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8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89화
‘휴, 늦지 않게 도착했네.’
지크는 주어진 좌표로 텔레포트 했다.
그 결과, 에탄과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동대륙에서 남대륙까지 단번에 이동한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 보여.’
까딱했으면 아버지가 다칠 뻔했으나 일찍이 마력을 차단한 탓에 사달을 막을 수 있었다.
에탄이 지크의 분노를 산 것은 덤이었고.
‘빨리 퀘스트 줘라. 이 새끼, 죽여버리게.’
감히 우리 가족을 위험에 빠트려?
이를 갈고 있는 지크의 심정을 이해한 걸까?
마침 퀘스트가 내려왔다.
【메인 퀘스트 : 에탄의 학살을 막아라!】
└빙결의 선구자 에탄 아크토스는 베르 왕국의 죄 없는 시민들을 죽이고 당신의 가족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를 죽이고 불필요한 학살을 막으십시오.
└에탄 아크토스 처치
└스킬 ‘빙하길’ 획득
└아이템 ‘얼음 팔찌’ 획득
퀘스트를 보자마자 히죽 웃었다.
‘그래, 이걸 기다렸다고.’
살기등등한 미소인 줄도 모르고, 에탄이 마주 웃었다.
뭐가 우스운 거지?
이유는 속마음을 읽으니 파악됐다.
‘저 장치로 주변 30m의 마력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마력만이 아니다.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장치로는 오러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런 거였군. 놈이 홀로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었던 건.’
그랜드 오러 마스터로 추정되는 사람 넷에, 9서클 마법사 셋, 8서클 마법사 둘까지, 총 아홉이다.
1 대 9로 맞붙은 와중에도 에탄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그가 가진 장치 덕분이었다.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했고.
“너지? 신의 후예, 지크.”
“내 얼굴을 알아?”
“전에 초상화로 확인해뒀거든. 적어도 죽일 상대의 얼굴은 알아둬야 하지 않겠어?”
“죽인다고? 날?”
“크크, 그래!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선구자들을 가지고 노는 유명 인사가 어떤 인간일지! 그리고 그놈에게 이 장치가 통할지!”
에탄은 그리 말하며 양팔을 벌렸다.
양손에는 직사각형의 컨트롤러가 들려 있다.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렸고.
‘그 유명한 신의 후예를 만났지만 쫄 거 없어. 나한텐 데카라비아 님의 장치가 있으니까!’
오히려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장치를 테스트하는 와중에 놈을 만나게 됐으니.
‘어차피 저놈을 죽이기 위한 테스트였어. 따지고 보면 시간 절약한 셈이야.’
에탄은 확신했다.
이 장치를 이용한다면, 신의 후예 따윈 쉽게 죽일 수 있음을.
“널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두 개나 준비했지!”
양손의 장치를 흔들어 보이던 에탄이 약 올리듯 말했다.
“이게 뭔지 궁금하지? 응?”
“뭔지 알아. 각각 마력과 오러를 차단해 주는 장치잖아.”
“엉?”
‘아, 알고 있네?’
어떻게 알지?
당황한 에탄이었으나 곧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하, 멍청한 새끼. 그걸 알면서도 나한테 접근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아주.”
“환장한 건 너지.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려? 황천길 빨리 가고 싶어서 환장했냐?”
“그래, 화가 나겠지. 네 심정 이해는 해. 하지만 좀 상황을 봐가면서 화내야 하지 않겠어? 이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잖아. 지금.”
에탄이 장치들을 흔들어 보이자, 지크는 피식 웃었다.
‘저 자식, 오러랑 마법을 차단했다고 완전히 안심하고 있네.’
오러와 마법은 차단된 것이 맞다.
혹시 몰라 사용해 봤지만, 둘 중 그 무엇도 발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 스킬은 적용되고 있어.’
오러와 마법만 막혔을 뿐이지, 기존에 배웠던 스킬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당장 사냥꾼의 감각이 느껴지는 게 그 증거였다.
속마음 읽기도 여전히 써지고 있고.
무엇보다 지크가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원천은 오러가 아니었다.
1만이 넘는 스탯이었지.
‘오러와 마법이 막혀도 스탯은 남아 있단 말씀.’
더구나 마기로 인해 전체적인 힘이 증폭된 데다, 용언 스킬까지 남아 있다.
에탄을 죽일 방법이라면 차고도 넘친다는 소리.
그 사실을 모르는 녀석은 지크가 괜한 여유를 부린다고 넘겨짚었다.
“여유로운 척해봐야 소용없어. 네놈은 이제 뒤진 목숨이니까.”
“그래 봐야 너도 마력이 차단된 상태잖아? 일반인이 된 건 피차 마찬가지일 텐데?”
그랬다.
에탄 또한 지크에 의해 마력이 차단됐다.
웃고 있을 여유가 없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에탄은 다 방법이 있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병신. 내가 그런 것도 생각 안 하고 왔을까 봐? 혹시나 널 마주칠 때를 대비해서 준비했지.”
에탄은 장치들을 주머니에 넣어둔 뒤, 등 뒤에서 다른 무언가를 꺼냈다.
석궁이었다.
철커덕!
“넌 뒤진 거나 마찬가지야. 너희 가족도 전부.”
판게아 대륙에서 석궁은 위협적이다.
현대로 치면 총과 같은 위험도.
물론 방패와 갑옷에 쉽게 막히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맨몸일 땐 더없이 위험하다.
“이런 걸 가져왔을 줄은 몰랐지? 큭큭.”
“하…….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네.”
“당황했으면서 센 척은. 아니면 석궁의 위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나? 만약 후자라면 보여줘야지.”
에탄이 지크를 향해 석궁을 겨눴다.
“명사수인 이 몸의 실력을.”
투웅!
말 끝나기 무섭게 석궁의 볼트가 발사됐다.
갑옷이나 방패의 대비가 되어 있다면야 무섭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준비가 안 된 일반인이 움직임만으로 볼트를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간의 육체는 짐승보다 강하지도, 날렵하지도 않다.
초속 60m의 속도로 날아오는 볼트를, 오러의 사용 없이 피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지크는 해냈다.
아주 간단하게.
휙!
“호오, 피했어? 한 번 더?”
에탄은 이때까지만 해도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휙! 휙!
두 번, 세 번, 우연이 반복되었을 땐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주 간결한 움직임만으로 볼트를 피하고 있다.
“너…… 어떻게 피하는 거야?”
“어떻게긴. 그냥 보고 피하는 거지. 이게 뭐, 어려워?”
어렵고말고.
에탄은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으나 그 대신 볼트를 쏴댔다.
휙!
‘또 피하네, 저 미친 새끼.’
마법사 이전에는 명사수 소리를 들을 만큼 궁술에 일가견이 있던 에탄이었다.
아무리 초보여도 고작 몇 미터 앞의 상대를 못 맞힌다는 건 말도 안 됐고.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피하는 거야?’
지크는 웃으며 걸어왔다.
에탄은 접근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볼트를 쏴댔다.
하지만 동물 같은 감각으로 피하는 것도 모자라 날아오는 볼트를 손으로 잡기까지 했다.
빠직!
잡은 볼트를 부러트리자 에탄은 기겁하는 얼굴이 됐다.
“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거지? 넌 오러도 쓸 수 없잖아!”
“못 쓰지. 근데 너 같은 쓰레기 하나 죽일 힘은 있거든.”
“이, 개새끼가!”
에탄은 어떻게 해서든 맞히겠다는 듯 빠르게 장전한 뒤 폭풍 연사를 해댔지만.
휙휙휙휙!
전부 피해버린 지크는 어느덧 코앞까지 근접해버렸다.
“이런 위험한 건 애새끼가 갖고 놀 물건이 아니야.”
탁!
빠르게 석궁을 빼앗은 지크가 발로 밟았다.
파직!
그리고 에탄을 살기등등한 눈으로 노려봤다.
포식자의 눈빛에 에탄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죄 없는 주민들을 학살하고, 죄 없는 우리 가족까지 죽이려 들고. 아주 지랄 맞은 놈들이다, 너희 선구자들은.”
“자, 잠깐. 내 얘길 들어봐. 나도 하고 싶어서 한 게…….”
“빌어도 모자랄 판에 기껏 한다는 게 변명이냐? 어이가 없네.”
헛웃음을 짓던 지크가 주먹을 들었다.
“자, 잠…….”
뭐라 더 변명하려던 에탄이었으나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폭탄이 떨어진 듯 어마어마한 폭음이 흙먼지와 함께 일어났으니까.
* * *
처음, 크리오스는 걱정이 앞섰다.
갑작스러운 지크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우려가 됐다.
지금 상대하는 빙결의 선구자는 오러와 마력을 차단할 수 있는 괴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물러나라고, 경고해 주려 했다.
그랜드 오러 마스터인 우리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했는데, 지크가 나타난다고 해서 어디 상황이 달라지겠는가?
하지만 둘이 뭐라고 대화를 나눴고 곧 에탄이 석궁을 꺼냈다.
‘왜 마법을 쓰지 않고 석궁을?’
마법이 차단됐다는 걸 모르는 탓에 오는 의문점이었다.
‘지크가 위험하다. 얼른 도와야 해!’
에탄이 등을 돌리고 있으니 그의 뒤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주위에 있는 군주들을 돌아봤다.
“다들 도와주시오. 내 제자가 위험하오.”
“제자? 자네에게 제자가 있었나?”
“저기 있는 소년이 내 제자요. 시선이 팔린 지금이 기회요. 도와주시겠소?”
“도울 필요도 없겠는데?”
거절하는 냉혈의 군주를 보며, 크리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자라고 밝혔는데도 돕지 않겠다니.
얼굴이 시뻘게지며 화가 치밀어올랐다.
“돕지 않겠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아니, 저길 보시오. 철혈.”
“뭘 보라는…….”
크리오스가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목격한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오러가 차단당했을 게 분명한데도, 지크는 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볼트를 피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아무리 단련된 자신들이라도 저렇게 짧은 거리에서 볼트를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이 초인이라 불리는 건 어디까지나 오러의 힘을 활용했을 때였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콰아아아앙-!
“헉!”
“뭐, 뭐야!?”
“무슨!”
크리오스와 지켜보던 군주들의 눈에 경악이 차올랐다.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눈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론 만들 수 없는 구덩이에, 지켜보던 모두가 입을 벌렸다.
“오, 오러가 억제되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힘을?”
“모르겠네.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 *
온 힘을 다해서 친 지크의 주먹은 에탄을 빗나갔다.
애꿎은 땅만 박살 냈을 뿐.
물론 일부러 빗맞힌 것이었다.
싱크홀을 만들만한 상황이 필요했으니까.
“으, 으으으…….”
지크와 함께 싱크홀에 파묻힌 에탄이 오들오들 떨었다.
바로 옆에서 일어난 폭발음 때문에 고막이 나가 버렸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괴, 괴물이다…… 괴물…….”
오러를 억제했는데도 이 정도 힘이라니?
괴물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지크로선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괴물은 무슨. 나보단 너 같은 살인자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거야.”
귀가 먹어 대꾸하지 못한 에탄이었으나 애초에 그럴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푹!
어느새 꺼낸 깃털 검이 에탄의 심장을 꿰뚫었으니까.
[에탄 아크토스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첫 번째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은 아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한 방에 놈을 죽이면서 퀘스트가 완료됐다.
하지만 지크가 굳이 싱크홀을 만들면서 남들의 시선을 차단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
에탄을 언데드로 써먹어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