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223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223화
지크는 행복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대로 쭉 살았으면 좋겠다고.
삶이 영원히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생각 자체가 오만임을, 지크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30년이 지난 후에서야.
“아버지…… 어머니…….”
부모님의 죽음.
몸에 이상이 생겨서 죽는 것이 아닌, 노화로 인한 죽음이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찾아오는 이별의 순간.
지크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겪었던 순간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지크는 당연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괴로웠다.
“죄송합니다……. 살아계셨을 때 더 잘해드렸어야 했는데…….”
어머니가 먼저 노화로 돌아가시고, 몇 년 뒤 아버지가 그 뒤를 따랐다.
부모의 죽음은 괴로웠지만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일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웠던 건.
“여, 여보…….”
“실리스…….”
아내의 임종을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당신은 왜 늙지 않아요……? 저는 이렇게 주글주글한 노인이 됐는데…….”
“…….”
“전에 말했던 드래고니안의 힘 때문인가요?”
지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을 삼킨 채.
“그동안…… 당신이랑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고마워요. 그때 제 고백을 받아줘서…….”
실리스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30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부모님에 이어 실리스까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아내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나는 왜 늙지 않는 거냐……. 왜 늙지 않아서 이런 고통을 다 겪어야 하냔 말이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용력.
용의 힘을 얻은 순간부터 지크는 용족과 같은 세월을 살아갈 수 있었다.
만 년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라니.
그런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지크였기에 지금껏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남들에겐 드래고니안의 재능 덕분이라고 거짓말했지만…….
‘진실을 말하지 못했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헤어짐의 순간이 다가올 거라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으니까.
한숨을 쉬는 그때였다.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나한테는 그 물건이 있잖아?’
아공간에서 급히 꺼낸 것은 이그드라실의 잎이었다.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기적의 물건.
이걸 사용하면 실리스를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지크는 이그드라실의 잎을 실리스의 입속에 구겨 넣었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하나론 부족한가 싶어 하나 더 집어넣었다.
역시나 반응이 없다.
‘살리지 못하는 건가……?’
지크는 처음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하지 않았던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언데드로라도…… 되살릴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실리스를 살린다 해도 지성을 가지진 못할 거야.’
12인의 선구자들이야 인간의 정점에 오른 초인들이었으니 되살려도 지성체 언데드가 될 수 있었겠지만, 실리스는 다르다.
살려봤자 자기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언데드가 될 뿐이다.
“하아아…… 방법이 없구나.”
결국 지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실리스의 죽음을.
* * *
지크는 한동안 실의에 빠졌다.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고통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형제인 피터와 러셀의 죽음, 주변 지인들의 죽음 등.
아는 사람들이 차례로 노화로 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것에 비할 바는 못됐다.
다름 아닌 자식의 죽음이었다.
“소피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천사의 축복을 걸어주기까지 했으나, 하나뿐인 딸 소피아는 결국 노화를 이기지 못했다.
아니, 소피아만이 아니라 세상 그 어떤 인간도 시간의 흐름을 이겨낼 순 없으리라.
노화라는 병을 치유할 순 없으리라.
그것이 자연의 섭리.
물론 만 년을 살아가는 지크만큼은 예외였지만.
“아빠…… 손주들을 잘 부탁해요…….”
“소피아! 소피아!”
간신히 버티던 소피아가 끝내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유언이 되었다.
‘젠장! 젠장!’
지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식이 죽는 꼴을 보다니.
이대로는 안 된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지크는 소피아의 시신을 묻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뒤, 어딘가로 향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엘프족이 있는 엘소리움이었다.
* * *
엘소리움에 도착한 지크는 정령계에 들어갔다.
정령왕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정령왕 어디 있어요! 정령왕!”
[나를 찾는가. 신의 후예여.]오랜만에 봤음에도 지크는 인사 대신 이그드라실의 잎부터 내밀었다.
“당신이 준 이그드라실의 잎! 이걸로 제 딸을 살리려고 해요! 할 수 있죠?”
[이그드라실의 잎은 어떠한 생명도 부활시킬 수 있다. 그걸 너도 모르진 않을 텐데 구태여 묻는 이유가 뭐지?]“딸이 노화로 죽었거든요…….”
지크의 말에 정령왕은 뒤늦게 이해할 수 있었다.
[으음, 그래서 방법을 찾으려는 건가?]“그래요. 살릴 수 있어요?”
[불가능하다.]단언하는 정령왕의 목소리에, 지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이그드라실의 잎이라지만 노화로 인한 죽음까지는 살리지 못한다. 그건 피조물이라면 누구나 겪는 운명. 운명을 거스르는 짓을 나는 하지 못한다. 페이지가 남지 않은 책의 뒷이야기는 볼 수 없는 법이니…….]“정말로 방법이 없어요? 이그드라실의 잎이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안타깝게도 없다. 그러니 받아들여야 할 거다, 신의 후예여. 모든 생명은 죽기 마련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지크는 고개를 떨궜다.
예상은 했지만, 확답을 들으니 후련했다.
이제 미련을 버리고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정령계에서 빠져나온 지크는 실의에 빠진 얼굴로 엘소리움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본 엘프 공주 유피넬시아가 지크를 걱정했다.
“괜찮으세요? 지크 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
“정령계에서 무슨 일 있으셨나요? 급하게 들어가시던데…….”
“딸을 살리려고 방법을 물었지만 없다더군요. 노화로 인한 죽음은 이그드라실의 잎으로도 살릴 수 없다고…….”
지크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떨궜다.
가슴을 에는 듯한 슬픔이 파도처럼 몰아쳤다.
“나는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지크 님…….”
유피넬시아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손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뭔가 위로의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이 남자는 지금 슬픔을 만끽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으니까.
* * *
인간은 죽음 앞에선 한없이 초라하다.
그걸 깨달은 건 가족들의 임종을 지켜볼 때였다.
‘죽음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지크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100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지. 여기 있는 유피넬시아도.’
세월이 흘러, 지크는 유피넬시아와 혼인했다.
엘프 남성은 1,500년, 여성은 1,200년까지도 살아간다고 한다.
끼리끼리 어울려야 한다는 말처럼, 인간의 수명을 벗어난 지크로선 혼인 상대로 더할 나위 없는 존재가 엘프였다.
‘유피넬시아와 함께라면 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
서로 마음도 잘 맞았고 호감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이뤄진 인간과 엘프의 결혼.
보통이라면 불가능했지만, 정령왕의 선택을 받은 지크였기에 엘소리움도 기쁜 마음으로 둘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예전에 둘의 혼사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었고.
“언젠가 말했었죠. 돌아와서 당신이 보지 못한 세상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그 약속 지킨 겁니다?”
“네…… 낭군님.”
유피넬시아는 볼에 홍조를 띠며 지크와의 외출에 나섰다.
보통은 엘소리움에서 지내는 지크지만 이렇게 가끔 인간의 도시로 나가기도 한다.
자기 자식들을 부탁한다는 딸 소피아의 유언 때문이었다.
유언이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보살펴 줄 예정이었지만.
‘내 피가 이어진 후손들이다. 내가 보살피는 게 당연하지.’
지크는 그렇게 삼대, 사대, 오대, 육대손까지도.
자신의 피가 이어진 후손들을 남몰래 지켜보고 보살펴 왔다.
지크와 연이 있는 인간도, 그의 모습을 아는 후손도 없겠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었으니.
‘이제 아이는 갖지 않는다. 내 대는 여기서 끊기는 거야.’
자식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에 충격을 받은 지크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유피넬시아도 이에 동의했고 둘은 그렇게 1,00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곧 다가올 이야기의 끝을, 지크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 * *
“후우…….”
지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언젠가는 다가오리라 예상했지만…… 막상 때가 되니 너무도 고통스럽구나.’
유피넬시아의 죽음.
그것은 예견된 미래였다.
생명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될 순간이기도 했고.
‘다행이라면 천수를 누리고 살다 간 점이랄까……?’
1,237살까지 살아간 유피넬시아는 편안한 미소로 숨을 거뒀다.
처음 봤을 땐 젊고 아리따웠는데 임종 때가 된 지금은 자글자글 주름이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아름다워, 유피넬시아. 그동안 고마웠어. 나와 함께 해줘서.”
반면 지크는 처음 그대로였다.
만 년을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서, 1,000년은 그저 흘러가는 물결일 뿐이었다.
‘이제 주변에 남은 인연이 아무도 없구나. 카르볼도 죽었고…….’
자신이 환생했을 때부터 함께 했던 골드 드래곤 카르볼레아로스.
그녀는 얼마 전 만 년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 생을 마감했다.
친한 친구의 죽음은 지크를 슬프게 만들었지만, 실의에 빠지게 하진 않았다.
이미 단련이 됐으니까.
주변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죽겠지. 언젠가는…….’
그날이 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지크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유피넬시아의 죽음을.
* * *
유피넬시아의 유품을 정리한 뒤 떠날 준비를 했다.
1,000년을 보낸 이곳 엘소리움에 정이 들긴 했으나, 자신이 있을 곳은 아니었다.
‘더는 아는 사람도 없고.’
그저 사람이 없는 곳에 틀어박혀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연을 맺으면 겪는 건 고통뿐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까.
‘판게아 대륙에서 지낸 지도 꽤 긴 세월이 흘렀구나.’
정확히는 1,234년의 세월이 흘렀다.
드래곤의 기억력은 이 긴 시간도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
잊고 싶은 기억도 잊지 못하게.
‘이제 좀 있으면 스킬도 9성에 달하겠군.’
지크는 한쪽에 켜놓은 스킬창을 바라봤다.
[7차 각성 스킬 : 리미트 해제]-성취도 : ★★★★★★★★☆ (8성)
-유형 : 액티브
-숙련도 : 299,999/300,000
-효과 : 자신이 가진 모든 스킬의 능력을 80분간 17배로 증폭시킵니다.
-쿨타임 : 24시간
-특이 사항 : 액티브든 패시브든 상관없이 배웠던 모든 스킬류에 적용이 됩니다. 스킬을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쿨타임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지크는 날마다 잊지 않고 사용해 꾸준히 숙련도를 올렸었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드디어 9성을 찍을 수 있겠군.’
한 번만 사용하면 대망의 9성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 봐야 딱히 의미는 없겠지만.’
이미 최강자인 그에게 있어서 큰 의미는 없었지만, 습관처럼 스킬을 사용했다.
‘리미트 해제.’
사용 후 80분의 지속시간이 끝나고.
[리미트 해제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1 증가하였습니다.] [스킬 ‘리미트 해제’의 성취도가 9성에 도달하였습니다.] [리미트 해제의 지속시간이 80분▶120분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리미트 해제의 증폭률이 17배▶20배로 상향되었습니다.]예견된 메시지.
그러나 지크의 눈동자는 곧 커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각성 스킬을 9성까지 마스터하였습니다.] [인류를 구원할 힘을 가지게 된 당신은 최강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원래 차원인 지구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지구로 귀환하시겠습니까? Y/N]귀환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