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9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90화
다 죽어가던 에탄이 좀비처럼 몸을 일으켰다.
가슴의 상처는 씻은 듯이 사라진 채였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어. 그보다 당장 너한테 시킬 일이 있는데 말이야.”
“말씀만 내려주십시오.”
“잠깐 여기 파묻혀서 죽은 척 좀 해줄래?”
“그리하겠습니다.”
지성체 언데드가 된 에탄은 순순히 끄덕이며 흙 속으로 자진해서 몸을 파묻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 누가 봐도 시체처럼 보인다.
“지크!”
때마침 위에서 아버지의 외침이 들린다.
펄쩍 뛰어 싱크홀 밖으로 나온 지크를 제라드가 걱정스레 쳐다봤다.
“괜찮으냐?”
“예.”
생각보다 멀쩡한 아들의 상태에 안도하면서도 제라드는 조금 전의 믿지 못할 상황을 상기했다.
‘주먹만으로 이런 구덩이를 만들어냈다고? 우리 지크가?’
아무리 육체적으로 강한 드래고니안이라 한들 이 정도라고?
자세한 상황을 묻고 싶었으나, 그건 뒤따라온 군주들이 대신했다.
“지크!”
“스승님.”
“대체 어떻게 한 것이냐? 그 사악한 마법사는?”
“죽었어요.”
지크는 구덩이 쪽을 눈짓하며 태연히 거짓말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거짓은 아니다.
언데드로 부활했어도 죽긴 죽었으니까.
크리오스는 직접 구덩이를 내려다보며 시체를 확인했다.
흙 속에 파묻혀 미동도 하지 않는 에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긴 이 정도 힘이라면 살아남을 수 없겠지. 잘 죽었구나, 개 같은 자식.”
조의 대신 조소를 보내던 크리오스에 이어, 다른 군주들도 궁금한지 한 번씩 구덩이를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저마다 잘됐다는 듯 욕지거리를 한 번씩 날려줬다.
시민들을 학살한 것도 모자라 군대와 병사들, 나아가 4군주까지 애먹게 한 놈이었다.
이래저래 죽어도 싸다.
“그런데 지크. 어디서 이런 힘이 생긴 것이냐? 분명 오러는 막혔을 텐데?”
“마지막에 오러 억제가 풀렸어요. 놈이 가지고 있던 장치를 고장 냈거든요.”
“아.”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자세한 정황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그럴싸한 변명이었다.
순수한 힘으로 이런 구덩이를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오러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알겠다. 이해했다.”
받아들이는 듯하자, 지크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의심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네.’
에탄의 죽음을 확인시켜줬으니 이제 적당한 때에 놈을 역 소환시키면?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이제 슬슬 퀘스트 보상 좀 확인해 볼까?’
이번 보상을 확인하기 전에, 지크는 전에 들어왔던 용언부터 열어봤다.
[용언 스킬 : 자가 회복]―효과 : 몸의 상처를 빠르게 회복합니다. 질병을 비롯한 어떠한 상태라도 회복됩니다.
―특이사항 : 스킬명을 말하면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용력 스탯이 높을수록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용언 스킬 : 단단한 피부]―효과 : 몸의 경도를 드래곤의 껍질로 단단하게 만듭니다. 어떠한 공격에도 끄떡없는 방어력을 자랑합니다.
―특이사항 : 스킬명을 말하면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용력 스탯이 높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둘 다 괜찮은 스킬들이네.’
다음으로는 이번에 받은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기본 스킬 : 빙하길]―효과 : 얼음 위를 달리듯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이사항 : 스킬의 On/Off가 가능합니다.
스킬을 확인한 지크는 조금 의아해졌다.
‘이름만 보고 공격 스킬인 줄 알았는데 이동 스킬이었네?’
아무래도 좋다.
이미 지금도 충분하리만큼 공격 스킬이 많은 상황이니.
‘아공간엔 뭐가 들어왔는지 볼까?’
아공간을 열어 들어온 아이템을 확인했다.
[얼음 팔찌]―분류 : 장신구
―효과 : 모든 빙결 속성 마법에 면역, 빙결 속성 마법 대미지 800% 증가.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지크 맥러플린 귀속
―설명 : 빙결의 선구자가 착용했던 팔찌. 총 13개의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구자의 의복 세트 효과 (9/13)
―4세트 효과 : 용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7세트 효과 : 마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10세트 효과 : ?????
―13세트 효과 : ?????
이 역시도 상당히 좋은 스킬과 아이템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거에 비할 바는 아니지.’
지크는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지크 맥러플린] [꼬리표 : 판게아 대륙 환생자, 데칸 왕국 최고의 마법 명가, 공작가 막내, 사공자, 서자, 노력가, 책벌레, 17살, SSS급 헌터, 오러 마스터 상급, 드래고니안, 무영창의 천재, 데칸의 마검사, 철혈의 군주의 제자] [근력 : 10,080 / 지력 : 10,026] [순발력 : 10,091 / 체력 : 10,108] [회복력 : 10,069 / 저항력 : 10,013] [기력 : 22,026 / 마기 : 203] [용력 : 71] [기본 스킬 : 통역, 해석, 룬 흡수, 오러 운용, 오러 주입, 오러 블레이드, 아공간, 진실의 눈, 빛의 축복, 사냥꾼의 감각, 영혼 베기, 변조, 현자의 눈, 강인함, 광폭화, 미래 예지, 역추적, 정령 친화력, 대지의 보호, 속마음 읽기, 평정심, 불의 형상, 물의 형상, 불굴의 정신, 성장촉진제, 전격 폭발, 빙하길 외 1,302개의 마법] [용언 스킬 : 드래곤 피어, 자가 회복, 단단한 피부] [1차 각성 스킬 : 마력 흡수 (9성)] [2차 각성 스킬 : 마력의 주인 (9성)] [3차 각성 스킬 : 마법 흡수 (9성)] [4차 각성 스킬 : 마법 흡수의 달인 (9성)] [5차 각성 스킬 : 마법 복제 (9성)] [6차 각성 스킬 : 마기 흡수 (9성)] [7차 각성 스킬 : 리미트 해제 (1성)] [현재 완료한 퀘스트 64/100]최근에 배운 7차 각성 스킬이 보인다.
[7차 각성 스킬 : 리미트 해제]―성취도 : ★☆☆☆☆☆☆☆☆ (1성)
―유형 : 액티브
―숙련도 : 0/100
―효과 : 자신이 가진 모든 스킬의 능력을 10분간 10배로 증폭시킵니다.
―쿨타임 : 24시간
―특이사항 : 액티브든 패시브든 상관없이 배웠던 모든 스킬류에 적용이 됩니다. 스킬을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진짜 미친 스킬이다. 모든 스킬의 효능을 10배로 늘려주다니.’
일시적이긴 해도, 모든 스킬의 능력이 10배나 증가한다?
사기라는 소리 듣기 딱 좋은 스킬이었다.
‘7차 스킬까지 배운 헌터와 아닌 헌터는 아예 다른 존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연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허언이 아니었어.’
직접 확인해 보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7차 스킬까지 배운 보람이 있었다.
스킬을 확인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려보니, 처음 보는 얼굴들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나머지 군주들이구나.’
속마음을 읽고서 단번에 정체를 파악한 지크였으나, 그 사실을 모르는 크리오스가 뒤늦게 소개했다.
“아 참, 소개해 주마. 이쪽은 삭풍의 군주, 이쪽은 냉혈의 군주와 불멸의 군주란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철혈의 군주의 제자인 지크 맥러플린이라고 합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지크를, 군주들은 한참이나 뜯어봤다.
별다른 대꾸도 없이.
속내를 확인한 지크가 내심 헛웃음을 지었다.
‘나를 완전히 경계하고 있군.’
흡사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길로, 지크를 극도로 경계한다.
누구는 인간의 모습을 한 마족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하지. 자기들도 이기지 못한 에탄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그런 상황인 줄도 모르고, 크리오스는 불만스럽게 군주들을 타박했다.
“아니, 사람이 소개했으면 말을 해야지. 왜 이렇게 말들이 없어?”
“크리오스. 자네의 제자가 어느 정도의 성취라고 했지?”
대답은 하지 않고 뜬금없는 물음이라니?
불만스럽게 미간을 좁혔으나 크리오스는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오러 마스터 상급이라네.”
“저 정도 성취가 상급이라고?”
“그랜드 오러 마스터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데?”
그들은 지크가 맨손으로 싱크홀을 만들어낸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오러를 사용했다고 변명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이라 해도 주먹질 한 방에 이런 구덩이를 만들 자신이 없었으니.
“지크라고 했나? 실례가 안 된다면 나와 대련 좀 해줄 수 있겠나?”
“예? 여기서요?”
“그래. 갑작스러운 부탁이라는 걸 안다만 실례를 무릅쓰고 말하는 거네. 도저히 직접 확인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 말일세.”
대련이라니.
뜬금없었지만 저들 말대로 실력을 확인하기에 이만한 수단도 없다.
하지만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때가 아니었으니.
‘고위 마족 서열 69위 데카라비아. 지금은 그놈을 찾아야 해.’
에탄을 언데드로 만들기 전.
속마음을 읽고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데카라비아라는 마족이 어딘가에 숨어 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고 있을 테고.
‘장치를 만들어준 것도 모두 그놈 덕이라고 했지.’
인간계의 일에 관여한 이상 순순히 살려 보낼 수는 없다.
그것이 지크의 바람이었고, 다행히 시스템도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바람을 들어준 것을 보면.
【서브 퀘스트 : 데카라비아를 죽여라!】
└서열 69위의 고위 마족 데카라비아가 20%의 힘으로 소환되었습니다.
└근처 어딘가의 숲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를 죽여서 마계로 돌려보내십시오.
└데카라비아 처치
└스킬 ‘장인의 손재주’ 획득
데카라비아를 죽이라는 퀘스트가 떴다.
지크로선 바라 마지않던 상황.
‘문제는 놈을 어떻게 찾아서 죽이냐는 건데…….’
퀘스트는 거기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힌트를 줬을 뿐.
‘숲에서 지켜보고 있다라. 그렇다면…….’
사냥꾼의 감각을 넓혀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크는 조용히 7차 각성 스킬을 사용했다.
고작 10분간이었지만, 모든 스킬의 효능이 10배로 증폭되었다.
약 800m 반경의 생명체를 느낄 수 있었던 감각이 8㎞로 늘어났다.
‘느껴진다. 숲에 숨어 있는 단 한 명의 마족이.’
지크는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응? 급한 일?”
달리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그저 자리를 박찰 뿐.
파아아아앙-!
거의 날다시피 하더니 어느새 모습을 감춘 지크의 속도에, 군주들은 저마다 혀를 내둘렀다.
‘어마어마한 속도로군.’
‘아무리 오러를 이용했다지만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저 정도면 그랜드 오러 마스터야. 분명히.’
‘자리 하나 만들어줘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들의 머리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생각을 떠올랐다.
5군주를 6군주로, 오망성을 육망성으로 개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 * *
데카라비아는 여느 때처럼 망원렌즈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세 가지의 놀라운 상황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오러가 억제됐을 텐데도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이지?’
갑자기 텔레포트로 나타나 에탄과 맞서게 된 인간 소년.
그의 정체가 신의 후예라는 걸 알게 된 게 첫 번째로 놀란 이유였다.
두 번째는 석궁의 볼트를 쏘아대는데도 아무런 문제 없이 피하는 모습이었고.
‘세 번째는 주먹질만으로 구덩이를 만들어냈다는 거야.’
기껏해서 오러와 마력을 억제해 주는 장치를 만들어줬더니 에탄이라는 놈은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죽어버렸다.
물론 통하긴 했으나 신의 후예를 죽인다는 목적에 실패한 것만은 변함이 없다.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다니.’
변수였다.
그 변수는 자신을 세 번이나 놀라게 했고.
하지만 이번에 네 번째가 추가될 듯싶다.
‘음?’
망원렌즈로 확인한 인간이 갑자기 어딘가로 달려간다.
그러더니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방향을 보아하니 이쪽인 듯싶다.
‘설마. 이쪽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 1㎞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보는데 그게 말이나 되겠어?’
하지만 데카라비아는 몰랐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찾았다, 이 쥐새끼.”
지크의 등장에, 데카라비아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