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9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93화
신성 제국의 대주교인 라베르.
그에게 암살 위협이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본디 유명 인사라면 이런저런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기 마련이었으니까.
더구나 70이 넘는 나이가 되면 세상사에 달관한 듯 무덤덤해지게 된다.
놀람이라는 감정과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놀라고 있었다.
“지크 경, 그게 무슨 말인가?”
자신을 구해준 소년, 지크 맥러플린.
그가 난데없이 신성 제국을 찾아와서가 아니었다.
“부탁드릴게요. 대주교님.”
예상치 못한 부탁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성녀와 이어지게 해달라니. 대체 그게 무슨…….”
“사실 제가 성녀님을 좋아하고 있거든요…….”
“언제부터?”
“처음 봤을 때부터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지크의 모습은 연애라곤 해본 적 없는 순박한 시골 청년을 연상케 했다.
라베르로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부탁이었지만.
“그, 그래. 프리시엘이 예쁘긴 하지……. 하지만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왜 뜬금없나요?”
“그야 전에는 이런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지 않나?”
지크가 성녀와 처음 만났던 건 브라함 왕국에서였다.
당시 마도스교의 집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얻고 잠입 수사를 했을 때, 함께한 적이 있다.
‘그땐 전혀 좋아하는 낌새가 없었건만…….’
혹시 위장 신분을 말할 때 성녀가 약혼자라고 소개해서 그런가?
그때 이성으로서 설렘을 느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는 차에, 지크가 입을 열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프리시엘 님에게 끌렸던 건 외모 탓도 있지만 그때 저를 약혼자라고 소개해서예요. 그런 말씀하신 걸 보면 저한테 아예 마음이 없진 않다는 뜻 아니겠어요?”
“아니, 그건 위장 신분이지 않나?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곤란하지…….”
“그렇든 아니든 제가 성녀님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아요.”
라베르는 이마를 짚었다.
오해해도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
‘예쁜 이성이 호의를 베풀었다고 그걸 마음이 있는 걸로 착각하다니. 순박한 청년일수록 처음 보는 여성과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다더니, 딱 그 짝이로구나.’
프리시엘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만, 라베르가 봤을 땐 사심 따윈 없는 행동이었다.
둘을 만나게 해준다 해도 지크의 마음만 상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지크 경. 내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네만…….”
“다른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성녀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전에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죠? 이게 제 소원이에요.”
지크는 단호했다.
소원까지 걸고넘어지니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끄응…… 알았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내 자네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수락하는 라베르를 보며 지크가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어디까지나 연기였지만.
* * *
지크가 성녀의 정체를 알게 된 건 처음 봤을 때부터였다.
‘뭐야? 저 여자는?’
가슴에 느껴지는 아홉 개의 마나 고리.
그럼에도 성녀는 자신을 7서클로 소개했다.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초면에 대놓고 거짓말을 하네?’
의심스러웠던 지크는 바로 생각을 읽어봤다.
그리고 알아낼 수 있었다.
프리시엘의 정체를.
‘본명은 스텔라. 빛 속성을 다루는 9서클 마법사고 12인의 선구자를 이끄는 수장이라고?’
내색하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놀랐다.
하지만 그보다도 놀라게 한 점은 따로 있었다.
‘천사? 인간이 아닌 천족이라고?’
성녀로 위장한 그녀는 타락한 천사였다.
신성 제국의 신 엘로스를 섬기기는커녕 그 반대인 마도스교를 섬기는.
겉보기엔 천족이지만 실제론 마족의 편을 드는, 배신자.
그게 프리시엘, 아니, 스텔라의 정체였다.
더구나 마왕 벨제뷔트의 직속 부하인 것도 알아냈다.
‘놀랄 노 자네, 정말.’
프리시엘의 정체를 알고서 적잖이 놀랐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스킬 덕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퀘스트가 뜨지 않았다.
‘그래서 건들지 않고 여태 모른 척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퀘스트가 떠올랐으니까.
【돌발 퀘스트 : 성녀와 접촉하라!】
└당신은 신성 제국의 성녀인 프리시엘 크리스텐슨의 정체가 12인의 선구자 중 서열 1위인 스텔라임을 알고 있습니다.
└단서가 끊긴 지금이 타이밍입니다. 그녀를 만나십시오.
└성녀 만나기
└랜덤으로 스탯 5,000 증가
└7차 스킬 숙련도 10 증가
스탯 증가보다 숙련도 증가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퀘 보상으로 숙련도가 오를 줄 알고 있었어.’
한데 10 정도면 그리 많은 수치는 아니다.
‘이거라도 어디야? 10일을 앞당길 수 있는데 이거라도 감지덕지해야지.’
퀘스트 때문에라도 성녀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봤다고 성녀가 만나줄 리는 없다.
신성 제국에서 성수를 퍼주랴, 마도스교의 정보를 캐내랴 바쁘다고 들었으니.
‘이중생활 하느라 바쁜 거겠지만.’
어쨌든, 명분 없이는 만나줄 것 같지 않기에 라베르를 찾은 것이다.
소원을 빌미로 성녀에게 반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만남을 주선해 주리라는 생각에.
다행히 작전은 먹혀들었다.
그런 꿍꿍이는 상상도 못 하던 라베르는 둘의 만남을 어떻게 주선할지 걱정이었지만.
* * *
“네? 이쪽으로 오신다고요?”
―그래. 지금 함께 출발할 예정이다.
“아,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대주교님.”
라베르와의 통신을 끊은 프리시엘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정도 없는 마당에 왜 갑자기 성소로 찾아온다는 거지?’
대주교가 갑자기 방문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신의 후예와 함께라니.’
신의 후예 지크를 처음 만났던 건 브라함 왕국에서였다.
‘그때도 그자가 대주교와 함께 올 줄은 몰랐지.’
대주교의 암살이 성공했으면 만날 일이 없었겠지만, 실패한 탓에 인연이 생겼다.
따지고 보면 인연보다는 악연에 더 가까웠지만.
‘녀석은 내 정체를 모르고 있어. 하지만 난 놈의 정체를 알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또한.’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꿀릴 건 없다.
정보의 우위는 이쪽에 있었으니.
‘왜 갑자기 만나자는 건지 참으로 궁금해지네.’
프리시엘은 잠시 후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프리시엘.”
“오셨어요, 대주교님? 지크 경도 오랜만이에요.”
“아, 네…….”
어딘지 수줍어하는 지크의 모습.
뭔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듯 안절부절못하는 대주교의 모습.
둘 다 이상했지만 프리시엘은 본론부터 꺼냈다.
“그런데 하실 말씀이라는 게…….”
“그게 말이다…….”
대주교는 뻔한 결과라고 여기면서도 약속이니만큼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지크 경과 이야기 좀 나누면 어떻겠느냐?”
“예? 무슨 이야기요?”
“아니, 그게…….”
성녀를 주선하는 경험은 처음이라 곤란한 상황.
그때 용기를 낸 사람은 다름 아닌 지크였다.
“저 성녀님 좋아해요.”
“네?”
“성녀님을 좋아한다고요.”
두 번이나 말했으니 못 알아들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성녀는 자신이 혹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재차 물었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지크 경?”
“방금 들었잖아요. 모른 척하지 마세요.”
“절 좋아한다는 이야기요?”
“네. 성녀님은 어떠세요?“
“저도 지크 경이 좋죠.”
“아니, 프리시엘.”
보다 못한 라베르가 나섰다.
“지크 경은 지금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한 거란다.”
“예?”
사고가 정지됐다.
프리시엘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뭐? 신의 후예가 날 좋아한다고?’
난데없는 고백.
그런데 그 고백의 주인공이 선구자들의 주적인 신의 후예라고?
적이 자신을 좋아하는 황당한 상황.
프리시엘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심이세요, 지크 경?”
“네. 저 지금 진지합니다. 처음 뵀을 때부터 반했습니다.”
지크의 눈빛이 선명하다.
결코 장난으로 볼 수 없는 눈빛.
진심인 걸 알게 되자, 프리시엘은 더욱더 혼란스러웠다.
‘아니, 내가 작업을 건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좋다고 저러는 거지? 설마 전에 약혼자라고 소개해서?’
지레짐작을 해봐도 그 경우밖에 없다.
아니면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서 저러는 거거나.
‘하긴 평상복을 입고 다닐 때는 인간들에게 자주 고백받곤 했지.’
하지만 성녀처럼 꾸미고 다니면 일상 같던 고백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유는 명확했다.
‘성녀는 순수함의 상징이니까.’
신성 제국의 상징이자 엘로스 교의 대리자인 성녀에게 이성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고백한다?
다른 모든 신도는 물론 신성 제국의 표적이 되기에 딱 좋다.
그렇기에 성녀도 예의상 그런 일이 있으면 거절하는 편이었다.
그것이 통상적인 절차.
상대를 위해서도 그러는 편이 낫다.
자신과 사귄다면 공공의 적으로 몰릴 게 뻔했기에.
하지만.
‘이건 기회야.’
프리시엘은 생각을 달리하였다.
‘신의 후예를 내 꼭두각시로 만들 기회.’
선구자와 마족들의 주적이 자신에게 먼저 좋다고 접근했다.
놈을 뒤통수치기에 이처럼 좋은 상황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나한테 푹 빠진 녀석을 잘 구워삶아서 데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치면?’
골칫거리라 여기던 놈을 아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그것이 프리시엘이 고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였다.
“좋아요.”
“예?”
“서로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고요. 저도 관심이 없진 않으니…….”
생각도 못 한 대답.
한 대 맞기라도 한 듯 벙찐 표정을 짓던 지크가 활짝 웃음 지었다.
“좋아요! 내 마음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리시엘 님!”
“아직 수락한 건 아니에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아가고 싶을 뿐…….”
“네! 그것도 좋아요!”
기뻐서 외치는 지크와 달리, 대주교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보나 마나 거절할 거라고 예상하였으니까.
“프, 프리시엘. 지, 진심이느냐?”
“그럼요. 엘로스 교의 성소에서 제가 거짓말을 하겠어요?”
프리시엘은 아이처럼 좋아하는 지크를 보며 싱그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멍청한 놈. 제 덫에 자기가 걸렸구나.’
정작 함정에 빠진 건 자신인 줄도 모른 채.
* * *
인간계에 현신한 마족들은 한 인간을 바라봤다.
[저놈은 누구지?] [발루두크라는 인간이다. 내 수하이자 12인의 선구자 중 서열 2위지.]안드레알푸스가 그리 말하며 발루두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발루두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부복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발루두크.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우리가 여기 있는진 어떻게 알았고?]“저도 마계의 귀족께서 여기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짙은 마기의 기운을 따라 찾아왔을 뿐입니다.”
[마기의 기운?] [아아, 우리가 너무 기운을 숨기지 않았었군.] [들뜬 나머지 실수를 했어.]마족들은 그제야 마기를 갈무리했다.
여섯이 뭉쳐서 마기를 풀풀 날리고 있으니 발루두크로선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잘됐구나. 안 그래도 선구자들에게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예? 무슨 일로…….”
[이쪽으로 와보거라. 마침 신의 후예를 처리할 계획을 짜고 있었거든.]“아…… 예.”
발루두크는 순순히 그들 무리에 합류했다.
키가 3m를 넘어가는 장신들 여섯이 모여 있자, 발루두크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계의 고위 마족이 여섯이나…….’
확실히 강대한 기운에, 발루두크는 공경과 두려움이 깃든 얼굴로 그들의 계획을 들었다.
아니, 들으려던 참이었다.
[음? 루미노스 포탈스피어에 연락이 왔군.] [누구지? 스텔라인가?] [확인해 보지.]서열이 가장 높은 안드레알푸스가 눈을 감았다.
스텔라와 대화를 나누는지 한동안 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윽고 노란색의 안광을 뜬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스텔라의 반가운 전언이 있었다. 자신이 신의 후예를 데리고 있다는군.] [뭐? 그게 무슨 소리지?] [신의 후예를 벌써 사로잡은 겁니까?] [어떻게?]궁금증이 폭발했고 그건 발루두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마족들과 달리 기대감이 아니라 걱정이 앞선 궁금증이었지만.
‘설마 스텔라 님에게 벌써 붙잡힌 건…….’
제발 지크가 무사하기를 바라던 차에, 뜻밖의 이야기가 들렸다.
[신의 후예가 자신에게 단단히 빠져 있다더군.] [뭐?] [그래서 쉽게 꾀어낼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단단히 빠져? 사랑에 빠지기라도 했다는 뜻인가?] [신의 후예가 벌써 스텔라와 접촉했나?] [자세한 건 모르겠으나 확실히 자신의 수족하에 뒀다는 말투였다.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 염려 놓으라고…….]발루두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그에 반해 마족들은 기껍다는 듯 이를 드러내 웃었다.
[하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거 일이 쉽게 풀릴지 모르겠어.] [흐음. 마침 나한테 신의 후예를 완벽하게 사로잡을 좋은 작전이 떠올랐는데 말이야…… 한번 들어보겠어?] [그게 뭔가?] [들어는 보지.]모략의 천재인 벨리알이 자신의 계획을 떠들었다.
발루두크는 그 계획을 그 어느 때보다 유심히 귀담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