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1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15화
‘뭐? 자기를 꺾으라고?’
꺾으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지만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
[그렇다. 나를 힘으로 꺾어보거라. 그럼 원하는 정보를 주도록 하지.]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하는 천왕을, 지크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속마음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그러나 전혀 읽을 수가 없다.
다른 천족들은 잘만 됐는데도.
‘천계의 왕이라 이건가? 전혀 통하지 않네.’
놈의 의도를 모르겠다면 대놓고 물어보면 될 터.
“굳이 나와 싸우려는 이유는?”
[심심했거든. 아주 많이.]답을 들으니 더 황당했다.
고작 싸우는 이유가 심심해서라니.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이라던가 분노 같은 건 전혀 안 느껴지잖아?’
수많은 천족의 병사들이 죽었음에도 그런 건 알 바 아니라는 듯한 태도다.
마치 남의 일이라는 듯한 시선.
‘뭐 좋아. 어차피 말을 안 하면 힘으로 제압할 작정이었으니.’
지크가 다크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며 전투태세를 취하자, 천왕도 왕좌에서 일어나 손바닥을 든다.
번쩍!
빛이 내리쬐나 싶더니 손아귀에 기다란 황금빛의 창이 나타났다.
[전투 천사들을 뚫고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실력은 범상치 않다만, 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 나는 여기 있는 천족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거든.]“같은 천족끼리 격을 나누기는. 네가 무슨 신이라도 되냐?”
[그렇다. 나는 신이다.]“뭐?”
농담처럼 던진 말에 진담이 돌아왔다.
‘신이라고?’
속마음을 읽는 건 불가능했지만 진실을 파악하는 건 가능했다.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상대는 정말로 신이었다.
천족이나 마족 따위가 아닌.
‘신? 설마 신족?’
문득 13세트 효과가 떠올랐다.
신족을 상대로 했을 때 공격력이 300%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었다.
“네가 신족이라는 거냐?”
[그렇다. 아둔한 인간이여. 너는 재수 없게도 상대를 잘못 만난 것이다.]“아니, 제대로 만난 것 같은데?”
처음 세트 효과를 봤을 땐 신족을 상대할 일이 어디 있냐며 투정 부렸었다.
한데 지금 눈앞에서 창을 들고 있다.
‘시스템은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신족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걸.’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퀘스트로 유도하여 이쪽으로 이끌은 건 다름 아닌 시스템이었으니까.
지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어봤다.
“시스템이 뭔지는 아냐?”
[뭔 질문인가 그건?]‘모르는 모양이네.’
시스템을 만든 신인가 싶었는데 아닌 모양.
그렇다면 마음껏 싸울 수 있으리라.
[질문은 나를 이긴 다음에 하거라.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천왕이 그리 말하며 창끝에 힘을 끌어모았다.
범접할 수 없는 마력이 느껴진다.
‘저딴 거 차단하면 그만이지.’
마력 흡수를 발동시키자, 단숨에 사라지는 마력.
흠칫 놀란 천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지금 뭘 한 거지?]“뭐가?”
[내 마력을 빨아들였나?]“노코멘트다.”
지크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을 읽었는지 천왕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다시 한번 마력을 모아보지만 역시나 흩어지는 마력.
천왕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후후,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순간 천왕의 몸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흘러나왔다.
[내게는 마력만 있는 것이 아니지.]마력과는 다른 빛의 기운이 전신에서 흘러나온다.
마력을 차단했음에도 저런 기세를 내뿜는 걸 보면 확실히 다른 기운인 건 맞다.
‘그렇다면…….’
지크는 아공간을 열어 가면을 꺼냈다.
성녀를 죽이고서 얻은 빛의 가면이었다.
스윽-
별안간 빛처럼 번쩍이는 가면을 쓰자 천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뭐 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디…….]빛의 기운이 창끝에 모이며 더욱 강렬해졌다.
[짐을 즐겁게 해보거라!]천왕이 외침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빛의 기운이 모인 창을 매섭게 찔러온다.
휙휙휙!
지크는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천왕의 찌르기를 피했다.
‘속도가 빨라. 따져보면 크리오스 스승님과 비슷한 정도? 하지만 대응 못 할 수준은 아니야.’
수준은 그랜드 오러 마스터였지만 미래 예지 능력이 있어서 모조리 피할 수 있었다.
천왕이 무슨 노림수를 쓰든, 3초 뒤의 미래가 지크에겐 보였으니까.
[하하! 날다람쥐처럼 잘도 피하는구나! 검을 쓰는 걸 보고 어느 정도 기대는 했었는데 이토록 잘 피하다니. 기대 이상이군!]감탄을 터트린 천왕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적수를 만났다는 얼굴.
하지만 오래 끌 생각은 없는지.
[과연 다음 공격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곧장 다음 수를 던진다.
찌르기를 시도하던 천왕의 창에서 갑자기 빛이 터진 것이다.
번쩍!
빛은 단숨에 지크를 집어삼켰고, 피할 틈이라곤 없었다.
굳이 피할 필요도 없었지만.
* * *
헤브리엘은 오랜만의 대련에 즐거움을 느꼈다.
‘여러모로 칭찬할 만한 인간이구나. 이 몸이 신력을 쓰게 만들다니.’
원래는 창에 마력을 씌워 적당히 싸워주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마력을 차단하는 능력을 가진 걸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마력이 아닌 신력으로 상대해 주겠다고.
‘신의 에너지인 테라가 일부 들어간 신력이니만큼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
신력을 머금은 창은 가히 태산도 가를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지는 법.
길어야 10초 버티는 게 고작일 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대는 1분을 버텼고, 단 한 번도 창에 적중당하지 않았다.
신력을 전신에 운용하며 속도와 파괴력을 끌어올렸음에도 대응하고 피해냈다.
‘허허, 움직임이 절묘하구나. 분명히 보고 찔렀는데도 창이 향하는 곳마다 허공을 가르니…….’
마치 공격할 곳을 미리 알고서 피하는 듯한 움직임.
피하는 것만은 수준급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기술을 쓰기 전까지다.
창에 머금은 신력을 터트리는 기술 [빛의 폭발].
이거라면 제아무리 빨라도 대응하긴 어려우리라.
여태껏 그것을 피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으니.
[과연 다음 공격도 막을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짧게 예고해 준 뒤 빛의 폭발을 시전했다.
번쩍!
섬광이 인간의 몸을 삼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끝났다.’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그것도 잠시.
‘음?’
불에 덴 듯 전신이 활활 타버렸어야 할 상대의 몸엔 그을음조차 없었다.
‘뭐지? 왜 빛의 폭발을 정면으로 받았는데도 멀쩡한 거지?’
분명히 보았다.
섬광이 놈의 전신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한데 어떻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자신이 발동시킨 빛의 폭발이 별안간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헉!]번쩍!
간발의 차로 피해낸 헤브리엘은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내 공격이 반사되어 돌아왔다? 어떻게 된 거지?’
느낀 에너지로 보면 50% 정도만 반사된 듯하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 위해 신력을 끌어올렸다.
휙휙휙!
창으로 몇 번 찌르다가 아까 사용했던 빛의 폭발을 터트렸다.
번쩍!
‘이번에도 적중했…….’
그러나 헤브리엘은 말을 잇지 못했다.
되돌아오는 자신의 기술을 서둘러 피해야 했으니까.
‘위, 위험했다.’
간신히 피한 뒤 상대를 바라봤지만, 이번에도 생채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빛에 노출되자마자 불에 타는 고통을 느껴야 하건만, 반응이 전혀 없다니…….’
흡사 빛 속성에 면역이라도 있단 말인가?
더구나 자신이 시전했던 빛의 폭발이 되돌아오기까지 하니 놀랍기 그지없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능력이구나.’
기술이 가로막힌 막막한 상황임에도 헤브리엘은 입꼬리를 올렸다.
놈의 한계를 알고 싶어졌다.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나 보자꾸나!]신력을 끌어올리던 천왕이 외침과 동시에 창을 던졌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날아드는 창을, 지크는 피할 수 없었다.
단번에 몸이 꿰뚫려도 모자랄 일격.
하지만.
[음?]빛의 창은 지크의 몸에 닿기도 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놀라는 천왕의 눈.
[호오, 이것도 막았단 말인가?]하지만 감탄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빛의 창이 자신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으니까.
푸확!
관통당한 어깨.
[크윽!]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심장이 아니길 다행이었지만, 그보다는 상대의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미친 인간이로다. 빛의 창마저도 그대로 반사해서 되돌려주다니…….’
천왕과 달리 타격이라곤 전혀 입지 않은 지크가 천천히 다가갔다.
“피하기만 하니 질리는데, 슬슬 공격 좀 해봐도 되나?”
“부디 죽지 말길.”
지크의 다크 오러 블레이드가 순식간에 호선을 그렸다.
천왕의 팔 한 짝이 장난감처럼 떨어진다.
[크, 크아아악!]“엄살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지크의 몸이 한 바퀴 회전하더니 천왕의 다리 한 짝을 베어냈다.
중심이 무너지며 천왕의 몸이 기울었다.
쿵!
[크으억!]피를 토하던 천왕은 위기를 느끼곤 신력을 발산했다.
[주, 죽어라!]천왕의 몸을 중심으로 빛이 번쩍였다.
쿠콰콰콰콰쾅-!
왕궁의 벽이 무너져 내리며 주변이 초토화됐다.
천왕이 흥분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봤다.
‘노, 놈은? 죽었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봤지만,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죽은 모양이군.’
시체도 남기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양.
아무렴, 최후의 일격으로 모든 신력을 폭발시켰으니 그럴 수밖에.
헤브리엘의 입가에 승자의 미소가 지어지는 찰나였다.
“뭘 좋아하고 그래?”
[……!?]“내가 죽은 줄 알았어?”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헤브리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사신과도 같은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멀쩡한 몰골로 가면 속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어, 어떻게…….]“너 같은 게 신이라면 정말 실망인걸?”
지크는 다시금 팔을 휘둘렀다.
서걱!
[끄아악!]팔이 잘리며 신의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이제 다리 한 짝만 남았네?”
지크의 시선을 읽었는지 헤브리엘의 입에서 다급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자, 잠깐! 끄아아악!]나머지 다리 한 짝까지 잘려버린 천계의 왕은 이제 사지 없는 몰골이 되었다.
“어때? 이 정도면 여흥을 달래기엔 충분했나?”
[끅, 꺼으…….]고통이 심한 터라 대답할 정신이라곤 없었다.
‘아, 안 되겠다. 테라를 써서라도 회복시켜야…….’
곧이어 헤브리엘의 몸에서 아까와 같은 신력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잘렸던 팔다리가 빠르게 재생했다.
마치 시간을 돌린 것처럼.
“호오. 뭐야? 팔다리가 다 돌아왔네? 어떻게 한 거야?”
[큭, 내 공격이 일절 통하지 않는다니……. 네놈이 강한 인간이라는 건 인정하마.]“재밌었다는 뜻이지? 심심하진 않았고?”
[…….]재밌었을 리가 있는가?
죽다 살아났는데.
‘아니,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어.’
천왕은 처음과 달리 지크를 경계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마음만 먹으면 녀석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아직 경계를 풀 때가 아니다.
[소, 솔직히 너를 만만히 여겼던 건 사실이다. 그건 사과하지…….]“내가 사과나 받자고 너랑 놀아준 게 아니야.”
[그, 그래. 나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했었지? 뭔지 말해보거라. 뭐든 말해주지.]“이미 물어봤잖아. 인간계로 차원 이동할 방법이 있냐고.”
헤브리엘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건 불가능하다.]“왜?”
[인간계는 천계나 마계와 달리 창조신의 보호를 받는 구역. 우리 마음대로 드나들 수는 없는 법이다. 인간을 제물로 삼지 않는 한 말이지.]“나를 인간계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천계를 박살 내버릴 거야.”
[그러든 말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창조신이 아닌 한 대가 없이 차원 게이트를 여는 건 불가능해.]협박도 해봤지만, 천왕에겐 통하지 않았다.
‘자신은 천족이 아닌 신족이라 상관없다 이건가?’
이참에 궁금증이 들어 물었다.
“신족이 왜 천계에서 왕 노릇을 하는 거야?”
[으음, 이유가 좀 그렇긴 한데…….]“뭔데?”
[따분해서 말이지…….]지크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왕 노릇을 하는 이유가 따분해서란다.
“그래서 날 보내줄 수 없다고?”
[그, 그렇다. 창조신이 아닌 한 불가능한 일이지.]지크는 헤브리엘을 주시했다.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거짓은 아니었다.
“창조신이라는 녀석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왜? 창조신에게 집에 보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할 셈인가?]“어. 안 돼?”
[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창조신은 신계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니까.]말하자면 자신도 창조신을 찾을 수 없다는 소리.
‘그럼, 퀘스트대로 마계로 가야 하나?’
마음은 인간계로 가고 싶었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럼, 마계로는 갈 수 있지?”
지크의 물음에 천왕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마계는 갈 수 있다. 천계와의 차원 통로가 이어져 있으니까. 다만…….]천왕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지 우물쭈물했다.
“또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