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5화
[이제부터 용언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용언?’
지크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새로운 기술이 개방될 줄은 몰랐다.
‘용력 스탯이 20을 찍으면 열리도록 설정되어 있던 건가?’
특별한 스탯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 게 숨겨져 있을 줄이야.
지크는 잠시 학살을 멈추고 떠오르는 설명에 집중했다.
[용언은 용족 고유의 기술로, 특유의 주파를 이용해 물질계에 간섭하는 언령 기술입니다.] [어떠한 마나와 마기도 필요치 않으며 오직 용력을 발산하는 상태에서만 기술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용력은 용언을 쓸 때마다 자동으로 발산되며 평소에는 비활성화가 됩니다.]살면서 시스템이 이렇게 설명을 이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특별한 기능이 해금되었기 때문인가?’
설명을 들어도 사용법을 알 수 없었지만 메시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상태창에 용언 스킬 목록이 추가됩니다.] [용언 스킬 : 드래곤 피어]―효과 : 반경 20m의 적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줍니다. 이미 공포가 심어진 상황이라면 효과가 더욱 증대합니다. 격이 높은 존재에겐 공포를 걸 확률이 줄어듭니다.
―특이사항 : 대상을 정한 뒤 스킬명을 말하면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원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용력 스탯이 높을수록 범위가 증가하며 격이 높은 존재에게 공포를 걸 확률이 증가합니다.
[용력 스탯이 20단위로 오를수록 용언 스킬이 추가됩니다.]‘와, 이거였구만. 보상으로 들어온다는 게.’
앞서 물음표로 가려져 있던 퀘스트 보상이 바로 이거였다.
용언, 드래곤 피어.
‘상태창을 보니 정말로 용언 스킬 목록이 추가되어 있네.’
히죽 웃은 지크였지만 그 모습은 리치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공포 그 자체였다.
갑자기 칼질하다 말고 허공을 보며 히죽 웃어대고 있는데 무섭지 않을 리 있겠는가?
“어, 얼른 장벽을 깨버려!”
리치 드래곤들이 힘을 합쳐 출구 쪽 장벽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인의 힘으로 마나로 만들어진 벽을 부술 수 있을 리 없었다.
“야! 노예 새끼야!”
“예…?”
“병신같이 뭘 멀뚱히 서 있어? 이리 와서 힘 좀 써봐! 너 힘 장사잖아!”
주인인 리치 드래곤의 명령에 노예 드래곤이 움직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벽이 아니라 주인을 향해 걷는다.
“왜 이쪽으로 와? 여기가 아니라 저기라고, 저기!”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다 들리거든?”
“뭐?”
노예의 반발에 놀란 주인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새끼가 미쳤나?”
“그래, 미쳤다.”
노예는 말과 동시에 주먹을 내질렀다.
뻐억!
“꺽!”
이가 우수수 부러지면서 리치 드래곤이 휘청였다.
말한 대로 힘이 장사다.
“미, 미친놈이 뒈질라고!”
“뒈지긴 누가? 뒈지는 건 너희들이잖아. 내가 그걸 모를 줄 알아? 눈칫밥이 몇 년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리치 드래곤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모르는 노예는 없다.
그 문제가 마력과 마기의 차단이라는 것도.
정곡을 찔린 주인이 움찔하는 사이, 노예의 한 맺힌 주먹이 날아들었다.
빠악! 빡! 빠각!
노예의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듯 쉴새 없이 주인 드래곤을 두들겨 팬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억!”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팼지만, 리치 드래곤은 리치 드래곤.
영혼 자체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곧 리치 드래곤의 얼굴을 회복시킨다.
“이, 빌어먹을 노예 새끼가……!”
“아…….”
피떡이 됐던 녀석이 멀쩡하다는 듯 일어서자 노예 드래곤은 패닉이 왔다.
어떻게 죽이지?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 그 순간.
푸욱!
“크흡!”
지크의 검이 노예가 할 일을 대신해 주었다.
털썩!
쓰러진 리치 드래곤은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몸을 회복시키지도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는 메시지를 보고 있었지만.
[리치 드래곤 처치 43/53마리] [노예 드래곤 해방 20/20마리] [용력+1] [마기의 근원을 찾아 제거했습니다.] [‘카르시플리아노스’가 가지고 있던 모든 마기를 흡수합니다.] [마기를 4,533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4,533 증가하였습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16,252/300,000]리치 드래곤 43마리를 죽이면서, 놈들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마기를 흡수했다.
영혼에 잠재되어 있던 마기까지 모조리.
‘마기 흡수로는 영혼의 마기까지 흡수할 수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영혼 베기가 좋았다.
리치 드래곤을 죽일 수 있을뿐더러 마기까지 흡수할 수 있으니.
‘언제 9성을 찍나 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시기가 빨라질지 모르겠어.’
지크는 웃으며 리치 드래곤들을 바라봤다.
‘한 번 새로 얻은 스킬을 테스트해 볼까?’
공포에 젖은 놈들에게 시범 삼아 스킬을 사용해 봤다.
“ᛞᚱᚨᚷᛟᚾ ᚠᛖᚨᚱ(드래곤 피어).”
지크의 입에서 용언이 흘러나오며 잠시나마 용력이 발산됐다.
아주 잠시였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움찔.
대상이 된 리치 드래곤 열 마리가 움찔거리더니 갑자기 간질 환자처럼 경련을 일으킨다.
공포에 걸린 것이다.
“어어어으으…….”
“으으으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빠져 나가려고 벽을 두들기던 놈들이 석상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감히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생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거 편하네. 도망가는 놈을 쫓을 필요도 없겠는걸?’
지크는 그저 여유롭게 걸어가.
푹!
가슴팍에 검을 찔러 넣어주면 그만이었다.
그럼 알아서 마기가 흡수되었고 퀘스트의 카운트가 올랐다.
“카르데이포르. 너 여기 있었어?”
“아아아…….”
“그동안 나한테 시달리느라 힘들었지? 내가 편히 만들어줄게.”
서걱!
툭 떨어진 머리와 함께 메시지가 떠오른다.
[‘카르데이포르’가 가지고 있던 모든 마기를 흡수합니다.]차례차례 리치 드래곤들을 죽이고는 마지막으로 벌벌 떨고 있는 진행자 놈을 죽였다.
[‘카르빌뤼드’가 가지고 있던 모든 마기를 흡수합니다.] [리치 드래곤 처치 53/53마리 완료!] [노예 드래곤 해방 20/20마리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따로 보상 메시지는 없었지만, 보상은 이미 들어왔다.
20개의 용력 스탯과 용언 스킬 드래곤 피어.
마기 흡수 스킬 숙련도도 25만에 근접했다.
‘이제 5만 정도의 마기만 더 흡수하면 7차 각성을 이룰 수 있겠어.’
만족스러운 결과에 웃고 있는 사이, 도둑고양이처럼 조용한 움직임으로 빠져 나가려는 사람, 아니, 드래곤이 있었다.
리치 드래곤들이 심어놓은 스파이이자 선구자, 클리포드 스튜어트였다.
지크는 사냥꾼의 감각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체했다.
‘선구자는 건들지 않는다. 아직 퀘스트가 뜨지 않았으니까.’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족하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지의 추적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탁탁탁!
빠르게 통로 너머로 뛰어가는 걸 보고 카르볼이 소리쳤다.
“지크! 저기……!”
“놔둬. 이 상황을 알려야 할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니까.”
“뭐? 아…….”
카르볼이 그제야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 혼자서 리치 드래곤들을 몰살시켰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어그로가 쏠릴 것이다.
노예 드래곤을 겁박하는 일이 아닌 지크를 추적하는 일에.
―내 동족들을 위해 이토록 신경 써주다니…….
감격의 목소리가 생각을 통해 전해졌지만, 지크로선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런 의도도 없었고 그저 퀘스트대로 따랐을 뿐이니까.
‘아무렴 좋지. 드래곤을 위한다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멋대로 오해한 거지만 도와주긴 도와준 거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자신을 바라보는 노예 드래곤들의 시선이 오묘하다.
정말로 리치 드래곤에게서 해방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
인간에게서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표정 등등.
각양각색이었지만 한 가지만은 공통적이었다.
지크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워하고 있다는 점은 말이다.
흘깃거리던 스물의 노예 드래곤이 용기를 내어 지크 쪽으로 다가왔다.
“인간. 그대 덕분에 리치 드래곤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소. 정말 고맙소.”
“철천지원수를 처단해 주고 우릴 구해준 은인의 이름을 알고 싶소.”
“부디 그대의 이름을 말해주시겠소?”
지크가 입을 떼려는 찰나.
“이 녀석의 이름은 지크 맥러플린이다. 너흴 구해준 은인이자 신의 후예지.”
카르볼이 대사를 가로채버렸다.
아무렴 상관없었던 지크가 어깨를 으쓱했지만 카르볼을 향한 표정들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지크라고 했소? 왜 저 간악한 리치 드래곤과 함께 있는 거요?”
“다른 리치 드래곤들은 모두 죽였으면서 저 드래곤은 살려둔 이유가 뭐요?”
아무래도 회의 때 함께 있었던 카르볼을 보고 리치 드래곤으로 오해한 모양.
당황하던 카르볼이 사태를 파악하고 해명에 나섰다.
“난 골드 드래곤 카르볼레아로스다. 놈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잠시 리치 드래곤인 척 함께했던 거였지.”
이후 회의 장소까지 오게 된 경위와 목적 등을 밝히자, 드래곤들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사라졌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카르볼레아로스 님.”
“난 괜찮다. 카르볼이라고 불러라.”
“저는 카르디플리안입니다. 카르디라고 불러주십…… 으윽.”
말하던 카르디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크니움 목줄 때문에 마력을 쓸 수 없으니 상처 회복도 불가능했다.
“기다려라. 내가 목줄을 풀어주마.”
지크도 거들어 목줄을 풀어주었고 스물의 노예는 비로소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크 님.”
목줄을 벗자마자 노예 드래곤들이 한 일은 자신을 회복시키는 일이었다.
아까 리치 드래곤으로부터 신명 나게 맞았던 터라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건 무릎이 박살 난 카르디였고.
우우웅.
“이런, 회복이 듣질 않는군.”
카르볼이 카르디의 몸을 회복하려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회복 마법도 써본 사람이 잘하는 것이지, 카르볼처럼 겉핥기식으로 배운 거라면 효과가 미미하다.
“비켜봐.”
보다 못한 지크가 나섰고.
사아아아-
빛의 축복이 카르디의 무릎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었다.
신관도 놀랄 법한 회복력에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켜보던 이들까지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 이렇게 빠른 회복력이라니.”
“대, 대단하십니다, 지크 님.”
인간임에도 그들은 지크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며 예의를 지켰다.
빛이라곤 한 줌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절망 속에서 꺼내준 이가 있다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지크도 존중의 의미를 담아 말을 높였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쩌다 리치 드래곤에게 붙잡히셨죠?”
“그건…….”
지크는 리치 드래곤에게 붙잡히게 된 경위를 물었고, 드래곤들은 수천 년의 기억을 끄집어내야 했다.
“3천 년 전이었죠. 과거 리치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대패한 저희는 죽거나 노예가 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일이었죠.”
결국 노예가 되기로 정한 그들이었지만 이내 잘못 정했음을 깨달았다.
노예로서의 삶은 죽기보다 괴로웠으니까.
“노예의 삶은 그야말로 지옥보다 더했습니다. 스스로 생을 끊고 싶을 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웠지만, 오기가 생기더군요. 나와 동족들을 배신하고 악마와 손을 잡은 변절자들에게 복수하지 않고는 죽어서도 억울할 거라고.”
“그래서 이 악물고 버텼군요. 언젠가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며.”
“그렇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족들을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았습니다. 죽으면 저야 편하겠지만 다른 동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을 테니까요.”
지크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족을 위하는 마음과 연대감으로만 수천 년의 고통을 버틴 것이다.
“오늘 지크 님을 만나게 된 걸 보니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습니다. 그동안의 고통은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습니다.”
“지크 님을 만난 건 제 일생일대의 행운입니다.”
“거 별말씀을 다 하시네. 낯간지럽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지크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감사 인사를 받고도 기분이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 지크는 중요한 정보를 떠올리곤 물었다.
“혹시 말인데요. 노예로 붙잡힌 다른 드래곤들의 행방도 알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