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0화
‘어떡하지? 이 사실을 동료들한테 말할까?’
러셀이 그런 생각으로 용병들을 바라봤다.
사실 동료랄 것도 없었다.
상단에서 거금을 대가로 호위에 참여할 일용직 용병들을 차출했고, 거기에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인 것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고작 방패막이 역할로 불려 왔음을 모르는 체할 수는 없다.
‘말해야 해.’
러셀이 용병 중 가장 잔뼈가 굵어 보이는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응? 뭐냐? 애송이?”
“하, 할 말이 있는데요.”
“그러니까 뭐냐고.”
러셀은 조금 전에 기사들로부터 엿들은 이야기를 용병들에게 전달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이윽고 화가 난 용병들이 분노를 터뜨리며 너도나도 그만두겠다며 호위 임무를 벗어날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반응이 이어졌다.
“방패막이? 이 중에 그걸 모르고 지원한 사람도 있나?”
“기사들이 우릴 부른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딱 그런 용도로 부려먹을 생각이었다는 건.”
용병들은 그리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킬킬댔다.
‘이미 알고 있었어?’
놀라는 러셀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잔뼈 굵은 용병이 조언했다.
“이봐, 애송이. 큰돈이 걸렸다는 건 말이야, 그만큼 위험수당이 붙어 있다는 뜻이라고. 여기 있는 용병들은 그걸 알면서도 한탕 해먹을 생각으로 붙어 있는 거고.”
“…….”
“우릴 위해서 이야기도 엿듣고 이렇게 전달해 준 건 고맙다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왜, 왜요?”
“우리가 화살받이는 되기 싫다고 단체로 파업을 일으키면? 저 못돼먹은 놈들이 가만있겠나?”
용병이 턱짓으로 기사들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분명 한 명씩 목을 베면서 죽든지 방패가 되든지 둘 중의 하나만 고르라고 협박할걸?”
“에이, 그냥 다 죽이고 살인 멸구 하겠죠.”
“아무리 그래도 기사의 자존심이 있는데 그럴까?”
“이 친구가 뭘 모르네. 기사들이 원래 더한 법이야.”
용병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기사의 흉을 보는 건 이 지루한 상행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내 기사의 눈치를 보고는 빠르게 다시 흩어져 버렸지만.
‘용병들에게 있어서 기사의 평판이 그리 좋진 못하구나.’
지난 1년 3개월간.
이곳저곳을 떠돌며 온갖 잡무를 도맡아왔던 러셀이다.
종업원, 나무꾼, 땜장이, 전당포, 마부, 구두닦이 등.
경험을 쌓자는 마인드로 일부러 험한 일도 마다치 않으며 열심히 살았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후계자 시험은 가주의 자격을 증명하는 시험.
그에 걸맞아지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그 고생을 한 것이다.
이번 호위 임무에 용병으로 지원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고.
‘그런데 보기보다 위험한 임무였잖아?’
위험했지만 겁은 나지 않았다.
이래 봬도 마법 명가의 자식이지 않은가?
비록 성취는 4서클에 머물러 있지만, 여기 있는 기사들과 견줘도 밀리진 않으리라.
어중이떠중이들 사이에 있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소리.
하지만 그런 걸 여기 처음 본 용병들이 알 리가 없다.
“애송이. 이름이 뭐야?”
“러셀입니다.”
“이봐, 러셀. 큰돈 준다는 말에 혹해서 어떤 일인지도 잘 모르고 지원한 것 같은데 말이야, 다음부턴 잘 좀 알아보고 움직이라고. 목숨은 누구한테나 소중한 법이잖아? 그런 연약한 몸으로 자기 몸뚱어리 하나 지킬 수 있겠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러셀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모르기에 하는 소리지만.
“네, 조심할게요.”
러셀은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정체를 숨기는 일이라면 익숙했기에.
‘마법사인 걸 밝혀선 안 돼.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게 되면 편견이 생길 거야. 지금처럼 편하게 대하지도 않을 테고.’
일부러 평민의 삶을 자처하며 진흙탕을 구를 작정이었기에 밝힐 생각은 없었다.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마법도 쓰지 않는 편이었고.
‘물론 필요할 때는 사용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허리춤에는 관상용 검을 차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위장일 뿐, 막상 큰일이 닥치면 마법으로 해결을 보는 러셀이었다.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고.
그러나, 바람과 달리 사건이 터졌다.
“도적 떼다! 도적 떼가 나타났다!”
“2시 방향이다!”
“11시 방향에도 있어!”
모름지기 상단이 조심해야 할 상대는 도적 떼였다.
상단의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 사냥꾼들.
그런 도적들의 취급은 몬스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오러 유저인 기사들의 눈에 그렇다는 거지만.
“유난 떨지 마라. 고작해야 도적이잖냐.”
호들갑 떠는 용병들을 향해 쓴소리를 뱉어준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도적이 나타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했다.
이 근방이 도적들의 출몰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 용병들을 고용한 거긴 하지만, 이건 뭐 고용하지 않아도 됐었겠군.’
기사들은 그런 생각으로 피식 웃었다.
나타난 도적의 수는 어림잡아 스물.
열 명의 기사로 채워진 이쪽에 비하면 적은 수라고 할 수 있었다.
방패막이로 쓸 용병 열 명도 있었고.
“서로 숫자는 같지만, 뭐, 용병까지 나설 필요도 없지.”
“저놈들은 우리가 처치할 테니 너희들은 보고만 있…….”
말하던 기사가 순간 입을 닫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상대 도적들이 재수 없게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굴 가득 득의양양한 미소를.
“뭐가 웃겨서 처웃는 거야? 저 새끼들은.”
“허, 참! 우리가 기사라는 걸 봤으면서도 저런 표정을 지어?”
“현실을 모르는 놈들인 것 같으니 우리가 좀 알려줄까?”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한텐 저승길이 극약처방이지.”
낄낄거리며 기사들이 검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도적들은 기사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는지 방향을 틀어 지나쳤다.
여전히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뭐지?’
기사들이 의문을 품은 그때.
도적들이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 뒤를 돌아보면서 허겁지겁 달아난다.
‘뭐야? 저 새끼들?’
처음엔 자기들을 보고 도망치나 싶었다.
그러나 시선이 그쪽이 아니다.
자신의 뒤편이다.
의문을 품은 기사들이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숲 너머로 예상치 못한 존재가 몸을 내밀었다.
“크롸아아아!”
“저, 저건!”
“오, 오우거?”
지상 최대의 몬스터라는 오우거가 쿵쿵거리며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다.
그제야 기사들은 깨달았다.
도적들이 어째서 자신들을 보며 그런 미소를 지었는지.
‘이 미친 새끼들이! 오우거를 이쪽으로 유인한 거야?’
그러고 보니 근방에 안개의 숲이라는 마수들이 득시글거리는 숲이 있었다.
도적들은 그 숲에서 오우거들을 유인해 여기까지 데려온 것이다.
상단을 쉽게 쓸어버리기 위해서.
‘오우거가 우릴 몰살 시키고 나면, 나머지 전리품을 취하겠다는 건가? 빌어먹을!’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작전.
기사들의 얼굴에 난감함이 떠올랐다.
아무리 그들이라도 오우거는 상대하기 벅찼으니까.
용병들 또한 별반 다를 것 없는 표정이었다.
“오, 오우거라니?”
“저게 오우거라고?”
“왜 난데없이 몬스터가…….”
아직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 한 이들이 부지기수.
용병들 대부분은 오우거를 처음 보기도 했다.
기껏해야 고블린 좀 잡아본 경험이 다였으니.
그건 러셀도 피차 마찬가지였다.
‘오우거는 6서클 마법사도 막기 버거워. 7서클이나 오러 마스터 급은 되어야 막을 수 있다고 들었어.’
그런 놈들이 두 마리나 달려오고 있었다.
도적 떼가 있는 방향이 아닌, 이쪽으로.
“크르르…….”
오우거들이 달려오다가 멈칫거렸다.
도적 떼는 사라지고 난데없이 인간 상단의 무리가 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곧이어 놈들의 눈빛이 살기와 식탐으로 번들거렸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
오우거 두 마리가 다짜고짜 상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기사들이 속히 막아섰지만.
“크억!”
“컥!”
오우거의 우악스러운 힘에 수 미터를 떠밀려 가버렸다.
오러를 끌어올려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크윽, 무슨 놈의 힘이…….”
“정신 차려! 맞대응하려 하지 말고 피하면서 공격해라!”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저마다 검에 푸른빛의 오러를 머금고 있었다.
그렇다고 오러 마스터 급은 아니었다.
카앙!
오우거의 가죽에 생채기만 내는 걸 보면.
“크읏! 뭔 놈의 몸이 이리도 단단하냐?”
그어봤자 오우거의 화만 돋울 뿐, 유의미한 피해를 주진 못했다.
마법도 튕겨낼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캉캉캉― 카앙!
“크롸아아아!”
“으악!”
“히익!”
온갖 호위 임무와 훈련으로 숙달된 기사들도 오우거 앞에선 고양이 앞에 생쥐 꼴이었다.
공격을 피하기 급급하면서도 이따금 오우거의 주먹에 적중당하면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
그 싸움을 도적들이 뒤에서 여유롭게 지켜봤다.
이제는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이거 상황이 심각하다. 오우거를 물리쳐도 도적 떼들이 우릴 놔주지 않을 거야.’
한순간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 러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에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건 아무리 경험 없는 일용직 용병들이라도 알 수 있었다.
“저, 저런 걸 무슨 수로 이겨……?”
“우, 우린 끝났어…….”
“끝나긴 무슨! 지금이라도 도망치자고!”
“그, 그러자고!”
필사적으로 싸우는 기사들을 버리고 튀는 건 사람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아니었지만, 돈만 보고 따라온 그들에게 애당초 책임감 따위는 없었다.
세상에 자기 목숨보다 귀중한 게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서인지 한 명이 빠지자 너도나도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려거든 기사들과 오우거가 싸우고 있는 지금이 기회였다.
그러나 그걸 가만히 좌시하고 있을 도적들이 아니다.
쉬이이익!
푹!
도망치는 용병들의 등으로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도적들이 이럴 때를 대비해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푹!
“컥!”
푸욱!
“어억!”
도망치던 용병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괜히 보냈다가 뒤탈이 생길지도 모르는 마당에 순순히 보내줄 리 있겠는가?
화살받이가 되고 싶지 않았던 용병들이 도주를 포기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이다.
앞에는 오우거가 있고 뒤에는 도적 떼가 있는 상황이었으니.
“으으으…….”
“이, 이젠 다 끝났어…….”
자포자기하는 용병들이었지만, 그중 한 사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러셀?”
“애송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렇게 된 이상 기사들을 도와야죠!”
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러셀을 용병들이 만류했다.
“미친 소리! 가봤자 개죽음당할 뿐이야!”
“오우거를 대체 무슨 수로 잡아?”
“적어도 여기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단 낫잖아요!”
팩트를 쏘아준 러셀은 그대로 기사들의 뒤에 서서 마법을 사용했다.
“헤이스트(Haste), 스트렝스(Strength).”
인위적인 바람이 기사들을 휘감았다.
몸놀림이 더욱 민첩해졌으며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뭐, 뭐지? 갑자기 힘이…….”
“이건 버프 마법이잖아?”
“마법사?”
“용병 중에 마법사가 있다고?”
전투에 몰두하던 기사들이 의문을 표하는 것도 잠시.
다시금 오우거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러셀은 그런 기사들의 뒤에서 화력 지원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러나 러셀이 나선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콰직!
퍼억!
힘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기사들이 기어코 오우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어느 순간 기사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형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뿌드득!
뿌득!
목이 꺾이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기사들이 속절없이 당했다.
열 명의 기사가 죽는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아, 아아…….”
이제 남아 있는 기사는 없다.
당황한 러셀은 두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애썼다.
하지만 처음 마주하는 공포에 몸이 고장 난 듯, 말을 듣지 않았고 곧 오우거의 큼지막한 주먹이 머리를 향했다.
피할 겨를이라곤 도저히 없었다.
콰직―!
머리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러셀이 주저앉았다.
하지만 박살 난 건 러셀이 아닌, 오우거의 머리였다.
“어, 어떻게……?”
두리번거리던 그의 시야에 한 남자의 모습이 잡혔다.
눈에 익은, 익숙한 모습이었다.
“지…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