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8화
지크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한 건 카르가스트뿐만이 아니었다.
서걱!
“어억!”
스걱!
“케륽!”
오러에 둘러싸인 깃털 검이 리치 드래곤들을 두부처럼 갈라버렸다.
보기엔 인간을 학살하는 것 같았지만, 아니다.
[마기의 근원을 찾아 제거했습니다.] [‘카르마그노스’가 가지고 있던 모든 마기를 흡수합니다.] [마기를 3,643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3,643 증가하였습니다.] [9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99,719/300,000]죽일 때마다 오르는 마기는 그들이 영락없는 리치 드래곤임을 증명했다.
‘25마리 정도야 순식간이지.’
그렇게 네 마리째 죽이던 순간이었다.
[리치 드래곤 처치 4/25마리] [마기를 4,028 흡수하였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4,028 증가하였습니다.] [스킬 ‘마기 흡수’의 성취도가 9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마기 감지 및 흡수 범위가 50m▶60m로 상향되었습니다.] [마기 흡수로 올릴 수 있는 스탯양이 하루 8개▶10개로 상향되었습니다.] [7차 스킬을 각성하였습니다.]9성을 찍으며, 드디어 바라던 7차 스킬을 각성했다.
‘스킬을 확인하고 싶지만, 일단은 퀘스트부터.’
어느덧 절반가량 죽인 지크가 계속해서 타깃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마력과 마기가 차단당한 리치 드래곤들은 당황했다.
오러를 이용한 지크의 폭발적인 힘을 막을 방법도, 대항할 수단도 없었다.
모든 것이 막힌 상황.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방구석에 숨는 벌레처럼 흩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도망가!”
“사, 살려줘! 제발!”
순식간에 반전된 상황을, 촌장 이든은 체면도 불고하고 입을 벌리며 쳐다봤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리치 드래곤들이…… 겁을 먹고 도망가다니.’
아니, 그보다 어떻게 리치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건가?
인간의 칼질에 당한 그들은 왜 평소처럼 되살아나지 않는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확실한 건 더 이상 도망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저 인간 한 명으로 인해 승기가 넘어왔다.
완전하게.
촤악!
서걱!
가차 없는 지크의 칼질이 이어졌고 어느덧.
[리치 드래곤 처치 24/25마리]리치 드래곤 한 마리만을 남겨둔 상황에 이르렀다.
남은 자는 다름 아닌 수장, 카르제필로스였다.
‘도, 동족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시체가 되어 미동조차 없는 동족들의 모습에,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미 클리포드로부터 경고는 들었으나, 들은 것과 겪은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무것도 못 했어. 아무것도…….’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조차 두려워하는, 지상 최강의 리치 드래곤이 모두 고기 더미로 전락한 상황이다.
마법 한 번 써보지 못한 채로.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던 그에겐 천재지변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순간 울분이 치민 카르제필로스가 사신처럼 걸어오는 지크를 노려봤다.
“인간. 아니, 신의 후예여! 대체 우리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쓰레기를 치우는데 다른 이유가 어디 있겠어?”
“쓰레기? 오늘 처음 만난 네놈이 우리에 대해 뭘 안다고?”
“다 알지, 카르제필로스.”
카르제필로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그건 네 알 바 아니고, 살고 싶으면 말해라. 다른 리치 드래곤들은 어디 있지?”
피로 얼룩진 검을 겨누는 그 모습에, 카르제필로스는 공포보다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이건 기회다. 잘 만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
놈은 정보를 원한다.
그 말은 잘만 협상하면 목숨을 건질 수 있음을 의미했다.
“말하면, 살려줄 거냐?”
“어.”
‘지랄하네, 벌레 새끼. 네가 너희 인간 말을 믿을 줄 알고?’
인간이란 족속은 믿을 수 없다.
더구나 눈앞에서 동족들을 가차 없이 학살한 냉혈한이라면 더더욱.
‘적당히 거짓 정보를 흘려준 뒤 기회를 엿봐야겠어.’
그리 생각한 카르제필로스였지만 지크는 마음이 갈대 같았다.
“아니다. 생각이 바뀌었어. 그냥 죽일래.”
“뭐?”
스걱!
카르제필로스의 머리가 포도송이처럼 툭 떨어졌다.
정보를 얻지 못했으나 지크의 얼굴엔 한 점의 미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정보를 얻었거든.’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크에게 정보를 뽑아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몇 초의 시간만 있으면 가슴 깊이 숨겨놨던 속내까지 전부 털어먹을 수 있다.
[리치 드래곤 처치 25/25마리 완료!] [저항군 드래곤 구출 50/50마리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50명의 저항군 주민을 구하자 용력 스탯이 정확히 50이 올랐다.
그러면서 보상 또한 들어왔다.
용언 스킬인 ‘자가 회복’과 ‘단단한 피부’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돌발 퀘스트 보상도 들어왔다.
이제 이 좌표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 하면, 남대륙으로 곧장 넘어갈 수 있다.
가족들이 에탄과 싸우고 있는 그 장소로.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예? 지크 님, 무슨 일이길래…….”
“나머진 알아서 수습해 주세요. 나중에 남대륙에서 보자고, 카르볼.”
“어? 그, 그래.”
그리 말한 지크는 깃털 검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텔레포트 좌표를 확인했다.
파아아앗!
광원이 터지고 난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텔레포트를 써서 사라진 것이다.
“허, 뭔 일인지 몰라도 엄청 급한 일인가 보군. 그래도 다행이라면 상황을 해결해 놓고 갔다는 점인가?”
카르볼이 피식 웃음을 흘렸으나, 남아 있던 저항군들은 아직 여유를 찾지 못했다.
얼떨떨한 얼굴로 카르볼과 카르디플리안을 바라볼 뿐.
“카르디플리안!”
“아, 카르카이든 장로님.”
이든은 두 사람에게 접근하면서도 근처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던 제우스와 제키를 바라봤다.
“한슨. 아이들을 치료해 주게.”
“진심이십니까?”
“그래. 아이들의 잘못은 없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이렇게 되도록 만든 우리의 잘못이 더 크지.”
그 말에 제우스와 제키는 고개를 들며 흐느껴 울었다.
“가, 감사합니다…… 용서해 주셔서. 흐흑.”
“촌장님…… 흑.”
대인배처럼 웃어 보인 촌장은 배신한 아이들을 다시 일원으로 받아주었다.
그 모습에 카르볼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단한 아량이군. 배신했는데도 용서하다니.”
“우리 일원인데 죽일 수는 없지 않소. 그나저나 구해줘서 고맙소. 그대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소.”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지크가 다 했지.”
“기운을 보아하니 그대도 우리 일족 같소만……?”
“그렇다. 골드 드래곤 카르볼레아로스라고 한다.”
“아, 설마…… 3천 년 전의 대전쟁에 나섰던 고룡 카르볼레아로스……?”
“나를 아나 보군.”
“그렇습니다. 제 나이에 아키델피아 제국을 세웠던 고대의 용을 모르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이가 어떻게 되기에?”
“얼마 전 7천 살을 넘겼습니다.”
“나랑 차이가 나긴 하는군.”
8천 5백 살이 넘는 카르볼이 연장자인 셈.
“고룡이시여. 여긴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저자의 안내를 받고 찾아왔지.”
지목받은 카르디플리안이 어색한 웃음으로 손사래를 쳤다.
“안내역을 자처하긴 했으나, 제가 한 일은 딱히 없습니다. 전에 기억했던 장소를 찾아왔을 뿐, 도착해서 정확한 위치까지 찾아낸 건 지크 님이십니다.”
“지크? 그게 누구…….”
“조금 전에 보셨던 인간을 말하는 거다.”
카르볼이 대신 대답했고, 촌장의 눈이 떠졌다.
“그자가 우리 위치를 찾았다…?”
“예. 근방에 기척이 느껴진다며 움직이더니 이곳의 위치를 정확히 찾으시더군요. 어떻게 몇백 미터 밖의 기척까지도 읽으시는 건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들을수록 기가 막혔다.
마법으로 보이지 않도록 경계를 쳐놨는데 어떻게 기척을 읽고 찾아왔단 말인가?
“동대륙의 드래곤을 구하러 가자고 하신 것도 지크 님이십니다. 저를 리치 드래곤으로부터 해방해 주신 것도, 남대륙의 리치 드래곤 50여 마리를 처치한 것도.”
“남대륙의 리치 드래곤들이 죽었나?”
“예. 덕분에 수많은 동족이 노예 생활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지크 님 덕분이죠.”
카르카이든의 눈과 입이 열렸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못 믿을만한 일도 아니었다.
방금 두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지지 않을 거라 여겼던 리치 드래곤을 어린아이인 양 가지고 놀던 모습을.
그 무위를 떠올리면, 절로 존대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대, 대체 그분의 정체가 뭔가?”
“그분은 구세주입니다. 저희를 구해주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줄 구세주.”
* * *
카캉! 카앙!
거친 칼날이 연신 얼음벽을 두드렸다.
하나가 아니다.
철혈의 군주, 삭풍의 군주, 냉혈의 군주, 불멸의 군주까지.
그랜드 오러 마스터 넷의 무기가 사방에서 사이좋게 두들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오러가 담기지 않은 칼날.
마법으로 만들어진 벽을 뚫기는커녕 생채기조차 남기지 못한다.
“좀 더 힘을 내보라고. 이래 가지고 오늘 내로 날 죽일 수나 있겠어? 차라리 광부들을 데려오는 게 더 빠르겠다.”
조롱하던 에탄은 얼음의 벽 속에서 여유롭게 상황을 관망했다.
얼음을 깨지 못하는 네 명의 군주로선 죽을 맛이었지만.
‘빌어먹을! 오러를 쓰지 못하는 게 이렇게 불쾌할 줄이야. 정말 치욕스럽군!’
다른 군주들이야 이미 에탄을 상대해 봤기에 오러 억제의 무서움을 잘 안다.
하지만 크리오스로선 처음이었다.
오러가 억제당하는 느낌은 불편한 걸 떠나서 불쾌했다.
“이렇게 무식한 방법밖에 쓸 수 없나? 삭풍?”
“자네도 겪어보지 않았나. 오러를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것뿐일세!”
광부처럼 칼질해대며 순수한 물리력으로 놈을 압박하는 것.
그것이 삭풍의 군주가 꺼낸 작전이었고, 보다시피 전혀 통하지 않는다.
“큭큭큭, 이거 원. 대륙 최강을 자처하는 놈들 넷이 합쳤는데도 얼음 한 조각 하나 깨지 못하다니. 너넨 자존심도 상하지 않냐? 응? 그냥 자존심 버리고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어때? 특별히 5초의 말미를 줄게. 그래봤자 멀리 가지도 못하겠지만. 큭큭.”
대놓고 조롱당하던 군주들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묵묵히 얼음을 깨는 데만 열중했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얼음을 깨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놈이 얼음벽을 해제하지 못한다.’
‘얼음벽을 풀지 못하면 공격도 못 할 거야.’
‘놈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는 순간,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에탄의 발을 묶어두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기도 한 칼질이었다.
‘이 틈에 어서 마법을 준비하시게! 제라드, 달프레드 공!’
크리오스가 속으로 외쳤으나, 뒤에 있는 마법사 측도 상황은 여의찮았다.
‘마, 마력이 전혀 모이질 않는다니.’
‘대체 어찌해야 하는가?’
군주들이 에탄의 발을 묶는 사이, 마법을 준비하기로 한 마법사 측이었지만, 그들도 마력이 차단당한 상태였다.
이유는 모른다.
에탄이 또 다른 버튼을 눌러서 마력까지 억제했다고 짐작하는 수밖에는.
뒤돌아본 크리오스는 아직도 멀뚱히 서 있는 마법사들을 보며 일갈을 날렸다.
“뭘 꾸물대는 겁니까? 제라드!”
“아, 그, 어찌 된 일인지 마력이 모이질 않소.”
“뭐요?”
“그대들처럼 마력이 차단됐소.”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크리오스가 사색이 되었고, 에탄은 그 모습이 웃겨 죽겠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뭐야? 뭘 믿고 이러나 했더니 고작해야 저것들을 믿고 있던 거야? 나한테 9서클 셋이 덤벼도 밀리던 저 머저리들을? 꿈 깨라. 쟤네도 너희랑 같은 처지야. 마법을 쓰지 못하지. 이거 때문에.”
에탄은 웃으며 다른 손에 들린 억제 장치를 흔들어댔다.
“이쪽은 오러를 억제하고, 이쪽은 마력을 억제하지. 한마디로 오러 유저든, 마법사든, 내 앞에선 평범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야.”
“…….”
예상치 못한 상황에 군주들은 당황했다.
그래서인지 칼질도 느려졌다.
“기껏 9서클 마법사 셋을 데리고 왔는데 전부 무용지물이 돼서 어떡해? 지금이라도 다른 지원군을 불러야 하지 않겠어? 응?”
이미 수백의 군대가 멸망한 마당에 지원군이 있을 턱이 없었다.
모두 문을 꼭 잠그고 이 재해가 얌전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
그때였다.
“뒤로! 뒤로 물러나시오! 아마 마나 억제의 범위가 있을 것이오! 우리가 놈을 묶어두는 동안, 범위 밖에서 놈을 저격하시오!”
삭풍의 군주, 이그레트의 외침에, 마법사들이 빠르게 물러섰다.
에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미소 짓고 있었지만.
“내가 그렇게 하도록 둘 거 같아?”
빠르게 얼음 방벽을 해제한 에탄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캉! 캉! 캉!
그 자리에 군주들의 검이 꽂혔지만, 에탄을 베진 못했다.
어느새 따라잡히는 마법사들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볼 뿐.
“까꿍!”
“헛!”
“벌써 잡혔네? 이제 슬슬 장난은 그만하고 죽여보실까?”
제라드의 앞길을 막은 에탄이 손아귀에 얼음의 창을 만들었다.
신의 후예의 아버지인 제라드부터 창으로 꿰어 죽일 셈이었다.
그다음엔 스승인 달프레드, 배신자인 에스카, 이름 모를 9서클 여자 마법사, 그리고 호세 데포르테까지.
전부 죽인 뒤엔 군주들을 죽일 거다.
짧은 순간 거기까지 계획을 짠 에탄이 창을 내지르는데.
“음?”
손아귀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창을 만든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마력을 모아 얼음의 창을 만들어봤다.
그러나 마력이 어째서인지 작동하지 않았다.
‘서, 설마…….’
섬뜩한 느낌에 에탄이 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예상치 못한 사람이 서 있었다.
신의 후예, 지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