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2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2화
【돌발 퀘스트 : 도둑 길드를 찾아라!】
└베르히만 항구에서 서대륙으로 가는 텔레포트 좌표를 알아내야 합니다.
└항구 내에 숨어 있는 도둑 길드를 찾으십시오.
└도둑 길드 찾기
└랜덤으로 스탯 5,000 증가
└7차 스킬 숙련도 10 증가
‘내 생각을 읽었나?’
지크는 그런 생각으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어차피 하려던 일.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도둑 길드를 찾는 법은 간단하지.’
보통 도둑 길드는 상점을 위장처로 삼는다.
대장간, 잡화점, 옷 가게 등.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도록 일하면서 내부에는 길드의 본거지를 마련해 놓는 것이다.
‘업종 중에서 가장 만만한 건 여관일 테고 말이지.’
그렇기에 찾아보려거든 여관부터 뒤져야 한다.
아마 여관 주인이 도둑 길드가 심어놓은 길드원일 터.
물론 아무나 들여보내 주지 않기에 접선 암호는 필수다.
‘그건 어렵지 않지. 속마음 읽기가 있으니까. 그럼, 여관들을 둘러볼까?’
항구에 있는 여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고, 다행히 예상이 들어맞았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라는 여관의 주인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도둑 길드의 길드원이다.’
알 수 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단순한 손님일까? 아니면 의뢰인?
자신을 보며 도둑 길드다운 생각을 하니 모를 수가 있나.
주인장이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어서 오십쇼. 저희 여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묶고 가실 겁니까?”
지크는 고개를 젓는 대신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하늘의 왕은 독수리.”
그러자 굳은 표정을 짓던 주인 역시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땅의 왕은?”
“인간.”
짧게 문답을 주고받은 것으로 족했다.
의뢰인으로 인정받기에는.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오시죠.”
주인장은 몸을 돌려 업소의 주방으로 안내했다.
주방 바닥의 집기들을 치우자, 지하로 향하는 문이 나왔다.
“아래로 가서 쭉 걸어가면 안내원이 있을 겁니다. 자세한 건 그와 이야기 나누십시오.”
지크는 끄덕인 뒤 아무런 의심 없이 몸을 밀어 넣었다.
쿵, 철컥!
문이 닫히며 어둠이 앞을 가렸지만, 오러를 이용하는 그에게 있어서 어둠은 문제 되지 않았다.
‘이리로 쭉 걸어가란 말이지?’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지만 지하 통로는 어차피 한 길밖에 없었다.
습하고 으슬으슬한 길을 어느 정도 걸었을 때.
“손님인가?”
저 앞에 불빛과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한 남자가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의뢰인이시죠?”
“네.”
“저희 나이트폴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이 알고 싶어서 오셨습니까?”
“서대륙으로 가는 텔레포트 좌표를 알고 싶어서요.”
본심을 말하자 남자가 흠칫 놀란다.
-서대륙? 거긴 가서 뭐 하려고 그러지? 아니, 그보다 텔레포트 좌표면 1급 정보잖아?
생각을 읽어보니 좌표 자체를 고급 정보로 취급하는 모양.
-다른 곳도 아닌, 서대륙 좌표는 오직 길드장님만 알고 계실 텐데…….
남자가 지크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다른 길드에서 간 보러 온 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행여나 귀한 정보를 털릴까 봐 첩자로 의심까지 하고 있다.
“정보 없나요?”
보다 못한 지크의 물음에, 남자는 애써 태연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럴 리가요. 저희 나이트폴 길드는 어떠한 정보라도 알 수 있답니다. 그 유명한 성녀의 속옷 색깔까지도 맞힐 수 있죠. 다만 텔레포트 좌표는 1급 정보라 오직 길드장님만 알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된다는 겁니까? 안 된다는 겁니까?”
지크가 강하게 나오자, 안내원이 당황했다.
-다른 길드에서 온 건 아닌가?
정보를 캐내러 온 흔한 좀도둑이라기엔 기세가 만만치 않다.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는지, 안내원이 방긋 웃었다.
“따라오십시오. 길드장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크는 안내원의 뒤를 따랐다.
도중에 보상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둑 길드 찾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5,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7차 스킬 숙련도 10이 증가합니다.] [2성 성취까지 남은 숙련도 45/100]퀘스트를 완료하자 연이어 다시 퀘스트가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 텔레포트 좌표를 얻어라!】
└나이트폴 길드장만이 서대륙으로 가는 텔레포트 좌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이트폴 길드장에게서 좌표를 알아내십시오.
└서대륙 텔레포트 좌표 얻기
└랜덤으로 스탯 5,000 증가
└7차 스킬 숙련도 10 증가
‘이건 뭐 스탯을 아주 퍼주는구만?’
좌표 얻는 퀘스트야 속마음 읽기가 있는 이상 어렵지 않다.
길드장만 만나면 해결되는 일.
안내원을 따라가니 곧이어 통로의 면적이 넓어지며 방처럼 꾸며진 공간이 나왔다.
이미 사냥꾼의 감각으로 기척을 읽고 있던 지크는 예상대로 한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나이트폴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이름도 밝히지 않는군. 하긴 정보를 사고파는 곳이니.’
자신의 이름도 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인지 밝히지 않는 길드장이었다.
“저에게 찾아온 걸 보면 1급 정보가 필요하신 모양인데, 어떤 걸 원하십니까?”
지크가 대답하기도 전에 안내원이 먼저 선수를 쳤다.
“서대륙으로 가는 텔레포트 좌표를 원하신답니다.”
서대륙이란 말에, 길드장의 눈썹이 꿈틀댔다.
입술은 정보라곤 내줄 수 없다는 듯 꾹 닫혔다.
-서대륙 좌표? 그건 우리가 취급하는 최고급 정보인데, 그걸 원한다고? 그만한 재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눈을 흘기며 좀 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일개 상인과 다르지 않았다.
-한 번 떠볼까?
길드장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서대륙 좌표를 원하시는 이유를 들어봐도 될까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서대륙이 궁금해서 한번 가보려고 하는데 보다시피 좌표가 없어서 말이죠.”
“좌표가 필요하신 걸 보면 설마 7서클 마법사이십니까?”
“예. 그러니까 좌표를 사러 온 거겠죠?”
길드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알 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머리 굴리는 소리는 들렸다.
-7서클 마법사?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좌표를 살만한 돈은 충분히 있을 터. 좀 더 대화하면서 얼마나 정보를 원하는지 가늠해 본 다음 가격을 높게 불러서 후려쳐야겠어.
머릿속으로 이래저래 따져본 길드장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님이셨군요. 하핫. 상당히 젊은 나이에 그만한 성취를 이루셨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이 좌표라는 게 보기보다 구하기가 힘든 정보라서요. 알다시피 서대륙에 가보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 얼마를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서로 이견을 조율해 보고 맞으면…….”
“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네?”
“안 사요.”
지크는 그리 말하며 몸을 돌렸다.
[서대륙 텔레포트 좌표 얻기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이미 생각을 읽어서 얻었으니까.
* * *
“빨리빨리 움직여, 이 새끼들아!”
채찍이 등짝을 후려친다.
짜악!
“끄윽.”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머뭇거릴 새는 없었다.
오늘 내로 이 돌무더기들을 다 치워야 했으니까.
“빨랑빨랑해라! 이 돌들을 치워야 앞에 경치가 시원하게 잘 보인단 말이다! 만약 카르제필로스 님이 와서 휴식을 취할 때, 여기 있는 돌들이 경관을 가리면 뭐라고 생각하시겠냐? 시간도 널널한 놈들이 돌도 안 치우고 자빠졌네 하고 지랄하겠지. 그러니 빨리빨리 나르라고!”
리치 드래곤은 그리 말하며 채찍을 또다시 휘둘렀다.
‘저 미친 새끼. 고작 경치 하나 보자고 산처럼 쌓인 돌들을 모조리 치우라니…….’
노예 드래곤인 루카스의 미간에 불만 가득한 주름이 잡혔지만, 그 대가는 곧장 채찍으로 돌아왔다.
짜악!
“이 새끼가! 표정이 왜 이래? 뭐, 불만 있어?”
“아, 아닙니다…….”
“빨리 움직이라고, 빨리!”
연신 휘두르는 채찍을 피해 루카스는 서둘러 돌을 옮겼다.
‘아오, 아파라……. 솔직한 말로 마법 한 방이면 치울 수 있는걸, 왜 우리더러 직접 치우라는 거야?’
속으로 불만을 이어갔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80명의 노예 드래곤들은 그렇게 노동력과 자유를 착취당하고 있었다.
30명의 리치 드래곤들에게.
“어휴, 빌어먹을. X나 덥네. 서대륙은 날씨가 더럽게 덥다니까?”
마법으로 물을 일으켜 벌컥벌컥 마셔대는 리치 드래곤을, 노예 드래곤 하나가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다.
“뭘 봐? 마시고 싶어?”
“아…… 예.”
‘대답하면 안 돼!’
루카스가 그 모습을 보고 노예를 만류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리 와봐.”
리치 드래곤이 물을 마시고 싶어 하던 노예의 머리를 붙잡았다.
“원 없이 마시게 해줄게.”
쿠콰콰콰!
마법의 물줄기가 노예 드래곤의 목구멍으로 물밀듯 들어갔다.
“커억, 커거억!”
숨이 막힐 정도로 쉴 새 없이 들어가던 물줄기는 죽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푸허어어억, 켁, 케헥!”
“어때? 시원하냐?”
“크흐흐흐흐.”
주변에서 지켜보던 리치 드래곤들이 재밌다는 듯 낄낄거렸다.
노예는 눈물 콧물이 뒤범벅된 채로 드러누워 구역질을 이어갔다.
짜악!
“이 새끼가 어딜 드러누워 있어. 안 일어나?”
가차 없는 채찍질이 이어졌다.
놈들에게 있어서 노예 드래곤은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었다.
지금처럼 돌 치우기, 휴양처 만들겠답시고 저택 짓기 등,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쓰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심지어는 본체화된 리치 드래곤들의 몸을 구석구석 씻기는 일도 시켰다.
인간으로 폴리모프화된 노예 드래곤으로선 산을 타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지만, 그보다는 수치심이 더 컸다.
‘대체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 100년? 1,000년? 10,000년?’
아니, 만년까지는 가지 않으리라.
그 전에 노예들이 나이 들어 죽어버리고 말 테니까.
‘저 때려죽일 리치 드래곤들은 늙어 죽지도 않겠지.’
이렇게 고통받을 바에 자신 또한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리치 드래곤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 루카스였으나, 생각해 볼수록 그건 아니다 싶었다.
리치 드래곤이 되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는다는 건 죽음과 다를 바 없다.
불사신이 된다 해도 정신이 죽어버리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살고 싶으면 버티는 거야. 그것밖엔 할 게 없으니까…….’
이런 절망적인 나날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걱정이었으나, 희망도 없진 않았다.
“루카스. 내가 한 제안 생각해 봤어?”
불쑥 나타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고양이 얼굴을 한 수인족, 미요시였다.
그와 상관없이 루카스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지만.
“미, 미요시. 여긴 또 뭐 하러 온 거야? 제안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얼른 가.”
“괜찮아. 들키지 않게 조심했으니까. 어차피 소리도 안 나서 못 찾으니까 걱정 마.”
묘인족의 특징 중 하나가 은밀함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기척을 인지할 수 없었고, 뛰어도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더구나 몸이 유연해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낙하 충격을 받지 않는 신묘한 종족이었다.
“여기 다른 사람도 많잖아. 80명이나 되는데 나 하나 발견할 수 있겠어? 봐봐, 지금도 딴 데 쳐다보고 있지?”
“아니,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여기 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위험은 노예로 굴려지고 있는 네 처지를 말하는 거겠지. 저 못돼먹은 놈들이 널 얼마나 살려줄 거 같아?”
“몰라, 그보다 빨리 떠나라고. 다치기 전에.”
루카스는 미요시의 등장이 부담스러웠다.
매번 나타나서 쓸데없는 제안을 하며 희망을 주는 것 또한.
“그보다 내가 한 제안은?”
“같이 탈출하자는 미친 제안 말이야?”
“미친 게 아니라 충분히 가능성 있어.”
“절벽으로 떨어지자는 소리가 미친 게 아니면 뭔데?”
“난 묘인족이니까 다치지 않아. 한 명쯤은 같이 떠안고 갈 수도 있고. 날 쿠션 삼아 착지하면 절대로 안 다친다고 보장할게.”
“너랑 같이 절벽에 뛰어들라고? 싫어, 절대.”
“그럼 평생, 이 짓거리만 하다가 죽을래?”
미요시의 말은 날카로웠지만 틀린 구석은 없었다.
루카스의 미래를 정확히 대변해 주기도 했고.
“하아. 왜 너를 만나서는…….”
“지금 마음 흔들렸지? 솔직히 괜찮은 작전이라 생각하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못 구하는 거야?”
“그건 힘들어. 나처럼 드래곤인 너한테 호의를 가진 묘인족도 드물고, 굳이 나서려 하지도 않을걸? 그리고 80명 중의 1명만 탈출하는 게 성공률이 더 높잖아?”
“그건 그렇다만…….”
루카스는 탈출한다 해도 다른 드래곤과 함께하고 싶었다.
생사를 함께한 동족이자 동지였으니까.
그것이 여태까지 제안받았음에도 망설인 이유.
답답했는지 미요시가 성질을 부렸다.
“아휴, 답답이. 싫으면 관둬.”
“잠깐만. 결정할 시간이 필요…….”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