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19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19화
“창조신을 죽인 뒤, 나는 녀석의 막대한 테라를 흡수했다. 한마디로 유일신이 되었지.”
추가로 시스템을 조정하는 능력까지도 얻었다.
하나, 시스템 조정엔 신의 에너지인 테라가 들어갔다.
“테라를 소비해서 시스템을 건드려 봤지. 하지만 특정 부분만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을 뿐, 다른 능력은 가능해도 지구로 귀환하는 능력 같은 건 만들어 낼 수가 없더군.”
미래의 최강준은 신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봤다.
전 차원계를 지켜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테라가 소비되었다.
그렇기에 다시 신족을 학살해 테라를 수급할 수밖에 없었다.
“학살에 학살만을 더하다 보니 이제는 지긋지긋해졌다. 핸드폰이 있고 문화가 있는 고향이 그리워졌지.”
하지만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창조신도 자기 손으로 죽였고 설상가상으로 지구도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다.
헌터들만으로는 괴수라는 막강한 재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긴 시간이 흘러 지구는 멸망했다. 나는 이제 돌아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됐지.”
절망하던 그때.
예상치 못한 기적이 발생했다.
아니, 발견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리라.
지구와 똑같은 평행차원을 발견했으니까.
“지구뿐만이 아니었다. 천계, 마계, 판게아까지도 모두 똑같이 닮은 차원이었지.”
평행차원을 발견한 건 행운이었다.
그곳은 이제 막 괴수의 침공이 시작되고 시스템이 적용되던 시기의 차원이었다.
어떻게 보면 과거의 차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곳.
“이때부터 계획을 짰지. 평행차원의 지구로 가기 위한 계획을.”
계획은 단순했다.
평행차원의 최강준을 끌어들여서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
그를 제물로 삼으면 지구로 귀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과거의 나를 제물로 이용한다는 게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지구로 귀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으니.”
자신이 아는 지구였지만 어떻게 보면 새로운 지구였다.
멸망하기 전에 존재했던 과거의 지구였으니.
“지구로 돌아가고 싶었던 나는 테라를 소비하여 능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너에게 부여했지. [마력 흡수]라는 능력을.”
여기에 더불어 2차부터 7차 스킬까지도 전부 만들어 냈다.
마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스킬을 만들어 내면 시스템이 부적합하다고 판정.
죽음의 조건을 채웠을 때 자동으로 판타지 세계로 환생하도록 만들려는 의도였다.
판게아 대륙으로 끌어들여야 자신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너는 의외로 잘도 살아남더군. 마력이 없는 세상이라 따지고 보면 무능력자나 다름없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행한 게 용군단을 불러들이는 일이었다.
“용군단을 불러들여서 지구가 더 빨리 망하도록 만들었지.”
“뭐? 네가 돌아갈 곳을 일부러 망하게 했다고?”
“그렇다. 특전 발동으로 시간을 멈추게 만들면, 내가 돌아갈 때쯤 지구는 아직 용군단에게 멸망하기 전일 테니 아무렴 상관없지.”
용군단 따위는 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자신이 지구로 귀환하면 멸망을 막는 데 문제없다는 이야기였다.
“지구는 그렇게 전멸 직전에 이르렀고, 그때가 되어서야 바퀴벌레 같던 네놈이 죽을 위기에 처하며 특전이 발동되더군.”
과거의 자신과 똑같이 평행세계의 판게아로 환생한 지크.
미래의 최강준은 그에게 환생자와 더불어 인류의 구원자라는 특전도 추가해 주었다.
인류를 구원할 힘을 갖추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말이다.
“행여나 힘을 키우지 않고 나 몰라라 지냈다간 나를 만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지크로 환생한 평행세계의 최강준을, 미래의 최강준은 한동안 쭉 지켜봤다.
“착실히 강해지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안심되더군. 이제 네놈이 적당히 힘을 키우며 살아가는 동안, 나는 너를 만날 준비를 하면 그만이었지.”
쌍둥이처럼 똑 닮은 성질의 차원이었기에 평행차원이어도 건너가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미래의 최강준은 평행차원의 마계로 건너간 뒤 벨제뷔트를 죽이고 진짜 벨제뷔트 행세를 한다.
판게아로 내려가려면 악마의 부활서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작전은 저번이랑 같았다. 리치 드래곤들이 나를 악마의 부활서로 강림시키면, 그 즉시 너를 찾아가 제물로 만들겠다는 작전이었지. 그럼 난 지구로 귀환할 수 있어. 네가 살던 평행세계의 지구로.”
야심 찬 계획으로 천마 대전을 준비했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천마 대전이 일어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는 점이었다.
“빨리 판게아로 강림해서 너를 제물로 삼고 싶었지만, 천마 대전이 벌어지려면 꽤 긴 시간이 남아 있었지. 강림에 필요한 제물을 모을 시간도 부족했고.”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지크가 암살자에게 당할 뻔한 사건이 벌어진다.
지크가 죽으면 곤란했던 미래의 최강준은 그 순간 급히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라는 시스템을.
“퀘스트로 네놈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릴 수 있었지. 위기 상황을 미리 알려줄 수도 있었고.”
퀘스트는 지크를 움직이게 하기에 훌륭한 수단이었다.
신의 눈으로 상황을 다 지켜보면서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 있었다.
“다만 대가 없이는 수행하지 않을 걸 알기에 퀘스트마다 보상이 필요했는데…… 이걸 만드는 데만 해도 적지 않은 테라가 들어간단 말이지.”
하여, 강구한 방법은 다름이 아니었다.
자신의 스탯과 스킬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스탯과 스킬을 보상으로 걸어버리면 테라도 덜 들고 너도 금방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지.”
“그럼…… 내가 여태 받아먹은 보상들이 전부 네가 가지고 있던 스탯과 스킬들이었다고……?”
“그렇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스킬들이 아닌, 전부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었지.”
이미 수만 개의 스킬을 갖고 있는 미래의 최강준이었기에 아쉬울 건 없었다.
넘겨준 스탯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네가 살던 평행세계는 이미 내가 겪어온 과거. 모든 상황은 내 감독하에 있었지.”
12인의 선구자들의 특성이나 천마 대전에 필요한 작전, 행동 패턴 등, 모든 걸 꿰고 있던 미래의 최강준.
그는 벨제뷔트 행세를 하며 천마 대전을 앞당기기 위해 준비했다.
“먼저 스투엘이라는 천사를 정신 지배. 스텔라라는 타락 천사로 만들어 12인의 선구자들을 감독하고 지휘하도록 했다.”
그 후 지구의 SNS 시스템을 모티브로 한 루미노스 포탈스피어를 개발.
12인의 선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심상의 공간을 만들어냈고, 스텔라를 통해 보고받으며 천마 대전의 준비를 이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너에게는 반대로 12인의 선구자들을 막는 퀘스트를 쥐여주면서 천마 대전을 방해하도록 만들었지.”
“대체 왜?”
“그렇게 해야 다급해진 부하들이 하루라도 빨리 악마의 부활서를 모으고 천마 대전을 일으키려 할 게 아닌가?”
예상대로였다.
리치 드래곤과 12인의 선구자들은 지크라는 존재에 위기감을 느끼고 예정보다 일찍 악마의 부활서를 모으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변수가 없진 않았다.
“네가 카르록시나의 동굴에서 악마의 부활서를 얻었던 게 변수로 작용했지.”
마왕을 강림시키려면 여섯 권 모두가 모여야 하는 법.
한 권이라도 빼앗기면 강림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강림은 포기하고 너를 마계로 불러들이기로 작전을 바꿨지. 내 차원 이동 능력을 빗댄 아이템 ‘차원 이동석’을 이용하면 마계로 단숨에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퀘스트를 50개 깨면 얻을 수 있도록 만든 차원 이동석.
그것의 존재 이유가 방금 밝혀졌지만, 지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차원 이동석을 사용해서 이동한 장소는 다름 아닌 천계였기에.
“어째서 마계가 아닌 천계로 이동하게끔 수를 썼는지, 의아하겠지.”
이유는 단순했다.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거든.”
마냥 제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화라도 해보자고.
이대로 죽이기엔 아깝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평행차원이라고는 해도, 어쨌거나 너는 내 자신이잖아? 다른 놈들을 죽이는 것보다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게끔 유도해서 대화라도 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지크가 차근차근 12인의 선구자들을 타파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12인의 선구자가 얼마나 악랄한지 몸소 느끼게 하려고.
“스텔라를 제물로 삼아 천계로 보낸 것도 그런 이유였다. 마족만 쓰레기가 아니라 천족도 똑같은 쓰레기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지.”
그렇게 천왕까지 잡고 마계로 오도록 유도.
지크가 여기까지 도달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유도 다른 게 아니야. 너의 동의를 얻고 싶어서다.”
“동의……?”
“그간 지켜보지 않았나? 인간, 천족, 마족 등. 모든 존재는 썩었다. 서로의 것을 빼앗기 위해 죽고 죽이는 경쟁을 벌일 뿐이지. 이런 썩어빠진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은가?”
미래의 최강준은 그리 말하며 두 팔을 벌렸다.
“얌전히 나의 제물이 되어라. 그리하면 너에게 준 능력은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 완전한 하나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천족과 마족이 판치는 이딴 세상이 아닌 핸드폰과 문화가 있는 진짜 고향인 지구로.”
모든 이야기를 들은 지크는 혼란스러움에 정신이 멍해졌다.
‘강해지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바로 이런 의미였나……?’
자신은 여태 녀석이 주는 퀘스트나 받아먹으며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놈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지금에서야 느꼈다.
‘녀석의 목적은 나였어. 나를 제물로 삼아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것. 오직 그뿐이었어.’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모멸감이 들고 혐오감이 들었다.
눈앞에 있는 미래의 자신에게.
‘아니, 미래라고 볼 수도 없지. 엄밀히 따지면 다른 세계의 최강준이니까.’
몰락한 차원의 최강준은 완전히 타락했다.
능력 흡수라는 사기적인 능력이 그를 인격파탄자로 만들어 버렸다.
살인에 미친 살인광으로 만들어 버렸다.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읽었는지 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나와 뜻을 함께하지 않겠는가?”
“지랄 마.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뿐, 결국엔 나를 제물로 삼아 지구로 귀환하겠다는 거잖아.”
지크는 으르렁거리며 다른 차원의 최강준을 노려보았다.
“너는 미친 사이코패스 정신병자야.”
“허, 내가 사이코패스라고?”
“넌 고작 능력을 얻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어.”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었다. 천마 대전이 일어나면 수십만 명의 시민은 물론 승자의 피날레로 인해 피해는 더 커지겠지. 그런 쓰레기들을 의미 있게 써먹었는데 그게 어째서 나쁘단 말인가?”
“지금도 봐.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잖아.”
지크는 말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아까 네가 그랬지. 나 자신을 죽이는 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껄끄럽다고.”
“그게 뭐?”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 반대도 아니고. 뭐가 더 쉽고 껄끄러운지 무게는 잴 수 없어. 둘 다 어려운 일이거든. 그런데 넌 아주 쉽게 말하고 있지. 그동안 수도 없이 사람들을 죽이며 능력을 갈취했으니까.”
“너도 사람을 죽인 건 마찬가지잖아?”
“그렇지만 너처럼 막무가내로 죽이진 않았어. 내 판단하에 죽어 마땅한 놈들만 죽였고, 인간을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 그런데 넌 뭐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짓을 저질렀나? 아니지. 그저 집에 귀환하겠다는 이기심과 사리사욕으로 움직였을 뿐이지.”
“설교 따윈 집어치워라, 과거의 최강준이여. 보아하니 대화가 통하지 않는군. 내 뜻에 동의할 낌새가 전혀 없어 보여.”
그리 말한 다른 차원의 최강준이 왕좌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는 끝났다. 이제 마지막 퀘스트를 수행해야지?”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내 제물이 되어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