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9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91화
‘저, 저놈이 여긴 어떻게?’
데카라비아는 진심으로 놀랐다.
망원렌즈로 보던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찾았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뭐하나 했는데 여기 숨어서 변태처럼 관음하고 있었구나? 그 망원경 같은 걸로.”
[인간 주제에 감히 이 몸을 모욕해?]데카라비아는 분노했다.
자신을 어떻게 찾은 건지는 둘째치고, 하찮은 인간이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데 참을 수 있는 마족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내 반드시 네놈을 죽여서 단탈리안과 세이레의 복수를…….]“말만 지껄이지 말고 해봐, 할 수 있으면.”
아예 팔짱까지 끼며 여유롭게 기다리는 지크의 모습에, 데카라비아는 한동안 벙쪘다.
자신이 만난 인간은 하나같이 머리를 조아리거나 벌벌 떨기 마련.
그건 인간보다 상위의 존재인 마족들이어도 다름없었다.
한데 눈앞의 인간은 그런 기색조차 보이지 않으니.
‘하찮은 인간이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구나……!’
듣기로, 신의 후예는 마력과 마기를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빙결 인간이 마법 한 번 쓰지 못하고 죽은 것도 그 때문일 터.
하지만 데카라비아는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만함은 방심을 끌어내는 법.’
이럴 때를 대비해 억제 장치를 하나 더 만들어놨다.
본래 제작 시 프로토타입은 가지고 있는 법 아니겠는가?
데카라비아는 에탄에게 준 것과 똑같은 장치들을 꺼냈다.
그리고 재빨리 버튼을 눌렀다.
딸칵!
그 순간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지크의 오러와 마력을 억제한 것이다.
[어떠냐? 아무것도 못 하겠지?]“…….”
[물론 네놈이 맨몸으로도 화살을 피할 정도의 운동능력을 지녔다는 건 지켜봐서 잘 안다. 하지만…….]3m의 거구에 탄탄한 체격을 자랑하던 데카라비아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다가갔다.
[순수한 힘만으로 오러 마스터에 버금가는 나를 이길 수 있진 않겠지.]“뭐야. 그것 때문에 자신만만하던 거였어? 너 병신이야?”
[뭐……?]데카라비아의 미간이 꿈틀댔다.
그러든 말든 지크는 코웃음 치며 조롱했다.
“다 지켜봤다며? 내가 구덩이 만드는 거 못 봤어?”
[장치를 고장 내고 오러를 이용한 걸 누가 모를 줄 아느냐?]지크의 입가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저 자식, 내가 오러를 써서 구덩이를 만든 줄 아네?’
순수한 힘만으로 만든 구덩이를 오러로 폄하하며 부정하고 있다.
“뭐, 좋아. 나야 퀘만 깨면 그만이니까.”
“유언은 네가 해야지.”
지크는 아공간을 열어 깃털 검을 꺼냈다.
다가오던 데카라비아가 흠칫 놀랐다.
[아공간? 마족의 기술을 어떻게…….]“새삼스럽게 뭘 놀라고 그래? 망원경으로 못 봤어? 설마 마법도 차단하는 내가 이런 것도 못 할까?”
데카라비아가 얼어붙자, 이번엔 지크가 다가갔다.
“내가 지금 리미트가 해제된 상태거든? 영혼 베기의 효과도 증가했을지는 모르겠다만…….”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대며 검을 들었다.
“꽤 많이 아플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이 움직였다.
휘두른 검을, 데카라비아는 가볍게 피했다.
아니,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촤아악!
[크아아아아악!]잘려 버린 팔에서 어마어마한 통증이 느껴지기 전까지는.
‘크윽! 어, 어떻게 된 거지? 이 몸이 인간의 칼질 하나 피하지 못하다니…….’
분명 눈으로 보고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팔이 잘려져 있다.
영혼까지 베인 듯한 끔찍한 고통과 함께.
‘크으으, 대체 어떻게 한…….’
생각할 겨를이라곤 없었다.
지크의 두 번째 칼질이 보였으니.
‘피한다. 피하고 곧바로 반격을…….’
사선으로 휘두른 공격을 예측한 뒤 피했다.
아니, 피했다고 생각했다.
촤아아아!
[크으으!]반대쪽 어깨에서 또다시 통증이 느껴진다.
떨어져 나간 팔을 내려다본 데카라비아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아, 안 돼. 내 양팔이…….’
고통은 제쳐두고 반격할 수단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마법을…….’
마족 고유의 마법을 사용하려 해봤지만, 그마저도 막혔다.
마기가 어딘가로 사라지는 탓에 아예 쓸 수가 없었다.
‘소문대로구나. 정말로 마력과 마기가 차단됐어.’
신의 후예의 능력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순수한 무력으로 상대하려던 거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밀린다.’
모든 면에서 밀린다.
더는 대항할 수단도, 힘도 없다.
데카라비아는 죽음을 각오했다.
‘복수한다. 마계로 돌아가면 반드시!’
하지만 그는 몰랐다.
지크의 검은 육체가 아닌 영혼까지도 베어버린다는 것을.
서걱-!
잘리는 소리와 함께 데카라비아의 머리가 떨어졌다.
놈의 붉은 육신이 연기를 내며 사라졌다.
보상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 직후였다.
[데카라비아 처치 완료!]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기본 스킬 : 장인의 손재주]-효과 : 어떠한 물건이든 만들고 고칠 수 있습니다.
-특이사항 : 항시 발동됩니다.
스킬을 확인한 지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뭐든 만들 수 있다고? 이거 좋은데?’
만족해하고 있는 그때.
[리미트 해제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 증가하였습니다.] [2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100]숙련도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잠깐. 숙련도가 1밖에 안 올랐어?’
지크의 눈에 황당함이 깃들었다.
‘이래 가지고 언제 9성까지 찍지? 안 그래도 쿨타임이 긴 스킬인데?’
9성까지 올리는데 필요한 숙련도는 444,400.
‘하루에 한 번씩 쓴다고 치면 444,400번을 사용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랬을 때 걸리는 시간은?
계산하던 지크의 입이 떡 벌어졌다.
‘1,217년……?’
말도 안 되는 시간이 나왔으니까.
* * *
마계의 군단장 서열 69위, 세이레는 초조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에 가신 라히모스가 덩달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십니까? 세이레 님?] [괜찮고. 난 괜찮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으십니다만…….] [괜찮다니까.]우기던 세이레는 초조한 마음으로 한 마족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데카라비아 님이 마계로 귀환하셨습니다!]기다리던 연락이 당도했다.
[그런데 상태가…….]자신이 원하던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데, 데카라비아 님?]넝마가 된 듯 찢어진 데카라비아의 영혼은 처참해서 지켜보기 미안할 정도였다.
단탈리안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상처.
말도 못 하는 데카라비아의 영혼을 보던 세이레는 직감했다.
‘이건 치유 불가능한 수준이다.’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지옥 불에 들어가더라도 회생 불가한 수준.
그렇다면 소멸하기 전에 대답이라도 들어야겠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데카라비아 님! 정신 차리십시오!] [으으…….] [정신이 드십니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데카라비아는 간신히 입을 뻐끔거리며 단어를 만들어냈다.
[……지마.] [예? 뭐라고요?] [후예…… 건들지……마.]그 말을 끝으로 데카라비아의 영혼이 파스스 부서졌다.
신의 후예를 처리해 주겠다며 자신만만하게 나서던 데카라비아가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사라진 것이다.
완전한 소멸.
처음 보는 그 모습에 세이레는 경악했다.
마족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인간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눈동자에 두려움이 깃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 신의 후예…… 녀석은 대체…….’
마족을 소멸시키는 존재가 인간계에 있다?
그동안은 사사로운 복수심에 기인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상처 입힌 걸로 모자라 소멸시켰으니.
‘이, 이건 자존심을 떠나서 우리 마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야.’
그동안 남의 일처럼 대하던 마왕도 더는 좌시할 수 없으리라.
세이레가 즉시 움직였다.
마왕께 보고하기 위해.
* * *
마왕성의 대전 안에는 부복한 세이레와 그런 그를 옥좌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마왕 벨제뷔트가 있었다.
[데카라비아가 소멸당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신의 후예의 짓입니다. 놈을 이대로 풀어놨다간 장차 마족의 적이 될 것입니다.] [천마 대전 때도 걸림돌이 되고 말이지.] [예! 맞습니다.] [으음…….]벨제뷔트는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고민할 일이 뭐가 있나 싶었으나, 세이레는 잠자코 기다렸다.
신중한 마왕의 성격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사안의 심각성은 알겠다. 놈이 우리 마족을 죽인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하면……?] [인간계의 하수인들에게 전하라. 천마 대전의 시기를 앞당길 테니 준비하라고. 그리고…….]벨제뷔트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서열 65위 이하의 고위 마족들은 인간계로 내려갈 채비를 하라. 신의 후예를 처리하는 거다.]* * *
에탄의 학살은 베르 왕국의 국민만이 아닌, 전 대륙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12인의 선구자의 이미지는 악행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더욱이 그랬다.
“놈들이 미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미친 줄은 몰랐군!”
“당장이라도 선구자들의 위치를 알아내어 베르 왕국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야 하오!”
“그렇소! 놈들을 일벌백계하여 온 세상에 경각심을 심어줘야 하오!”
이미 에탄의 학살을 눈앞에서 지켜본 군주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선구자들은 지탄받아 마땅하고 모두 목을 쳐 광장에 내걸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지크만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지만.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세요. 선구자들이 이렇게 대놓고 학살을 벌인 이유가 뭘까요? 뒤에서는 나쁜 짓을 하더라도 대중 앞에선 착한 척 가면을 쓰던 놈들이.”
“음. 이유라…….”
“그건 생각해 본 적이 없군.”
“지크 경.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미 지크의 무력을 확인한 군주들은 그에게 높임말을 쓰며 존중해 주었다.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우였다.
“제 생각엔요…….”
지크는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에탄의 속마음에서 들었던 선구자들의 계획을 은근슬쩍 알려주었다.
“놈들이 더 큰 일을 벌이려는 것 같습니다.”
“더 큰 일?”
“수십 년간 잠잠하다가 이제야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뭘 말하는 거겠어요? 더는 가면을 쓸 이유가 없다는 거죠.”
“하면, 지크 경의 말은 놈들의 진짜 목적이 따로 있다는 건가?”
“네. 지금 건 시작일 뿐이에요. 짐작일 뿐이지만 아마 더 큰 스케일의 음모를 꾸미고 있을 거예요.”
“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어디서부터 조사해야 하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군주들을 향해, 지크가 싱긋 웃었다.
“걱정 마세요. 어디서부터 조사해야 하는지는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미소 짓는 그의 시야 한쪽에는 퀘스트라는 이름의 내비게이션이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