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3화
누굴 좋아해? 메리?
그 말에 가장 놀란 건 당사자인 메리였다.
‘피터 님이…… 나를 왜?’
잘못 들었나 싶어 피터를 쳐다봤지만, 아니라는 듯 그의 입에서 진지한 말이 나온다.
“저와 메리는 여행 다니면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어요. 당신보다야 자격은 충분하죠.”
“허, 그래 봐야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
할 말을 찾지 못하는 피터를 보며, 잭이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사귀는 사람도 아니면서 자격 운운하다니. 좋아한다고 자격이 생긴다면 누구라도 자격을 얻겠군.”
“잭 공자.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입니다만?”
“진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 가려보는 게 어때요? 대련으로 말이에요.”
“대련?”
잭의 제안에 피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숨어 있던 자존심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본디 강한 자가 여인을 지킬 수 있는 법. 우리 중에 강한 자를 가려내면 적어도 자격이라는 것이 생길 것 같은데.”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아니, 도대체 뭣들 하는 거예요?”
메리는 황당한 얼굴로 둘을 만류했다.
자기를 두고 자격 운운하더니 넙죽 대련을 성사시키니 황당하지 않을 리가.
“왜 흐름이 이렇게 되는 거죠? 갑자기 대련이라니. 그만두세요, 둘 다.”
“아니오, 메리 공녀. 경쟁자가 생긴 이상 확실하게 짚고 넘어야 할 사안이오.”
“맞아. 넌 빠져 있어. 이건 남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사안이니까.”
잭과 피터가 차례로 말했고, 메리는 다시금 입을 벌렸다.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 * *
훈련장에는 때아닌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피터와 잭의 대련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는데, 크리오스와 제라드가 그랬다.
“으음, 루인. 둘이 왜 대련하는 거라고?”
“어, 그게…….”
아버지의 물음에 루인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사실을 고했다.
쪽팔림을 감수하고 말했지만, 크리오스의 반응은 의외로 호탕했다.
“하! 잭 녀석,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과연 남자구나.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대련을 벌이다니.”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지만, 그 옆에 있는 제라드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으음, 이거 피터가 된통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군요.”
“제라드 공. 뭘 걱정하고 그러시오? 피터는 6서클 마법사라 들었소만.”
“그렇긴 하나 실전이 부족해서 말입니다. 오러 유저를 상대해 본 적은 없을 겁니다.”
“잭도 마찬가지외다. 녀석도 마법사를 상대한 경험은 전무하오. 이번 기회에 마법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을지도 모르지.”
잭의 수준은 오러 마스터 하급.
마법사로 치면 7서클과 동일한 성취였다.
그렇다고 6서클을 얕잡아볼 수도 없다.
공정한 대련을 위해 어느 정도의 페널티를 적용할 작정이니까.
“그럼, 지금부터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심판을 자처한 루인이 둘 사이에 서서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잭 라인하르트는 목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러 블레이드는 일절 금지이며, 무기에 오러를 씌울 수 있는 건 상대의 마법을 막을 때뿐입니다. 그리고.”
루인이 이번엔 피터를 바라봤다.
“피터 맥러플린 공자는 지팡이 없이 마법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살상 마법은 금지이며, 수면, 마비, 석화 등의 상태 이상 마법 또한 금지합니다. 너무 강력해서 이 정도 페널티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혹시 이의 있으신 분은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없으시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시작!”
루인이 둘 사이에서 빠지자마자 피터의 마법이 날아들었다.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기본적인 1서클 마법인 데다 가장 캐스팅이 빠르다고 불리는 마법이었다.
‘육체적인 힘이 강한 오러 유저이니만큼, 속도전으로 나가겠다는 건가? 나쁘지 않은 판단이군.’
크리오스가 속으로 감탄하는 사이, 잭이 달려들었다.
파앙! 팡! 팡!
여러 개의 매직 미사일을 목검으로 여유롭게 쳐낸다.
과연 오러 마스터라 불릴 만한 반응 속도.
‘대단하군. 저걸 저리도 쉽게 쳐낸다는 건 잭의 오러가 피터의 마력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거겠지.’
제라드는 속으로 잭 공자를 보며 감탄했다.
그러는 사이, 피터가 다음 마법을 준비한다.
“헤이스트(Haste).”
움직임이 빨라지는 마법을 두르곤 바람처럼 몸을 날렸다.
그 자리를, 잭의 목검이 지나쳤다.
“어딜 가려고!”
잭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뱀처럼 빠르게 쫓아갔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목검이 피터의 옆구리를 찔렀다.
“파이어 실드(Fire shield).”
간신히 캐스팅을 마친 피터의 몸 주위로 붉은 보호막이 형성됐다.
잭의 목검이 공격하려다 말고 우뚝 멈췄다.
제라드가 속으로 감탄했다.
‘잭 공자는 알고 있는 거야. 파이어 실드는 방어와 동시에 공격한 자에게 불을 붙이는 마법이라는 걸.’
잭은 공격하지 않고 실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피터의 주위를 맴돌았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붙는 잭이 성가셨는지 실드가 끝나자마자 다음 주문을 외웠다.
“그리스(Grease)!”
지면과의 마찰력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마법에.
휘청!
잭의 몸이 쓰러졌다.
아니, 쓰러질 뻔했다.
휘리릭!
순간적으로 점프를 뛰어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끝났다.”
잭이 승리를 확신하며 목검을 내질렀다.
그의 경로에 정확히 피터의 가슴팍이 있었다.
하지만.
터엉!
실드로 막아낸 피터가 회심의 마법을 사용했다.
“토네이도(Tornado)!”
발밑에서 나타난 회오리바람이 잭의 몸을 감쌌다.
잭이 허공을 떠다니며 발버둥 치는 사이, 쉴 새 없이 다음 주문을 준비하는 피터였다.
“디그(Dig)!”
바닥에 구덩이를 판 뒤 토네이도를 조종해 그대로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니, 넣으려고 했다는 게 더 정확했다.
잭이 위기의 순간 오러로 저항하여 회오리에서 빠져나왔으니까.
“아.”
피터는 이 순간 위기를 직감했다.
회심의 마법이 허무하게 파훼 된데다 마나도 거의 동나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마력의 순환과 방출을 돕는 지팡이도 없으니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반면, 상대는 멀쩡하기 그지없는 상황.
“마법사는 오러 유저의 상대가 안 돼!”
잭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피터는 빠르게 거리를 벌리며 어떻게든 다음 주문을 준비하려 했다.
하지만, 잽싸게 달려드는 잭을 막을 방법이라곤 없었다.
간신히 쥐어짠 실드를 전개하는 것밖엔.
터엉! 텅!
목검이 피터의 실드를 두들겼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막기만 하던 피터는 실드를 유지하기도 벅찼다.
그만큼 잭의 힘은 마법사의 실드 따윈 쉽게 부술 만큼 강했다.
거기다 무기에 오러까지 씌우니 그 힘은 배가 됐다.
파창-!
실드가 깨지고, 피터의 패배가 확정되다시피 하는 순간.
“크, 큰일 났습니다!”
잭의 목검이 피터의 머리 앞에서 우뚝 멈췄다.
갑작스러운 시종의 외침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냐?”
관전하고 있던 크리오스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시종이 별것도 아닌 일로 대련을 막았을 리는 없었으니.
“사, 삭풍의 군주께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오셨습니다.”
“뭐?”
5군주 중 하나인 삭풍의 군주.
그는 중립 왕국인 베르 소속의 그랜드 오러 마스터였다.
5군주의 회의에서도 종종 얼굴을 드러내는 이였기에 크리오스와 친분이 있다.
그랬기에 더더욱 놀랐다.
삭풍의 군주가 정말로 피투성이가 된 몰골로 들어왔으니까.
“이그레트 경!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삭풍의 군주, 이그레트 아슐란트가 신음을 흘렸다.
“도, 도와…… 주시게, 크리오스 경.”
“무슨 일인지 말을 해보게!”
“마, 마법사…… 빙결의 마법사, 에탄…….”
쥐어짜듯 말하던 그가 털퍼덕 쓰러졌다.
“이그레트!”
서둘러 부축한 크리오스는 치료부터 해야겠다고 여겼다.
여기저기 찢기고 벌어진 상처가 말이 아니다.
“제가 치료하겠소.”
옆에 있던 제라드가 발 벗고 나서서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완전히 회복은 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안정을 되찾은 이그레트가 못다 한 말을 이었다.
“에탄, 12인의 선구자라던 그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를 공격했소.”
“우리라니? 누구 말이오?”
“나와 냉철의 군주, 불멸의 군주 말이오.”
자세한 정황을 들어보니 이랬다.
삭풍의 군주, 냉철의 군주, 불멸의 군주.
이 세 사람은 평소처럼 모여서 마법사들의 탄압을 어떻게 해결할지 회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린 것이다.
빙결의 선구자가 베르 왕국의 수도에 나타나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그 탓에 회의를 멈추고 나섰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 다른 군주들도 나와 함께 싸우다가 도망쳤소.”
“뭐라? 셋이 덤볐는데 그자 하나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믿기지 않는군!”
“사실이오……. 놈은 굉장히 특이한 무기를 지니고 있었소. 오러 유저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무기였지.”
“그게 무슨 소리요? 자세히 말해보시오!”
삭풍의 군주는 녀석의 새로운 무기에 대해 전했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날 좀 도와주시오, 크리오스 경. 놈은 계속해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소. 우리 베르의 시민들이 위험하오…….”
보통이라면 중립국인 베르를 돕지 않았을 것이다.
베르 왕국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으며 그 대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중립을 고수하는 입장.
그렇기에 누가 도와주려고 하면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일쑤다.
괜히 참견하지 말라는 듯이.
그러나 이번만큼은 크리오스도 참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민의 목숨이 위험하다지 않은가?
“돕겠소. 걱정 마시오.”
“고맙소.”
“저도 돕겠습니다.”
제라드의 말에 크리오스가 반색했다.
“정말이오?”
“그럼요.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돕겠네.”
9서클인 달프레드까지 나서겠다고 하자, 크리오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맙습니다, 다들. 시급한 일이니 지금 바로 출발합시다!”
* * *
악마 귀족 서열 69위 데카라비아.
그가 돋보기 같은 물건을 들고서 어딘가를 바라봤다.
1㎞ 떨어진 곳도 코앞에 있는 것처럼 확대해서 보여주는 자작품이었다.
[그렇지. 잘 싸우고 있구나. 빙결 인간.]중얼거린 그의 시선엔 에탄이 있었다.
얼음 알갱이들을 만들어 사람들을 죽이는 광경은 악마가 따로 없을 지경.
하지만 데카라비아의 눈엔 머리 좋고 영리한 짓으로 보였다.
[저렇게 무고한 인간들을 죽여야, 더 강한 인간이 나타나겠지. 판단력이 나쁘지 않구나. 인간.]그가 에탄을 염탐하듯 쳐다보고 있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자신의 무기를 잘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데카라비아는 얼마 전, 발루두크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데카라비아 님.
-왔느냐? 전에 말한 건 다 만들어놨다. 여기 천마 대전에 사용할 중력장과 신의 후예를 상대할 장치다.
-오오, 수고하셨습니다.
-어떠냐? 전에 인간 기술자가 만들었던 중력장과 비교하면?
-훨씬 크고 더 좋아 보입니다. 100% 완성된 것입니까?
-기술적으로 그렇긴 하나, 아크니움이란 광석이 재료로 들어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
-그렇습니까? 그럼, 광석만 있으면 즉시 쓸 수 있다는 소리군요?
-그렇다.
-한데 이 물건은……?
-그게 바로 신의 후예를 상대할 무기다. 그 버튼을 누르면 반경 30m의 오러를 억제할 수 있지.
-오오! 대단하군요. 오러를 억제한다니!
-오러를 억제하면 그 신의 후예라는 놈도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겠지.
-그렇겠군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신의 후예는 마법도 사용하는 마검사입니다만…….
-걱정 마라. 그럴 줄 알고 마법사 전용 무기도 만들어놨지. 자.
-아, 이거로군요? 버튼을 누르면 어떤 효과가 나타납니까?
-반경 30m의 마법사들의 마력을 억제할 수 있지. 물론 누르는 당사자의 마력은 억제하지 않도록 인식시켰으니 걱정은 말거라.
-역시 데카라비아 님이십니다! 이런 귀한 물건을 만들어주시다니!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나도 좋아서 한 일이다.
그렇게 발루두크는 데카라비아에게서 중력장과 오러 억제기, 마력 억제기 등을 받았다.
에탄에게는 중력장을 제외한 두 개의 물건을 인계했다.
신의 후예를 상대할 암살자로 에탄이 뽑힌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테스트가 필요했다.
제대로 오러와 마력 억제가 발동하는지 말이다.
‘그 테스트를 위해 저 에탄이라는 선구자가 나선 것이지.’
베르 왕국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다면, 그곳에 소속된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한 예상은 적중했다.
정말로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셋이나 나타났으니까.
‘그래 봐야 신의 후예를 처리하기 전에 테스트할 시험 케이스에 불과할 뿐이지만.’
결국엔 셋 다 도망갔지만 뭐가 됐든 데카라비아로선 상관없다.
‘나야 내 물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그만이니.’
자신이 만든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파악하는 일.
그것이 데카라비아가 에탄을 관음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