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5화
저벅저벅.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
평범한 발소리였지만 클리포드에겐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로 들렸다.
‘이거 일 났군. 여기가 내 무덤이 될 줄이야…….’
마력이 차단돼서 텔레포트 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두 발로 도망치지도 못한다.
도망치면 곱게 죽진 않을 거라고 협박하는데 어찌 갈 수 있겠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클리포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딱 하나였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타개책을 떠올리는 일 말이다.
‘어찌, 어찌해야…….’
척-
어느새 코앞까지 와서 걸음을 멈춘 상대를 보자 머리가 새하얘졌다.
“죽을 준비는 됐지?”
다크 오러 블레이드로 목을 칠 준비를 하는 신의 후예를 보며, 클리포드는 다급히 외쳤다.
“정보! 정보를 주마.”
“무슨 정보?”
“너에게 유익한 정보다. 정보를 줄 테니 나는 살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무슨 정보냐고 물었다.”
말하기 전에 살려준다는 확답부터 듣고 싶었으나,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니 어림도 없을듯싶다.
“어, 얼마 전 데칸의 보물창고에 다녀왔다.”
“데칸? 왕궁에 침입했단 소리야?”
“그렇다.”
“보물창고에서 뭘 했는데? 훔쳤냐?”
“아니다. 염력으로 창고의 물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장 내버렸지.”
“왜?”
“엘프의 유물들은 마족들에게 치명적인 무기나 다름없는바. 천마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고장 낼 필요가 있었다. 그동안 국왕을 암살하려 하거나, 왕궁에 침입하려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지.”
클리포드는 거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모든 정보를 술술 불었다.
이미 속마음을 읽혀서 다 아는 정보라는 것도 모른 체.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 나를 놔주지 않겠는가?”
“내가 왜?”
찰나지만 클리포드의 안면 근육이 꿈틀거렸다.
“원하는 정보를 들려주지 않았나?”
“이미 알고 있던 정본데?”
“…….”
아는 정보라고?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
클리포드가 다른 정보를 꺼냈다.
“그렇담 이건 어떤가? 나는 발루두크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다. 궁금하지 않나?”
“그것도 알고 있는데? 그 녀석 헤밀톤 광산에 갔잖아. 중력장에 쓸 아크니움 구하러.”
‘정말로 알고 있잖아?’
클리포드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이렇게 되면 다른 쪽으로 노선을 틀어야 했다.
“너도 알다시피 난 리치 드래곤이다. 기본적으로 염동력을 주로 다루지만, 마법에 지루함을 느끼고 오랜 세월, 검술을 연마했지.”
“너의 과거 따윈 알고 싶지 않거든?”
“일단 들어보거라. 수천 년을 검술에 매진하면서 그동안 내 적수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오러에선 밀릴지라도 적어도 검술에서만큼은 그랜드 오러 마스터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지.”
“그래서 너랑 검술 대련해서 이기면 보내달라고?”
단숨에 의도를 간파당하자, 클리포드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 그렇다.”
“싫은데?”
“…….”
“내가 왜 쓸데없이 그런 짓을 해야 하지?”
“너도 검을 다루는 검사라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 아닌가?”
“없는데? 그런 거?”
클리포드는 당황했다.
‘이, 이게 아닌데……?’
당황한 나머지 그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었다.
“화, 확인해 보고 싶지 않은가? 너와 내가 순수하게 검술 대련을 한다면 누가 이길지.”
“궁금하긴 한데, 그렇다고 널 살려두고 싶진 않아.”
지크는 솔직했다.
“그냥 널 죽이고 싶어.”
솔직해도 너무 솔직했다.
“네가 뭔 제안을 해도 마찬가지야. 넌 그동안 저지른 짓의 대가를 받아야 하고, 나는 절대로 놓아줄 생각이 없거든?”
“…….”
“그러니까…….”
지크의 검이 한순간에 잔상을 흩날렸다.
푹!
“곱게 죽어라.”
“커허…….”
심장이 관통당한 클리포드가 이내 숨을 거뒀다.
[클리포드 스튜어트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첫 번째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은 아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본 스킬 : 염동력]-효과 : 무형의 힘을 일으켜 물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특이 사항 : 범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관여하는 힘이 줄어듭니다. 지능 스탯에 따라 염동력의 힘이 강해집니다.
[염동의 팔토시]-분류 : 장신구
-효과 : 모든 염속성 마법에 면역, 염동력을 보다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며, 염동력의 힘이 200% 증가.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지크 맥러플린 귀속
-설명 : 염력의 선구자가 착용했던 팔토시. 총 13개의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미련 없이 클리포드를 죽인 뒤, 보상으로 들어온 스킬과 아이템을 확인했다.
‘염동력이라. 나쁘지 않네. 물건 줍기는 편하겠어.’
곧장 아공간에서 꺼내 팔토시를 착용해 봤더니 자석처럼 착 달라붙는 게 느낌이 나름 괜찮다.
10세트 효과도 얻었고.
다만 설명을 보니 의아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선구자의 의복 세트 효과 (10/13)
-4세트 효과 : 용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7세트 효과 : 마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10세트 효과 : 천족 상대 시 모든 공격력 300% 증가
-13세트 효과 : ?????
‘천족 상대시라고? 천족은 착한 놈들 아닌가?’
천사는 착하고 악마는 나쁘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던 지크였기에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천족을 상대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
‘없는 것보단 낫겠지, 뭐.’
추가로 이전에 확인하지 못했던 용언 스킬 4개를 쭉 확인해 봤다.
[용언 스킬 : 비상하는 날개]-효과 : 등 뒤로 용의 날개를 펼쳐 날아오릅니다.
-특이 사항 :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으며 용력 스탯이 높을수록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스킬의 On/Off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로 얻은 건 등 뒤로 날개가 생기는 스킬.
플라이 마법 말고는 비행 스킬이 없던 지크로선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용언 스킬 : 용의 분노]-효과 : 일시적으로 분노하여 모든 스탯을 30% 향상시킵니다.
-특이 사항 : 기본적으로 10분의 지속시간이 주어지며, 용력 스탯이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증가합니다.
두 번째로 얻은 건 스탯을 향상시키는 스킬.
전체 스탯을 30%나 올려주기에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스킬은 뭘까?’
[용언 스킬 : 용체화]-효과 : 10분간 몸을 용체화시킵니다. 용체화가 되면 모든 스탯이 20% 증가하고 용언 스킬을 쿨타임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24시간의 고정 쿨타임이 있습니다.
-특이 사항 : 용체화가 되면 체격이 조금 커지면서 손과 발에 변형이 일어나고 꼬리와 날개가 생깁니다. 용력 스탯이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늘어납니다.
‘용체화? 진짜로 용이 된다고?’
설명을 보니 크기는 작은, 인간형 용족이 되는 모양이었다.
스탯 증가와 쿨타임 감소가 있어 필요할 때는 꼭 용체화 후에 싸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크는 이어서 마지막으로 얻은 스킬을 확인해 봤다.
[용언 스킬 : 용의 숨결]-효과 : 전방의 광범위한 영역에 부채꼴 모양의 마법 대미지를 발산합니다.
-특이 사항 : 마법 대미지는 모든 스탯과 용력에 비례합니다. 1시간의 쿨타임이 있습니다.
설명을 보니 광범위한 공격 마법 같았다.
‘쿨타임은 1시간이나 되지만, 뭐 용체화하면 연속적으로 쓸 수 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있어서 나쁠 것 없는 스킬들이었고.
‘나쁜 게 아니라 엄청난데?’
수많은 스킬에 기뻐하던 지크였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참, 잊어먹을 뻔했네.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
클리포드의 시체를 향해 손짓하자, 녀석이 언제 죽었냐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노예 드래곤들이 지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오다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흐익! 저거 봐! 사, 살아났어!”
“저놈은 어떻게 살아난 거야? 다른 리치 드래곤들은 다 죽었는데!”
지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들었다.
“괜찮습니다. 이놈은 제가 언데드로 부활시킨 겁니다.”
손짓하자 클리포드가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그제야 노예들은 안심하며 지크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휴, 저는 녀석이 진짜로 부활한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고맙습니다, 신의 후예님.”
“신의 후예님이 아니셨으면 저흰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을 겁니다.”
“정말 신의 후예님은 저희 종족의 구원자이십니다.”
목숨을 구제받은 노예들이 진심을 담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절절하면서도 감격에 벅차오르는 그 목소리를 하나하나 듣자니 뿌듯함보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실은 자발적으로 했다기보다 퀘스트 때문에 한 일인데…….’
퀘스트가 아니었으면 서대륙에 올 일이 있었을까?
용언 스킬을 얻는 걸 몰랐으면 노예들을 이토록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지크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한편으론 회의감도 들게 만들었다.
‘퀘스트? 좋지. 좋지만 그동안 너무 퀘스트에만 빠져 있던 것도 사실이야.’
퀘스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는 내비게이션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따랐었다.
그 덕에 위기도 몇 번이나 벗어날 수 있었고 여러모로 득도 많이 봤다.
‘하지만 내 의견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
거절이라는 선택지가 없진 않았지만, 한 번도 퀘스트를 거절한 적은 없었다.
거절하는 순간 퀘스트의 보상은 없던 일이 되는 거고, 그것은 곧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래서 퀘스트가 뜰 때마다 수락해 왔지. 시키는 건 다 했어. 마치 퀘스트의 노예처럼.’
물론 노예라는 말은 비약일지 모른다.
자신의 의견이 없는 게 노예이지 않은가?
퀘스트가 강제적인 것도 아니었고.
‘충분히 합당한다는 판단하에 수락하고 진행했어. 내 의견이 없진 않았다는 뜻이지.’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었으나 퀘스트의 보상에 혹하고 움직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 이제 와서 궁상맞게 뭐 하는 짓이람?’
지크는 고개를 흔들며 잡생각을 털어냈다.
노예들의 진심 어린 인사를 듣다 보니 죄책감과 함께 감정이 예민해진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별의별 생각까지 떠올랐고.
‘이럴 때가 아니야. 남대륙으로 돌아가서 발루두크를 막아야지.’
클리포드에게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려면 발루두크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헤밀톤 광산은 한 번 가봤던 곳이니 텔레포트 좌표가 기록에 남아 있을 터.
‘좌표가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래, 여기 있군.’
텔레포트 목록에서 좌표를 찾아낸 지크가 노예들에게 인사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일이 있어서.”
“설마 천마 대전을 막으러 가시는 겁니까?”
“뭐, 그렇죠.”
“신의 후예시여. 혹시 저희가 도움 될 만한 일은…….”
“괜찮습니다. 여기서 몸 좀 추스르고 계세요.”
그리 말한 지크가 발루두크에게 향하려는데.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또다시 뭔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