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1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11화
천마 대전의 장소로 이동하자마자, 지크는 보았다.
하늘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들릴 때마다 쏟아져 내려오는 무수한 사람의 물결을.
‘저건…… 천족?’
천족은 처음 보지만 구분이 어렵진 않았다.
하나같이 하얀 날개를 달고 있었으니.
하지만 천족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지상엔 이미 붉은 피부의 마족들이 박쥐 날개를 펄럭이며 대기 중이었다.
천족보다는 숫자가 확연히 적었지만.
‘시작됐구나, 천마 대전이.’
소리를 듣고 왔으나 한발 늦었다.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무수히 쏟아내는 저 하늘의 구멍을 도중에 메꿀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제길, 그토록 천마 대전을 막으려 했건만…….’
자신이 자리를 비운 잠깐 사이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에스카를 죽이러 이동하는 그 잠깐 사이에.
‘이미 벌어진 일. 천마 대전을 막을 방법은 없어.’
게이트가 열렸다는 건 이미 수많은 사람이 제물로 희생됐다는 의미.
전쟁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빠르게 종식할 방법은 있었다.
‘중력장을 이용하자.’
어수선한 틈을 타 중력장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곤 중력장의 내부를 열어 손보기 시작했다.
‘현재 천족의 날개를 떨어트리도록 설정된 상태. 이걸 마족의 날개로 바꾸기만 하면…….’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장인의 손재주 스킬이 이럴 때 도움 되는군.’
기술이라곤 배운 적 없음에도 지크는 능숙하게 중력장의 설정을 변경한 뒤 아공간에서 푸른 빛의 광물들을 꺼냈다.
중력장을 작동시키기 위한 필수 재료인 아크니움이었다.
‘이쪽 중력장은 준비됐고…….’
이번엔 에스카에게서 가져온 중력장 차례다.
아공간에서 5m 크기의 반지 모양 장치를 꺼낸 뒤 똑같은 작업을 수행했다.
단시간에 두 개의 중력장이 준비를 끝마쳤다.
마족의 날개를 떨어트릴 준비를.
‘이제 마족들이 범위에 들어올 수 있게 위치를 옮기면 끝이야.’
다만 옮기는 중에 들킬 수 있으니 환술을 이용하기로 했다.
모습도 마족과 같은 편인 발루두크로 위장하고.
여기까지가 지크가 꾸몄던 일.
‘이제 작동시켜 볼까?’
천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력장의 버튼을 눌렀다.
즈와아아아아앙-
박쥐 날개를 펄럭이던 마족들이 단숨에 무릎을 꿇었다.
날아다니던 놈들도 예외 없이 바닥에 처박힌다.
중력이 다섯 배로 증가하니 그럴 수밖에.
[모, 몸이 무거워…….] [크윽, 중력장이 왜 우리한테……?] [스텔라 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스텔라 님!]마족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스텔라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상황을 파악하기에 바빴으니까.
[설마…… 스텔라 님이 배신을?] [역시 천족 나부랭이를 믿는 게 아니었어!]곳곳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랄 것 없이 중력장을 준비한 스텔라를 원망한다.
정작 스텔라는 당황을 금치 못했지만.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천족은 멀쩡하고 왜 우리 마족 병사들이…….]스텔라가 당황한 눈으로 발루두크를 쳐다봤다.
아니, 발루두크였던 사람을.
꿀렁꿀렁-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지크를 본 스텔라가 입을 쩍 벌렸다.
[너, 너는……!]“오랜만이야, 성녀. 이런 곳에서 보니 반갑네. 널 밟아줄 기회가 생겨서.”
지크는 진심을 담아 미소 지었다.
기다리던 퀘스트가 떠올랐던 탓이다.
【돌발 퀘스트 : 천마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라!】
└3천 년 전에 일어났던 천족과 마족의 전쟁이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습니다.
└천족의 편을 들어 전쟁을 승리로 이끄십시오.
└마족 병사 절반 처치 0/25,293명
└랜덤으로 스탯 10,000 증가
└7차 스킬 숙련도 20 증가
스케일이 커서 그런지 돌발 퀘스트치곤 보상이 꽤 세다.
다만 난이도는 그렇지 않았다.
‘마족 병사 절반을 처치하라고?’
현재 마족 병사의 수는 5만.
그중 절반이라면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아니, 오히려 쉬워.’
마족 병사는 현재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
5만의 병력 중 절반이 날갯짓도 못 하고 무력하게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다.
이런 녀석들을 제압하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으나…….
‘왜 스텔라를 죽이는 퀘스트는 뜨지 않는 거지?’
모든 일의 원흉이자 총괄 책임자인 스텔라가 눈앞에 있음에도 죽이지 못하는 게 지크가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였다.
‘돌발 퀘스트인 걸 보면 메인 퀘스트는 분명 스텔라를 죽이는 걸 텐데…… 일단 마족 병사들을 처리해야 뜨려나?’
그동안의 패턴을 추측해 보면 그것이 가장 유력할 터.
뭐가 됐든 지크는 스텔라에게 다가갔다.
사신의 발걸음이었다.
* * *
애써 정신 차린 스텔라는 상황부터 파악했다.
‘조금 전까지 발루두크라 믿었던 자의 정체가 다름 아닌 신의 후예였어. 놈이 중력장을 가동했고.’
그리고 그 중력장은 어이없게도 천족이 아닌 마족의 날개를 떨어트렸다.
스텔라의 얼굴이 흉신처럼 일그러지는 건 당연한 수순.
‘저놈이……. 저놈이 모든 걸 망쳤어!’
스텔라는 신의 후예를 노려봤다.
놈이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이제야 알겠어. 그동안 선구자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던 이유를.]스텔라의 목소리엔 분노가 담겨 있었다.
[네가 발루두크와 클리포드를 죽였구나!]“그뿐이겠어? 서대륙의 리치 드래곤까지도 모조리 척살했지.”
‘어쩐지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로도 연락이 되지 않더라니…….’
망했다.
중력장으로 상황을 역전시켜 보겠다는 작전이 완전히 망해 버렸다.
하지만 아직 희망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중력장 범위에 마족 전체가 걸려든 건 아니야. 아직 절반은 움직일 수 있어!’
그래봤자 2만 5천의 병력.
15만의 천족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지만 이걸로 어떻게든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죽더라도 저 썩을 놈의 팔 한 짝은 가져가야…….’
그때 스텔라가 움찔 놀랐다.
지크가 갑작스레 팔을 들었기 때문.
그의 손아귀에는 컨트롤러로 보이는 장치가 있었다.
“쫄지 마. 하나 더 가동하려는 것뿐이니까.”
[뭐, 뭘 가동한다는…….]“중력장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크가 버튼을 눌렀다.
즈와아아아아앙-
아까와 같은 파장이 주변을 뒤덮었고, 곧이어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퍽!
퍽퍽!
퍽퍽!
날아다니던 마족 병사들이 떨어지는 새처럼 땅으로 처박힌 것이다.
그로 인해 몇몇 병사의 머리가 곤죽이 되었고, 살아남았더라도 최소 중상을 면치 못했다.
날아다니던 병사에게만 중력장이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서 있던 병사들은 다섯 배의 중력을 못 이겨 죄다 무릎을 꿇었으며 엉금엉금 기어야 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멀쩡히 걸어 다니는 병사가 없었다.
5만의 병사 전원이 중력장에 의해 무력화된 상황.
‘끄, 끝났어. 진짜로.’
이젠 희망의 불씨조차 보이지 않는다.
* * *
스텔라가 허탈해하는 사이.
천족의 1품 천사 아우리엘은 지금의 상황을 나름대로 이해해 봤다.
‘중력장이라는 게 가동된 듯한데, 어찌 된 일인지 천족이 아닌 마족에게 적용되었어. 그건 저기 있던 인간의 짓이었고.’
조금 전까지 노인이었던, 중력장을 작동시킨 범인.
이름은 모르나, 아우리엘은 그를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덕분에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스텔라의 밑에서 일하던 저 인간이 배신을 한듯하군. 스텔라가 저렇게 당황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말이야.’
마족들이 준비했다던 중력장을 만지고 작동시키는 걸 보면 같은 편이 확실하다.
‘아마도 중력장을 만든 기술자겠지. 무슨 이유로 배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잘됐어!’
그러나 아우리엘의 예측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Tablette de l’Impôt de Navres(나오거라, 나의 종이여).”
인간이 술법으로 짐작되는 시동어를 외우자마자, 그의 앞에 11명의 언데드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동시에 외치며 부복하는 그들을 보자, 아우리엘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기, 기술자가 언데드를 소환해? 아니, 그보다 언데드가 어떻게 말을……?’
언데드란 언어 구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덜떨어진 사역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데 보란 듯이 판게아 대륙어를 쓰는 데다 느껴지는 마력도 범상치 않다.
‘죽음의 냄새가 느껴지는 걸로 보아 언데드가 분명한데 대체 어떻게…….’
놀란 눈으로 기술자라 생각했던 인간을 바라봤다.
변장술에도 능한 데다 전투 천사에 버금가는 존재들을 사역하는 저 남자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궁금증이 일었지만, 지금은 전쟁이 우선이었다.
언제 중력장이 풀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마족들이 무력화됐다! 저 간악한 마족들의 목을 쳐라!]칼을 빼 들며 소리치자, 함성과 함께 전투 천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마족 병사들을 상대하기란 밥을 떠먹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 * *
천족들이 나서는 모습을 보며, 지크가 명령내렸다.
“전원, 천족을 도와 마족을 쓸어버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소리친 10명의 언데드 선구자가 저마다의 마법으로 마족 병사들을 공격했다.
유일한 오러 유저인 말리고르는 검을 빼 들고 전차처럼 돌진했다.
[크아악!] [커허럭!] [사, 살려, 케흑!]날갯짓할 힘도 없는 마족들을 잡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참수하듯 목을 베거나 마법으로 태워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일방적인 학살.
물량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승기는 이미 기울어진 상태였다.
‘이 정도 속도면 퀘스트도 금방 완료되겠어.’
힐끔 본 지크의 시야에 메시지가 속속 떠올랐다.
[마족 병사 절반 처치 12,283/25,293명] [마족 병사 절반 처치 14,561/25,293명] [마족 병사 절반 처치 17,008/25,293명]………………
…………
……
선구자들이 죽인 수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숫자가 올라가고 있다.
꼭 자신의 부하가 죽여야 카운트되는 건 아니었던 모양.
넋 나간 표정을 짓는 스텔라의 모습에, 지크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갔다.
“이제 끝났어, 스텔라.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어, 어떻게 선구자들을 소환수로……?]“그냥 죽여서 언데드로 만들었더니 저렇게 충실한 부하가 되더라고.”
[…….]“어때? 자신의 부하들에게 당하는 소감은?”
이미 자포자기한 상대에게 이죽거리는 사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족 병사 절반 처치 25,293/25,293명 완료!]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탯 10,000이 증가합니다.] [보상으로 7차 스킬 숙련도 20이 증가합니다.]기다리던 완료 메시지.
그리고 연이어.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기다리던 메인 퀘스트까지.
그런데…….
‘어?’
퀘스트 내용이 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