대가 떠올라 있었지만.
“저, 정말로…… 우릴 풀어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제안 하나만 들어주면 말이죠.”
“무슨 제안이죠……?”
그 말에 진행자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리치 드래곤이 되십시오.”
“……!!!”
“그, 그건…….”
“순순히 리치화를 진행하여 저희 일원이 된다면,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실 수 있습니다.”
“…….”
“…….”
노예 드래곤들은 대답이 없었다.
리치화가 된다는 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긴다는 의미.
영생을 얻는 대신 자신의 자아와 존엄성을 버려야 한다.
그건 죽음과도 진배없는 행위라는 걸, 여기 있는 노예 드래곤들은 모르지 않는다.
“어떻습니까? 순순히 리치 드래곤이 되시겠습니까?”
되고 싶을 리가 없다.
현재 자신들이 경멸하는 저들과 같은 일족이 되는 일을 누가 반기겠는가?
모두가 침묵으로 대답을 회피했지만, 한 용기 있는 드래곤은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말했다.
“싫습니다.”
“싫다?”
“리치화가 되지 않는 건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허! 저놈 봐라?”
“당당함이 하늘을 찌르네.”
“노예 주제에!”
“흐음…….”
곳곳에서 탄식과 손가락질이 이어졌다.
턱을 매만지던 카르빌뤼드가 노예를 향해 말을 이었다.
“방금 말한 노예분. 이름이 어떻게 되죠?”
“카르디플리안입니다.”
“그래요. 카르디. 제가 아까 제안이라고 말은 했지만 젠틀하게 표현했을 뿐이고, 실은…….”
카르디에게 다가가던 카르빌뤼드가 손을 뻗었다.
콰악!
“협박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선택지는 없다는 말이죠.”
“컥, 컥……!”
목을 붙잡힌 카르디플리안이 계속해서 헛숨을 들이켰다.
어마어마한 악력에 목젖이 뜯어질 것만 같다.
숨 막혀 죽기 직전의 상황에 이르러서야 카르빌뤼드가 손을 놓았다.
“허억, 허억, 헉…….”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말해보세요, 카르디플리안. 얌전히 리치 드래곤이 되시겠습니까?”
“저, 절대…… 절대 될 수 없…….”
빠각!
“끄아아아악!”
카르빌뤼드의 발이 카르디의 무릎을 찍었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무릎이 박살 났다.
“하아아으으으윽! 하으으으!”
“천하의 드래곤이 꼴사납게 비명 지르는 꼴이라니. 정말로 덧없는 생명이로군요.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저희와 같은 일원이 된다면 그 고통도 덜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떻습니까? 카르디?”
“아흐으으, 하으으으…….”
카르디플리안은 끔찍한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쯧쯧, 이래서야 원. 아주 관절이란 관절은 다 부러뜨려줘야 정신 차리려나?”
한심한 표정으로 보던 카르빌뤼드가 시선을 돌렸다.
눈을 마주친 다른 노예 드래곤들이 흠칫 놀란다.
“다른 분들도 보셨죠? 리치화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됩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
“여전히 벙어리처럼 말이 없군요. 그렇담 할 수 없지요. 여러분?”
카르빌뤼드의 시선이 주인인 리치 드래곤들에게 향했다.
“노예들이 대답할 마음이 들도록 흠씬 두들겨 패주세요.”
그렇게 말하길 기다렸다는 듯 리치 드래곤들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흐흐, 알았네.”
“그러지. 후후.”
수십의 드래곤들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곧이어 일방적인 구타가 벌어졌다.
빠악!
빡!
“컥!”
“아악!”
목줄에 의해 마법도 쓰지 못하는 노예들은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나를 자유자재로 쓰는 리치 드래곤과의 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그저 힘없이 맞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빡빡!
빠각!
“하핫! 신난다, 신나!”
“어이쿠, 이 새끼, 턱이 빠져 버렸네?”
“일어나! 스트레스 풀려면 아직 멀었어, 인마!”
리치 드래곤들은 희희낙락거리며 자신의 노예를 신나게 두들겨 팼다.
일부는 옆 드래곤에게 같이 패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개처럼 얻어맞는 와중에도, 노예들은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스물의 드래곤 중 그 누구도.
“말해! 리치가 되겠다고 말하라고!”
퍽퍽퍽퍽! 빠각!
“아아아악!”
발로 짓밟다 보니 노예의 팔이 부러졌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고 발길질을 멈추지 않던 리치 드래곤이 성질에 못 이겨 마력을 모았다.
우우우웅!
“어이, 거기! 죽이면 안 됩니다?”
진행자의 제지에, 드래곤이 아차 하며 마력을 거뒀다.
“이 녀석들은 곧 동족이 될 우리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뻗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굴복하고 말 겁니다. 그때까지 죽이지 말고 여유롭게 즐기십시오.”
“흐음, 어쩔 수 없지. 알았소.”
진정한 드래곤이 다시 발길질을 시작했다.
노예 드래곤들은 셀 수도 없이 얻어맞기만 했다.
그 광경을 카르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이…….”
하지만 참아야 했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자신이 나섰다간 정체가 들키고 만다.
얻을만한 정보가 더 있을지 모르기에 기다려야 한다.
지크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나 혼자선 이 많은 인원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족들이 당하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카르볼이 분노만 키우고 있는 그때.
뚝 하고 거짓말처럼 드래곤들이 주먹질을 멈췄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여러분. 좀 전에 맑은 기운의 용력이 느껴지지 않았소?”
“나도 느꼈소.”
“당신도?”
별안간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됐기 때문.
탁한 마기로 가득한 이곳에는 있어선 안 될 맑은 기운의 용력.
정신없이 패는 와중에도 리치 드래곤들은 그것을 캐치해 냈다.
그래도 본색이 드래곤이라고 용력만큼은 민감했으니까.
“저쪽에서 감지됐소.”
한 드래곤이 손가락을 들었다.
손가락 끝은 정확히 카르볼을 향해 있었다.
“카르록시나에게서 말이오.”
‘아…….’
자신에게로 시선이 모이자, 카르볼은 당황했다.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면서 용력을 뿜어냈던 모양.
뒤늦게 기운을 숨겨봤지만 다른 드래곤의 의심스러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카르데이포르의 시선 또한.
“카르록시나. 그대가 용력을 뿜어냈소?”
“예? 그럴…… 리가요.”
“실례인 줄 알지만, 마기 좀 방출해 보시겠소? 다른 드래곤에 비해 기운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말이오.”
“…….”
리치 드래곤들이 한마음으로 눈빛을 쏘아 보낸다.
얼른 마기를 방출하라는 듯.
그러나 카르볼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마기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뭐하시오? 얼른 마기를 방출해 보래도?”
“…….”
난감한 상황.
카르볼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 순간이었다.
스르륵.
지크가 허공에서 별안간 모습을 드러냈다.
때가 됐다.
기다리던 메인 퀘스트가 떠올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