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1화
도적들은 대개 평민으로 구성된다.
정당하게 일하기는 싫고 욕심은 많은 치들이 모인 노상강도들.
그런 쓰레기들을 도적이라 부르고, 또 그런 무리가 커지면 도적단이라 명명된다.
물론 이름 없는 도적단도 있다.
여기, 케이포스의 도적단도 그런 부류였다.
“두목. 우리는 왜 도적단 이름을 안 지어요?”
“괜히 이름이 알려지면 토벌당하기 좋은 타깃밖에 더 되겠어?”
케이포스는 그런 의미에서 도적단의 이름을 짓지 않았다.
이미 수하들을 20명이나 거느려 도적단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우리한테 명성 따위는 필요 없어. 있는 듯 없는 듯 야금야금 상인들을 털어가며 조용히 우리 배만 불리면 된다, 이거야.”
“그래도 우리가 나름 유명해지긴 했나 봐요. 놈들이 저렇게 기사들을 대동하고 나선 걸 보면.”
“그럴 수밖에 없지. 근래 여기서 자주 작업했잖아? 도적 떼가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고 소문이 날 수밖에.”
부하와 대화를 나누던 두목, 케이포스가 한 상단을 바라봤다.
“기사 열 명에 어중이떠중이 용병 열 명이라…….”
“이거 우리랑 숫자도 맞는데, 함 밀어붙일까요?”
“그런다고 되겠냐? 오러도 못 쓰는 우리가 기사한테?”
“그럼 어떻게 털죠?”
생각해둔 방법이 있는지 케이포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근처에 안개의 숲 있었지?”
“설마 그 방법 쓰시려고요?”
“그래. 발 빠른 놈들로 추려서 유인해 오라고 해. 오우거 두 마리 정도면 충분하겠군.”
* * *
케이포스는 몇 분 전의 상황을 곱씹었다.
‘오우거를 이용해 상단을 괴멸시킨다는 작전은 통했어.’
고작 두 마리가 기사 열 명을 모조리 괴멸시켰다.
오러 마스터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다는 최강의 몬스터이니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100% 통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기도 했고.
‘그랬을 거야…… 저놈이 나타나지만 않았다면.’
케이포스가 눈을 부라리며 갑자기 나타난 청년을 바라봤다.
여태껏 주시하고 있어서 잘 안다.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청년이 검을 들고 뛰어들어 오우거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린 것을.
‘설마 오러 마스터인가?’
그럴 리 없다.
기껏해야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저 애송이가 오러 마스터일 리가.
그럼 오우거는 별안간 왜 죽었단 말인가?
‘다른 누가 개입하기라도 했나?’
제삼자가 있는지 주변을 살폈지만, 현장에 개입한 건 저 청년뿐이었다.
의문만 가득하던 상황에서, 청년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스걱-!
나머지 오우거의 머리를 보란 듯이 두 쪽 내면서.
‘아…….’
그제야 케이포스는 움찔하며 도망칠 마음을 먹었다.
‘오, 오러 마스터다. 오러 마스터가 확실해. 그것도 상급의…….’
그렇지 않다면 그 무서운 오우거가 저리도 허무하게 쓰러질 리 있겠는가?
도적단 전원이 달려들더라도 오러 마스터 한 명을 당해낼 순 없으리라.
“얘들아. 후퇴…….”
후퇴 명령을 내리려던 케이포스의 눈이 큼지막해졌다.
별안간 눈앞으로 화염 돌풍이 불어닥쳤기에.
* * *
쿠콰콰콰쾅-!
난데없는 폭발에 러셀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든 말든 지크는 한 번 더 화염 돌풍을 일으켜 도적단을 향해 날렸다.
콰콰콰쾅-!
“끄아아악!”
“아아아!”
“뜨, 뜨거!”
비명과 살점이 산재했으나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상단을 털려던 쓰레기들이 아닌가?
그런 마음은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같았다.
“다 정리됐네.”
순식간에 도적 스물을 숯검정으로 만들어버린 지크가 앉아 있는 러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어, 어어.”
“오랜만이에요. 러셀 형님.”
* * *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지크와 러셀은 상단의 인사를 뒤로하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앉아서 둘만의 해후를 풀기 위해서였다.
“여기가 좋겠네요.”
“어, 응.”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요? 러셀 형님?”
“음……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지.”
러셀은 지난 1년 3개월간 자신이 고생한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풀어냈다.
‘고생 많이 했구나, 둘째 형님.’
가주라는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고통에 몰아붙이다니.
‘마법사라는 걸 밝히면 충분히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정말이지 멋져 보였다.
“형님. 정말 고생 많았네요. 대단하세요. 정신적으로 많이 단련됐겠어요.”
“맞아. 가문을 떠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할 수 있지.”
러셀도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는듯했다.
“너를 따라가려면 더 노력해야겠지만.”
“네? 저요?”
난데없이 자신의 얘기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지크였다.
러셀이 그런 지크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나 사실 알고 있어. 네가 황금 독수리 용병단의 마검사, 지크라는 걸.”
“아, 알고 있었어요?”
“그럼. 소문이 발보다 빠른데. 하지만 그 지크가 이 지크인지는 확신하지 못했지. 오우거의 머리를 검으로 박살 내는 걸 보기 전까지는.”
오우거의 머리를 단숨에 가르고 화염 마법까지 쓰는 존재.
그걸 마검사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 부르겠는가?
“처음 마검사 지크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아는 지크는 마법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지만, 검이라곤 전혀 못 썼거든.”
웃으며 말하던 러셀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네가 검을 쓰는 건 내 생전 본 적이 없는데.”
“으음, 그게 말이죠…….”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예상했던 지크는 당황한 척하며 정해진 핑계를 늘어놓았다.
“뭐어? 네가 그 전설 속의 드래고니안이라고?”
“네. 이미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까지 다 알고 있어요.”
드래고니안의 특징이 천부적인 근력과 마법적인 재능이었기에 이보다 좋은 변명거리가 없었다.
“하하, 내 동생이 검과 마법에 재능을 가진 드래고니안이라니. 진짜 놀랄 노 자다.”
러셀은 지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저 순수하게 감탄하며 지크의 어깨를 두드릴 뿐.
드래고니안이 아니고선 설명이 불가한 일이었으니 그도 당연했다.
“대견하다, 내 동생! 마법 가문에 태어나 재능 개화도 못 했을 땐 고생길이 훤히 보여서 진짜 걱정했었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네? 궁정 마법사단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용병단에서도 마검사로 이름을 날리고, 급기야 역사책에도 기록될 만한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러셀이었으나, 속으론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크를 따라잡으려면 평생이 걸려도 모자라겠네. 이번 후계자 시험은 나의 완벽한 패배야.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속내를 읽어낸 지크는 피식 웃으며 전부터 했어야 할 말을 꺼냈다.
“저 어차피 가주에 관심 없어요, 형님.”
“응?”
“가주 자리는 형님한테 양보할게요.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요.”
마치 속내를 꿰뚫어 보듯 꺼낸 말에, 러셀이 놀랐다.
“가주 자리를 포기하겠다니? 가주가 되고 싶어서 후계자 시험에 참가한 거 아니었어?”
“아니요. 실은 처음부터 관심 없었어요. 형님에게 경쟁심과 의욕을 불어넣으려고 일부러 수락했을 뿐이었죠.”
“뭐?”
황당하다는 얼굴이 된 러셀이었으나, 더 놀라운 말이 지크의 입에서 나왔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요, 형님.”
“돌아가라니?”
“후계자 시험은 관두고 이만 돌아가자고요. 아버지께서 찾아요.”
“아버지가……?”
후계자 시험을 위해선 2년을 채워야 하지만, 지크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설명했다.
“형님은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 12인의 선구자라는 놈들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데다, 우리 가문을 몇 번이고 노렸었거든요.”
물론 자신 때문에 노렸다든가 하는 자세한 사정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가 가주 자리를 포기했으니 시험도 여기서 끝이죠. 아직 아버지한텐 말하지 못했지만요.”
지크는 러셀의 어깨를 두들기며 돌려보내기 위해 설득했다.
“형님이 가서 직접 전해주세요. 제가 가주를 포기한다고 했다고. 가주의 자격이 있는 건 형님뿐이라고.”
“그, 그걸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하냐? 부담스럽게.”
“어쨌든 돌아가요. 다들 형님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어요. 특히 큰어머니가요.”
러셀의 어머니이자 정실인 크리스티나를 말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어머니가 떠오른 탓일까?
러셀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걱정하고 있는 건 크리스티나만이 아니었다.
‘러셀 형님을 위해서라도 보내야 해. 이렇게 위험하게 살 바에는.’
형제가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유일한 사람이 바로 러셀이었다.
지크는 그런 러셀이 평탄하게 살아가기를 바랐고.
이내 설득이 먹혔는지 러셀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래야겠다. 가족들이 위험한데 시험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 돌아갈게.”
“잘 생각했어요.”
“같이 갈 거지?”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전 다른 볼일이 있어서요.”
“어디 가는데?”
“서대륙이요.”
“뭐어?”
깜짝 놀란 러셀이 이유를 물었다.
“거긴 무슨 일로?”
“저와 같은 드래고니안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찾아보려고요.”
제라드에게 했던 핑계와 같았지만, 러셀은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렇구나.”
대신 폭탄 발언을 할 뿐.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예?”
“왜? 같이 가면 더 좋잖아? 내가 도움 될 수도 있고.”
“…….”
“방해되지 않을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위험하다고요.’
지크는 차마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위험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리치 드래곤부터 온갖 것들을 실토해야 한다.
“안 돼요. 형님은 가족들에게 돌아가세요. 이건 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에요.”
완강한 표정과 단호한 말투로 답하자, 러셀은 금세 포기했다.
“음, 그렇게 나온다면야…… 알았어. 내가 설득해 봐야 먹히지도 않을 테니.”
“잘 생각했어요. 그럼 저는 이제 가볼게요.”
“그래. 몸조심하고.”
“형님도요.”
지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텔레포트를 시전하여 사라졌다.
그 모습에 러셀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텔레포트? 6서클인 줄 알았는데 7서클 이상이었어? 허…… 드래고니안은 정말 성취가 빠르구나.”
감탄한 러셀이 혀를 내두르고는 몸을 돌렸다.
가족들이 있는 방향으로.
* * *
서대륙과 가장 가까운 베르히만 항구.
그곳에 지크가 도착했다.
‘좌표가 있어서 여기까진 어떻게 왔다만…….’
이후 서대륙으로 가는 좌표는 구할 길이 없었다.
‘아니, 길은 있어. 정보를 얻으면 되지.’
정보를 얻기에 가장 좋은 수단은 도둑 길드.
돈을 내고 정보를 사고파는, 현대로 치면 블랙 기업과도 같았기에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곳에 분명 필요한 정보가 있을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도둑 길드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때.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지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퀘스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