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0화
“알폰소 공작. 정말로 그대가……?”
“내, 내가 막대한 자금으로 암살자들을 고용해서 우리 가문을 치라고 했네. 특히 제, 제라드 맥러플린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특별 지령을 내렸고…….”
제라드는 직접 들었음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원한? 네가 날 무시했잖아!”
공포감도 잊고 빽 소리친 알폰소 공작.
지크는 드래곤 피어를 다시 집중시킬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어차피 드러난 마당.
더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마탑 시절부터 그랬지! 우등생인 너는 항상 남들을 깔보고 다녔어! 열등생인 내가 내민 손길은 무시하고 지나칠 정도로 자만에 찌들어 있지 않았나!”
“무슨 소리인가! 남을 깔보긴 누가!?”
“흥! 기억도 안 나는 모양이군. 하긴 가해자는 자기가 한 일을 모르는 법이지!”
졸지에 가해자 프레임이 씌워진 제라드는 황당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탑 시절이면 40년 전의 일이다.
기억도 희미한 그때의 일을 거론하며 바락바락 따지니 제라드로선 황당할 수밖에.
“내가 그댈 무시했다고? 오해일세. 나 역시 배우는 처지에 누굴 깔본단 말인가?”
“거짓말! 내가 말 걸었을 때 벌레처럼 무시하곤 자리를 뜨지 않았나!”
“말을 걸어? 자네가?”
당시 제라드와 디그레이드는 같은 학급이었지만 대화 한번 나누지 않은 사이였다.
서로 이름과 얼굴만 아는 정도.
그건 마탑 생활을 졸업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나중에야 학술회나 마탑 관련 일정으로 이따금 마주쳤을 뿐이지.
그때 듣고 있던 달프레드가 끼어들었다.
“내 제자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만, 제라드는 결코 자만하거나 상대를 깔보는 성격이 아니라네.”
“하! 스승이 제자의 성격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만!”
단단히 과거의 착각 속에 얽매여 있다.
망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자의 눈이 있는 지크만이 알 수 있었다.
‘자기가 만들어낸 착각과 오해가 허구의 기억을 만들어서 분노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어.’
한마디로 알폰소 공작은 열등감 덩어리였다.
재능 없는 자신을 탓할 용기가 없으니 다른 대상에게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 대상이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제라드에게로 향한 것이었고, 끝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안 되겠어. 이대로 둬선 위험한 인간이야.’
아마 아버지는 디그레이드를 죽이지 못하리라.
동급생인 데다 겉과 달리 모질지 못한 성격이니까.
‘그러니 내가 나서야지.’
암살자들을 고용해 가족들을 몰살시키려 했던 알폰소 공작이다.
살려뒀다간 훗날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정보는 이미 다 뽑아먹었어. 놈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도.’
쓸모를 다했으니 없애는 수밖에.
물론 이 자리에서 대놓고 죽일 순 없다.
‘드래곤 피어를 강하게 집중시키면…….’
지크가 다시 한번 알폰소 공작을 공포에 떨게 했다.
약하게 가 아닌, 아까보다 더 강한 강도로.
“어어어으, 어버어어어으…….”
“알폰소 공작? 공작!”
갑자기 발작하듯 눈알을 까뒤집는 알폰소 공작.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낌새에 제라드가 서둘러 흔들어봤지만, 제정신으로 돌아오긴커녕 게거품을 물었다.
극심한 공포에 정신이 나가버린 것이다.
물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오직 지크만이 알고 있었다.
‘이러면 굳이 죽이지 않아도 보복은 한 셈이지.’
내심 만족한 지크였지만, 그것도 잠시.
알폰소 공작에게 자신의 가족을 노리라는 명령을 내린 배후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기가 가셨다.
‘발루두크. 그 개새끼가 우리 가족을 노려?’
알폰소 뒤에 있던 존재는 다름 아닌 검은 손, 발루두크였다.
* * *
노인은 머리가 둔하다.
그런 이미지가 보통이었지만 발루두크는 의외로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편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둔다고 할까?
물론 그것이 전부 먹히는 건 아니지만, 이번은 다르다.
자신의 꼼꼼함을 자화자찬해도 좋을 정도.
‘제라드 맥러플린의 마탑 동기들에게 손을 써두길 잘했군. 보란 듯이 연락이 왔으니.’
얼마 전, 발루두크에게 연락이 왔었다.
연락이 온 상대는 바이소 왕국의 디그레이드 알폰소.
―아, 안녕하십니까, 발루두크 라흐베즈 님. 전에 맥러플린 일가와 관련된 일이면 뭐든 연락해달라고 하셨죠? 마침 제라드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라드의 마탑 동기라는 이유로 끈을 연결해두고 있었는데 비로소 연락이 왔다.
여기저기 걸어놓은 낚싯줄에 걸린 셈.
맥러플린을 추적하던 발루두크로선 기꺼운 상황이었다.
―연락해서 뭐라 하더냐?
―아. 잠시 우리 가문에 머물 수 있게 해줄 수 있냐더군요.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며…….
―그래서 뭐라 대답했느냐?
―잠깐 생각해 보고 연락해 준다 했습니다.
―잘했다. 녀석의 말대로 머물 수 있게 하거라. 바이소 왕국의 알폰소 가문에 잡아두는 거다.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
―암살자를 고용해 모두 죽여라.
―예에에?
―의심받을 수 있으니 너희 가문의 시종까지 모조리 죽이도록 하라. 최대한 많은 암살자를 동원해서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 그런…….
―그렇게만 하면, 네가 마도스교의 추기경 자리에 앉을 수 있게 고려해 보도록 하지.
―…….
―어떤가? 내 제안이.
―하겠습니다.
―좋다. 추가로 놈들이 릴리스 린이라는 포로를 데리고 올 거다. 그 포로의 신병을 확보해야 하니 건들지 말고.
이후 발루두크는 자세한 지시사항을 남기고 통신을 끊었다.
‘알폰소 공작이 마도스교의 신도여서 다행이군. 추기경 자리를 준다는 말에 혹하는 걸 보니.’
물론 놈에게 줄 자리 같은 건 없다.
고려해 보겠다고 했지, 준다는 말은 안 하지 않았는가?
히죽 웃은 발루두크는 잠시 고민했다.
‘위치는 파악했으니 추가 병력을 보내야 할까?’
선구자라도 보내서 맥러플린 일가를 이참에 깡그리 죽여 없애고 릴리스 린을 구출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야. 지금은 더 보낼 병력도 없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지금으로선 알폰소 공작이 일처리를 제대로 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괜히 나섰다가 또 일을 그르치면 그 손해는 걷잡을 수 없을 테니.
‘사실 맥러플린 일가가 어찌 되든 나와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릴리스 린을 확보하는 일이니.’
솔직한 말로 암살자들이 맥러플린 일가를 죽일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릴리스를 투입했는데도 막혔고, 에탄을 보냈는데도 막혔다.
그런 마당에 또 선구자를 보내 세 번째 암살 시도를 한다?
쉽지 않다.
먹힌다는 보장이 없다.
그랬기에 발루두크는 손을 놓았다.
‘내가 나서는 건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알폰소 그놈이 알아서 하겠지. 그에 대한 부담도 그놈이 고스란히 짊어지는 거고.’
암살자를 보내 상황만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걸로 족하다.
중요한 건 릴리스 린의 구출이었으니.
“흐음. 슬슬 습격이 끝났을 텐데 왜 연락이 없지? 토드에게 말이라도 해놔야겠군.”
발루두크가 통신구를 들었다.
* * *
[암살자 저지 50/50명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4,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6차 스킬 숙련도 20,000이 증가합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67,577/300,000]돌발 퀘를 끝낸 지크는 보상을 확인했다.
이전에 확인하지 못한 메인 퀘 보상 또한.
[기본 스킬 : 전격 폭발]―효과 : 전격을 폭발시켜 반경 1㎞의 모든 장치의 작동을 멎게 만듭니다.
―특이사항 : 시전 후 30분의 쿨타임이 있습니다.
들어온 스킬을 확인한 지크는 조금 의아해졌다.
‘이름만 보고 공격 스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아무래도 좋다.
이미 지금도 충분하리만큼 공격 스킬이 많은 상황이니.
‘아공간엔 뭐가 들어왔는지 볼까?’
아공간을 열어 들어온 아이템을 확인했다.
[전광의 바지]―분류 : 하의
―효과 : 모든 전격 속성 마법에 면역, 기능 [전광석화] 사용 가능.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지크 맥러플린 귀속
―설명 : 전격의 선구자가 착용했던 바지. 총 13개의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구자의 의복 세트 효과 (8/13)
―4세트 효과 : 용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7세트 효과 : 마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10세트 효과 : ?????
―13세트 효과 : ?????
바지에는 [전광석화]란 기능이 달려 있었다.
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바지를 갈아입어 봤다.
‘이거 여성용 바지는 아니겠지?’
우려와 달리 무던한 게 여성용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이즈도 의외로 딱 맞는다.
바지를 입자 정보창이 바로 떠올랐다.
[기능 스킬 : 전광석화]―효과 : 1초간 빛의 속도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특이사항 : 이동만 가능할 뿐, 외부에 물리력을 행사하진 못합니다. 움직이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원하는 타이밍에 해제할 수 있습니다. 시전 후 24시간의 쿨타임을 가집니다.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라……. 예컨대 가속도를 이용해 벽을 부수거나 대륙을 부술 순 없다, 이건가?’
하긴 그게 가능하면 대재앙급 미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동만 할 수 있다? 쿨타임이 긴 편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네. 빛의 속도라고 하니.’
빛의 속도로 1초면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속도가 아닌가?
‘한 번 사용해 볼까? 전광석화.’
기능을 사용한 순간.
쿠우우웅-
지크의 세계가 느려졌다.
아니, 완전히 멈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건 창밖 분수대의 물방울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방울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반면 자신의 몸은 자유롭게 움직여진다.
속도 조절도 가능하다.
‘오, 빨리 달리려고 하니 빨리 달려지네?’
다만, 외부에 물리력을 행사하지 못하다 보니 닫혀 있던 문을 열지는 못했다.
‘이런 스킬이구나. 알았어. 해제.’
해제 즉시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움직이지 않던 분수대의 물방울이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괜찮네.’
쓸 만한 기능을 얻은 것에 만족하는 그때.
‘음?’
주머니 안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줄곧 간직하고 있었던 토드의 통신구였다.
‘이거 설마…… 발루두크?’
토드는 발루두크의 심복.
그 사실을 알고 일찌감치 그의 오두막에서 위장 생활을 했던 게 몇 개월 전이다.
거짓으로 보고도 몇 번 했었고.
그런데 오랜만에 그 통신구가 울리고 있다.
‘이건 받아야 해.’
마침 발루두크를 족칠 마음을 먹던 지크였기에 즉시 변조 스킬로 신체를 변형시켰다.
“아아.”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토드로 변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통신구를 받았다.
-왜 이렇게 늦게 받느냐, 토드.
“죄송합니다, 발루두크 님. 일이 있었습니다.”
-제물을 모으는 일 말이냐?
“그렇습니다.”
-뭐,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고,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당장 바이소 왕국의 알폰소 가문을 찾아가거라. 그곳에 맥러플린 일가가 있다. 암살단을 보냈는데 알폰소 공작과 통 연락이 되지 않는군.
“그렇습니까?”
-가서 어떻게 됐는지 상황을 살피고, 그곳에 갇혀 있는 릴리스 린을 데리고 나오거라.
“알겠습니다. 확인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뻔뻔하게 연기한 지크는 미소 지으며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확인이랄 것은 없었다.
릴리스 린을 비롯한 암살단이야 이미 정리되었으니까.
‘그저 확인하는 척 시간을 보낸 다음 연락해야지.’
그렇게 30분을 보낸 후, 다시 연락했다.
초조한 음성으로.
“바, 발루두크 님. 큰일 났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 말이냐?
“자세한 건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만나주실 수 있으십니까?”
* * *
통신을 끊은 발루두크는 의아했다.
“토드 그놈이 별안간 만나자고 하다니.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늘.”
더구나 그렇게 당황한 목소리는 처음 듣는다.
뭔가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진 모양.
“시간을 내어서라도 만나는 봐야겠지. 심각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니.”
궁금증이 일어 일단 토드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토드의 오두막.
이미 좌표를 알고 있었기에 텔레포트로 금방 이동할 수 있었다.
“토드. 안에 있느냐?”
발루두크가 검은 로브를 휘날리며 오두막으로 들어섰다.
끼익-
안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얼굴을 확인하니 토드였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뭐지? 이 이질적인 느낌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토드의 눈길은 전에 봤던 그것이 아니었다.
총명하면서도 동시에 적의가 느껴지는 눈빛.
자신이 알던 토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 같았다.
그때.
꿀렁꿀렁-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토드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토, 토드?”
“아직도 내가 토드로 보여?”
토드의 껍데기를 벗은 지크가 발루두크 앞에서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