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94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94화
자신과 이야기하겠다는 성녀의 말은 지크를 기쁘게 했다.
겉보기처럼 고백을 수락해서가 아니다.
함정에 알아서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내 고백을 받아줄 줄 알았어, 스텔라.’
일인자인 녀석이 자신의 정체를 모를 리 없다.
거절할 리도 없다.
‘뒤통수치기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일 테니까.’
그것이 지크가 자신만만하게 고백한 이유다.
받아줄 걸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스텔라를 통해 정보를 캐내면 돼.’
지크는 시야 한쪽에 떠오른 퀘스트창에 눈길을 주었다.
[성녀 만나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5,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7차 스킬 숙련도 10이 증가합니다.] [2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14/100]【돌발 퀘스트 : 천마 대전의 정보를 캐내라!】
└당신은 12인의 선구자 중 서열 1위인 스텔라와 만났습니다.
└그녀로부터 천마 대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십시오.
└천마 대전에 대한 정보 얻기
└랜덤으로 스탯 5,000 증가
└7차 스킬 숙련도 10 증가
퀘스트 완료와 동시에 다시 새로운 퀘스트가 떠올랐다.
스텔라로부터 정보를 캐내는 임무.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지크로선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임무였으나, 보상이 탐탁지 않았다.
‘또 숙련도 10이야?’
이래 가지고 언제 9성을 찍겠나.
뭐, 나중에 많이 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퀘스트에 수락했다.
“여기서 대화하면 되겠어요.”
마침 지크는 프리시엘을 따라 어떤 방으로 들어왔다.
단둘만의 공간.
아무도 없는 지금, 태도를 돌변하고 자신의 목을 졸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으나…….
‘어림도 없지.’
신의 후예임을 아는 이상 스텔라가 자신에게 덤빌 리는 없다.
마력과 마기를 차단할 수 있는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 무슨 꿍꿍이로 내 고백을 받았을까?’
지크는 성녀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생각을 읽어봤다.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로 여섯 마족들에게 연락해놨으니 뭔가 답이 올 거야. 그때까지 난 적당히 맞장구쳐주며 시간을 끌면 돼.
아니나 다를까,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었다.
여섯 악마가 올 때까지.
‘날 잡으려고 인간계에 여섯 마족이 현신했다는 거네?’
좋은 정보를 얻은 지크가 씩 미소 지었다.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는지 원. 내가 그렇게 좋나? 사랑에 빠진 멍청한 놈 같으니.
그 모습을 오해한 프리시엘이 속으로 비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론 상냥하기 짝이 없었다.
“지크 님? 뭐, 마실 차라도 드릴까요?”
“차요? 좋죠.”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싱긋 웃은 성녀는 어딘가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두 손에 찻잔을 들고서.
“여기 드셔보세요. 라플리 잎으로 만든 차인데 정신이 맑아지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성녀님은 정말 상냥하시군요.”
“별말씀을요.”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게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의 모습과 다름없었지만, 지크는 그녀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후후, 얼른 마셔라. 마시고 마도스교의 노예가 되는 거다. 성수를 마신 다른 멍청한 놈들처럼.
차에는 마도스교로 현혹하는 약물이 들어 있었다.
‘전에 아즈라힐이 만들어놨던 환각제를 내 차에도 넣어놨군. 최근엔 성수에 넣어서 본격적으로 신도들을 늘리려 하고 있고.’
대체 마도스교의 신도들을 늘려서 뭘 할 작정일까?
궁금증이 인 지크가 좀 더 깊은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신도들을 천마 대전의 제물로 삼을 작정이야.’
인간계로 군대를 소환하기 위해선 막대한 제물이 필요하다.
그 제물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고, 천마 대전을 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인간 수천 명을 제물로 삼아 천마 대전을 열려는 속셈이야. 그러기 위해 마도스교의 신도를 늘리려던 거였어. 본디 사람을 조종하기에는 종교만큼 편한 것이 없으니까.’
참으로 괘씸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인간으로서 용인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평정심 스킬 덕에 내색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후룹. 으음, 차가 맛있네요.”
“아…… 그래요? 맛있죠?”
아무런 의심도 없이 차를 마시는 지크를 보며, 성녀는 내심 당황했다.
―뭐지? 왜 아무런 변화도 없지?
지크가 입에 거품을 물기는커녕 그 어떤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
그럴 수밖에 없다.
[환각을 유발하는 해로운 성분이 체내로 유입되었습니다.] [저항력이 해로운 성분에 100% 저항합니다.]이미 저항력 스탯이 1만을 넘어간 데다, 독에 면역을 가진 극독의 조끼까지 입고 있다.
무협으로 치면 만독불침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으니 통할 리가 있나.
―젠장. 독이 통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을. 신의 후예는 독도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가 갈렸지만 프리시엘은 자신의 표정을 찻잔으로 가렸다.
지크는 괘씸죄를 적용해야겠다는 듯 곤란한 질문을 퍼부었지만.
“우리 이제 사귀는 건가요?”
“네?”
“저한테 관심이 있으시다면서요. 그럼, 이제 사귀는 거 아닌가요?”
“아, 그건 곤란합니다. 제 신분이 이렇다 보니…….”
“그럼, 저한테 관심 없으세요?”
“그건 아니랍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도 않았겠죠?”
“그럼 사귀는 거 맞네요. 오늘부터 1일인가요?”
“아…….”
지크의 막무가내식 고백에 현타가 왔는지 성녀가 잠시 입을 벌린다.
그러든 말든 진상 고객처럼 밀어붙이는 지크였지만.
“예? 사귀는 거 아니에요? 제가 좋다면서요.”
“아……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무슨 말이 그래요. 확실하게 해줘요. 사귀는 건지 아닌지.”
“사, 사귀는 거 맞아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수줍은 척 연기하는 성녀를 보며, 지크는 피식 웃었다.
걸려들었구나.
“사귀는 게 맞다면 저랑 이런저런 것도 할 수 있겠네요?”
“네? 이, 이런저런 게 뭐죠?”
“연인들 간에 흔히 하는 그런 것들이요. 예를 들면 키스라던가.”
“…….”
순간 정색하는 그 표정을, 지크는 놓치지 않았다.
금방 사라지고 어색한 웃음을 띠는 성녀였지만.
“하……하…… 그런 건 차차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이니 너무 급하게 할 필욘…….”
“어차피 나중에 다할 건데 미리 하면 어때요. 지금이라도 해볼까요?”
지크가 얼굴을 들이밀며 접근하자 화들짝 놀라며 물러선다.
“아니, 왜 이렇게 성급하세요.”
“진도를 빨리 빼면 그만큼 빨리 친해질 거 아니에요.”
막무가내 논리였지만 성녀를 곤란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뭐? 나더러 적이랑 동침하라고? 미친 새끼 아냐, 이거? 때려 죽여도 못한다, 이건.
속으로 욕지거리해대는 걸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세상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장난은 이쯤으로 해둘까? 정보도 좀 얻었으니.’
이 와중에도 지크는 스텔라의 속마음을 꿰뚫어 봤다.
천마 대전에 필요한 계획과 준비, 앞으로의 계획, 전력 등을 모두 파악해냈다.
정보란 정보는 모조리 털었다는 의미.
그것에 만족했는지, 시스템도 응답을 내려왔다.
[천마 대전에 대한 정보 얻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5,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7차 스킬 숙련도 10이 증가합니다.] [2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24/100]차를 음미하며 완료 메시지를 보던 와중, 스텔라가 돌연 눈을 감았다.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로 접속하는군.’
놈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이자, 가상의 공간 루미노스 포탈스피어.
그 안에서 스텔라는 어떤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 정보는 고스란히 지크의 머리로 들어왔고.
‘여섯 마족들이 스텔라에게 지령을 내렸군. 나를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라고.’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지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 그래도 마족들을 상대하고 싶었으니까.
“으음, 지크 님? 잠깐 자리 좀 옮길까요?”
“네? 왜요?”
“아까 말씀하셨죠? 연인이라면 응당 이런저런 것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프리시엘이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선 그런 것들을 하기 부끄러우니까 장소를 옮기는 게 어때요?”
바라던 바다.
“좋습니다.”
* * *
지크는 프리시엘을 따라 오솔길을 걸었다.
“숲엔 왜 들어오신 거예요?”
“이 근방에 제 오두막이 있거든요.”
“오두막이요?”
“휴식이 필요할 때 종종 들르려고 만든 저만의 장소죠. 후훗.”
오두막으로 안내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진실의 눈으로도 진실 판정이 나왔으니.
‘하지만 함정이지. 내가 그걸 알면서도 따라간다는 건 꿈에서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프리시엘이 모르던 건 또 있었다.
“음? 저 사람은 누구죠?”
길목에서 낯익은 노인을 만나게 될 줄은.
―바, 발루두크? 저놈이 왜 여길?
짐짓 놀라는 프리시엘을 보며, 지크는 어리둥절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발루두크가 여기 오는 걸 스텔라는 몰랐나?’
발루두크의 얼굴이야 이미 알기에, 지크로선 놀랄 게 없었지만 프리시엘은 아니었다.
둘은 같은 편이 아니었던가?
근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는 듯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건 발루두크도 마찬가지였고.
―마족들의 작전을 미리 경고해 주려고 신의 후예를 기다렸더니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녀석이 성녀와 함께 오는 게야?
아무래도 발루두크는 자신에게 함정임을 알려주기 위해 작전이 펼쳐질 장소 근처에서 기다렸던 모양.
한데 이제 보니 성녀가 스텔라인 줄은 모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이거 골 때리는 상황이네? 발루두크는 일인자가 성녀인 줄 몰랐다는 거잖아?’
그동안 정체도 모르면서 일인자의 힘에 굴복하고 그녀를 따랐다는 말이었다.
‘스텔라는 성녀라는 걸 감췄다가 들킨 상황이고, 발루두크는 남몰래 나를 도우러 왔다가 들킨 상황이라는 건가?’
뭐가 됐든 지크로선 손해 볼 것 없는 상황.
이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퀘스트가 뜨기도 했고.
【메인 퀘스트 : 여섯 마족을 죽여라!】
└여섯 마족이 20%의 힘으로 인간계로 현신하였습니다.
└그들을 모두 죽여서 마계로 돌려보내십시오.
└안드로말리우스 처치
└세이레 처치
└벨리알 처치
└암두시아스 처치
└키메리에스 처치
└안드레알푸스 처치
└스킬 ‘뱀 지옥’ 획득
└스킬 ‘마정석 탐색’ 획득
└스킬 ‘탁월한 지략가’ 획득
└스킬 ‘연주의 귀재’ 획득
└스킬 ‘다크 오러 블레이드’ 획득
└스킬 ‘악마술’ 획득
엄청난 메인 퀘스트가 떠올랐다.
‘보상이 장난 아닌데?’
무려 여섯 개의 스킬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
그러려면 함정에 빠진 척부터 해야 한다.
다행히 발루두크가 노련하게 대처했다.
“허허, 노인네가 길을 잃었소만, 길 안내 좀 해줄 수 있겠는가, 젊은이?”
지크를 보며 처음 보는 척을 한 것이다.
“그럼요, 어르신. 이쪽으로 오세요.”
세상 친절한 청년의 표정을 연기하며 지크는 발루두크를 오두막이 있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발루두크는 곧장 곤란하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이쪽이 아닌 것 같은데……?”
“이쪽으로 가도 나가는 방향은 나와요. 그렇죠, 성녀님?”
“아, 마, 맞습니다.”
지크를 오두막으로 이끌어야 했던 프리시엘로선 동조할 수밖에 없었고, 발루두크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일 수밖에 없었다.
“이봐, 신의 후예. 내 말을 들어보게. 자네는 지금 함정에 빠졌어. 반대 길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야.”
‘내가 왜 꿀 같은 퀘스트를 놔두고 돌아가야 하지?’
속으로 반박한 지크는 대꾸 없이 웃으며 길 안내를 자처했다.
“이쪽입니다. 맞죠? 성녀님?”
“아, 네. 맞아요.”
지크가 행여나 마족들과 만나게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발루두크와 달리, 프리시엘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발루두크가 왜 여기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발루두크.”
성녀는 작은 목소리로 발루두크의 귀에 속삭였다.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거죠?”
“성녀가 스텔라 님이셨습니까?”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대답해 보세요.”
“저도 나중에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스텔라의 미간이 구겨졌지만, 발루두크는 묵묵히 지크를 따라갔다.
그녀도 의아해하면서 지크의 뒤를 따랐다.
알아서 함정으로 걸려주는 지크가 내심 고마울 지경.
하지만 정작 함정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라는 걸, 스텔라는 깨닫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