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4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4화
12시간 전.
끔찍한 소식이 군주들의 귀에 들어왔다.
12인의 선구자 중 한 명이 베르 왕국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말이?”
-그, 그렇습니다! 지금 수도에서 보이는 대로 사람을 학살하고 있는데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통신구를 통한 가신의 연락에, 삭풍의 군주, 이그레트는 분통을 터트렸다.
“빙결의 선구자, 그 씹어먹을 놈이……!”
“얼음과자나 처먹던 놈이 단단히 미쳤군!”
“그동안 선구자네 뭐네 가식이란 가식은 다 떨더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구만!”
마침 한자리에 있던 냉철의 군주와 불멸의 군주가 함께 분노해 주었다.
“안 되겠네. 회의고 뭐고 내 당장 그놈의 목을 베러 가야겠네.”
“우리도 함께하겠네. 삭풍.”
“얼른 가세!”
안 그래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선구자들의 압박에 어떻게 대처할지 회의하던 차였다.
이렇게 본색을 드러낸 게 반가울 지경.
시민들의 학살은 달갑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명분이 주어진 것이다.
선구자들을 죽여야 할 명분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세 군주는 학살이 자행된다는 베르의 수도로 향했다.
애당초 베르 왕국에서 회의를 치르고 있었기에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꺄아악!”
직접 본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머리통만 한 얼음덩이가 도시의 시민들을 무작위로 죽이고 있었다.
길거리의 시체가 몇이나 되는지 세어볼 엄두도 안 날 정도.
이그레트의 눈에 핏발이 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네이노오오옴!!! 빙결의 선구자!!!”
“음? 드디어 오셨구만? 킥킥킥.”
키득거린 빙결의 선구자, 에탄 아크토스가 학살을 멈췄다.
머리통만 한 우박들이 그제야 떨어지지 않았다.
“왜 이제야 나타났어? 너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아?”
“이 미친 새끼가! 무고한 시민들을 이렇게나 학살하다니!”
“그동안 잠잠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냐?
“미친 싸이코 놈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한마디를 던졌는데 세 마디가 날아온다.
그만큼 현장을 본 오망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애초에 선구자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대립 관계에 있던 그들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에탄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할 뿐이지만.
“너무 열 내지 마.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뭐?”
“너희를 부를 방법이 없어서 이런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었잖아. 너희가 빨리 왔으면 시민들도 그나마 덜 죽었을 거라고.”
“완전히 미쳤구나!”
“네놈의 목을 치고 죽은 시민들의 넋을 달래겠노라!”
세 명의 군주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고는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말 같지도 않은 핑계 따윈 더 들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한다!”
세상에 다섯밖에 없다는 그랜드 오러 마스터 중 셋이 살기를 머금고 달려들었다.
누구라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에탄은 변함없었다.
변함없이 여유만만했다.
‘나한텐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까.’
에탄이 직사각형의 막대 하나를 들어 올렸다.
수상한 무기였지만 군주들은 개의치 않았다.
에탄을 찢어발기기 2초 전이었으니까.
놈의 사지가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갈가리 찢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희망도 에탄이 막대의 버튼을 누르면서 사라졌다.
지이이이이잉-
“크윽.”
“뭐, 뭐야?”
“으윽!”
흉포한 기세로 달려들던 군주들이 순간 제동이 걸린 듯 멈췄다.
손아귀에 있던 오러 블레이드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전신에 들끓던 오러가 단전으로 돌아가더니 처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러 운용이 막혀버린 것이다.
‘크, 큰일이다.’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이그레트는 직감했다.
이대로면 에탄을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다른 군주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바, 방금 놈이 누른 저 버튼으로 인해, 우리들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오, 오러가 전신으로 유입되지 못하면…… 범인을 뛰어넘는 힘도 발휘하지 못해.’
오러가 막힌 이상, 그들은 체력 좋은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얘네들 봐라? 왜 달려오다 말고 갑자기 멈추는 거야?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얄밉게도 능청 떨던 에탄이 손에 든 막대기를 까딱거렸다.
“설마 이것 때문이야? 이거 때문에 오러의 운용이 막혀버린 거냐고.”
“네놈…… 대체 어디서 그런 물건을…….”
“가져가고 싶지? 다시 버튼을 누르면 풀리는데, 풀고 싶지?”
약 올리듯 말하던 에탄이 히죽 웃으며 군주들 앞에서 막대기를 흔들어댔다.
흡사 개한테 시늉하듯.
“가져갈 수 있음 가져가 봐. 자, 여기 있다?”
그 말에, 부들거리던 군주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좀 전과 달리 보잘것없었고, 에탄이 방어하기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쩌어어엉!
“크으윽!”
“커흑!”
땅 밑에서 얼음 방벽이 솟아나자 군주들이 급히 물러났다.
이그레트는 운 좋게 피할 수 있었지만 다른 두 군주는 방벽의 날카로움에 가슴팍에 긴 자상이 생겼다.
갑옷도 찢어버리는 날카로움이었다.
“진짜 가져갈 수 있을 줄 알았어? 비융쉰들.”
“크윽…….”
“큭큭, 대륙에서 다섯밖에 없다는 놈들이 일반인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해서 벌벌 떨다니. 신의 후예가 이런 심정이었나? 이거 시시해도 너무 시시하잖아? 하하핫!”
막대한 힘을 얻은 것에 만족한 에탄이 목청 높여 웃고 있을 즈음.
군주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후퇴.
설마 모양 빠지게 도망갈 거라곤 예상치 못했는지, 에탄이 정색하며 도망치는 군주들을 바라봤다.
“하, 이것들 봐라? 내 앞에서 도망을 가?”
어처구니가 없던 에탄은 허공에 여러 개의 얼음덩어리를 만들었다.
파파파팍!
파파팍!
“크윽!’
“컥!”
빠르게 날아간 덩어리들이 도망치던 오망성의 등짝에 화살처럼 꽂혔다.
등에 덧댄 갑옷이 우그러질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
쓰러진 군주들이 신음을 흘리며 일어섰다.
여기서 주저앉았다간 그야말로 죽은 목숨이다.
“병신들. 나한테 찍힌 이상 너흰 이미 죽은 목숨이야. 뭘 아등바등 살려고 해?”
에탄은 조롱하면서 다시금 얼음덩어리를 만들어냈다.
파파팍!
파파팍!
“아아!”
“으윽!”
한 방에 죽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아쉽다.
그 유명한 오망성을 농락할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마치 벌레를 가지고 노는 거 같네. 큭큭.’
옛날, 어릴 때 벌레의 팔다리를 하나씩 뜯어버리며 노는 것처럼, 에탄은 순수한 재미로 그들을 가지고 놀았다.
이그레트가 기습하기 전까지는.
슈캉!
그나마 멀쩡한 몸 상태였던 삭풍의 군주가 자신의 애검, 브리만타로 에탄의 등을 기습적으로 베었다.
그러나.
“뭐 하니, 너?”
검은 에탄의 등에 상처 내기는커녕, 터럭만큼의 생채기도 허락지 않는다는 듯 간단히 막히고 말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 피부를 얼음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보호 마법을 사용 중인 에탄이었다.
“시도는 좋았어. 내가 한눈판 사이에 시야에서 벗어나 기습하려 하다니. 하지만.”
콱!
“크아악!”
어느새 생성된 얼음창이 이그레트의 옆구리를 꿰었다.
“오러도 못 쓰는 일반인이 감히 9서클 마법사를 상대할 수나 있겠어? 응?”
졸지에 일반인 취급을 받았지만, 화가 나지도 않았다.
차가운 냉기와 고통이 이그레트의 몸을 벌벌 떨게 만들었으니.
“테스트는 이만하면 된 것 같고, 이제 슬슬 죽여볼까?”
애당초 오러 억제기가 5군주에게 통하는지 확인할 목적으로 벌인 학살극이었다.
이 정도면 다 죽인 뒤 돌아가도 문제는 없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마무리를 준비하려는데.
티팅팅팅팅!
수십 다발의 화살이 날아와 에탄의 등을 건드렸다.
그래봤자 얼음 피부라 생채기도 나지 않았지만 거슬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어떤 새끼들이…….”
고개를 돌리던 에탄은 어느새 모인 수백의 병사들을 보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놀람보다는 반가움이 더 앞섰지만.
“새끼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군대를 동원하네? 하핫.”
이미 시민과 더불어 수도의 치안대를 괴멸시킨 에탄이다.
다수의 오러 유저와 마법병으로 형성된 군대를 마주하기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어디 한번 와봐. 내가 아주 제대로…….”
순간 에탄은 잊었던 두 사람을 떠올렸다.
“아, X발.”
어디로 튀었는지 냉철의 군주와 불멸의 군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시선이 팔린 탓에 도망갈 여지를 주고야 말았다.
“이것들이 숨으면 내가 못 찾아낼 줄 알…….”
“전군! 저 사악한 마법사를 향해 돌격하라!”
“와아아아!”
베르의 군대 수백이 에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사이, 이그레트는 기회를 봐서 도주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바이소 왕국.
‘처, 철혈의 군주에게 어, 얼른 이 사실을…….’
도움을 청할 곳이라곤 그곳밖에 없던 이그레트였다.
* * *
“커흐윽!”
에탄이 이그레트의 도주를 알게 된 것은 마지막 남은 병사의 숨통을 끊은 직후였다.
“X발. 다 잡은 벌레들을 다 놓쳐버렸잖아.”
데카라비아에게 받은 오러 억제기를 이용해 반병신을 만들어놨더니, 베르의 군대를 상대하는 사이 전부 놓치고 말았다.
“젠장. 이거 스텔라 님에게 한 소리 듣겠는데…….”
에탄의 목적은 오러 억제기의 테스트도 있지만, 그동안 걸리적거렸던 오망성을 처치하는 것도 있었다.
힘에 취해 방심하다가 놓친 건 순전히 자신의 잘못이었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지만.
“반드시 찾아야 해. 이번엔 찾자마자 바로 죽여 버려야겠어.”
한데 도망친 놈들을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더구나 오러 억제기의 범위인 30m에서 벗어났으니 지금쯤 오러를 운용해 훨훨 날아다니고 있을 게 분명하다.
찾을 방법도, 잡을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
하지만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또 학살극을 벌이면 기어 나오겠지, 뭐.’
그동안 쌓아놨던 선구자의 이미지가 시궁창에 빠지겠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 본색을 드러내자는 스텔라의 명령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선구자도 넷밖에 남지 않은 상황 아니던가?
더 줄어들기 전에 빨리 천마 대전의 준비를 앞당기는 편이 낫다.
“이번엔 어느 도시로 가볼까……. 이참에 베르의 시민들을 전부 죽여버릴까?”
수만 명이나 되는 시민들을 죽일 생각을 하니 에탄의 입가에 희열이 번졌다.
어쩌면 역사에 한 획 긋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희대의 학살자, 에탄 아크토스라고.
“이거 상상만으로도 짜릿한데?”
미친놈처럼 웃던 에탄은 이윽고 장소를 옮겼다.
수백의 시체들을 내버려 둔 채로.
* * *
“여기서 텔레포트 하면 바다의 방해 역장에는 걸리지 않겠군요.”
“그럼 바로 가죠.”
“예. 좌표는…….”
바이소 왕국 끝자락의 항구 도시로 온 지크는 좌표를 건네받고 텔레포트 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비로소 동대륙으로 떠날 때가 됐다.
‘어디 가볼…….’
그때, 눈을 의심케 하는 퀘스트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