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6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6화
【메인 퀘스트 : 발루두크를 죽여라!】
└어둠의 선구자, 발루두크 라흐베즈가 헤밀톤 광산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광산으로 가 발루두크를 처치하고 길고 긴 악연을 끝맺으십시오.
└발루두크 라흐베즈 처치
└스킬 ‘술법 연구’ 획득
└아이템 ‘어둠의 후드’ 획득
또다시 선구자 처치 퀘스트가 떠올랐다.
‘천마 대전이 가까워져서 그런가? 가차 없이 죽이라는 퀘스트가 또 뜨네?’
그동안은 선구자를 만나도 당장 죽이라는 퀘스트가 뜨지 않아 놓아준 적이 몇 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시원하게 죽이라는 퀘가 뜨니 지크로선 조금 혼란스러웠다.
‘뭐, 어차피 죽일 놈이었으니까. 잘됐지.’
안 그래도 헤밀톤 광산을 찾아가려던 참이었다.
“그럼 갈게요.”
다시 한번 노예 드래곤들과 작별 인사를 한 뒤 마법을 시전했다.
“텔레포트(Teleport).”
지크의 모습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헤밀톤 광산은 선구자들이 오래도록 지켜봐 온 목표물이었다.
그 안엔 아크니움이라는 마력을 흡수하는 특수한 광물이 대량으로 잠들어 있었으니까.
‘정보는 확실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이레 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광물을 찾는데 일가견이 있는 그의 말이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실제로 확인해 보진 못했다.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던 부하 놈이 주검으로 돌아왔기에.
‘아즈라힐, 그놈이 일만 제대로 했었어도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것을…….’
물론 도중에 신의 후예를 만나 일을 그르친 거겠지만, 어쨌거나 광물의 유무를 확인하는 건 아즈라힐의 임무가 아니었나?
서열 2위인 자신이 직접 나설 일이 결코 아니었다.
‘광산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말이야. 쯧.’
원래 계획은 아고스 영지가 헤밀톤 영지를 영지전에서 이기고 광산의 소유권을 탈취.
여유롭게 광산에서 아크니움을 채굴하는 것이었지만, 그 작전은 지크의 개입으로 망한 지 오래였다.
차선책으로 헤밀톤 영주를 비호하는 데포르테 가문을 노려보기도 했으나, 그 역시 지크의 개입으로 망해버렸고.
‘아즈라힐이 죽은 건 아마도 그때겠지. 그 이후에 나타난 아즈라힐은 신의 후예가 변장한 모습일 테고.’
어쩐지 아즈라힐이 배신했다는 소리가 나왔을 때 조금 의아했었는데, 의문이 풀리는 기분이다.
‘마음대로 모습을 변형하고 다닐 수 있다니……. 처음부터 신의 후예에게 완전히 놀아나고 있었어.’
하지만 후회해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
조금이라도 수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뛸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선구자들도 셋밖에 남지 않았는가?
“그나저나 아크니움은 어디 있는 게야?”
일부러 인부가 일을 끝낸 시간에 맞춰서 광산에 들어왔건만, 아크니움을 닮은 광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통 보이질 않는다.
“대체 왜 안 보이는 게야?”
“그야 내가 가져갔으니까.”
어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발루두크가 식겁했다.
하마터면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인기척이 전혀 안 느껴져서 더욱 그랬다.
“누, 누구냐?”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외쳤더니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그림자의 주인은 다름 아닌 지크였다.
“또 보네? 반가워.”
“시, 신의 후예…….”
“여긴 어떻게 알고 왔냐는 듯한 눈빛이네?”
지크는 웃으며 약간의 거짓말을 보탰다.
“클리포드가 다 불었어.”
“뭐?”
“살려 달라고 손발을 싹싹 빌면서 네가 여기 있다는 정보를 불더라고.”
발루두크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 무심함의 극치인 클리포드가 손발을 빌었다고?
감정이 없어서 철인이라 불리던 그가?
약간의 과장이 첨가됐지만 목숨을 구걸했다는 점은 진실과 다르지 않았다.
“크, 클리포드는 어떻게 됐는가?”
“어떻게 되긴. 다른 선구자들 만나러 갔지.”
죽었다는 의미였다.
“너도 만나러 가야지?”
이제 곧 자신의 차례라는 뜻이었고.
‘끄, 끝인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으나 이런 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줄은 몰랐던 발루두크였다.
‘이럴 바엔 마기를 받아들여 술법을 마음껏 연구할 걸 그랬군…….’
그동안 대가 없이 술법을 쓰려던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술법 연구를 보다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도 오늘부로 끝이다.
‘생이 끝나는 마당에 술법 연구가 무슨 의미가 있으리…….’
인생의 허탈함을 깨우치며 눈을 감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
좀처럼 상대가 행동에 옮기질 않는다.
슬며시 눈을 뜨니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는 지크의 모습이 보였다.
“흐음, 이렇게 죽이는 건 좀 아깝단 말이지. 악연도 인연인데.”
고심 끝에 지크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좋아. 인심이다. 살려줄게.”
“저, 정말인가?”
“대신 중력장을 어디에 숨겼는지 불어. 그럼 살려주지.”
발루두크에겐 데카라비아가 만들어 준 중력장이 있다.
그 위치는 자신만이 알고 있었고.
“주, 중력장은 뭐 하러……?”
“안 알려주게? 그럼 죽어야지.”
“아, 아니. 안 알려준다는 말이 아니라…….”
애초에 선택지는 없다는 걸 깨달은 발루두크는 이유를 캐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른 문제를 설명했을 뿐.
“중력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어떻게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럼, 어딘지 텔레포트로 이동해 봐. 내가 따라갈 테니.”
‘따라온다고? 텔레포트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오히려 더 좋았다.
텔레포트를 쓰도록 기회를 준다는 말이었으니.
‘따라오지 못하면 도망칠 수 있는 게 아닌가?’
어쩌면 살 수도 있다.
그런 희망이 발루두크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알겠다. 먼저 이동하지.”
발루두크는 행여나 말을 바꿀까 봐 얼른 좌표를 설정하고 주문을 시전했다.
그때.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면 죽는다?”
“아, 알았다.”
지크의 경고가 들렸고, 이윽고 발루두크의 몸이 사라졌다.
번쩍이는 광원과 함께.
* * *
환경이 바뀌었다.
어두컴컴한 굴속에서 황량한 황무지로.
지평선을 가리는 것조차 없어 달과 별들이 유달리 잘 보이는 이곳에서.
벌어질 터였다.
천마 대전이.
텔레포트에 성공한 발루두크는 우선 주위부터 돌아봤다.
지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따라오지 못했나? 큭.’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도 잠시.
“이야, 배경 죽이네.”
발루두크를 정색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크였다.
발루두크의 안색이 급 시무룩해졌다.
“와, 왔군…….”
“그럼 못 따라올 줄 알았어? 아니, 못 오기를 바랐던 건가?”
“…….”
자신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게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말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런 곳에서 천마 대전을 치른단 말이지? 그나마 넓은 곳에서 전쟁을 벌인다니, 적어도 민가에 피해를 주진 않겠네.”
“아, 알고 있었나? 이곳을?”
“뭐, 그렇지. 그래서 어디 있는데? 중력장은?”
그 말에 발루두크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거대한 반지 모양의 장치가 눈에 띄었다.
전에 에스카가 보여준 것과 비슷하게 생긴 장치였다.
“저기 있네.”
지크가 반가운 기색으로 장치에 다가섰다.
자신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몸을 돌린다.
그 모습을 본 발루두크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지금이다. 녀석이 방심하는 지금이 아니면 도망칠 기회는 없어…!’
최적의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하지만 지크는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마력을…… 차단했잖아?’
조금 전 텔레포트를 쓸 때와 달리 마력이 막혀버렸다.
도망가지 않게 두겠다는 의도가 너무도 명백하다.
그 순간 발루두크는 절망적인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여기가 내 무덤이 될지도…….’
그러거나 말거나 지크는 중력장을 둘러보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흐음, 상태는 괜찮네. 어디 고장 난 구석도 없고. 데카라비아가 아주 잘 만들었어.”
디테일한 부분은 달랐지만, 기본적인 구조와 방식은 같았다.
그건 어떠한 물건이든 만들고 고칠 수 있는 [장인의 손재주] 스킬이 있었기에 알 수 있다.
그냥 대충 만져보기만 해도 원리를 파악할 정도였으니.
“여기가 아크니움을 넣는 구멍이구나. 이거 꽤 많은 양을 넣어야겠는걸?”
중얼거리는 지크의 말을 들었는지 발루두크가 다가와 넌지시 말했다.
“아크니움이 필요하면 내가 가져오지. 지금 당장 헤밀톤 광산으로 갈 테니 마력 차단을 해제…….”
“그럴 필요 없어. 아까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 내가 다 가지고 있다고.”
지크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아공간을 열었다.
넓고 깊숙한 아공간 안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아크니움이 보인다.
‘미, 미친. 저 많은 걸 다 집어넣을 수 있다고? 대체 면적이 얼마나 넓은 게야?’
자신이 열 수 있는 아공간이라 해봤자 고작해야 지팡이 하나 넣을만한 크기다.
그렇기에 아크니움을 발견하면 조금씩 반복해서 옮겨갈 작정이었는데, 이건 뭐 비교도 안 된다.
‘게다가 이곳이 천마 대전을 치를 장소인 건 또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나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거늘.’
이 또한 클리포드가 털어놓아서 안 것일까?
속마음을 읽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발루두크는 침을 꼴깍 삼키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 이제 되었나? 중력장이 있는 곳을 알려줬으니, 약속대로 나를 살려주는 거지?”
“그래. 살려줘야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 말에 발루두크의 입가에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지크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죽였다가 살려주는 것도 살려주는 건 맞지?”
“뭐? 커허어억!”
어느새 꺼냈는지 모를 깃털 검이 발루두크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털퍼덕-
힘없이 쓰러진 그의 몸에서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지만 그러기 무섭게.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
언데드가 되어 새 생명을 얻는 발루두크였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어, 그래. 말하는 걸 보니 너 역시 지성체 언데드가 됐구나?”
“그렇습니다. 생전의 기억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언데드로 부활한 발루두크가 별안간 질문을 하다니?
호기심이 일었던 지크가 흔쾌히 허락했다.
“해봐. 뭔데?”
“대가 없이 술법을 쓰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방법?”
“예. 생전의 기억이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님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고.”
아무래도 평생을 염원하며 궁금해하던 일이다 보니 언데드가 된 이후에도 낙인처럼 기억에 남은 모양이었다.
물론 지크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지만.
“방법? 그딴 거 없는데? 그냥 하면 돼.”
“그렇습니까?”
다소 허무한 대답이었지만 언데드가 된 발루두크는 덤덤했다.
딱히 미련은 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알겠습니다.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아, 그래?”
볼을 긁적이던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발루두크 라흐베즈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첫 번째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은 아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이제 보상을 확인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