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21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21화
“이, 이게 무슨……. 내가 모은 스킬들이 왜 전부…….”
파르르 눈썹을 떨던 미래의 최강준이 발작하듯 외쳤다.
“내가 그걸 어떻게 모은 건데! 그동안 피땀 흘려 모은 것들을 어떻게 싹 가져가 버릴 수 있어! 어? 말해봐, 빌어먹을 창조신 새끼야!”
그야말로 멘탈이 터진 듯한 모습.
그 모습에 지크는 미소를 지었다.
‘살았어. 놈이 바라는 대로 되지도 않았고.’
안도의 미소였다.
하지만.
“웃어? 감히 날 비웃어? 이 X발 새끼가!”
최강준은 그런 자신을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까와 달리 생각을 읽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능력은 사라진 듯하다.
이제는 읽을 수 있게 된 놈의 속마음을 봐도 그렇고.
‘그나저나 스킬이 몇 개가 들어온 거야? 대체?’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끝낼 때가 왔다.
자신을 꼭두각시처럼 휘두르던,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목숨을.
콰악!
놈을 향해 손아귀를 움켜쥐자, 무형의 힘이 발동됐다.
“꺼억! 끄어억…….”
목을 움켜쥔 최강준의 몸이 조금씩 떠올랐다.
살고 싶은지 발버둥을 쳐댔지만, 두 발이 땅에 닿는 일은 없었다.
-사, 살려…… 숨이… 안 쉬어…….
녀석의 생각이 들려왔지만, 지크는 냉담한 표정으로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뿌드득!
그대로 목이 꺾인 최강준이 발버둥을 멈춘 채 늘어졌다.
염동력을 해제하자 놈의 시체가 볼썽사납게 떨어졌다.
‘끝났다.’
자기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을 죽였다.
기분이 썩 내키진 않았으나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녀석은 수많은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으니.’
허탈하기도 하고 께름칙하기도 한 기분을 느끼며, 지크는 고개를 돌렸다.
창조신 ‘엘’의 홀로그램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생체 반응이 사라진 걸 보니 처치했군요. 미래의 최강준을.]“예.”
[잘하셨습니다. 다른 차원의 자신을 죽인다는 게 썩 유쾌하진 않겠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요. 그가 살아 있었으면 얼마나 많은 시민을 학살하며 능력을 빼앗았을지 모릅니다.]“저는 안 그럴 거라고 확신하십니까?”
능력 흡수라는 사기적인 스킬은 이제 지크에게 들어왔다.
그것에 대한 물음이었지만 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애당초 기대하고 물어본 것도 아니다.
어차피 저건 녹화된 홀로그램일 뿐이니.
하지만 물음을 예상했다는 듯, 홀로그램이 답을 내놓았다.
[능력 흡수 스킬이 넘어간 당신이 안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겠죠. 하지만 저는 믿어요. 과거의 최강준, 당신을.]“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또 다른 평행세계에서 또다시 역사가 되풀이되는 겁니까?”
지크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이곳은 이미 멸망한 세계의 평행세계.
그렇다면 이곳과 같은 또 다른 평행세계가 있을 확률이 높다.
아마도 무수한 평행세계가 있을 테고, 무수한 최강준이 있을 것이다.
‘그 최강준들이 전부 능력 흡수를 얻고 또다시 이 지랄을 떠는 건 아니겠지?’
되풀이되는 부정적인 미래를 그렸지만, 다행히도 홀로그램은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평행세계에 대해 궁금하실 거예요. 이곳 말고도 다른 평행세계에서 또 다른 최강준이 넘어오는 건 아닐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후의 평행세계는 이곳에서 벌어진 세계. 즉, 능력 흡수 스킬이 없는 세계가 될 테니까요.]“그럼, 마력 흡수 스킬을 가지고 평행세계를 살아간다는……?”
방금의 물음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홀로그램은 대답이 없었다.
‘어쨌거나 전부 다 끝났…… 아!’
안도하던 지크는 순간 잊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천마 대전!!!’
미래의 최강준을 죽였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천족들이 지금 인간계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을 것이기에.
“창조신님! 저를 인간계로 보내주십시오!”
[수고하셨어요. 과거의 최강준.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군요.]“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인간계로 가야 합니다!”
[부디 지금 얻은 힘을 이로운 곳에 쓰시길 바랄게요.]다급한 외침이 무색하게 홀로그램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이대로 사라지면 자신은 판게아로 돌아갈 수가 없다.
“창조신님!!!”
[아, 혹시 인간계로 가는 방법을 찾고 계실까 봐 말씀드리는 건데요.]홀로그램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차원 이동 스킬을 미래의 최강준에게 써보세요. 시체에 사용해도 무관하니 판게아로 이동할 수 있을 거예요.]“예?”
[이건 이레귤러 처리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에요. 선물 하나가 더 있지만…… 그건 나중에 알게 되실 테니 저는 이만 물러나기로 하죠.]창조신은 그 말을 끝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지크는 서둘러 차원 이동 스킬의 설명을 읽어봤다.
[기본 스킬 : 차원 이동]-효과 : 지정한 대상의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단, 대상이 살아 있어야 하며, 제물이 된 대상은 죽음에 이릅니다.
-특이 사항 : 스킬 사용 시 이동할 수 있는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시체에 사용해도 대상의 차원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시체에도 적용된다고 쓰여 있잖아?’
하지만 미래의 최강준은 지구 출신이 아니던가?
그를 제물로 삼는다고 판게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잠깐만. 설마……?’
지크는 죽은 최강준의 시신을 바라봤다.
아까는 최강준이었지만 지금은 지크 맥러플린의 모습으로 누워 있다.
‘그러고 보니 놈은 나와 같은 환생자였어. 정신은 최강준일지언정, 육신은 지크 맥러플린이야.’
아까 싸울 때 최강준으로 보였던 이유는 놈이 그렇게 변조했기 때문.
시체가 된 지금은 변조가 풀려 지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만약 영혼이 아니라 육신에 속한 차원으로 이동되는 거라면…….’
판게아로 갈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지크가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차원 이동.’
[차원 이동할 수 있는 목록입니다.] [아래의 목록에서 하나를 선택해 주세요.]1. 마계
2. 천계
3. 신계
[새로운 차원을 등록하고 싶으시면 제물로 삼을 대상을 향해 ‘제물’ 시동어를 외워주십시오.]지크는 망설임 없이 최강준의 시체에 대고 읊조렸다.
“제물.”
곧이어 최강준의 육신이 바스러지듯 사라지며 소멸했다.
[새로운 차원이 등록되었습니다.] [등록된 차원 ‘인간계(판게아)’로 이동하시겠습니까? Y/N]그 물음에 지크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동한다. 판게아로.”
* * *
천마 대전의 승리를 만끽한 천족의 전투 천사들.
[가자! 성을 향해 진군하라!] [와아아아아!!]그들은 승자에게 주어지는 피날레의 밤을 장식하기 위해, 인간의 도시로 진격했다.
[마음껏 부숴라!] [벌레 같은 인간들을 죽이며 피의 축제를 벌이는 거다!]장장 15만에 달하는 대군이 물결처럼 몰려오자, 성주인 아스타인 발루폴트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 막아라! 저 날개 달린 인간들에게서 성을 지켜라!”
성문을 지키고자 애썼지만, 그것도 잠시.
콰직!
전투 천사의 직함은 괜히 딴 게 아니라는 듯, 천족들은 초월적인 힘으로 단번에 성문을 부서트렸다.
[죽여라! 인간들은 모조리 다!]그러나 천족들의 악행은 성문에 들어서기 전에 막혔다.
지크가 소환해 놓았던 12인의 선구자들로 인해.
[저것들은 뭐야?] [아까 우리랑 같이 마족들을 베던 놈들 아니야?]선구자들이 마력을 뿜어대며 적대적인 기운을 흘리는 가운데.
저벅저벅-
유일한 오러 유저인 말리고르 데스본이 선구자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
“여기까지다, 천족들아. 이 이상은 지나갈 수 없다. 돌아가라.”
[뭐야? 저 언데드 새끼는?] [언데드가 언어를 구사하다니. 어이가 없군.] [한낱 언데드 따위가 우리의 흥을 깨트려?] [저 새끼들도 전부 다 죽여버리자고.]끝내 신성한 기운을 뿜어대며 다가오는 천족들의 모습에, 말리고르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군. 모두 전투 준비!”
그의 외침에 선구자들이 주문을 준비했다.
9서클 마법사였던 그들의 실력이라면 천족도 무시할 순 없을 터.
그러나 어디까지나 선구자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콰직! 콰각!
천족들의 빛과 같은 움직임에, 선구자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마법을 사용해도 곧장 피할뿐더러, 적중시켜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콰직!
머리통이 짓이겨지며 마지막 선구자가 쓰러지자, 남은 것은 말리고르뿐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전투 천사들이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격차가 나는지는 몰랐다.
적어도 주인님이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으리라 여겼건만…….
‘놈들은 생각보다 더 강하다.’
물론 불사의 존재인 언데드가 이대로 죽을 리는 없다.
다만 주인의 마력이 공급되어야 몸을 회복할 수 있는지라 당장은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외치더니 혼자 남았네?]천족 중에서 가장 강한 1품 천사, 아우리엘이 비식비식 웃음을 흘렸다.
[너는 내가 친히 가지고 놀아주마. 피날레가 끝나는 날까지 내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우리엘이 순식간에 접근했다.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른 말리고르였지만…….
파캉!
아우리엘의 금빛 검날에 막혀 허무하게도 부러지고 말았다.
서걱! 서걱!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렸다.
언데드라 고통은 느끼지 않았으나 말리고르는 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바라지 않으실 것 같아 천족들을 막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뭐라 중얼거리는 거야? 언데드 새끼가.]“부디 조금이라도 막으려 한 저의 노력만큼은 알아주시길.”
“알아줄게.”
[……!!!?]“……!!!”
순간적으로 들린 목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향한 곳엔 한 인간이 드래곤의 날개를 펼치며 내려오고 있었다.
지크였다.
[너는…… 중력장을 작동시켰던 인간이잖아?]“…….”
[여긴 무슨 일로 나타난 거냐? 설마 우릴 막을 생각은 아니겠지?]“너흰 이 자리에서 다 죽는다.”
[하!]아우리엘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병신 같은 게 감히 이 몸이 누군지 알고…….]아우리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우드득!
목이 한 바퀴 회전하더니 그대로 절명해 버렸으니까.
그건 다른 천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득! 우득!
뚜둑! 뚝!
15만 대군의 전투 천사 중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가 목이 돌아갔다.
지크의 염동력이 광범위하게 펼쳐진 탓이다.
츠츠츠-
주인의 마력에 의해 몸을 회복한 언데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돌아온 주인을 남다른 눈길로 바라봤다.
주인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전투 천사 15만을 일거에 죽일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도, 돌아오셨군요, 주인님.”
“그래. 돌아왔어.”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진 채로, 지크는 돌아왔다.
판게아 대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