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0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09화
“에스카는 아마 달프레드와 함께 있을 거다.”
“비그스란드 공작님이랑? 둘이서 뭐 하는데?”
“듣기로 마법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더라.”
아마 같은 9서클이니 통하는 게 있던 모양.
지크는 서둘러 달프레드의 방으로 가봤다.
똑똑―
“누구인가?”
“접니다. 지크.”
“오, 들어오게!”
문을 열자, 자신을 반기는 달프레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 있는 에스카 또한.
“에스카 님도 있었군요?”
“아, 지크.”
지크가 짐짓 모른 체를 하자, 에스카도 노예라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존댓말을 생략했다.
“여기서 뭐 하고 계셨습니까?”
“달프레드 비그스란드 공과 마법에 관한 교류를 나누고 있었네.”
“허허! 에스카, 이 친구가 정말 아는 지식이 많더군. 배울 점이 참 많아.”
“과찬입니다. 비그스란드 공.”
‘친구?’
친근하게 부르는 걸 보니 그새 둘 사이가 많이 호전된 듯하다.
‘예전엔 왕국에 침입했다고 적대적으로 대하더니만…….’
하긴 오해가 풀린 지는 꽤 됐으니 친해질 때도 되긴 했다.
함께 협공하여 여러 차례 선구자를 막지 않았던가?
‘그래도 기분이 좀 그렇네…….’
지크가 에스카를 찾은 이유는 이용 가치가 다한 그를 죽이고 퀘스트 보상을 얻기 위함.
주인이 죽이러 온 줄도 모르고 태평하게 웃고 있는 에스카를 보자니 왠지 모르게 미안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줄 모르는 개를 보는 심정이랄까?
‘어쩔 수 없어. 12인의 선구자들도 심판받았는데 에스카라고 예외로 둘 순 없지. 이미 예전부터 정해진 결과야.’
고대의 맹약을 맺은 에스카.
그간 노예로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해냈다만, 그렇다고 용서라는 특례를 줄 순 없다.
에스카가 선구자들을 위해 인체실험과 각종 연구로 도움을 줬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으니까.
“에스카 님. 할 말이 있으니 잠깐 가실까요?”
“아, 알겠네.”
“지크. 날 보러 온 게 아니었나?”
“아. 달프레드 님은 나중에…….”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스승님! 음? 지크? 네가 왜 여기에…….”
아버지인 제라드였다.
“마침 잘됐구나. 지크, 이것 좀 보거라.”
왠지 모르게 신난 듯한 말투의 제라드가 돌연 마력을 일으키더니 손아귀에 불꽃을 만들어냈다.
화르르르!
지옥의 불길을 닮았다는 헬파이어였다.
보란 듯이 9서클 마법을 시연해 보이자, 달프레드의 눈가의 주름이 펴졌다.
“아니? 어떻게 된 게냐, 제라드? 그건 9서클 마법이 아니더냐?”
“하하.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에 지크가 도움을 줬거든요. 여덟 번째 고리와 여섯 번째 고리 사이에 있는 기혈을 뚫어보라고요. 그럼, 아홉 번째 고리를 만들 기반이 만들어질 거라고요. 조언대로 따랐더니 정말로 고리가 쌓이지 뭡니까?”
“뭐? 지크가 그런 말을 했다고?”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달프레드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지크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9서클이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고맙다.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달프레드에 이어 탄생한 데칸의 9서클 마법사 제라드.
마법의 정점에 올랐으니 이제 맥러플린 가문의 위상도 더더욱 높아질 터였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야겠어. 에스카를 죽이려면 말이지.’
지크가 그런 생각으로 움직이려던 그때.
쯔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음이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다른 사람도 지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방금 소리 들었는가?”
“예. 무슨 천둥 비슷한 소리가 났습니다.”
“천둥소리라기엔 좀 달랐어요. 뭔가 찢어지는 듯한…….”
순간 불길한 생각이 지크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천마 대전이 열린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실로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하필이면 에스카를 죽이러 왔을 때 일이 터지다니.
그때 다시 한번 의문의 소리가 들렸다.
쯔아아아아아악―!
“대체 왜 이런 소리가…….”
“가주님! 가주님!”
애타게 찾는 시종의 목소리.
“바, 밖에 좀 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이, 일단 와보셔요.”
다급한 음성에 제라드와 일행들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리고 이내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하, 하늘이……?”
하늘 중앙에 검은 공간이 길게 드리워 있었다.
정말로 찢어진 것처럼.
“내 살아생전 저런 광경은 처음 보는구나.”
소란을 들은 오망성들도 밖으로 나와 그 광경을 바라봤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으나 내막을 아는 지크로선 마냥 감탄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확실해. 천마 대전이 시작된 거야.’
일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건 지크였다.
자신이 막을 수 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데 어찌 두 눈 뜨고 지켜보겠는가?
‘막아야지. 당장.’
그전에 에스카의 중력장부터 찾으러 가야 한다.
“에스카 님! 저랑 같이 가시죠!”
“예? 아, 그래.”
“지크. 어딜 간다는 게야?”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요.”
“어디를? 위험한 일이라면 내가 같이…….”
“아니에요!”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달프레드에게 당부했다.
“비그스란드 공작님. 전에 저랑 약속한 거 잊지 않으셨죠? 제가 도와달라면 들어주기로 하셨잖아요.”
“그, 그랬지.”
“그 부탁 지금 쓸게요. 여기서 떠나지 말고 저희 가족 좀 잘 지켜주세요. 그게 제가 할 부탁입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알았다. 걱정 말거라.”
달프레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뭔가 일이 일어난 징조임은 눈치챘다.
그게 지크와 연관된 일이라는 것까지도.
확답에 안심한 지크가 서둘러 에스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자 곧바로 반말을 한다.
“에스카.”
“예, 주인님.”
“네가 만든 중력장 있지? 그거 어디 있어? 예전에 내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놓으라 했잖아.”
“그게 위치가…….”
“일단 그곳으로 텔레포트 해봐. 내가 따라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끄덕인 에스카가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곧이어 빛에 휘감기더니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크 역시도.
* * *
마왕의 명령을 받은 스텔라는 즉시 준비에 나섰다.
천마 대전을 열 준비를.
‘원래는 클리포드와 서대륙의 리치 드래곤들을 기다려야 하지만…… 연락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어디서 뭘 하는지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로 연락을 넣어도 대답이 없다.
그건 이인자인 발루두크도 마찬가지.
‘다들 어디서 뭘 하는 거야? 한시가 급한 마당에.’
어쩔 수 없다.
그들 없이 천마 대전을 일으키는 수밖에.
당장 시행하라는 마왕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모인 제물의 수는 10만 명. 이거 가지곤 고작해야 5만의 병사밖에 부르지 못할 거야.’
원래 천마 대전에 동원하려던 마계의 병력은 20만.
제물 2명당 마계 병사 1명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만의 인간 제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작 10만의 제물밖에 모으지 못하다니.
‘게이트를 열어도 5만의 병사밖에 들어오지 못할 거야. 젠장,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마왕께서 그거라도 부르라 하셨으니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준비는 끝났어.’
천마 대전의 장소로 선정한 황무지에는 오직 스텔라밖에 없었다.
준비랄 만한 것도 바닥에 그려 넣은 대형 마법진이 전부.
하지만 괜찮다.
혼자서도 충분히 게이트를 열 수 있으니까.
‘제물이야 원격으로 써먹을 수 있어. 인간들의 몸속에 마도스교의 상징을 집어넣었으니.’
10만의 제물을 굳이 한데 모을 필요는 없다는 의미.
‘그럼 시작해 볼까?’
스텔라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자신의 마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주문이었다.
이른바 본체화다.
화아아악!
밝은 빛이 터짐과 동시에 스텔라의 등 뒤로 날개가 솟았다.
펄럭―
한쪽당 6미터는 될 법한 천사의 날개는 실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날개 곳곳에 때가 얼룩져 있다.
이는 스텔라가 타락 천사로서 천계의 축복을 제대로 받지 못함을 의미했다.
‘아무래도 좋아. 내 주인은 뭐니 뭐니 해도 마계의 지배자, 벨제뷔트 님이시니까.’
천사의 스태프를 손에 쥔 스텔라가 봉인된 마력을 방출하며 진정한 힘을 발산했다.
그러자 미리 그려둔 마법진이 공명하더니 하늘로 빛줄기가 솟아올랐다.
번쩍―!
슬슬 해가 뜨기 시작하던 하늘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구름 사이사이로 천상의 빛이 내리쬔다.
기적이라 칭할 수 있는 황홀한 광경.
그러나 이는 기적이라기보다 악몽에 더 가까웠다.
어디까지나 게이트를 열기 위한, 10만의 제물을 동반한 의식이었으니까.
‘인간들은 모르겠지. 방금 터진 빛으로 인해 10만 명의 교인이 죽은 줄은.’
그간 현혹한 마도스교의 교인 10만 명이 조금 전에 모조리 절명하며 제물로 바쳐졌다.
아마 옆에 있던 사람들 말고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저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뿐.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천마 대전이.’
곧이어 하늘에선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 * *
쯔아아아아아악!
또다시 들리는 굉음.
에스카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도 주인인 지크를 쳐다봤다.
“주인님. 저 소리의 정체가 설마…….”
“아마 천마 대전이 시작된 거겠지.”
“역시 그랬군요.”
끄덕이다가도 에스카의 눈엔 의문이 깃들었다.
“그런데 12인의 선구자는 주인님께서 다 처단하신 게 아니었습니까?”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스텔라는 죽이지 못했어. 그리고 너도.”
“예?”
뭐라 대답을 듣기도 전에, 에스카의 가슴이 꿰뚫렸다.
지크의 검에 의해.
“커헉…….”
“그동안 수고했다, 에스카.”
피를 뿌리며 털퍼덕 쓰러지는 에스카의 모습이 보기 싫었던 걸까?
지크는 세상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Imr Imnaij Diénai Isisir(일어나라, 나의 종이여).”
그동안 선구자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지성체 언데드로 재탄생했다.
그건 에스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털썩.
언데드로 부활한 에스카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신 에스카. 주인님의 자비로 인해 영원한 생명을 얻었나이다.”
“그래. 들어가 있어라.”
역소환으로 보내버리곤 눈앞에 뜬 메시지창을 확인했다.
[에스카 로빈스 처치 완료!]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첫 번째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보상으로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 아이템은 아공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에스카를 죽여서 얻은 보상은 별것 없었다.
[기본 스킬 : 마나 건]―효과 : 마나 건을 소환합니다. 마나 건으로 서클이 있는 상대를 적중시키면 상대의 마력을 역류시킬 수 있습니다.
―특이 사항 : 스킬의 On/Off가 가능합니다.
[마법 공학 자켓]―분류 : 상의
―효과 : 받는 마법 대미지가 50% 감소, 마법 공학을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게 된다.
―내구력 : 무한
―사용 제한 : 지크 맥러플린 귀속
―설명 : 공학의 선구자가 착용했던 자켓. 총 13개의 아이템이 존재하며 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법 공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의 아이템.
나쁠 건 없었으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천마 대전 장소로 빨리 가야 해. 여기 있는 중력장을 가지고.’
지크의 눈앞엔 에스카가 숨겨놨다던 거대한 반지 모양의 장치가 있었다.
장치야 아공간에 넣으면 그만이니 옮기는 데 문제는 없다.
슈아악―
단숨에 중력장을 집어넣은 지크가, 텔레포트 좌표를 찾았다.
위치는 다름 아닌 천마 대전이 벌어지는 황무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지금 확인해 주마. 텔레포트.’
번쩍이는 빛이 지크의 몸을 천마 대전 장소로 이동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