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4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4화
【메인 퀘스트 : 누군가에겐 학살자, 누군가에겐 구원자】
└리치 드래곤들이 노예 드래곤들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리치 드래곤을 모조리 죽이고 노예 드래곤들을 해방하십시오.
└리치 드래곤 처치 0/53마리
└노예 드래곤 해방 0/20마리
└스탯 ‘용력’ 획득
└?? ‘??? ??’ 획득
메인 퀘스트가 뜬 건 불과 몇 초 전이었다.
퀘스트를 수락하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는 의미.
그야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깽판 치라는 퀘스트가 나왔군.’
단 한 놈도 살려두지 않고 죽이라는 퀘스트가 떴다.
동시에 노예 드래곤들도 구해주라는.
바라던 퀘스트였지만 지크의 눈에 거슬리는 글귀가 보였다.
‘보상이 용력?’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보상이 걸려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가관인 건 그 밑의 물음표였다.
‘보상을 물음표로 숨겨놨어? 왜?’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당황했다.
그래 봐야 몇 초 걸리지 않고 수락해버렸지만.
‘뭐가 됐든 안 할 이유가 없지. 안 그래도 저 꼴을 보기 싫었으니.’
아무리 본판은 드래곤이라도 인간 모습을 한 노예들을 때리는 꼴이 보기 좋을 리가 없다.
그것이 지크가 놈들 앞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이유.
갑자기 허공에서 인간이 나타나자 적잖이도 놀란다.
“헛!?”
“뭐, 뭐야? 저 인간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아니, 그보다 왜 여기에 인간이……!”
카르볼을 주시하던 리치 드래곤의 눈이 이제는 지크에게 쏠려 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닌 카르데이포르였다.
“너, 너는……!”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으니까.
“아는 인간이오? 카르데이포르?”
“누군데 그렇게 놀라는 거요?”
호흡이 가빠지던 카르데이포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놈이오. 저놈이…… 신의 후예요.”
“신의 후예?”
“저 인간이?”
놀란 눈을 뜨던 리치 드래곤들이 곧 피식거리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알아서 나타나다니.”
“멍청한 인간이 드래곤 레어에 제 발로 찾아온 셈이야.”
“크흐흐, 그러게 말이오.”
“어떻게 온 건지 모르겠지만 잘 됐군.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면 되겠소.”
드래곤들이 자신만만해하는 것과 달리, 카르데이포르는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었다.
‘왜…… 도대체 왜 놈이 모습을 드러낸 거지? 계속해서 투명화 상태였으면 우리도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수상했다.
하필이면 노예들을 두들겨 패는 타이밍에 나타난 것이.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저 악마의 웃음이.
‘설마…… 우리 모두를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다.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있는 리치 드래곤 모두를 상대할 자신이.
‘이,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야. 마기를 차단하기 전에 빨리 선제공격을……!’
신의 후예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겪어봤던 카르데이포르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혼자만 그랬고, 나머지 드래곤들은 여유만만이었다.
지크가 마력과 마기를 흡수하기 전까진 말이다.
“허…….”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진행자인 카르빌뤼드였다.
“이거 신기하네요. 정말로 마기를 차단할 수 있다니.”
“뭐요? 차단?”
“어? 저, 정말이네? 마기를 모을 수가 없어.”
“마력도 마찬가지야.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곧 장내에 소란이 일었다.
하나둘 표정에 당황을 드러낸다.
마력과 마기를 차단당하는 경험을 처음 당해본 그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의미로 놀란 드래곤도 있었다.
카르볼이 그랬다.
“지, 지크.”
그가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눈빛을 보냈다.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도 되겠냐는 눈빛.
물론 된다.
모조리 죽이라는 퀘스트를 받았으니까.
하지만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던 지크였기에 다른 이유를 댔다.
“네 동족이 당하는 걸 이대로 방관할 순 없잖아.”
“지, 지크…….”
“걱정 마, 카르볼. 필요한 정보는 대강 얻었으니까. 그러니 더 이상 카르록시나인 척하지 않아도 돼.”
“뭐?”
놀람은 옆에서 튀어나왔다.
카르데이포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카르볼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무슨 소리요? 카르록시나인 척이라니, 그게 대체…….”
“후우…… 아주 작정을 했구나, 지크.”
“신의 후예랑 무슨 대화를 나누는…….”
“닥쳐라. 역겨운 리치 드래곤 같으니.”
카르볼의 서릿발 같은 음성에 카르데이포르는 적잖이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빌어먹을. 네놈의 연인인 척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하아.”
“그, 그게 무슨…….”
“덜떨어진 놈 같으니라고.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안 될 수밖에.
알던 연인이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굴면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생각하지, 다른 영혼이 들어 있다곤 생각지 못할 것이다.
지크는 행여나 사냥감이 뺏길까 봐 카르볼을 뒤로 물렸다.
“카르볼. 화나겠지만 넌 가만히 있어. 나도 너만큼 화가 나 미치겠으니까.”
그러면서 자연스레 대지의 보호 스킬을 걸었다.
자신의 몸을 감싸는 막을 본 카르볼이 조금 감동한 눈빛이 되었다.
“지크. 네가 이렇게까지 우리 드래곤들을 생각해 줄 줄은 몰랐…….”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려거든 다 끝난 뒤에 하라고.”
츠츠츠츠.
아공간에서 깃털 검을 꺼냈다.
영혼 베기 효과를 위해선 무기가 필요하다.
오러 블레이드는 오러의 낭비가 심하기에 굳이 만들지 않았다.
‘마력과 마기를 쓰지 못하는 놈들은 이제 평범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신세. 깃털 검에 가볍게 오러를 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그렇게 검신에 오러를 두르자 드래곤의 비늘은 가볍게 자를 정도의 절삭력이 완성됐다.
모두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라 비늘을 자를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지크가 검을 들고 가까이 있는 드래곤을 향해 다가갔다.
시선이 마주친 리치 드래곤이 겁을 먹기는커녕 코웃음을 친다.
“버러지만도 못한 하찮은 인간 놈이 주제를 모르는구나. 사특한 능력 하나만 믿고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고? 하! 기가 차서 헛웃음밖에 안 나오는군! 애당초 불사의 몸을 지닌 우리를 네놈이 무슨 수로…….”
“혓바닥이 길다. 도마뱀이라 그런가?”
“뭐?”
말을 끊은 지크가 검을 휘둘렀다.
선혈이 그어지며 드래곤의 목이 쩍 갈라졌다.
대응할 새도 없었지만 대응할 필요도 없었다.
불사의 존재인 리치 드래곤에게 이깟 날붙이는 두렵지 않았으니까.
그 증거로 목이 갈라진 리치 드래곤이 여전히 조소를 머금고 있다.
어디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라는 가소로운 눈빛.
하지만 그것도 잠시.
덜렁거리는 목이 붙질 않자 당황이 어렸다.
목 아래에선 울컥울컥 피가 새어 나왔다.
털썩-
힘없이 자빠진 리치 드래곤은 그렇게 절명했다.
지크가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학살 파티, 시작이다.
* * *
리치 드래곤들은 죽음을 모르는 불사의 존재다.
스스로 언데드화가 된 그들은 악마의 기운인 마기로 형태를 유지한다.
가슴에 검이 찔려도, 피부가 불에 타버려도, 눈알이 파이고 팔다리가 잘려도.
마기의 힘으로 언제든지 원상복구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돌아가는 몸뚱어리였으니까.
그것이 리치라는 존재였으니까.
그런데, 믿지 못할 광경이 카르빌뤼드의 눈앞에 벌어졌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마력과 마기를 차단당했을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이미 신의 후예에 대한 정보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니.
‘한데 리치까지 죽일 수 있단 말은 못 들었는데……?’
죽음.
그것은 리치 드래곤에게 있어서 생소한 단어였다.
영혼을 팔고 수천 년을 악마의 힘을 빌려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건 카르빌뤼드도 마찬가지.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목이 갈라진 저 드래곤은 확실히 죽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니까.
‘마기는커녕 생명의 기운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죽은 게 확실하다.’
보통은 마기에 잠식된 영혼이 알아서 신체를 복구하기 마련인데, 아무런 반응도 없다.
저게 죽은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카르빌뤼드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다른 드래곤들도 멍하니 시체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동족의 죽음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제 시작이니까 그리 얼빠져 있지 말라고.”
지크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 타깃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스걱-
“커흐흙!”
목이 베인 또 한 명의 리치 드래곤이 철퍼덕 바닥에 엎어졌다.
피 웅덩이를 만들며 부들거리던 그가 곧이어 뻣뻣하게 굳은 시체가 되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서걱! 서걱!
“아악!”
“끄아악!”
살인에 가속도가 붙었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아닌 드래곤이었지만, 겉모습은 그들이 무시하는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겁을 먹고 도망치는 모습 또한.
“도, 도망가!”
“사, 살려…… 끄악!”
“X발…… 커헙!”
몇 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열 구의 시신이 만들어졌다.
지크는 미친 도살자처럼 드래곤들을 학살했다.
푸욱!
“허허허얽!”
가슴이 꿰뚫리자 헛숨을 들이키던 리치 드래곤이 축 늘어졌다.
그 옆에 붙잡혀 있던 노예 드래곤이 공포에 젖은 눈길로 지크를 바라봤다.
그러나.
지크는 노예 드래곤에겐 관심 없다는 듯 몸을 돌려 다른 드래곤을 노렸다.
그의 검은 정확히 리치 드래곤만을 향하고 있었다.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살육의 현장을 넋 놓고 바라보던 카르빌뤼드가 다른 드래곤처럼 몸을 돌렸다.
평소 같으면 텔레포트로 벗어났겠지만, 마력이 차단당해 뚜벅이처럼 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난감함이 어렸다.
드래곤들이 몰린 탓에 공동의 유일한 출구가 인파에 막혀 버렸다.
“비켜! 비키라고!”
“아 쫌 밀지 말라고!”
“다 나와 이 새끼들아!”
점잖은 말투의 리치 드래곤들은 온데간데없었다.
난생처음 겪어본 죽음의 공포 앞에서 지켜야 할 예의 따위는 없다.
오직 살아서 나가야 한다는 본능만이 뇌를 지배할 뿐.
그러나 지크가 그들을 놓아줄 리는 없었다.
터엉!
“뭐, 뭐야?”
“입구가…… 막혔어?”
반투명한 장막이 통로의 끝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럴 줄 알고 마법으로 미리 퇴로를 막아둔 지크였다.
“어차피 도망갈 데라곤 없어. 그러니 얌전히 죽어라.”
사형선고를 내리듯 읊조린 끝에 지크의 검이 다시금 움직였다.
학살이 시작되고 시체가 늘어났다.
동시에 지크의 눈동자에도 빠르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리치 드래곤 처치 23/53마리] [리치 드래곤 처치 24/53마리] [리치 드래곤 처치 25/53마리]………………
…………
[노예 드래곤 해방 10/20마리] [노예 드래곤 해방 11/20마리] [노예 드래곤 해방 12/20마리]주인인 리치 드래곤을 죽일 때마다 노예 드래곤의 해방 숫자가 늘어났다.
‘그뿐만이 아니야. 용력도 오르고 있어.’
[용력+1] [용력+1] [용력+1]………
……
…
아무래도 드래곤을 해방하면 용력이 오르는 모양이었다.
‘아…… 그래서 카르세를 구했을 때 용력 스탯이 처음으로 주어진 건가?’
지크가 처음 구했던 노예는 카르세아피누스.
지금은 고대의 계약으로 자신의 노예가 됐지만 용력 스탯을 얻은 것도 그녀를 구하고 나서였다.
‘설마 드래곤들을 해방하면 용력 스탯이 오르는 거였나?’
가설이 맞다면, 여기 있는 노예 드래곤만이 아니라 다른 드래곤도 구하는 게 지크로선 이득이다.
앞으로도 쭉 용력 스탯을 올리고 싶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게 무슨 효과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지.’
효과도 알 수 없는 스탯을 굳이 올릴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지크가 노예 드래곤 19마리를 해방했을 때였다.
[용력 스탯이 20에 도달하였습니다.] [새로운 기술 ‘용언’이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