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10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10화
[응? 이게 무슨 일이지?]여느 날과 같이 천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전투 천사들은 갑작스러운 현상에 당황했다.
[차원 게이트가 열렸어?]지난 3천 년 동안 굳게 닫혔던 문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어디에서 열린 거야?] [중간지점인 인간계입니다.] [이거 보아하니 마족 새끼들이 열었구만?] [전처럼 또 해보자는 거지?] [모두 준비하라! 출전이다!]1품 천사의 외침에, 하위 전투 천사들이 개미 떼처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열려 있는 차원 게이트를 향해 하나둘 몸을 내던졌다.
* * *
쯔아아아아아악!
게이트가 열릴 때마다 무더기로 쏟아지는 붉은 물결의 마족 병사들.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쯔아아아아아악!
천족 측의 게이트에서도 무수한 전투 천사들이 지상으로 내려섰다.
[게이트가 닫힌다! 최대한 많이 내려와!]게이트를 연 마족 측과 달리, 천족 측은 인원의 제한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많이 내려와야 천마 대전에서 이길 승산이 높다.
[게이트가 닫혔다!] [다 내려왔나?] [예!] [적들의 숫자는?] [눈대중으로 보아 마족 측의 병력은 5만 정도로 추정됩니다.] [뭐?]1품 천사의 표정에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저 새끼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고작 그 정도 병력으로 게이트를 열었다고?]그럴 수밖에 없는 게 너무도 적은 숫자였다.
천족 측은 15만 명이나 동원한 데에 비해 상대는 고작해야 5만이었으니.
[어처구니가 없군. 지난 천마 대전 때보다도 더 적잖아?] [무려 3배 차이라고. 하하핫!] [이거 엘프에게 맡긴 유물을 가져오면 훨씬 더 쉽게 제압할 수 있겠는걸?]천족은 이미 승리를 확신했다.
물량으로 밀어붙여도 누가 이길지는 불 보듯 뻔했다.
반면 상대 마족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이쪽의 숫자가 이토록 적을 줄은 자신들도 몰랐으니까.
[천족 새끼들이 왜 이렇게 많아? 우리는 또 왜 이렇게 적고?] [제대로 준비하고 부른 거 맞아?] [스텔라 님!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주십시오!]게이트의 부름에 응답했더니 병력 차이가 너무도 심하다.
원래 계획상 엇비슷한 병력이 소환되어야 하거늘.
자초지종을 묻자, 붉은 물결의 선두에 서서 홀로 빛을 내뿜는 천사, 스텔라가 마족들을 돌아봤다.
[동지들이여.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들을 부른 걸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건 마왕 벨제뷔트 님의 뜻이니, 지난번의 설욕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자.]마왕의 뜻임을 거론하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렀다는 말에 욱하다가도 곧 이해하는 마족들이었다.
그들은 뼛속까지 마왕의 신봉자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마왕님의 뜻이라면 뭐…….]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저희의 저력을 보여줘야죠.] [마계의 군주를 위하여!]3배나 많은 적군의 숫자에 의욕을 잃기는커녕 전의를 다지는 마족들.
그와 달리 스텔라는 내심 걱정스러웠다.
‘대체 벨제뷔트 님은 무슨 생각으로 천마 대전을 일으키라고 하신 거지? 보나 마나 패배할 게 뻔한 상황인데…….’
지난번 천마 대전 때 지대한 공을 세웠던 엘프의 유물들을 파괴하긴 했으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무려 3배나 되는 병력 차이.
물론 이때를 대비해 천사들의 날개를 떨어트리는 중력장을 개발하고 준비하긴 했으나, 이조차도 문제였다.
‘중력장을 가지고 있던 발루두크와 연락이 안 되니 원…….’
불리한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핵심 카드였던 중력장.
그것이 없는 이상, 마족 측이 승리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아무리 천사인 자신이 참전하더라도 뒤집기는 불가능.
‘그럴 수밖에 없지. 상대측에도 1품 전투 천사라는 만만치 않은 놈이 있으니…….’
결국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다름 아닌 병력 차이.
한데 제물이 충분히 모이지 못한 상태에서 차원 게이트를 열었으니, 패배는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고 봐야 했다.
‘젠장. 어떻게 해야…….’
그때, 스텔라의 눈앞에 다가오는 천족 한 명.
같은 천족이어서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1품 천사 아우리엘이다.
[어이, 스투엘. 오랜만이야? 그새 내 이름을 잊어먹은 건 아니겠지?] [알지. 아우리엘……. 오만한 쓰레기 자식.] [누가 누구보고 쓰레기래? 마족으로 전향한 배신자 따위가.] [배신자라니. 나는 천계의 썩어빠진 생태에 회의를 가지고 누구보다 빨리 벗어난 지혜로운…….] [그게 배신자가 아니고 뭔데?] […….]스텔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눈빛에선 살기가 흘러나왔다.
[내 이름은 이제 스투엘이 아니라 스텔라이니라. 위대하신 벨제뷔트 님을 섬기는 하수인으로서 너희를 단죄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지.] [하핫! 그러기엔 병력이 너무도 적지 않아? 눈이 있으면 좀 보라고.]비웃음을 받았으나 스텔라는 주눅 들지 않았다.
기세에서 밀린다면 정말로 패배가 확정될 것 같았으니까.
‘우선은 말로 잘 구슬려서 1대1을 신청해 봐야겠어. 잘만 해서 이기면 사기를 올리는데 제격이니까.’
그리 생각한 스텔라였지만 솔직히 가망은 없었다.
어찌어찌 1대1을 이기더라도 15만이나 되는 병력을 상대하기는 불가능.
그나마 할 수 있는 차선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해보기로 했다.
잘 좀 도발해서 녀석과의 1대1을 유도해 보기로.
‘아니, 도발은 먹히지 않을 거야. 너무 뻔하잖아? 차라리 겁을 줘서 먼저 달려들도록 유도해야겠어.’
그러기 위해 스텔라가 약간의 블러핑을 쳤다.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너흴 이 자리에 불렀다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 보나 마나 질 게 뻔한 5만의 병력으로?] […….]안 그래도 적은 병력의 수에 이상함을 느꼈던 아우리엘이 살짝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우릴 상대하기 위해 뭔가 준비를 한 모양이군?] [했다마다.] [뭔지 알려줄 수 있나?] [아직 모르는 걸 보니 엘프족의 연락이 닿지 않은 듯하구나.] [엘프족?]의아해하던 아우리엘의 옆으로 마침 부하의 보고가 이어졌다.
[아우리엘 님! 방금 엘프족과 연락해 봤는데 유물을 가져올 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전부 고장 나버렸다고…….] [뭐?]아우리엘의 고개가 다시 스텔라에게 향했다.
[설마 네년 짓이냐?] [후후, 아무렴. 지난 천마 대전 때 사용했던 유물을 우리가 그대로 쓰게 놔둘 성싶으냐?] [이런. 한 방 맞았군…….]허탈한 숨을 내쉬던 아우리엘이 이내 입꼬리를 찢었다.
[……이렇게 말할 줄 알았나? 스투엘?] [……!?] [바보로구나. 그딴 유물 없이도 너희 따위는 씹어먹을 수 있다. 이미 물량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인데 뭐가 걱정이겠나?]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스텔라도 그렇게 말할 걸 예상하고 있었다.
[바보는 너다. 설마 내가 준비한 게 그것뿐인 줄 아는 건 아니겠지?] [……또 뭘 준비했기에?]스텔라는 애써 자신만만한 척 미소 지었다.
[네놈들의 날개를 떨어트릴 중력장을 개발했다.] [뭐? 중력장?] [반경 5㎞의 범위라면 누구든 중력장에 걸려 땅바닥에 처박히게 되지. 마력도 차단되는 데다 중력이 다섯 배는 증가해 날갯짓도 못 하는 신세가 된다. 그 장치의 작동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고. 후후.] [하…… 지상에서 뭐 하나 했더니 기가 막힌 걸 만들어 냈군. 하지만 그걸 쓰면 너희도 무사하진 않을 텐데?] [우리 걱정은 하지 마라. 중력장이 오직 천족의 날개에만 반응하도록 특별히 손을 써놨으니.] [그래? 그것참 대단한 물건이군. 확실히 그 장치가 가동되면 전세가 기우는 건 순식간이겠어.]감탄조로 말하던 아우리엘이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씨익-
뭔가 알아챘다는 듯 미소를 짓는 아우리엘이었다.
[그래서, 그 장치는 어디에 있지?] […….] [갑자기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나? 그 중력장이라는 물건이 어디 있냔 말이다.]살짝 당황한 스텔라였지만 침착하게 헤쳐 나갔다.
[멍청하기는. 내가 그걸 알려줄 성싶으냐?]아니, 헤쳐 나간 줄 알았다.
[큭큭, 멍청한 건 너다, 스투엘. 어떤 병신이 비장의 카드를 준비한 뒤 적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단 말이냐?]아우리엘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내 눈엔 네년이 나와의 1대1을 유도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걸로 보인다만?] [거짓말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거짓말이 아니면 증명해 보란 말이다. 지금 당장 중력장이라는 걸 작동시켜 보던가.] […….]스텔라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작동시킬 수 있을 리가 없다.
중력장의 위치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이니까.
‘중력장의 위치는 발루두크만이 알고 있는데…….’
분명 천마 대전이 치러지는 이곳 어딘가에 준비해 놓았을 텐데 보이질 않는다.
[왜? 해보라니까?] […….] [못하겠지? 그야 중력장이고 뭐고 날 겁주기 위한 거짓부렁이니까. 안 그래?]스텔라는 아우리엘의 말을 무시한 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뭔가를 찾는 듯한 낌새.
그 모습에 잠시 주변 탐색을 해보던 아우리엘의 눈에 이상한 것이 포착됐다.
[저게 뭐지?]그가 가리킨 곳에는 5m 크기의 거대한 반지 모양의 구조물이 있었다.
마침 스텔라도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차, 찾았다! 중력장이야! 발루두크가 역시 여기에 놔뒀었구나!’
놀랄 만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거 뭐야? 누가 있는데?] [인간?]아우리엘의 말마따나 중력장 근처엔 후드를 뒤집어쓴 노인이 있었다.
반가운 얼굴에 스텔라는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했다.
‘바, 발루두크다! 녀석이 중력장을 작동시키려 하고 있어!’
놀람은 반가움으로 이어졌고, 반가움은 곧 스텔라를 기세등등하게 만들었다.
[저게 바로 내가 말한 중력장이다, 아우리엘. 너희 천족을 무력화시킬 비장의 한 수지.] […….] [아까 나더러 뭐라고 했더라? 있으면 당장 작동시켜 보라고 했나?] [자, 잠깐……!] [발루두크! 지금이다! 바로 작동시켜!]스텔라의 천공을 가로지르는 외침.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발루두크가 중력장의 버튼을 눌렀다.
즈와아아아아앙-
순간 반경 5㎞로 무형의 파장이 퍼져나갔고.
[크윽……!]아우리엘은 땅에 처박힐 충격에 대비해 온몸에 힘을 줬다.
다른 천족도 마찬가지.
[중력이 다섯 배 늘어난다! 다들 대비하…… 응?]하지만 중력장이 먹힌 대상은 천족이 아니었다.
[흐어어어억!] [모, 몸이……!] [무, 무거워!] [우, 움직일 수가 없어!]다름 아닌 마족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