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7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79화
감옥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에.
저벅저벅-
여러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제라드, 달프레드, 호세, 지크, 디그레이드 공작까지.
모두 암살자들을 심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저놈들인가?”
“그렇습니다.”
간수장이 가리킨 곳엔 커다란 철창이 있었다.
그 안엔 여섯 명의 암살자가 갇혀 있었고, 하나같이 손목에 구속구를 차고 있었다.
쾅쾅!
디그레이드가 난데없이 거칠게 철창을 두들겼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감히 우리 가문을 습격해?”
그답지 않게 흥분하며 소리쳤지만 어디까지나 연기였다.
“화나겠지만 참으시오, 알폰소 공작. 이제부터 놈들을 찬찬히 심문해봅시다.”
“썩을 놈들!”
제라드의 만류에 디그레이드는 분을 삭이며 돌아섰다.
열연이었다.
그 모습을 지크는 황당한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었다.
‘알폰소 공작. 내가 네놈의 가면을 드러내 주지.’
지크는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만천하에 그의 민낯을 드러낼 참이었다.
그러기 위한 발판으로 이곳에 온 거였고.
‘다른 놈들은 몰라도 수장인 비아코는 알고 있어. 디그레이드 공작이 고용주라는 걸.’
고용주와 직접 대면까지 했기에 서로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디그레이드는 내심 불안해하는 중이었다.
-비아코가 입을 열게 둬선 안 돼. 절대로……!
속마음은 초조하기 그지없었지만, 겉으론 다르게 행동한다.
“어서 이놈들을 심문해야겠네!”
“동의하는 바요. 우리도 궁금한 것이 있으니. 하지만 그 전에 물어볼 것이 있소. 간수장.”
제라드의 부름에 간수장이 다가왔다.
“예.”
“여기 구금해 놨던 죄수를 놓쳤다고 들었소만.”
“아…… 그 여자 죄수 말이옵니까?”
“그렇소. 우리가 데려온 죄수인데, 놓친 이유를 자세히 듣고 싶어서 말이오.”
“죄, 죄송합니다. 당시에 암살자들의 습격으로 저희도 몸을 사려야 했던 터라…….”
“그 말은 습격 당시 감옥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이오?”
“감옥에 갇혀 있으니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탈출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간수장은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시인했다.
암살단이 습격했든 말든 죄수의 감시를 소홀히 한 건 사실이었기에.
“죄를 물으려는 게 아니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것이었소.”
제라드는 그리 말하며 철창을 향해 고갯짓했다.
“문을 열어주시오.”
끄덕인 간수가 철창의 문을 열었다.
철컥!
첫 타자는 이름 모를 암살자였다.
“앉아라. 썩을 놈아.”
마련한 의자를 가리키자 암살자는 피식 웃으며 순순히 앉았다.
제라드가 무서운 눈빛으로 암살자를 쏘아봤다.
“누구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느냐?”
“누구긴. 우리 대장의 지시를 받았지.”
“그게 아니라 고용주 말이다. 누가 가문을 습격하라고 시켰지?”
“난들 알아? 풋.”
조소를 흘리던 암살자는 전혀 겁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뭐든 물어보라는 듯 자신감에 찬 태도.
하지만 제라드도 그리 물렁한 성격은 아니다.
푹!
준비한 단검으로 암살자의 손등을 찔렀다.
“크윽!”
“말해라. 안 그러면 더 심한 고통을 주지.”
“마, 말했잖아, 미친놈아.”
“가문을 습격한 이유는 뭐지?”
“뭐긴 뭐야, 우리는 돈을 받았고 그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너희의 타깃은 누구였지?”
“알폰소 가문의 모든 사람이다. 큭…….”
의외로 순순히 대답하는 암살자였지만 모두 알맹이 없는 정보들뿐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여겼는지 제라드가 질문을 바꿨다.
“고용주와 대면한 사람이 누구지? 너희들 수장인가?”
“……나도 몰라.”
“수장도 습격에 참여했나?”
“아니. 대장이 나설 급은 아니라서.”
‘거짓말이야.’
지크는 혀를 내둘렀다.
버젓이 같은 철창에 갇혀 있는데도 모른 척한다.
자신들의 수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크야 속마음 읽기 스킬로 그 사실을 알아봤지만, 제라드는 몰랐다.
“릴리스 린은? 어디로 빼돌렸지?”
“무슨 헛소리냐?”
“여기 수감되어 있던 여자 죄수 말이다. 네놈들이 습격한 목적이기도 하지 않느냐?”
“난 모르는 일이다.”
“시치미 떼지 마라!”
“이 양반이 단단히 미쳤군.”
피식거리며 아예 조롱하기까지.
암살자는 손등에 칼이 박힌 와중에도 여유만만했다.
그 탓에 제라드의 분노를 샀지만.
콰득!
“크으으읏!”
칼을 비틀자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말해라! 안 그러면 손모가지를 잘라주지!”
“흐흐흐, 잘라주면 나야 좋지. 구속구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흐흐.”
“…….”
고통이 극심할 텐데도 웃다니.
미친놈이었다.
이러니 사람 죽이는 일을 업으로 삼은 거겠지.
그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은 제라드는 고문을 포기했다.
자기가 봐도 답이 없다고 견적을 내린 것이다.
“하, 도통 입을 열 생각이 없군. 이걸 어쩐다?”
“아버지. 제가 해볼게요.”
보다 못한 지크가 나섰다.
제라드는 끄덕이기 전에 알폰소 공작을 돌아봤다.
디그레이드는 못마땅해했지만 수락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크 공자가 한 번 해보시게.”
“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어린아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가 아닌가.”
은근히 돌려 까는 공작이었지만 지크는 여유로웠다.
곧 있으면 까발려질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에.
지크가 나서자, 손등이 피범벅이 된 암살자가 피식 조소를 머금었다.
“흥, 이런 애송이가 나선다고 내가 입을 열 줄 알…… 커허허헉!”
지크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암살자의 가슴을 찔렀다.
박혔던 깃털 검을 뽑아내자, 암살자가 의자에서 나동그라졌다.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정보를 뽑아내야 할 암살자를 죽이다니!!!”
놀란 디그레이드가 소리쳤지만, 제라드가 막아섰다.
“한 번 맡기고 지켜보시죠.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걸 겁니다.”
“…….”
디그레이드는 마뜩잖은 표정으로 침묵했지만, 내심 반가워하고 있었다.
암살자를 죽이면 득이 될 사람은 자신이었으니까.
“너 나와.”
지크는 다른 놈을 의자에 앉혔다.
비아코가 아닌 평범한 암살자였다.
“말해. 누가 시켰어?”
“모, 모른…… 커허헉!”
깃털 검이 이번에도 암살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가차 없었다.
“다음, 너 이리 나와.”
지크의 호명에 또 다른 암살자가 간수장에게 끌려왔다.
그의 눈엔 전에 없던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었다.
“방금 봤지? 내가 원하는 대답을 못 하면 죽는 거야. 아는 대로 말해.”
“나, 난 모, 모른…… 컥!”
이걸로 세 명의 암살자가 죽었다.
가차 없는 살인에, 지켜보던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하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을 걸 알기에, 가만히 지크의 행동을 지켜보는 수밖엔 없었다.
지크는 계속해서 다음 암살자를 호명하며 정보를 캐물었다.
그저 딱 한 번의 질문만 던질 뿐이었다.
“누구야. 수장이.”
“…….”
푹!
조금이라도 어물쩍거리거나 대답을 회피하면 바로 심장을 찔러 죽였다.
그렇게 죽어버린 동료만 넷이 되자, 다섯 번째 암살자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의자에 앉기도 전에 소리쳤다.
“저, 저 사람이 대장이에요! 블러드레이븐 암살단의 수장, 비아코요!”
“죽고 싶냐, 라키! 그 입 다물어!”
고작 둘 남은 암살자들이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뭐가 됐든 지크는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정보 고맙다, 라키.”
“감사합, 커헉!”
살려줄 줄 알았던 지크가 가슴을 찌르자, 라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남은 암살자는 수장인 비아코뿐이었다.
“비아코라 했나? 이쪽에 앉지?”
피로 흠뻑 젖은 의자를 지크가 깃털 검으로 가리켰다.
비아코는 침을 꿀꺽 삼킨 채로 의자에 앉았다.
앉지 않으면 정보고 뭐고 죽일 것 같았으니까.
“말해봐. 공작가를 치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구지?”
비아코는 뜸을 들이다가 스윽 시선을 옮겼다.
“저기.”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디그레이드 알폰소 공작이었다.
“저자가 공작가를 습격하라던 고용주다.”
“……!!!”
“뭐?”
이 자리에 있던 제라드, 달프레드, 호세 등, 모두가 놀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당사자인 디그레이드였지만.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맞지 않소. 알폰소 공작. 그대가 우릴 고용해서 가문 사람 모두를 죽이라 하지 않았소? 아, 특별히 제라드 맥러플린은 꼭 죽이라고 명단까지 쥐여줬지.”
“누명이다! 자기 가문을 치라고 명령하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건 누명이야!”
“같잖은 연기는 집어치우시오. 역겨운 작자 같으니.”
비아코는 그리 말하면서도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고용주를 까발린 상황에서 암살단에게 미래란 없다.
어차피 단원들도 이 자리에서 전부 죽어버렸기에 답이 없는 상황.
“난 다 말했다. 이제 죽여라.”
“좀 더 말해보시지? 알폰소 공작이 더 요구한 건 없었나?”
“아, 그러고 보니 지하 감옥에 갇힌 죄수는 건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지.”
“그게 끝?”
“끝이다. 자세한 건 당사자에게 물어보시지.”
비아코는 그리 말하며 죽음을 기다렸다.
“고마워. 넌 특별히 고통 없이 죽여주지.”
지크는 가차 없이 비아코의 목을 베었다.
툭.
정보원이 모두 죽은 상황이었지만, 아직 한 명이 남았다.
“알폰소 공작님? 어찌 된 상황인지 설명해 주시죠?”
지크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 * *
디그레이드 알폰소는 지금의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저, 저 빌어먹을 암살자 새끼가 고용주의 이름을 불어?’
죽기 직전, 비아코가 상황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버렸다.
이제 어떡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아, 안 돼.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의심받고 말아.’
아직 기회는 있다.
증거라곤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악착같이 시치미 떼면 이 위기도 소리소문없이 지나가고 말리라.
그런 믿음으로 디그레이드는 평소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내가 내 가문을 치라고 명령했다고? 세상에 그런 미친 고용주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럼, 암살단의 수장이 왜 공작님을 지목한 걸까요?”
“나야 모르지! 어차피 죽을 거 정보에 혼선을 주고 싶었을지도!”
눈에 띄게 당황하는 꼴이 의심스러웠던 걸까?
침묵을 지키던 제라드가 경계심 어린 눈길로 말했다.
“알폰소 공작. 사람은 죽기 전에 진실을 토해내는 법이외다. 떠나는 마당에 굳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거든.”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겐가?”
“공작. 그러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보시오. 정말로 그대가 암살단을 고용했소?”
“제정신이 아니군, 제라드! 하찮은 암살단의 수장 말만 믿고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다니!”
불같이 화를 내는 디그레이드의 모습은 누가 봐도 진실처럼 보였다.
오해받은 사람의 반박 또한 정당해 보였고.
그렇기에 제라드는 더 이상 그를 압박하거나 몰아갈 수 없었다.
증거라곤 심증일뿐더러 계속 이렇게 시치미 떼면 불리한 건 자신임을 잘 알기에.
‘으음. 내가 사람을 잘못짚은 건가?’
상식적으로도 자신의 가문을 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기에 제라드는 끝내 의심의 싹을 지워야 했다.
하지만 연기임을 알고 있는 지크로선 더는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알폰소 공작님.”
지크가 나서자 디그레이드가 흠칫 놀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냉철하게 암살자들을 죽여버린 그다.
놀라고 두려울 수밖에.
그러나 디그레이드는 몰랐다.
진정한 공포가 뭔지.
“ᛞᚱᚨᚷᛟᚾ ᚠᛖᚨᚱ(드래곤 피어).”
나지막이 중얼거린 지크의 시동어는 명확히 디그레이드를 향해 있었다.
공포의 범위를 좁혀서 발동시킨 것이다.
그 탓에 누구도 용언이 발동됐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 어으…….”
알폰소 공작이 공포에 떨었지만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저 지크의 폭력성을 두려워 해서라고만 생각했다.
실상은 드래곤 피어가 적용된 줄도 모르고.
“사실대로 말씀하시죠? 아까 암살자들이 어떻게 되셨는지 보셨잖아요?”
“지크, 협박은…….”
제라드가 만류하려던 그때였다.
“아, 알았어! 사실대로 말하겠네! 내가 그랬네! 내, 내가 암살자들을 고용했어!”
드래곤 피어의 효과는 확실했다.
공포에 젖은 디그레이드가 술술 입을 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