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7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7화
‘어디 한번 스킬부터 확인해 볼까?’
기대감에 찬 눈으로 스킬을 열어본 지크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기본 스킬 : 술법 연구]-효과 : 술법에 대해 보다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특이 사항 : 항시 발동됩니다.
다소 난해한 스킬이 들어왔기 때문.
‘술법 연구를 해서 어디에 써먹으라고?’
여기서 말하는 술법이란 마계에서 쓰는 마법을 의미한다.
이미 마법이라곤 넘치도록 많은 지크였기에 더 연구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스킬은 별로였지만 소득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어둠의 후드]-분류 : 걸칠 것
-효과 : 모든 암속성 마법에 면역, 어두운 곳에 있으면 어둠과 동화될 수 있다. 마기 스탯 50% 증가.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지크 맥러플린 귀속
-설명 : 어둠의 선구자가 착용했던 후드. 총 13개의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템이 나름 나쁘지 않은 옵션이었기 때문.
‘마기 스탯이 50%나 증가한다니. 이거 꿀인데?’
전체적인 대미지를 높여주는 마기가 이만큼이나 증가한다?
지금보다 더 괴물이 된다는 소리다.
‘게다가 어둠과 동화된다라……. 날도 어두운데 한번 확인해 볼까?’
아공간에서 꺼낸 뒤 바로 써봤더니.
[어둠과 동화됩니다.] [공격하기 전까지 자신의 기척을 완전히 숨깁니다.]지크의 몸이 어둠에 완전히 가려졌다.
‘이거 완전 암살자한테 딱 좋은 아이템이잖아?’
기습하기에 이보다 최적의 아이템은 없으리라.
만족스레 웃으며 다음 할 일을 떠올려 봤다.
‘이제 남은 건 스텔라를 죽이고 천마 대전을 막는 것뿐인가?’
세상을 호령하던 12인의 선구자는 이제 스텔라밖에 남지 않았다.
베르 왕국 대학살 사건으로 평판도 좋지 않은 마당이니 최대한 빨리 천마 대전을 일으키려 할 터.
‘우선은 이 중력장부터 없애야겠지. 에스카가 가지고 있는 중력장까지 더해서 말이지.’
퀘스트가 뜬다면 아마 스텔라를 죽이고 천마 대전을 막으라는 퀘가 뜰 것이다.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안 그래도 퀘스트가 떴네.’
마침 떠오른 퀘스트에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시지를 확인해 봤다.
그러나, 임무 내용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메인 퀘스트 : 그동안 수고했다, 에스카】
└세상을 어지럽히던 12인의 선구자는 이제 스텔라 한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처치하기 전에, 선구자를 도왔던 에스카 로빈스부터 처치하십시오.
└에스카 로빈스 처치
└스킬 ‘마나 건’ 획득
└아이템 ‘마법 공학 자켓’ 획득
‘에스카를 죽이라고?’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그 역시 선구자로서 천마 대전의 악행에 일조했음을.
‘고대의 맹약을 맺고 노예로 부려 먹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직도 선구자들을 돕고 있었겠지.’
단물까지 이용해 먹다가 언젠가 죽이려곤 했지만 그게 지금일 줄이야.
‘스텔라는 왜 남겨둔 거지? 메인 디쉬는 나중에 먹자, 이건가?’
스텔라를 죽이는 퀘스트가 먼저 뜨지 않은 게 의아하긴 했지만, 아직 시간은 있어 보이니 퀘스트에 따르기로 했다.
‘그럼, 에스카도 죽일 겸 가족들을 만나러 가볼까?’
그렇게 텔레포트를 쓰려던 찰나.
지크의 눈에 문득 중력장이 들어왔다.
저걸 부술지 말지 고민이 들었지만…….
‘어차피 아크니움이 없어서 사용하진 못할 테니.’
그대로 두기로 하고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번쩍-
광원이 터진 황무지엔 거대한 반지 모양의 조형물만이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 * *
불티가 휘날리는 마계의 환경은 항상 고온다습하다.
그러나, 그와 대비되게 마왕성 내부는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톡- 톡-
[으음.]왕좌의 팔걸이를 수시로 두들기며 고민하는 자는 다름 아닌 마왕 벨제뷔트였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손가락을 멈추지 않던 그가 돌연 두들김을 멈췄다.
‘슬슬 때가 되었군.’
심상의 공간, 루미노스 포탈스피어.
그 경로를 통해 자신의 부하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응답이 돌아온다.
[부르셨습니까, 위대한 왕이시여.]다름 아닌 타락 천사 스텔라였다.
[때가 되었다.]벨제뷔트는 평소와 같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천족에게 복수할 날이 다가왔느니라.] [그, 그럼…….] [게이트를 열어라. 그동안 준비했던 천마 대전을 일으킬 것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벨제뷔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 * *
“하아아…….”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처지에 불만이 많았다.
맥러플린이라는 위대한 마법 가문과 이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만족한다.
데칸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의 마법 명가인 데다, 공작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지위인 대공까지도 받아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 어찌 불만이 있겠는가?
‘다른 건 다 좋아. 하지만…….’
크리스티나가 불만을 가진 건 둘째 부인인 데이나 때문이었다.
모든 건 그녀가 첩으로 들어오고 나서 시작되었다.
‘감히 정실인 나를 두고 새로운 부인을 들이다니…….’
제라드가 데이나를 부인으로 들이겠다고 공표했을 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데 좋아할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일부다처제가 만연한 사회라지만 여자의 마음은 어딜 가나 똑같다.
‘그래. 둘째 부인 정도야 받아들일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아니지.’
현재 세상이 12인의 선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얼마 전에 있었던 베르 왕국의 시민 대학살 사건 때문이다.
빙결의 선구자가 수백 명의 시민과 병사들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학살한 초유의 사건.
그 탓에 12인의 선구자는 역사상 유례없는 지탄을 받는 중이었고, 맥러플린 가문은 그런 선구자로부터 몇 번이고 목숨을 위협받았다.
다름 아닌 데이나의 아들인 지크 맥러플린 때문에.
‘지크 그 사생아 녀석 때문에 우리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냐고…….’
목숨을 위협받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게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데이나의 아들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진정으로 답답한 건 이런 불만을 어디에도 토로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불만을 토해봐도 제라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
‘분명 막내라고 또 어여삐 여기며 감싸고 돌겠지. 쳇!’
크리스티나의 질투심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었고,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러셀이 후계자가 되어야 해. 반드시!’
이번 후계자 시험에 이겨서 훗날 보란 듯이 가주가 된다면?
꼴 보기 싫은 데이나도 마음대로 치워 버릴 수 있다.
그의 아들 지크까지도.
‘전부 내쳐주겠어. 그동안 너희 모자 때문에 어떤 마음고생을 했는지, 아주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 줄 거야.’
비록 러셀이 찬성하지 않을지 몰라도 설득할 자신은 있었다.
아무렴 어머니의 말인데 듣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러나 크리스티나가 간과하는 사실이 있었다.
모든 건 어디까지나 러셀이 후계자가 된다는 가정하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러셀이 후계자가 되지 못하면 지크 모자를 몰아내는 건 불가능해.’
더구나 안타깝게도 현재 후계자 시험에 붙을 가능성이 가장 가장 높은 건 다름 아닌 지크였다.
‘지크, 그놈에게 드래고니안의 재능이 있을 줄이야……. 마력이라곤 느끼지 못하는 반푼이인 줄 알았더니…….’
만일 지크가 후계자가 된다면?
자신과 러셀은 과연 어떻게 될까?
‘아마 거지꼴을 한 채로 개처럼 쫓겨나겠지. 내가 하려던 것처럼.’
자신처럼 데이나 모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어쩌면 남몰래 축배를 들며 자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크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안 돼. 그러기 전에 우리 러셀이 반드시 후계자가 돼야…….’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곧 시무룩해졌다.
러셀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마당에 무슨 기대를 한단 말인가?
‘하…… 러셀아. 적어도 생사라도 알고 싶었으면 좋겠구나.’
한숨을 쉬던 크리스티나의 방으로 똑똑 노크가 들렸다.
“어머니, 접니다.”
누군가 했더니 첫째 아들인 피터였다.
“들어오거라.”
피터는 과거, 촉망받던 후계자 유력 후보였지만, 마탑주와 공모해 지크를 실험체로 팔아먹으려던 일이 발각되어 머나먼 타지로 망명 당한 처지였다.
그런 그가 가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데엔 지크의 발언이 꽤 컸다.
-저는 피터 형님을 용서했어요. 아버지도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은 제라드를 흔들리게 했고, 겉보기와 달리 마음이 약했던 그가 다시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가문의 일원으로.
하지만 크리스티나는 지크의 행동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지크 그놈이 후계자가 되기 위해 착한 척을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에.
“피터. 무슨 일이니?”
“다름이 아니고요, 요새 선구자들의 습격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몸은 좀 괜찮으신가 해서…….”
“내가 괜찮아 보이니? 하루하루 피 말리는 것 같은 어미의 꼴이 괜찮아 보여?”
쌀쌀맞은 어머니의 말투에 피터는 침을 꼴깍 삼켰다.
‘아직도 나에 대해 서운한 게 있으시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첫째라고 금지옥엽으로 키우며 후계자 후보로서 온갖 기대를 하게 만들어 놓고는, 마지막에 완전히 망쳐버렸는데 어찌 서운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사실을 알기에 피터 또한 그저 죄송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지크 그 녀석 때문에 이게 뭐란 말이니? 이렇게 불안해서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겠냔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크가 다 알아서 우릴 지켜줄 거예요.”
순간 크리스티나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전에도 그러더니만, 또 그러는구나. 지크와 함께 용병 생활 좀 했더니, 그새 정이라도 붙은 게야? 정신 차려!”
빽 쏘아붙인 크리스티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널 시궁창에 집어넣은 장본인이 바로 지크야! 그런데 내 앞에서 녀석을 두둔하고 그놈에게 의지하라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니?”
“어머니…… 지크는 보기보다 나쁜 아이가 아니에요.”
“헛소리할 거면 나가거라! 안부고 뭐고 꼴도 보기 싫으니!”
홱 돌아서는 크리스티나를 보며 피터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지크와의 사이를 좋게 만들고 싶었지만, 도저히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예.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
돌아서려던 피터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시종과 마주쳤다.
“헉, 헉. 이, 일공자님.”
“무슨 일입니까?”
“그게…… 러셀 공자님이…….”
“러셀이 왜요?”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들의 이름이 나오자, 크리스티나 역시 귀를 기울였다.
“러셀 공자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러, 러셀이?”
놀란 크리스티나가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고 뛰쳐나갔다.
“어디! 어디야? 빨리 안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