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19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198화
서대륙으로 향한다는 말에, 제라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간다는 게야? 서대륙은 무슨 일로?”
“드래고니안이 산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그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정확히는 드래고니안이 아닌, 드래곤이었지만, 뭐가 됐든 제라드로선 아쉬울 따름이었다.
“부자끼리 대화도 많이 못 했는데, 아쉽구나. 또 헤어져야 한다니.”
“…….”
진심이 담긴 제라드의 말을 듣자, 지크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왠지 모를 먹먹함이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다.
‘뭐지? 이 기분은?’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나도 알아. 진실이라는 건.’
괜히 시스템에게 성질을 내던 지크가 제라드를 바라봤다.
-지크를 붙잡고 싶지만 그럴 순 없겠지. 이 아이에겐 지금 드래고니안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대게 이 나이 땐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보내줘야지…….
붙잡고 싶지만 붙잡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것이 속마음 읽기 스킬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들을 향한 그의 사랑까지도.
‘아버지…….’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아들이라는 놈은 강해져서 지구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니.
‘나도 알고 있었어. 태어날 적부터 알았지. 아버지가 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환생할 때부터 성인의 정신을 가졌던 지크다.
아버지가 자신을 어여삐 여기고 재능의 개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낱낱이 보아온바.
‘그럼에도 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니…….’
너무 이기적이었다.
너무 자신의 생각만 하고 이 세계 사람들과 벽을 뒀다.
이곳에 있어서 자신은 판게아 태생의 대륙민이고 맥러플린 가문의 막내 공자인 것을.
‘영혼은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나 키워준 정으로 보나 이분은 내 진짜 아버지야.’
그런 가족을 놔두고 어딜 가려고 했단 말인가? 나는.
‘이걸 왜 이제야 깨달은 거야. 왜…….’
머리가 혼란했다.
나와는 맞지 않는, 타국이라는 생각에 얽매여서 본질을 잊고 말았다.
‘지구로 돌아가 봐야 아무것도 없잖아.’
멸망 단계에 있는 지구였으니 가봤자 남아 있는 가족도 친구도 없다.
애당초 고아였기에 찾을만한 부모도 없다.
도리어 진짜 가족은 이곳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럴 거면 왜 강해진 거지? 대체 왜?’
지구로 돌아갈 게 아니면 강해질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까지 미치자, 머릿속이 더없이 혼란해졌다.
한동안 말하지 않는 지크를 보자, 제라드의 눈에 걱정이 끼었다.
“왜 그러느냐, 지크?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거냐?”
“아, 아니에요.”
“그러지 말고 방에서 좀 쉬거라. 당장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
이 와중에도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조금 더 아들과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여실히 전해진다.
지크로선 그것이 오히려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미안함이라고 볼 수도 있었고.
“이만 갈게요.”
“어음, 그래. 지금 바로 갈 거냐?”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렇담 네 엄마한테도 인사드리거라. 아, 그리고 실리스 공녀한테도.”
“실리스는 왜요?”
“너한테 할 말이 있는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지크는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단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고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눠야겠다.
그게 맞다.
하지만 가기 전에 선물이라도 줘야겠다.
“아버지. 9서클은 아직이세요?”
“음? 뭐, 그렇지. 이상하게 더 마력이 쌓이지 않더구나.”
“잠깐 손 좀 줘보시겠어요?”
뜬금없는 말에 제라드는 의문을 가지며 손을 내밀었다.
제라드의 손목을 짚으며, 지크는 그의 몸 상태를 읽는 척했다.
“여덟 번째 마나 고리와 여섯 번째 고리 사이에 있는 기혈을 뚫고 다시 작업해 보세요. 그럼, 아홉 번째 마나 고리를 만들 기반이 만들어질 거예요.”
“뭐? 그, 그게 참말이냐?”
물론 참말이다.
현자의 눈으로 아버지의 몸 상태를 모두 꿰뚫어 보고서 하는 소리였으니.
“네. 그리고 러셀 형의 소식이 궁금하시죠?”
“응? 그걸 어떻게…….”
“그냥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요. 제가 서대륙으로 가는 김에 러셀 형도 한번 찾아볼게요.”
“그래 주겠니?”
“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 주세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지크는 한 번 웃어준 뒤에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과 한 번씩 인사한 뒤에 떠날 생각으로.
* * *
“실리스 공녀님? 안에 계세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실리스가 화들짝 놀랐다.
‘이건…… 지크 님 목소리잖아?’
오매불망 기다렸던지라 한달음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니 정말로 지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지크 님! 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요. 그나저나 저한테 할 말이 있으시다면서요?”
“이, 일단 들어오세요.”
방으로 들어간 지크는 실리스의 속마음을 읽으려다가 관뒀다.
사람의 진심을 이렇게 엿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차피 무슨 말을 할지도 대강 예상이 가고…….’
이미 예상하는 줄도 모른 채, 실리스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실 말씀이……?”
“아, 그, 그게 말이에요. 으음…….”
지크에게 정식으로 고백하며 구혼하려던 실리스였지만, 막상 때가 되니 망설이게 됐다.
결혼을 망설이는 것이 아니었다.
용기의 문제였다.
‘어, 어떡하지? 너, 너무 떨려.’
한평생 구혼을 받아만 봤지, 직접 해 본 적이라곤 없으니 어찌 떨리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 실리스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일까?
지크는 그녀가 선택하기 쉽도록 입을 열었다.
“저 조금 있으면 떠나요.”
“예?”
“서대륙으로요.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
“지금도 작별 인사하러 온 거예요. 언제 또 만날지 모르니까. 그러니 하실 말씀 있으시면 지금…….”
“좋아해요!”
실리스는 내뱉으면서도 얼굴이 벌게져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할 말은 했다.
“지, 지크 님을 좋아해요.”
“알고 있어요. 전에도 말하셨잖아요.”
“하, 하지만 진심이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서요. 지금은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실리스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진심 어린 속마음을 꺼냈다.
“제 외모만 보고 사람들은 생각하죠. 주변에 남자가 많을 거라고. 하지만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남자는 없었어요. 모두 제 겉모습에 반해서 접근한 남자들이었고, 목적이 뻔히 보였으니까요.”
“…….”
“그러던 중에 지크 님을 만나게 된 거예요. 저를 구해주셨으면서 그리 관심을 보이지도 않으셨죠.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요. 그래서 더 관심이 갔어요. 어떤 사람일까, 왜 나한테 관심을 주지 않는 걸까 하고.”
실리스가 오해하고 있었지만 사실 지크라고 관심이 가지 않았던 건 아니다.
누가 봐도 예쁘장한 외모로 남심을 흔들기엔 충분했으니.
그런데도 지크가 그동안 등한시할 수 있었던 건 어차피 헤어질 사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세계는 내가 있을 세계가 아니니까.’
어차피 떠날 세계의 사람들에게 정을 둬봤자 뭐하겠는가?
나중에 발목만 붙잡힐 뿐이지.
그런 마음이 밑바닥 언저리부터 깔려 있었기에 실리스와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무관심하게 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실리스 공녀. 괜찮은 여성이지. 이성적으로도.’
굳이 지구로 귀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실리스가 다르게 보였다.
조금 마음의 문을 열어도 될 사람처럼 느껴졌다.
“저는 지크 님이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정식으로 청혼하려고 해요. 이런 제 마음을 받아주실 건가요?”
실리스가 진지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봤다.
아까완 달리 눈빛에 흔들림이 없다.
수줍음도 없다.
대답을 바라는 눈빛.
지크의 눈동자가 조금은 흔들거렸다.
“제 대답은…….”
실리스가 침을 꿀꺽 삼키며 집중했다.
속으로 제발을 외치며 신에게 기도하기도 했다.
부디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려달라고.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돌아오면 해도 될까요?”
겉보기와 달리 지크의 감정이 혼란스러웠음을.
* * *
철인, 클리포드 스튜어트.
그는 현재 데칸의 왕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데칸의 보물창고를 털라는 스텔라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음?’
그렇게 왕성으로 다가가던 클리포드가 순간 멈칫했다.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로 연락이 들어왔다.
스텔라였다.
가부좌를 틀고 가상의 공간으로 접속했다.
“스텔라 님. 무슨 일입니까?”
[클리포드. 데칸에는 잠입하셨나요?]“예. 지금 막 도착해서 계획을 이행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천마 대전의 준비를 서두르라는 마왕님의 지시가 있었어요.]“서두르라고요? 지금보다 빨리 말입니까?”
[네. 신의 후예가 본격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했거든요.]‘또 신의 후예인가?’
클리포드의 무표정한 표정에 변화가 일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치 드래곤 수십 마리를 학살하던 신의 후예다.
불현듯 떠오른 그 장면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찰나일 뿐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을 감추고 덤덤히 말했다.
“신의 후예는 마족들이 맡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하지만 실패했어요. 여섯의 고위 마족들이 나섰지만 모두 신의 후예에게 소멸당하고 말았어요.]“…….”
그토록 표정 변화가 없던 클리포드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감추려던 두려움마저 함께 떠올랐다.
‘설마하니 여섯 마족까지 당할 줄이야…….’
이제는 정말 건드려선 안 되는, 폭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천마 대전의 준비를 서두르시는 겁니까?”
[그래요. 신의 후예는 더 이상 건드리지 말고, 우리의 대의부터 시행하기로 했어요.]“하지만 아직 신도들도 충분히 모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계획한 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모으긴 했잖아요? 지금 정도면 천마 대전을 어떻게든 열 수는 있어요.]“그렇습니까?”
[이제 해야 할 일은 딱 세 가지예요. 헤밀톤 광산에서 아크니움을 탈취해 오는 일. 그건 발루두크에게 맡겼으니 곧 이룰 것이고, 두 번째는 데칸의 보물창고에 있는 엘프의 유물들을 해결하는 일.]“현재 제가 하려는 일 말이군요.”
[맞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서대륙의 드래곤들을 이쪽으로 데리고 오는 일. 이렇게만 하면 바로 천마 대전을 열 수 있어요.]“그럼, 제가 속히 데칸의 보물창고로 진입해야겠군요.”
[네. 다만 쓸데없는 살생은 금하고 최대한 조용히 들어갔다 나오세요. 괜히 일을 키우면 또 신의 후예가 눈치채고 방해할 수 있으니까요.]“알겠습니다.”
신의 후예의 눈에 띄지 않고 천마 대전을 속히 진행하는 것.
그것이 선구자들의 남은 과제였다.
[일을 마치면 서대륙으로 가서 리치 드래곤들을 데려오세요. 그들에게 이곳의 상황도 알리고 말이에요.]“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접속을 끊은 클리포드가 슬며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물창고를 터는 일 따위야 어렵지 않지.’
눈빛을 빛낸 클리포드가 자신의 장기인 염력을 사용했다.
그의 몸이 왕궁 위로 두둥실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