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4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4화
몇 분 전.
서대륙에 도착한 지크는 그야말로 막막한 기분이었다.
‘이 넓은 대륙에서 어떻게 리치 드래곤을 찾지?’
도둑 길드를 통해 좌표를 얻어 서대륙까지 텔레포트 한 건 좋았다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물론 방법이 없진 않았지만.
‘역시 그 방법밖에 없나? 전광석화?’
전격의 선구자에게서 얻은 아이템의 기능인 전광석화.
1초간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그 스킬을, 지크는 지금 사용하기로 했다.
‘전광석화 사용.’
쿠우우웅-
사용하자마자 세계가 멈췄다.
아니, 얼핏 보면 멈춰 보이지만 굉장히 느리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지구를 7바퀴 반 정도 돌 동안에는 풀리지 않겠지.’
7바퀴 반은 30만 킬로미터.
이 정도 거리면 서대륙을 이 잡듯이 뒤지기엔 충분하리라.
이윽고 놈들을 찾느라 긴 시간이 흘렀지만, 실제론 1초가 걸린 시간.
지크는 기대한 대로 만날 수 있었다.
리치 드래곤과 노예 드래곤이 있는 무리를.
[서대륙에서 노예 드래곤 찾기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기본 스킬 : 천리안]-효과 : 가상의 눈이 생겨 제삼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이 사항 : 눈을 감고 시동어를 외우면 발동됩니다. 거리에 제한은 없습니다. 사용 시 정신력이 소모됩니다.
퀘가 완료되며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이거 좋은데?’
거리에 제한 없이 세상을 내다볼 수 있다니.
신이라도 된 듯한 스킬이다.
그런 감탄도 잠시.
다음 할 일이 정해졌다.
【메인 퀘스트 : 리치 드래곤의 씨를 말려라!】
└서대륙의 리치 드래곤들을 찾아내었습니다.
└리치 드래곤을 모조리 죽이고 노예 드래곤들을 해방하십시오.
└리치 드래곤 처치 0/30마리
└노예 드래곤 해방 0/80마리
└용언 ‘비상하는 날개’ 획득
└용언 ‘용의 분노’ 획득
└용언 ‘용체화’ 획득
└용언 ‘용의 숨결’ 획득
여기 있는 리치 드래곤들을 죽이고 노예들을 구하는 임무였다.
‘안 그래도 하려던 참이었는데 잘됐네. 사냥꾼의 감각으로 읽어 보니 숫자도 일치하고.’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있는 놈들을 보니 기분이 다 좋아진다.
낯익은 얼굴도 보였고.
“너 여기 있었네?”
“…….”
클리포드가 얼어붙은 얼굴로 지크를 바라봤다.
그 반응을 의아하게 여긴 카르도리아스가 인상을 썼다.
“누구냐? 아는 인간이냐?”
하지만 클리포드는 지크를 본 충격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누구냐니까?”
“이, 이 자다…….”
“뭐?”
“이 자가 신의 후예라고…….”
절망적인 상황에 말끝이 흐려졌지만 확실하게 들렸다.
‘저 인간이 말로만 듣던 신의 후예?’
카르도리아스는 갑자기 나타난 인간을 면밀히 주시했다.
딱 봐도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놈이다.
마법도 배우지 않았는지 마력의 흔적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어렴풋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용력이.
‘어째서 저놈한테서 용의 기운이 느껴지지? 생김새는 인간인데, 폴리모프라도 했나?’
코가 예민한 카르도리아스였기에 틀림없다.
놈의 정체가 드래곤이 아닐까, 의심되는 상황.
우선 이야기부터 해보기로 했다.
“인간. 여긴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긴. 클리포드에게 들었으면 알 거 아니야? 너희를 죽이러 왔지.”
드래곤을 앞에 두고도 당당한 말투.
하지만.
“허.”
“어이가 없네.”
“병신인가?”
리치 드래곤들 사이에서 탄식과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찮은 인간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힘든,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클리포드. 저놈이 신의 후예라고?”
“확실하다.”
“그냥 병신 아니야?”
카르도리아스는 그리 말하면서도 지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클리포드의 반응을 보면 확실한 것 같기도 한데…….’
원체 표정 변화가 없는 클리포드가 오늘따라 유난히 겁을 집어먹고 있다.
카르도리아스로선 처음 보는 진귀한 모습.
그랬기에 신의 후예라는 말에 신빙성이 있었으나 그리 강해 보이지도 않는 게 사실이었다.
‘저딴 인간이 우리 동족을 괴멸시켰다고? 믿을 수 없군.’
저런 것쯤은 본체화로 변해서 발로 한 번 짓밟기만 하면 그만이다.
마법?
마법의 종주에게 마법이 통할 성싶은가?
더구나 마기의 축복으로 불사신이나 다름없는 영체를 얻었는데 세상 무서울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카르도리아스는 몰랐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직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저놈은 내가 죽이지. 당장 본체화해서 짓밟으면…… 어? 이거 왜 이래? 마나가 왜 안 모이지?”
“아까 말하지 않았나. 신의 후예의 능력에 대해서. 그새 잊은 건가? 망각의 생물인 드래곤이?”
클리포드가 한숨과 함께 핀잔을 줬다.
기껏 경고해 주면 뭐 하나?
말해봤자 알아먹지도 못하는데.
‘꼭 이렇게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하지만 당했을 땐 이미 늦었다는 걸, 클리포드는 잘 안다.
그렇기에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인 거였고.
그 사실을 생각을 읽고서 알고 있었지만, 지크는 봐줄 생각이 없었다.
퀘스트가 뜬 이상 물러설 순 없으니.
츠츠츠츠!
손아귀에서 뻗어나온 검은색의 오러가 검의 형상을 갖췄다.
최근에 마족에게서 얻었던 다크 오러 블레이드였다.
적나라한 마기의 기운에, 지켜보던 리치 드래곤들이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저게… 뭐야?”
“마기잖아?”
“인간이 마기를 사용한다고?”
새로운 사실에 클리포드 또한 놀랐다.
동시에 겁을 집어먹었다.
마력과 마기를 차단하는 것도 무서운데 이젠 마기를 이용한 기술을 사용한다?
‘괴물이다. 괴물이야.’
신의 후예의 무서움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 이대로 얼 타고 있으면 죽는다.’
맞대결은 죽음의 지름길.
조금이라도 살고 싶으면 도주하는 법밖에는 방법이 없다.
‘젠장, 마력 차단만 당하지 않았어도 텔레포트로 바로 튀었을 텐데…….’
클리포드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드는 찰나.
서걱!
시작되었다.
피의 향연이.
“허어억!”
“캬아악!”
리치 드래곤들이 두부처럼 썰려 나갔다.
팔다리가 여기저기 튀며 머리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울컥거리며 잘린 단면에선 마기에 절어진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예고도 없이 시작된 지크의 칼춤에 리치 드래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리치 드래곤 처치 10/30마리] [리치 드래곤 처치 11/30마리] [리치 드래곤 처치 12/30마리]………………
…………
……
죽어가는 동족들을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던 카르도리아스가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 이봐. 클리포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뭘 말인가?”
“저 미치광이를 어떻게 막아야 하냔 말이야!”
방법을 물었으나 클리포드의 답은 짧았다.
“못 막아.”
“뭐?”
“그냥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할 거다.”
“이런 미친!”
불사의 존재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던 카르도리아스.
그런 그의 얼굴에 보기 드문 감정이 번져 있었다.
두려움, 공포.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진즉에 부활했어야 할 동족들이 차디찬 주검이 된 듯 바닥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클리포드의 말대로 리치 드래곤까지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게 틀림없다.
‘마력도, 마기도 차단당한 마당에 뭘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이제는 믿는다.
상대가 신의 후예라는 건 더할 나위 없는 사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리치 드래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거라고!’
하지만 날개도 없는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겠는가?
두 다리로 뛰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아니, 괜찮아. 오히려 인간처럼 작은 몸집이 된 게 도망치기 더 좋을 수도 있어.’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재고 있었지만, 카르도리아스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잠들어 있던 생존본능이 두 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헉, 허억.”
마기를 차단당하니 체력도 근력도 평범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비명을 뒤로하고 뛰면서도 연신 뒤를 돌아봤다.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X발!’
하필이면 사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제 자신의 차례인가?
서 있는 리치 드래곤이 보이지 않는다.
공포가 엄습하는 가운데 앞을 보니 마침 인질로 잡기 좋은 녀석이 있었다.
아까 깔아뭉개려던 묘인족이었다.
“일로 와! 이 고양이 새끼!”
“캬학!”
머리채를 붙잡은 카르도리아스가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한 신의 후예를 보며 소리쳤다.
“무, 물러서! 안 그러면 이년 머리통을 꺾어버리겠어!”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신의 후예가 우뚝 멈췄다.
카르도리아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려던 그때였다.
“해봐. 할 수 있으면.”
“뭐……?”
“마력도 마기도 쓸 수 없는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
신의 후예가 팩트를 날렸다.
녀석의 말이 맞다.
자신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온갖 제약이 걸려 있어 여기 있는 노예들과 다를 바 없는 신세다.
그걸 뒤늦게 파악한 걸까?
카르도리아스는 불현듯 자신을 보는 노예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 이 새끼들. 눈 안 깔아? 확 죽여 버…… 엇!?”
순간 묘인족이 날렵한 몸놀림으로 카르도리아스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인질을 놓친 것에 당황했으나 그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분! 저 새끼, 마법도 못 쓰고 아무것도 못 해요! 별거 아니니까 죽여요!”
루카스가 그리 외치며 먼저 달려 나갔다.
그리고 보란 듯이 발차기에 힘을 실었다.
퍽!
“커흐읅!”
힘없이 나동그라진 카르도리아스가 화가 나서 일어서려 했지만.
퍽!
이어진 루카스의 사커킥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죽어! 죽어, 이 쓰레기 새끼야!”
카르도리아스의 몸 위에 올라선 루카스가 정신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이빨이 다 나가고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모습을, 지크를 비롯한 노예들은 가만히 지켜봤다.
자기들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루카스 하나만으로도 놈을 제압하기는 충분했으니까.
다른 리치 드래곤이야 신의 후예가 모조리 도륙 내버렸고.
[리치 드래곤 처치 29/30마리]‘이제 남은 건 저놈뿐인가?’
지크는 메시지를 보다가 도망치려던 클리포드를 발견했다.
“어디 가냐? 너?”
“…….”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처럼 움찔한 클리포드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넌 나랑 볼일 남았잖아. 그러니 얌전히 있어라. 곱게 죽고 싶으면.”
“…….”
공포감이 클리포드의 발길을 붙들었다.
* * *
“개새끼! X새끼!”
“뒤져! 뒤지라고!”
“왜 안 뒤지는 거야?”
노예들은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한 명씩 번갈아 가며 카르도리아스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쌓인 거야 많겠지. 수백 수천 년을 이곳에서 노예 짓거리하며 지냈으니.’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짓밟고 때려도 카르도리아스는 고통만 느낄 뿐 정작 죽지는 않았다.
영혼에 잠재된 마기가 그의 신체를 영원토록 재생시켜 주었다.
영혼을 베지 않고서는 절대로 죽일 수가 없는 몸이었다.
“그쯤 하면 됐어요.”
80명의 노예에게 모조리 분풀이할 시간을 준 지크가 다크 오러 블레이드를 들고서 나섰다.
“제가 마무리할게요.”
그 말에 노예 드래곤들은 순순히 비켜주었고.
서걱!
카르도리아스가 죽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리치 드래곤 처치 30/30마리 완료!] [노예 드래곤 해방 80/80마리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지크가 만족스레 메시지를 바라봤다.
보상이라면 노예 드래곤을 구하면서 이미 들어왔다.
‘용력 스탯도 80이 올라 총 151이 되었어.’
이제 노예 드래곤을 모두 구출했으니 용력 스탯도 더는 올리지 못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응?’
지크의 눈에 또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메인 퀘스트 : 클리포드를 죽여라!】
└염동력의 선구자, 철인 클리포드 스튜어트를 죽일 때가 다가왔습니다.
└그를 죽여 리치 드래곤을 완전히 멸종시키십시오.
└클리포드 스튜어트 처치
└스킬 ‘염동력’ 획득
└아이템 ‘염동의 팔토시’ 획득
그동안 기다렸던 선구자 처치 퀘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