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9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92화
에탄의 대학살이 알려진 후로, 세상의 지탄이 12인의 선구자들에게 쏟아졌다.
물론 말이 12인이지 실제론 셋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실종되거나 죽었으니.
[이제 우리밖에 남지 않았어요.]“하아……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이유야 명확하죠. 신의 후예 때문이에요. 그자를 반드시 죽여야 해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숨을 쉬던 발루두크가 숨을 멈췄다.
‘지크, 그자가 죽으면 나는 뭐가 되는 거지?’
솔직한 말로 발루두크로선 지크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지크는 마기 없이 술법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가 죽으면 손해 보는 건 자신이다.
‘천마 대전? 그딴 건 처음부터 관심 없었다. 내 후견인인 안드레알푸스에게서 술법을 전수받기 위한 약속에 지나지 않을 뿐.’
약속이야 깨면 그만.
물론 뒷일이 걱정되긴 한다만, 지금으로선 천마 대전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신의 후예가 천마 대전까지도 막으려 들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솔직한 말로 우린 녀석의 목적도 몰라요. 왜 이렇게 방해하는지조차.]“우리가 건들지 않으면, 놈도 가만히 있지 않을까요?”
[애초에 벌집을 건드렸다, 이 말인가요? 발루두크?]“예. 그간의 행동양식으로 보면, 우리가 먼저 기습하거나 가족을 건들려고 할 때마다 나타나서 방해했습니다. 애당초 놈을 멀리하고 우리 할 일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하진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놈과 멀리해야 합니다.”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클리포드가, 발루두크로선 그리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후예를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가면 이득을 보는 건 자신이었으니.
일인자인 스텔라도 두 사람의 의견을 존중했다.
[좋아요. 신의 후예에 대한 복수는 미뤄두죠. 지금은 천마 대전이 더 중요하니까요.]“옳으신 결정입니다.”
발루두크는 말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스텔라의 다음 말을 듣기 전까진.
[어차피 우리의 손을 떠난 일이거든요. 마계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예? 어떤…….?”
[세이레 님을 비롯한 고위 마족 여섯이 현신할 거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오직 신의 후예를 처리하려는 목적으로 오신다고 해요.]“아…….”
“그거 잘 됐군요.”
“그, 그렇네요. 이제 신의 후예는 죽은 목숨이로군요.”
클리포드의 말에 맞장구치긴 했으나 발루두크의 속내는 말이 아니었다.
‘이런……! 고위 마족이 여섯이나 내려온다고? 고작 인간 하나를 잡으러?’
이렇게 된 이상 지크의 죽음은 기정사실이었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고위 마족을 여섯이나 한꺼번에 상대할 순 없다.
[에탄이 죽어서 곤란하던 차였으니 참으로 잘된 일이죠. 우리는 우리 일에만 전념할 수 있고요.]“우리 일이라면……?”
[천마 대전 말이에요. 위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천마 대전의 시일을 앞당긴다고 하셨어요. 아마도 제 후견인인 벨제뷔트께서 천족들을 도발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조율하시겠죠.]“그, 그렇군요.”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셋밖에 남지 않은 만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해요. 클리포드?]“예, 스텔라 님.”
[제물은 얼마나 모으셨나요?]“계획의 반도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됩니까?”
[안 그래도 욕이란 욕은 다 먹는 상황이잖아요? 못 할 건 없죠. 그리고 발루두크?]“말씀하십시오.”
[데카라비아 님으로부터 중력장은 받으셨나요?]“예. 저만의 장소에 숨겨놨습니다.”
[데카라비아 님이 소멸하셨으니 중력장을 작동시킬 기술자가 필요할 거예요. 한시라도 빨리 기술자를 구하시고, 재료인 아크니움의 확보도 서둘러 주세요.]“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주교와 악마의 부활서는 어떻게 되는지……?”
[대주교는 아직 죽여선 안 돼요. 원래는 그를 죽이고 엘로스교와 마도스교의 갈등을 심화시킬 작정이었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죽이는 건 미뤄야겠어요. 신도들을 모으려면 아직은 이용 가치가 있거든요.]“하면, 대주교 대신에 성녀를 죽이는 건 어떤지…….”
[성녀는 건들지 않도록 하죠. 원래 계획에도 없었을뿐더러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으니.]“아, 예.”
발루두크는 납득하지 못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그쪽은 신경 쓰지 마세요. 대주교 건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리고 리치 드래곤들이 주도하던 악마의 부활서 건은 잊으세요. 리치 드래곤이 죽은 이상 이미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된 거나 마찬가지이니.]“아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클리포드?]“예.”
[기회가 되면 데칸의 보물창고를 한 번 더 노려보세요. 천마 대전이 일어났을 때 그 안에 있던 엘프의 유물들을 다시 사용하게 된다면, 승세가 불리해질 수 있어요.]“알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노려보겠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스텔라의 억양이 올라갔다.
[좋아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일을 하세요. 저는 저의 일을 할 테니. 다 함께 천마 대전의 준비를 마쳐보자고요.]* * *
마계에는 72명의 고위 마족이 있다.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자들이지만, 그중 하위권에 속하는 마족들은 다른 마족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여 마왕은 그들에게 하나의 임무를 부여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천마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라. 그리하면, 나와 고위 귀족들의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마왕의 명을 받은 65위 이하의 마족들은 천마 대전의 승기를 잡기 위해 인간계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인간계의 최강체인 드래곤을 수하로 만드는 것.
그러나 드래곤들은 힘 앞에도 쉽사리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리치 드래곤이 되면 영생을 살 수 있다고 회유하기로.
그렇게 드래곤들은 마족에게 영혼을 팔아 자발적으로 리치 드래곤이 되었고, 그들은 12인의 선구자라는 인간들을 수하로 삼았다.
[한데, 그 12인의 선구자가 셋으로 줄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지. 리치 드래곤들도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말이야.] [기껏해야 서대륙에 있는 30마리가 전부인가?]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군.]때아닌 인간계에는 여섯의 고위 마족이 현신해 있었다.
서열 72위, 뱀의 군주, 안드로말리우스
서열 70위, 광물의 귀족, 세이레.
서열 68위, 모략의 천재, 벨리알.
서열 67위, 천재 음악가, 암두시아스.
서열 66위, 악마 후작, 키메리에스.
서열 65위, 술법의 천재, 안드레알푸스까지.
천마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그들이 인간계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신의 후예인 지크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유야 명확하죠. 신의 후예 때문입니다. 마왕께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시고 처치하라는 명을 내린 것이고요.] [세이레.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솔직히 말해보게. 정말로 데카라비아가 신의 후예라는 자에게 당했나?]세이레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분명 그놈의 짓이었습니다.] [허, 들어도 믿기지 않는군. 마족을 죽이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그러니까 신의 후예죠.] [그 이야긴 인간들이 지어낸 게 아니었나?] [나도 그리 들었네. 마법도 오러도 배우지 않은 인간이 초월적인 힘을 사용한다는 이야기였지.] [설마 그 소문이 현실을 바탕으로 했을 줄이야…….]신의 후예에 관한 이야기는 마계에서도 유명했다.
물론 허풍떨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종족의 허약함을 감추고자 부풀린 허황된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었으나, 사실로 판명 났다.
여기 증거가 또렷하게 있지 않던가?
경험자인 세이레가 설명을 덧붙였다.
[놈은 특출난 능력을 지녔습니다. 마력과 마기를 차단해 아무런 마법도 쓰지 못하게 만듭니다. 또한 어떤 마법이든 흡수했다가 원할 때 방출해서 반격할 수 있죠.] [그건 숫제 괴물이 아닌가?] [그런 인간을 무슨 수로 처리한단 말인가?] [마기를 쓰지 못하면 손발이 묶인 채로 싸우는 것과 뭐가 다르냔 말이야.]마족들이 반발했으나, 대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벨리알이 자신 있게 말하자, 다른 마족들은 믿음직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에만 관심 있는 암두시아스와 클리포드의 후견인인 키메리에스만이 무심하게 굴 뿐이다.
[자, 그럼 계획을 짜볼…….] [잠깐. 저기 누가 오는데?]그 말에, 마족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무관심하던 암두시아스와 키메리에스 또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이다.]한 인간이 그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 * *
저벅저벅.
어두운 통로를 울리는 발걸음 소리.
헤이그는 불안한 기색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통로 밖으로 나온 걸음의 주인은 예상과 달리 환했다.
얼굴만이 아니라 의상 또한.
“아아, 성녀님이셨군요.”
“안녕하세요, 헤이그 씨. 오늘도 오셨네요?”
“예. 지병을 고치려면 부지런하기라도 해야죠. 헤헤.”
평민 헤이그는 오늘도 성수를 타러 왔다.
이렇게 해야 쌓인 노폐물을 걷어내고 지병을 고칠 수 있다는 성녀의 말 때문이었다.
성녀 프리시엘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수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매일 일정량만 생성된다는 귀한 성수를 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귀족과 평민들이 신성 제국의 성소를 찾는지 모른다.
이루 셀 수도 없을 지경.
그 사실을 알기에 프리시엘은 성수를 귀족과 평민에게 똑같이 분배했다.
병을 고치는데 신분의 귀천은 없으며, 빛의 신 엘로스께서도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길 바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통로를 걸어가자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
조금 전과 달리 환한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엘로스의 여신상이 있었다.
그 여신상의 손바닥엔 무지갯빛의 물이 고여 있었고, 헤이그는 입을 벌렸다.
“여긴 몇 번을 봐도 정말 감탄스럽군요.”
“후후, 정말 아름답죠?”
프리시엘이 손바닥에 고인 물을 퍼, 그릇에 담았다.
딱 한 모금 마실만큼의 성수가 마련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신도님.”
“감사합니다, 성녀님.”
“아닙니다. 자애로운 엘로스께선 다친 자들을 두고 볼 수 없어 성수라는 은총을 내리셨고, 저는 그저 성수를 받아내고 전달하는 일만 할 뿐인걸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병도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나아간다니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프리시엘의 미소에, 헤이그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천사가 있다면 눈앞의 성녀가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지금 마셔보시겠어요?”
“아. 예.”
헤이그는 곧바로 성수를 들이켰다.
평소대로 온몸에 활력이 돋을 거라고, 그렇게 여겼으나.
“……?”
헤이그는 몸 상태가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성녀님. 이거…… 성수 맞나요?”
“왜 그러시죠?”
“맛은 똑같은데…… 평소와 달리 구역질이 날 것 같…… 읍!”
순간 헤이그가 구토하려 했으나 성녀는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뱉으시면 안 됩니다. 귀한 성수를 뱉다니요. 그러다 천벌 받으십니다. 얼른 목구멍을 넘겨 삼키세요.”
“으읍, 읍!”
올라오려던 토기를 억누를 수밖에 없던 헤이그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털썩!
그 모습을 냉정하게 바라보던 프리시엘은 곧이어 눈을 뜬 헤이그에게 물었다.
“너의 주인이 누구시냐?”
“마도스…… 어둠과 파괴의 신, 마도스 님이십니다.”
“축하한다. 너는 이제 마도스교의 신도가 되었느니.”
프리시엘, 아니 스텔라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곧 다가올 천마 대전의 희생양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