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8화
6서클의 정예 암살자로 구성된 바이소 왕국의 암살 조직 ‘블러드레이븐’의 수장, 비아코는 황당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뭐야? 저 새낀?’
원래는 암살을 진행하면서 욕구를 풀 만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빠르게 목표 대상을 제거하고 나오는 게 뒤탈도 없고 깔끔하니.
하지만 오늘은 여유가 있다.
고용주가 막대한 자금을 풀어 조직의 전 병력을 동원한 것.
그러니 욕구를 풀 만한 몇 분 정도야 있지 않겠는가?
하여 오랜만에 욕구 좀 풀려고 했더니 웬 청년이 나타나 가로막는다.
‘누구지? 타깃으로 받은 명단에는 없는 얼굴이다. 하지만 상관없지. 우리의 목적은 알폰소 공작가에 머물던 모든 사람을 암살하는 거니까.’
즉, 상대가 누구든 죽이면 그만.
내렸던 바지춤을 다시 올린 비아코의 눈이 곧 살기로 번들거렸다.
감히 자신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
“죽여라.”
그 명령에 두 명의 부하는 단검을 쥔 채 달려들었고, 나머지 두 명은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비아코 또한 마력을 끌어올렸다.
7서클인 자신과, 6서클 마법사 넷의 합공이다.
상대가 8서클 마법사라 해도 죽여버릴 자신이 있었다.
잠시 후에 벌어진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
촤아아악!
툭- 툭-
호기롭게 달려가던 두 부하의 머리통이 연달아 떨어져 내렸다.
옆에서 피가 튀길래 고개를 돌리니 주문을 외우던 부하 둘의 머리가 포도송이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
‘6, 6서클의 부하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솔직히 움직임을 눈으로 보지도 못했다.
‘오러 마스터였나……?’
그냥 오러 마스터는 아닌듯하다.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되기 직전의 수준.
7서클인 자신 혼자선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급이었다.
“네가 우두머리지?”
“……!”
“놀란 표정이 귀엽네.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만.”
“네놈!”
비아코가 마력을 일으키려던 찰나.
삐이이-
머리를 울리는 통증과 함께 시야가 암전됐다.
* * *
‘휴, 하마터면 늦을 뻔했네.’
비아코를 쓰러트린 지크는 한쪽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암살자 저지 5/50명]아직 저지해야 할 암살자가 많다.
‘이런 돌발 퀘스트가 떠오를 줄이야.’
노예 드래곤들을 구하기 위해, 동대륙으로 떠나려던 찰나.
지크는 돌발 퀘스트 하나를 받았었다.
【돌발 퀘스트 : 알폰소 가문 구하기】
└바이소 왕국의 알폰소 공작 가문을 암살자들이 습격하였습니다.
└주어진 좌표로 텔레포트해, 암살자들을 저지하고 가문을 지켜내십시오.
└암살자 저지 0/50명
└랜덤으로 스탯 4,0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20,000 증가
습격이란 말에 지크는 상당히 놀랐었다.
알폰소 가문은 가족들이 머물기로 했던 바이소의 가문이었으니까.
‘그 탓에 잠깐 여기로 들릴 수밖에 없었지.’
다행히 텔레포트 좌표를 건네받았기에 동료들과 함께 늦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까딱했으면 실리스 공녀가 위험할 뻔했다.
“괜찮으세요?”
“아…… 지크 공자님.”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는지 실리스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급히 일으켜 세우던 지크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리스가 갑자기 자신을 껴안았으니까.
“흑…… 흐흑…….”
“어. 음…….”
흐느껴 우는 그녀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할 말을 찾지 못한 지크는 그저 등을 두들겨주는 일밖에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일 뿐이었다.
지금은 이럴 새가 없었으니까.
“먼저 가야겠습니다. 가문 사람들을 도와줘야 해서요.”
“아, 네…….”
민망함에 고개도 들지 못하던 실리스를 남겨두고, 지크가 빠르게 방 밖으로 나왔다.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냥꾼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쪽으로 가보자.’
인기척이 많은 곳으로 움직이던 지크는 또 다른 암살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응? 뭐야!?”
다섯의 암살자가 시녀 한 명을 겁탈하는 중이었다.
촤아악!
더 볼 것도 없이 단박에 검을 휘둘러 머리통을 날렸다.
다섯의 머리가 거의 동시에 떨어졌다.
[암살자 저지 10/50명]“가, 감사합니다…….”
시녀는 멘탈이 나간 와중에도 지크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는 몸을 움직였다.
지금은 신속하게 암살자를 막는 게 우선이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곳곳에 시체들이 보였다.
‘빌어먹을. 대체 얼마나 많은 시종을 죽인 거야?’
그냥 시종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죽인 모양이다.
그 수가 대략 30은 넘어 보인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언데드들로 계속 지키게 할 걸 그랬어.’
자신이 심어놨던 지성체 언데드들은 알폰소 가문까지 호위하는 일을 끝내자마자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갔다.
그 탓에 습격을 제때 막을 수 없었다.
[암살자 저지 11/50명] [암살자 저지 12/50명]‘음?’
이동하는 중에 저지한 암살자의 수가 늘었다.
‘다른 사람이 막아도 저지된 걸로 치는 건가?’
아마 9서클인 에스카와 카르세, 비그스란드 공작이 암살자들을 막아내고 있으리라.
8서클인 아버지와 데포르테 공작 역시도.
그나마 들었던 걱정이 한풀 꺾였다.
그 대신 분노가 자리했지만.
‘모조리 죽인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던 와중이었다.
【메인 퀘스트 : 혼란을 틈타 릴리스를 죽여라!】
└선구자들은 살려둬선 안 되는 죄악입니다. 특히 가족을 건드린 릴리스 린에겐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릴리스 린을 혼란을 틈타 죽이십시오.
└릴리스 린 처치
└스킬 ‘전격 폭발’ 획득
└아이템 ‘전광의 바지’ 획득
언제 뜨나 기다리던 메인 퀘스트가 드디어 떠올랐다.
* * *
‘대체 뭔 소란이야?’
릴리스 린은 지금 상황이 불편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며칠 내내 맥러플린 일가에 붙잡혀 죄인 취급 받으며 끌려다녔다.
그 끝에 바이소 왕국의 알 수 없는 가문에까지 와버렸다.
여태 물 한 모금 먹지도 못한 채.
‘이딴 푸대접을 받으며 죄인처럼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와중.
철컥!
지하 통로의 문이 열렸다.
‘누구지?’
뚜벅뚜벅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
혹시나 선구자 측에서 자신을 구하라고 보낸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고개를 쳐들었지만.
“아.”
릴리스는 마주하고 말았다.
절망적인 순간을.
“오랜만이야, 릴리스.”
철천지원수, 지크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나 안 보고 싶었어? 난 보고 싶었는데.”
“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지크의 오러 블레이드가 릴리스의 심장을 관통했다.
“커허억!”
피를 토하던 릴리스의 숨이 멎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족을 노리던 놈을 살려둔 게 영 찝찝했었는데, 드디어 처리하네.”
심장에서 검날을 빼낸 지크는 한쪽에 떠오른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릴리스 린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첫 번째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은 아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었지만 이럴 때가 아니었다.
암살자의 습격은 현재진행형이었으니까.
‘보상은 나중에.’
확인을 뒤로 미룬 지크는 릴리스의 시체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
주문을 외우자 죽었던 릴리스가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얼굴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부복한다.
“나의 주인이여. 미천한 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어, 그래. 지금은 일단 돌아가 있어.”
누가 보면 안 되기에 얼른 릴리스를 차원 너머로 귀환시켜 버렸다.
그 후 그림자의 후드를 쓴 뒤 서둘러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행여나 자신이 릴리스를 죽인 게 밝혀지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리라.
‘지금은 암살자들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지.’
지크의 발이 사냥감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 * *
지크의 개입으로 암살자들은 빠르게 정리됐다.
같이 온 카르볼과 카르디 역시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피해 상황은 어떻소?”
제라드의 물음에, 디그레이드 공작이 참담함을 토해냈다.
“전해 듣기로 시종 64명이 죽었다고 하네. 100여 명이 있었으니 절반 이상이 죽은 게지.”
“부인과 가족들은? 무사하시오?”
“다행히 우리 가족은 무사하네.”
암살이 일어나기 직전.
디그레이드 공작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족들을 깨워 미리 대피시키는 일이었다.
당연히 무사할 수밖에.
고용인이 디그레이드 공작이라는 걸 꿈에도 모르는 제라드는 천만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대와 가족들이 무사해서 정말로 다행이오.”
“제라드, 그대의 가족들은 어떻게 됐나? 데포르테 일가는?”
“하늘이 도왔는지 우리 쪽도 다친 사람은 없소. 여기 내 아들 지크가 제때 나타난 덕분이지. 인사드리거라.”
“처음 뵙겠습니다. 사공자인 지크 맥러플린이라 합니다.”
제라드는 웃으며 지크를 소개했다.
디그레이드는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저 새끼 때문에 기습이 실패했다는 거 아닌가? 빌어먹을!’
소식은 들었다.
저 지크라는 녀석 혼자서 30여 명의 암살자들을 썰어버렸다고.
‘쥐새끼처럼 숨어 있던 놈들까지 귀신같이 찾아내서 죽였다지?’
물론 전부 죽인 것은 아니었다.
5명의 암살자와 수장인 비아코는 구속구를 채운 채로 지하 감옥에 가둬놓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풀어주고 싶은 디그레이드였지만.
‘수장을 잡아낸 것도 저 지크라는 놈이렷다?’
이번 습격을 막아낸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장본인은 단연코 지크였다.
맥러플린 일가를 몰살시키려던 계획이 틀어진 디그레이드로선 달갑지 않았지만.
‘내색할 순 없지.’
여기서 들통나면 안 되기에 끝까지 얼굴에 가면을 썼다.
“고맙네, 지크 공자! 자네가 적절한 시기에 와준 덕분에 상황이 잘 마무리되었네. 하하핫!”
“아닙니다. 그보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시종들을 잃었으니.”
“하하, 뭐, 그렇지…….”
디그레이드는 웃다 말고 침통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마음에 안 들어 저 애새끼.’
속으로 지크 욕도 했지만, 그는 몰랐다.
자신의 속마음이 지크에게 다 읽히고 있을 줄은.
‘저놈 저거, 철판 깔고 연기하는 거 봐라, 하…….’
지크는 현재 상황에 한숨이 나왔다.
알폰소 가문을 노리고 암살자를 고용한 사람이 다름 아닌 알폰소 공작이었다니.
‘완전 미친놈이네. 자기 가문을 치라고 암살자를 고용해?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 하나 때문에?’
아버지가 저런 쓰레기와 마탑 동기라는 게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정작 아버지는 주범이 누군지 상상도 못 하고 있었지만.
‘다행이라면 가족들의 피해는 없다는 점인가?’
시스템이 또 한 번 자신의 가족을 살렸다.
‘일단은 상황부터 지켜보자. 저놈이 어떻게 나오는지.’
두꺼운 낯짝으로 연기하고 있는 디그레이드를 당장이라도 쳐 죽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을 수밖에 없다.
증거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암살자들을 잡아놨으니 심문해 보죠. 누구의 명령을 받고 움직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