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5화
【돌발 퀘스트 : 위기 감지】
└빙결의 선구자가 현재 베르 왕국에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의 악행을 막기 위해 오망성과 라인하르트 가문, 맥러플린 일가, 데포르테 일가가 총동원하였지만, 승부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1시간 내로 메인 퀘스트를 끝낸 뒤 지정된 좌표로 텔레포트해 빙결의 선구자를 막으십시오.
└1시간 내로 메인 퀘스트 클리어
└텔레포트 좌표
【메인 퀘스트 : 드래곤 구출 작전】
└동대륙의 웰터가든에 저항군으로 남아 있는 드래곤들이 핍박받고 있습니다.
└리치 드래곤을 모조리 죽이고 저항군 드래곤들을 구하십시오.
└리치 드래곤 처치 0/25마리
└저항군 드래곤 구출 0/50마리
└용언 ‘자가 회복’ 획득
└용언 ‘단단한 피부’ 획득
두 가지 퀘스트가 차례로 떴다.
‘메인 퀘는 원래 하려던 용족 구출이야. 그런데…….’
지크가 놀란 이유는 돌발 퀘스트에 있었다.
‘우리 가족이 빙결의 선구자랑 맞붙으려 한다고?’
라인하르트 가문에 있으라고 했더니 갑자기 놈을 막으러 갔다? 왜?
‘설명을 보면 시민 학살을 막기 위해서인가?’
어쨌든 위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이라도 발길을 돌려 베르 왕국으로 가야 한다.
퀘스트 따위보다 가족의 안위가 우선이니까.
“카르디. 여기서 베르 왕국까지는 멀어요?”
“예? 베르면…… 아무리 빨라도 한나절은 걸리죠?”
“텔레포트 좌표는 없어요?”
“없는데…… 갑자기 왜 그러시죠?”
“아니에요.”
지크는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베르까지 바로 갈 방법이 없잖아.’
당장이라도 빙결의 선구자를 막으러 가고 싶지만, 시간이 걸린다.
자신이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
‘퀘스트를 수락하는 것만이 답인가?’
돌발 퀘스트 수락 후 1시간 내로 메인 퀘를 클리어한다.
그리하여 좌표를 받으면 곧장 빙결의 선구자가 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
‘어쩔 수 없겠는걸.’
퀘스트 수락을 한 지크가 곧장 카르디를 바라봤다.
“얼른 동대륙으로 가죠! 한시가 급해요!”
“예? 아아, 예.”
카르디는 얼떨떨해하며 텔레포트 좌표를 공유했다.
잠시 후.
번쩍!
카르볼을 포함한 세 사람이 항구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크윽, 젠장…….”
“놈을 막지 못했어…….”
간신히 도주에 성공한 냉철의 군주와 불멸의 군주의 등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고통보다는 분함이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보았소? 놈에게 얼마나 많은 시민이 당했는지?”
“봤지……. 수도의 치안대 또한.”
“우리 대신 상대하던 군대 또한 전멸했을지 모를 일이오.”
“젠장…… 미친 싸이코 새끼.”
무슨 욕지거리를 해도 부족해 보일 만큼, 에탄이 저지른 악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걸 눈으로 직접 목도했으니 군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행여나 군대가 이겼을 가능성은?”
“없지. 제대로 붙어도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 심지어 이상한 무기까지 들고 있지 않소?”
오러를 극한으로 연마해 초인의 경지에 이른 그들이었으나, 에탄 또한 마법에 정점을 이룬 존재.
오러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지만 놈을 막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처구니없는 무기였소. 오러의 흐름을 억제해버리는 무기라니…….”
“겪어보니 범위는 30m 정도 되는 듯하더군.”
“어떻소? 다시 한번 싸워보는 건?”
“우리 둘이서 말이오?”
냉철의 군주의 제안에 불멸의 군주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로선 불가능하오. 아마 그 무기가 있는 한, 몇 명이 덤벼도 어린아이처럼 힘을 잃고 말 것이오.”
“하긴…… 삭풍의 군주와 함께했는데도 그 지경이었으니…….”
당장은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
놈을 막을 기회가 생긴 것이니.
“우선 삭풍의 군주부터 찾아보는 게 순서일 듯하오.”
“내 생각도 동일하오.”
“불멸. 그와의 통신구를 가지고 있지 않소? 연락해 보시오.”
불멸의 군주가 통신구를 두들겼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순 없지만 되도록 연락이 닿기를 바라며.
다행히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
―불멸의 군주.
“삭풍! 불행 중 다행이군! 살아 있었는가?”
―부상이 심하긴 했지만, 다행히 살았지. 그대들은?
“우리도 무사하네. 어디인가? 합류해서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해야겠네.”
―어디로 가면 되는가? 베르의 회의장으로 가면 되겠나?
“그래. 우리 둘 다 거기 있으니 그리로 오게.”
―알았네. 아 참, 철혈의 군주도 만나서 같이 가고 있는 길이네.
“철혈의 군주?”
―그렇다네. 그럼 곧 뵙지.
통신이 끊긴 군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부상이 심했던 삭풍의 군주가 살았음은 물론 철혈의 군주까지 데려온다고 한다.
배신자로 낙인찍힌 말리고르를 제외하면 사실상 네 명의 군주 모두가 모이는 셈.
기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철혈의 군주까지 온다니!”
“간만에 모두 모이는군.”
하지만 반갑던 마음은 철혈의 군주가 오자 차게 식었다.
“다들 오랜만……. 표정이 왜들 그러는가?”
“크리오스. 그 옆에 있는 자는 누군가?”
다름 아니라 철혈의 군주 옆에 마법사의 복장을 한 무리가 연이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달프레드 비그스란드 공이시네. 여기는 제라드 맥러플린 공이시고.”
“이름은 중요치 않네. 왜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마법사들을 회의장에 들였냐는 말일세.”
오러 유저와 마법사는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지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당연했다.
어디까지나 색안경이었지만.
“너무 뭐라 하지 말게. 이분들은 베르 왕국의 사정을 듣고서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선 걸세. 도리어 반갑게 맞아줘야 마땅한 일이지.”
“맞네. 그리고 이분들이 내 상처도 치유해 주셨다네. 생명의 은인인 셈이야.”
크리오스에 이어 이그레트까지 마법사들을 대변하고 나서자, 군주들은 그제야 적개심을 풀 수 있었다.
“삭풍을 도와주셨단 말인가?”
“크흠, 이거 실례했소. 우릴 도우러 오신 분들에게 무례를 저질렀군.”
불멸의 군주가 사과하고 나서자 맥러플린 일가도 그제야 긴장했던 표정을 풀 수 있었다.
“아닙니다. 마법사로 인해 이런 일을 겪으셨으니 충분히 그러실 만하지요.”
“실례가 안 된다면 도와주는 이유를 들어봐도 되겠소?”
냉혈의 군주는 아직 경계심을 다 풀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제라드의 입에선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곧장 대답이 튀어나왔다.
“악한 마법사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데 돕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 크리오스 경에겐 빚도 있고요.”
“빚?”
“이분들은 선구자들에게 쫓기는 몸이었네. 우리 가문에서 잠시 몸을 피하고 있지.”
“선구자들은 우리의 적이오. 같은 마법사라고 다 같은 편은 아니라는 거지.”
크리오스와 달프레드의 설명에, 군주들은 이제 좀 이해된다는 눈치였다.
“그렇군요. 선구자는 알고 보니 공동의 적이었군요.”
“괜히 안 좋은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제야 색안경을 벗어 던진 군주들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대책 회의를 해봅시다. 놈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회의랄 게 뭐 있습니까? 당장 이 병력으로 상대하면 안 될까요? 적이라 봤자 한 명이지 않습니까?”
제라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냉철의 군주가 콧방귀를 뀌었다.
“모르는 소리 마시오. 그대들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도 놈은 특별한 무기를 사용 중이오.”
“특별한 무기?”
“반명 30m의 범위에 있는 오러를 억제하는 무기라네.”
“아니,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정말일세. 크리오스. 당하기 전까진 우리도 기세등등했었지.”
“놈 앞에서 오러 한 줌 쓰지 못하는 그 무력감이란…….”
무력하게 당했던 지난 일을 회상하며 군주들이 앓는 소리를 했다.
당해보지 않은 크리오스로선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초리였지만.
그때 제라드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오러만 억제해 줄 뿐, 우리 마법사들에겐 통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상대는 9서클 중에서도 정점을 찍은 마법사요. 상대할 수 있겠소?”
군주들의 못 미더운 소리에, 제라드는 웃으며 답했다.
“9서클 마법사 셋, 8서클 마법사 둘. 여기에 그랜드 오러 마스터 네 분까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 * *
푹푹푹!
“아악!”
“끄아악!”
시체가 쉴 새 없이 쌓여갔다.
마을 하나를 발견한 에탄이 또다시 학살을 이어간 것이다.
“흐음, 마흔 명? 고작 이 정도밖에 없나, 여긴?”
마흔의 시체를 고작이라 평한 에탄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좀 커다란 마을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이 정도 죽여가지곤 군주들이 나타나지 않을 거야. 더 커다란 마을을 골라야지.”
아까처럼 대형 학살을 자행하다 보면 참지 못한 군주들이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 나올 것이다.
그것 말고는 자신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 테니까.
에탄은 몸을 옮기기 전, 마을의 전경을 바라봤다.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는 놈이 있을 수도 있으니.”
거대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에탄의 손아귀 끝에서 발현됐다.
“블리자드 스톰(Blizzard storm).”
하늘에서 거친 눈보라와 우박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들은 마을의 모든 것을 파괴했고, 몇 번 그렇게 반복하자 아예 괴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마을 하나가 사라지기까지 고작해야 3분도 지나지 않았다.
“깔끔하네. 이제 다음 장소로 가볼…….”
고개를 돌리던 에탄의 눈이 뭔가를 발견하곤 동그래졌다.
자신이 찾던 오망성이 제 발로 나타난 것이다.
“오? 알아서 잘 찾아왔네?”
“이 지랄을 떨고 있는데 못 찾을 수가 있나.”
“흐흐, 하긴. 내가 좀 요란스럽긴 했어.”
아무래도 군주들은 자신의 마법을 보고 위치를 특정한 듯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친구들을 좀 데려왔네? 군주도 한 명 늘었고.”
크리오스를 바라보던 에탄이 로브를 입은 무리를 쳐다봤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게 딱 봐도 마법사.
한데 자세히 보니 얼굴이 낯이 익다.
“어? 제라드, 에스카, 달프레드까지?”
지난번 마동차를 습격했을 때의 멤버 그대로가 자신을 찾아왔다.
“하하하! 이거 운이 좋은걸? 그토록 찾던 신의 후예의 가족들이 알아서 나타나다니.”
“신의 후예?”
군주들이 의아해했지만 당장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에탄이 마력을 피워내며 적의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크크, 딱 봐도 신의 후예는 없는 것 같은데 잘됐네. 그때처럼 선구자들도 없는 것 같고.”
당시에 시도했던 암살은 죽은 줄 알았던 선구자들의 방해로 인해 막혔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은 없는 것 같다.
“아주 좋아. 이번 기회에 만회해야겠어. 저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 암살을.”
“어디 덤벼보거라. 미친 선구자야. 우리만으로도 네놈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
“하, 대체 무슨 자신감이람? 전에도 너희 셋이 나 하나에 고전하지 않았나?”
사실이었다.
달프레드와 에스카, 카르세는 9서클임에도 당시 에스카 한 명에 쩔쩔맸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이번엔 그랜드 오러 마스터 넷이 함께하니까.”
모두가 함께하는 이상 질 확률은 낮았다.
어디까지나 그들의 착각이었지만.
“그래? 이거 어쩌냐? 나도 그때랑 지금이랑 다른데.”
마력을 끌어올리는 마법사들을 상대함에도 에탄은 주눅 들지 않았다.
그가 가진 장치는 오러 억제기뿐만이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