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1화
발루두크는 살면서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두 번 받았다.
한 번은 일인자인 스텔라의 압도적인 힘 앞에 굴복했을 적이고.
또 한 번은 지금이다.
‘지, 지크 맥러플린! 신의 후예!’
선구자들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그가 눈앞에 떡하니 있었다.
당장 지팡이를 들어 머리통을 깨부숴도 모자람이 없었지만, 선뜻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여태껏 그가 행한 업적에 대해서 숱한 보고를 들었으니까.
만난 적은 없어도.
‘모, 몰래 마기를 운용하면…….’
지팡이를 들지 않은 채 최대한 조용히 술법을 사용하면, 기습을 먹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안일한 생각은 금세 간파되었다.
“허튼짓하지 마. 어차피 마기는 차단됐으니까.”
‘내 생각을 읽었다?’
아니, 눈치로 간파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그렇담 마력을…….’
“마력도 마찬가지야. 나에 대해선 모르지 않을 텐데?”
발루두크의 눈이 커졌다.
놈은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궁금하면 시도해 봐도 좋고.”
그 말에 사양하지 않고 마력을 일으켰다.
‘흐, 흩어진다.’
어찌 된 일인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마기도 다르지 않았다.
‘마법과 술법을 모두 사전에 차단해 버리다니…….’
신의 후예의 능력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정말로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냥 지팡이로 패는 것밖에는.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하겠지.’
그동안 듣기로 신의 후예는 오러 마스터 급의 뛰어난 검술가라 했다.
무력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랜드 오러 마스터를 부르면 몰라도.
‘그보다 여긴 어떻게 알고 나타난 거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구나. 애당초 토드로 변장하고 있지 않았나?’
자신의 심복으로 감쪽같이 위장했던 걸 떠올리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환술인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별다른 마력의 감지도 느껴지지 않아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저리도 완벽하게 위장하는 기술이 있다니…….’
줄곧 침묵을 지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지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만 많고 통 말이 없네? 누구보다 날 만나보고 싶었을 텐데.”
“만나보고 싶었지……. 네놈의 시체를.”
“의외로 깡은 좋네. 이런 상황에서도 도발이라니.”
칭찬해 준 지크는 가만히 발루두크의 용모를 살폈다.
‘에스카한테 말은 들었는데 이 노인이었군. 악마의 술법을 주력으로 쓴다지?’
술법은 기본적으로 서클의 진기와 생명력을 비용으로 쓰는 마족 고유의 마법.
때문에 쓸수록 몸에 부담이 가고, 종국에는 생명을 잃게 된다.
‘하지만 마기가 있으면 그런 단점도 사라진다지.’
그러나 마기는 리치화가 되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마족 고유의 성질.
결과적으로 리치화가 되지 않으면 술법을 사용할 때 계속해서 생명력을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근데 저놈은 그걸 알면서도 리치화를 하지 않았어.’
이유가 뭘까?
속마음을 읽으니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리치화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걸 두려워하는군. 그래서 생명력이라는 대가 없이도 술법을 쓰는 방법을 찾고 있어.’
그것이 발루두크의 염원.
한데 그 염원을 달성한 상대가 눈앞에 나타났다면?
씨익.
지크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었다.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른 탓이다.
“Hthed pow effer et et(옥죄는 검은 밧줄).”
지크가 손을 뻗자 허공에서 검은 밧줄이 뻗어 나왔다.
촤라락!
“큭!”
단숨에 사지가 결박당한 발루두크.
도망가지 못하게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여주려는 의도가 컸다.
악마의 술법을 아무런 대가 없이 쓰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의도가 먹혔는지 발루두크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진다.
“어, 어떻게 한 것이냐? 어떻게 마기도, 생명력의 소모도 없이 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게야?”
“지금 그걸 궁금해할 처지가 아닐 텐데?”
뚜둑뚜둑.
보란 듯이 주먹의 관절을 풀며 다가선 지크가 적의를 띤 미소를 보였다.
“데칸의 국왕을 노렸을 때부터였지. 너와 내가 얽히게 된 건.”
뻐억-!
“커흑!”
지크의 주먹이 발루두크의 아랫배를 강타했다.
내장이 꼬이는 느낌이었지만 발루두크가 저항할 방법이라곤 없었다.
그저 맞는 수밖에.
“그때부터 이런저런 일로 계속 얽히게 됐지? 서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데도 말이야.”
뻑!
이번엔 발루두크의 턱이 돌아갔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충격이 골을 울렸다.
“참 질긴 악연이야. 얼굴도 모르면서 서로 죽이겠다고 찾고 다니다니. 그런데 그것도 오늘로써 끝날지 모르겠네.”
빠악!
“카악!”
주먹이 발루두크의 옆구리에 꽂혔다.
갈비뼈가 다 으스러진 느낌이다.
“걱정 마. 치료는 해줄게.”
지크는 빛의 축복으로 발루두크를 치료했다.
빈사 상태였던 그가 완벽하게 원기를 회복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고 자시고.”
빠악!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지.”
빡!
“네 몸이나 걱정하는 게 좋지 않겠어?”
빠악!
“넌 선을 넘었어.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려?”
지크의 사정없는 주먹질은 발루두크를 피떡으로 만들었다.
누가 보면 악당이 지크처럼 보일 정도.
“하 씨, 노인을 패는 취미는 없는데.”
거의 정신을 잃기 전까지 가버린 발루두크를 보며, 마법을 해제했다.
털퍼덕!
속박에서 풀려난 그는 반항은커녕 말도 못 했다.
버티다 못해 기절한 모양.
‘더 이상 대화는 못 하겠군.’
이대로 죽이고 싶었지만, 꾹 참고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퀘스트가 뜨지 않았기에 죽이면 받을 보상도 놓치고 만다.
‘얼굴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겠어. 이제 대지의 추적으로 언제든 추적할 수 있으니.’
게다가 자신이 악마의 술법을 대가 없이 사용하는 걸 보여주지 않았는가?
발루두크는 분명 이 점을 놓치지 않으리라.
‘네놈이 평생토록 바라던 염원의 단서가 나에게 있다. 그러니 내가 죽으면 너도 곤란할 거다.’
씨익 웃어 보인 지크는 기절한 발루두크를 놔두고 텔레포트 했다.
놈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가 기대됐다.
* * *
“끄으으…….”
머릿속을 울리는 신호음.
그것이 발루두크를 깨웠다.
‘누구지? 스텔라 님?’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로 연락이 들어왔다.
애써 정신을 차린 발루두크가 가상의 공간에 접속했다.
“스텔라 님.”
[발루두크. 상태가 안 좋아 보이네요. 무슨 일 있나요?]“아, 아닙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데카라비아 님이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나 알고 싶어서요.]“아… 중력장과 신의 후예용 무기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얼마나 걸리는지 이야기 들은 바 있나요?]“아직 없습니다. 완성되면 바로 알려준다기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완성되면 신의 후예를 잡아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데카라비아 님께서 그런 재능이 있으셨다니. 하늘이 도우신 거죠.]“……맞는 말씀입니다.”
발루두크는 조금 탐탁지 않은 목소리였다.
아까 봤던 믿기지 않는 현상 때문이었다.
‘신의 후예는 나와 달리 마기도 없이 술법을 사용했다.’
마기 없이 술법을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생체 반응이 그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생명력을 소비하지 않고도 술법을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해.’
여태 생명력을 소진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던가?
‘내 스승이자 후견인인 안드레알푸스 님께서도 인간은 생명력을 대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지으셨다. 그러니 얼른 리치화가 되라고 부추기기도 하셨고.’
하지만 리치화가 되면 지성을 잃는다.
지성을 잃은 존재를 과연 나라고 할 수 있는가?
발루두크는 아니라고 봤다.
‘하여 수십 년간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 처녀들의 피를 이용해 보기도 했으며, 아이들을 제물로 바쳐보기도 했다.’
토드에게 아이들을 모으라는 것도 이런 이유.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술법에는 필연적으로 생명력을 대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다.
지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발루두크?]“예?”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 거죠?]“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고민을 좀…….”
“예…… 간단합니다.”
대답은 했지만 발루두크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지크, 그자가 죽으면…… 대가 없이 술법을 쓰는 방법도 물어보지 못할 게 아닌가……?’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염원에 대한 단서가 적에게 있다니.
발루두크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사전에 지크의 동향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으세요. 죽여야 할 때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게요.]“아… 알겠습니다.”
발루두크는 그리 말하며 가상의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뭐가 됐든 지크를 찾긴 찾아야 한다.
‘찾아서 물어야 한다. 어떻게 대가도 없이 술법을 쓰는지!’
발루두크의 눈이 한층 빛났다.
* * *
발루두크를 만나고 온 지크는 복도에서 제라드를 마주쳤다.
“아버지. 떠날 곳은 찾아보셨어요?”
“으음, 그게 말이다……. 구하기가 쉽지 않더구나.”
암살자가 다녀갔음에도 맥러플린 일가는 아직 알폰소 가문에 머물고 있었다.
마땅한 피신처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내 다른 마법사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릴까 했지만, 알폰소 공작이 배신한 이후로 그들도 믿지 못하겠더구나. 선구자들이 대체 어디까지 손을 써둔 건지 알 수 없으니…….”
한마디로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
하지만 그와 달리 지크는 한 사람이 떠오른 참이었다.
마침 퀘스트도 나타났고.
“아버지. 제가 아는 믿을 만한 사람이 바이소 왕국에 있는데, 한번 가보실래요?”
“응? 그러냐?”
“예. 분명 도움을 줄 거예요.”
지크는 그리 말하며 눈앞의 퀘스트를 수락했다.
【돌발 퀘스트 : 크리오스에게 허락받기】
└맥러플린 일가와 데포르테 일가가 피신처를 찾고 있습니다.
└바이소 왕국의 철혈의 군주, 크리오스 라인하르트를 찾아가 가족들을 머물게 해달라고 허락받으십시오.
└크리오스에게 허락받기
└랜덤으로 스탯 4,000 증가
└6차 스킬 숙련도 20,000 증가
* * *
후우웅!
오늘도 어김없이 검술 수련을 하던 크리오스 라인하르트는 아들을 보며 소리를 높였다.
“좀 더 팔을 들어라! 상단이 비지 않았느냐!”
“아, 예!”
일공자인 잭 라인하르트와 이공자인 루인 라인하르트.
두 사람이 크리오스와 함께 대련장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대련하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불만이었는지 잭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버지. 오늘도 대련은 안 해주실 건가요?”
“대련? 나와의 대련 말이냐?”
“네. 강자와 붙어야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아버지께서 누누이 말씀하셨잖아요.”
“그것도 강자 나름이지. 나와 너희 사이엔 하늘과 땅 차이가 있지 않으냐?”
“그, 그럼 지크는 왜 올 때마다 매번 대련해 주시는 건데요?”
크리오스가 허공에 검을 휘두르다가 멈칫했다.
“정녕 몰라서 묻는 것이냐?”
“…….”
안다.
지크와 아버지는 대련할 만한 수준이라는 거.
이미 지크는 자신들보다 월등하게 강한 수준이라는 거.
그걸 알기에 이토록 밥도 거르며 수련을 마다하지 않는 거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쳇! 지크 녀석……! 부러워 죽겠네. 그 미친 듯한 재능이.’
자신도 그런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근데 이놈은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거야?’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제자가 됐으면 꼬박꼬박 나타나서 가르침이나 받을 것이지, 어디서 뭘 하길래 몇 달 동안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단 말인가?
‘어디서 훈련도 안 하고 농땡이나 부리고 있는 건…….’
그때였다.
시종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놀랄만한 소식을 가져왔다.
“지크 맥러플린 공자가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