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1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18화
【메인 퀘스트 : 나 자신에게 죽어라.】
└나 자신에게 죽어라.
└나 자신에게 죽어라.
└나 자신에게 죽기
└없음
지크는 그 어느 때보다 당황했다.
‘이게 무슨 퀘스트야? 나 자신에게 죽어라?’
자신에게 죽으라니.
여기에 자신이 어디 있단 말인가?
‘철학적인 의미인가? 대체 뭐지?’
퀘스트를 읽었음에도 이해되지 않았다.
난센스 퀴즈인가 싶을 정도.
게다가 보상도 없다.
머릿속이 안개에 싸인 것처럼 막막해진 가운데.
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퀘스트를 읽었군. 그렇지?]퀘스트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선을 돌리니 벨제뷔트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놀란 표정이 일품이군.]“네가 어떻게 퀘스트에 대해…….”
[황당한 퀘스트가 떴겠지. 나 자신에게 죽으라는.]그걸 어떻게 알지?
퀘스트창이 보이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여태껏 그 누구도 시스템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천왕이라는 신족조차도.
‘서, 설마?’
[그래.]벨제뷔트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씨익 웃었다.
[너에게 퀘스트를 내린 사람이 바로 나다.]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동안 퀘스트를 내리는 신적인 존재가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게 다름 아닌 마왕이었다니.
하지만 이 정도는 놀라운 축에도 들지 않았다.
이어진 마왕의 말에 비하면.
[나 자신에게 죽으라는 퀘스트가 무슨 의미인지 의아하겠지. 말 그대로다. 나한테 죽어라, 지크.]“너한테 죽으라니. 무슨…….”
[내가 바로 너다.]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마왕이 갑자기 헛소리를 지껄이니.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X발. 시스템까지 지랄이네.’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지크의 혼란을 정리해 주겠다는 듯, 마왕이 말했다.
[아무래도 본모습을 보여줘야 믿겠군.]곧이어 마왕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껍데기를 벗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족의 모습에서 바뀌고 있다.
다름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웃기지 마. 내 모습을 따라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
부정하던 지크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마왕이 변신한 건 지크 본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환생하기 전의 모습인 최강준, 본연의 모습이었다.
[어떤가? 오랜만에 지구의 모습을 마주한 느낌은?]“…….”
“아, 마족 같은 이 목소리도 때려치우지.”
지크는 벨제뷔트, 아니, 최강준으로 보이는 사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구의 자신과 똑 닮은 것이 마치 거울을 마주 보는 듯하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전생의 모습을 어떻게…….’
지크의 모습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최강준의 모습은 불가능하다.
지구의 자신을 엿본 게 아닌 이상.
‘정말로 이 녀석이 나한테 퀘스트를 줬던 신이라고?’
“그렇다. 엄연히 말하면 인간이지만 네가 아는 의미의 신이라고도 볼 수 있지. 너를 이곳으로 환생시킨 것도, 여태껏 퀘스트를 내린 것도 전부 나니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말에도 곧잘 대답한다.
아무래도 생각을 읽는 모양.
기분이 나빴지만 따질 틈이라곤 없었다.
지금은 놀라기에도 바빴으니까.
“하…… 신을 자처하는 놈이 내 모습을 흉내 내다니. 악취미군.”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이게 바로 내 본모습이니.”
“네가 나라고?”
“그렇다. 나는 최강준. 어떻게 보면 미래의 너라고 볼 수 있지.”
미래의 나?
‘개소리 집어치워. 말이 되는 소리야? 그게?’
지크는 부정했지만, 미래의 최강준은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왕좌에 다시 걸터앉아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
“믿지 못하나 본데, 아무래도 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군. 조금 길겠지만 잘 들어라.”
그렇게 말하며 미래의 최강준이 덤덤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내가 살던 지구는 네가 살던 곳과 같은 곳이었다.”
던전과 괴수, 능력을 각성한 헌터가 뒤엉킨 세상.
그는 그런 곳에서 최강준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고아로 자란 것까지도 동일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었다.
바로 각성 스킬이었다.
[마력 흡수]를 가진 현재의 최강준과 달리, 미래의 최강준은 [능력 흡수]라는 스킬을 각성했다.대상을 죽이면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지크처럼 2차 각성 스킬, 3차 각성 스킬, 뭐 그런 것도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건 달랑 [능력 흡수] 스킬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스킬의 영향력은 막강했지.”
능력의 한도도 없었기에 대상을 죽이기만 하면 능력을 갈취할 수 있었다.
이론상 양심을 저버리기만 하면 무한하게 성장하며 강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의 위험성을 알았는지, 시스템이 나를 보내버리더군. 다른 차원으로.”
죽음에 이르던 순간, 난데없이 판게아 대륙으로 환생한 최강준은 억울했다.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없이 홀로 외딴 세계에 버려진 것이다.
“어이가 없더군. 능력을 잘못 쥐여준 건 시스템이면서 나를 이곳에 보내버렸다는 게.”
최강준은 지크 맥러플린이란 이름으로 살아갔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구로 귀환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닥치는 대로 죽이는 거였다. 이곳의 인간들을 죽이다 보면 차원 이동에 관련된 능력이 들어오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지.”
다행히 각성 시스템은 그대로였기에 이곳 판게아의 인간들을 죽이며 능력을 모을 수 있었다.
죄 없는 시민도 죽여봤고, 범죄자도 죽여봤다.
평민, 귀족, 노인, 아이, 가릴 것 없이 죽이며 능력을 얻었다.
심지어 드래곤까지 죽여 용의 힘도 얻었다.
그렇게 무한히 성장하고 있는 차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12인의 선구자들이 천마 대전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놈들에겐 마족이라는 후견인이 있었지. 마족을 죽여본 적은 없었기에 나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차원 이동 능력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마족을 부르는 법을 선구자로부터 알아낸 뒤, 처녀 다섯을 제물로 바쳤다.
그렇게 부른 마족을 죽이자, 비로소 얻을 수 있었다.
[차원 이동] 능력을.“하지만 이 능력엔 제약이 있었지. 죽인 대상의 차원만 이동할 수 있다는 제약이.”
미래의 최강준은 마족을 죽이고 마계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고위 마족 72명을 죽이며 능력을 모두 흡수.
단숨에 최강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벨제뷔트까지 죽이고 나자, 이번엔 천족을 죽여보고 싶더군. 천족을 죽이면 지구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지.”
끝까지 지구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최강준은 이번엔 천계를 정벌하기로 했다.
하지만 천계로 갈 방법이 없었다.
제물로 삼을 천족이 마계에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천마 대전이었지.”
천족과 마족이 모이는 천마 대전 때 인간계에 강림한다면, 천족을 제물로 삼아 천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모습을 바꾸고 벨제뷔트인 척했지. 이곳 마계에서.”
벨제뷔트 행세를 하며 천마 대전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이끌던 최강준이었으나 문제가 없진 않았다.
“이미 걷잡을 수 없도록 힘이 커진 내가 인간계에 현신하려면 막대한 양의 인간 영혼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최강준은 한 가지 방법을 강구했다.
악마의 부활서라는 여섯 권으로 나뉜 책을 인간계에 퍼트려 자신을 강림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행히 리치 드래곤들은 인간의 영혼을 책에 차곡차곡 모아 나를 판게아 대륙에 강림시켰다. 천마 대전에서 승리할 작정으로.”
하지만 승패 따위엔 관심이 없던 최강준은 그대로 천족을 제물로 삼아 천계로 이동한다.
“천계로 간 뒤로는 말할 것도 없이 학살을 벌였지. 6품부터 1품 전투 천사까지. 모조리 죽이며 능력을 갈취했어.”
그렇게 천계의 전투 천사들을 몰살시키고 천왕까지 이르는 데는 불과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천왕 헤브리엘을 죽이려던 때였지. 놈이 벌벌 떨며 이실직고하더군. 자신은 천족이 아닌 신족이며 시스템을 만든 존재를 알고 있다고.”
시스템을 만든 창조신.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은 최강준은 신을 만나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능력 흡수라는 사기적인 힘을 줬는지, 반드시 묻고 싶었다.
그렇게 최강준은 천왕을 제물로 삼아 신계로 향했다.
“수많은 신족을 죽이며 ‘테라’라는 에너지를 얻었지. 처음엔 이게 뭔지,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어. 시스템이 알려주기에 그런가보다 싶었지.”
차곡차곡 능력과 테라를 쌓아가며 신계마저 쑥대밭으로 만들던 와중,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시스템을 만든 창조신인 ‘엘’을.
“나는 그놈에게 곧장 물었지. 대체 왜 나를 여기로 이끌었냐고. 능력 흡수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왜 만들었냐고. 왜 내가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냐고. 그렇게 따져 물었더니 뭐라는지 아나?”
돌아온 답은 가관이었다.
“내가 누구냐고 도리어 묻더군.”
창조신은 최강준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가 한 일이라곤 시스템을 만들고 지구에 적용한 것뿐이었다.
“지구에 적용한 이유는 간단했지. 인간들이 약하니까.”
지구에 침공할 괴수들을 막기엔 너무도 약한 존재인 인간들을 강화하기 위해, 각성이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었다.
“녀석이 말하더군. 급하게 설정하다 보니 능력 흡수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만들게 됐다고.”
신도 처음엔 이게 사기급 능력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더랬다.
어쩌다 만들어 놓고 보니 나중에야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 케이스였다.
“놈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능력을 만든 게 아니었어. 그 능력이 미칠 영향까지는 생각해 두지 않은 거지.”
뒤늦게 심각한 밸런스 붕괴의 원인이 될 것을 예견한 창조신은 능력을 수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적용된 시스템을 고치긴 어려웠고, 급하게 조건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각성자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 오류라는 이유로 판타지 세계로 환생시키기로.
“당시의 나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이었다. 아무런 능력도 없었기에 괴수에게 죽기 딱 좋았지.”
이것이 미래의 최강준이 난데없이 판타지 세계로 환생하게 된 이유였다.
“의문을 해소했지만 허탈했다. 이 빌어먹을 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그 뒤로 최강준은 물었다.
자신을 지구로 돌려보내 줄 수 있냐고.
창조신은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불가능하다고.
이후로 최강준이 한 일은 간단했다.
신을 죽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