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65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65화
【메인 퀘스트 : 영지전 승리】
└헤밀톤 령과 아고스 령의 영지전이 성사되었습니다.
└헤밀톤 령을 도와 영지전을 승리로 이끄십시오.
└헤밀톤 영지의 승리
└스킬 ‘변조’ 획득
【서브 퀘스트 : 마법 복제하기】
└헤밀톤 령과 아고스 령의 영지전이 성사되었습니다.
└아고스 령에서 고용한 용병 마법사들에게 접근해 마법을 복제하십시오.
└마법 복제 0/100명
└5차 스킬 숙련도 10,000 증가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가 떴다.
‘퀘스트 두 개가 동시에 뜬 적은 처음이야.’
서브 퀘스트가 뜬 적도 이번이 처음.
하긴 메인 퀘스트가 있는데 서브 퀘스트라고 없을 리가 없다.
‘영지전에서 승리하기라…….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 위주로 깨야겠지. 와…… 그런데 서브 퀘스트라고 무시할 게 아니네.’
서브 퀘스트는 100명의 마법사의 마법을 복제하는 것.
보상도 통 크게 10,000의 숙련도를 올려준다.
거절하기엔 보상이 너무도 크다.
‘그나저나 뭐? 100명이나 마법 복제를 해야 한다고? 그럼 상대측에서 고용한 마법사가 100명은 된다는 소리야?’
30명도 채 되지 않는 이쪽에 비하면 확실히 엄청난 수다.
‘돈이 많긴 많나 보네. 어쨌거나 못할 것 없지.’
지크는 주저 없이 퀘스트를 둘 다 수락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영지전을 이겨야 하는 데다, 어차피 마법 복제가 주목적이었다.
무엇보다 퀘스트는 실패해도 이렇다 할 페널티가 없다.
아직 실패해 본 적은 없지만.
‘퀘스트가 안 뜨면 서운할 뻔했어.’
지크의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퀘스트 덕에 동기부여가 생기는 지크였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헤밀톤 영지에 도착했다.
지크 일행은 성에서 곧 자신들을 고용한 영주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시게. 그대들이 이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들이라 들었네.”
“과찬이십니다, 영주님.”
단장인 크리스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지크와 스무 명이 넘는 단원들은 가만히 무릎을 꿇은 채였다.
“그대들 중 6서클 마법사가 있다고 들었네만.”
“그렇습니다.”
“누구인가?”
단장 크리스가 고개를 돌려 지크와 피터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이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두 사람입니다. 지크와 피터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어리군.”
“하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합니다.”
사실 크리스도 실력을 본 적이 없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인에게 믿음을 줘야 했으니.
“그야 확실하겠지. 모쪼록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주게나. 이기기만 한다면 포상은 넉넉히 줄 테니.”
“감사합니다, 영주님.”
“저기 있는 바튼 경이 세부적인 작전을 알려줄 걸세.”
“예, 그럼…….”
“따라오시오.”
바튼 경의 부름에 크리스와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몰려갔다.
그 와중, 헤밀톤 백작의 시선은 지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렇게 어린데 6서클이라고? 믿기지 않는군.’
용병들이 떠나자 때마침 가신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방금 보셨소? 지크라 불린 자의 용모 말이오.”
“성년이 채 안 되어 보이던데…….”
“저 나이에 6서클이나 이뤘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혹시 용병들이 거짓말을 한 거 아닐까요?”
“차라리 붉은 늑대 용병단을 택해야 했던 게 아닐지…….”
가신들 사이에 불신의 빛이 팽배했다.
그저 어릴 뿐인 지크의 모습이 그들로선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주도 같은 마음이었기에 딱히 반박하진 않았다.
‘으음…… 이거 영지전에서 이길 수 있을지…….’
영주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그늘이 져 있었다.
* * *
가신들이 불신하는 한편, 지크 일행은 바튼 경의 작전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먼저 소수 정예의 기병을 미끼로 출격시켜 적들을 유인할 거요. 우리는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있다가 적들이 모이면 그때서야 나설 것이고.”
“유인해서 조금씩 처리하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그렇게 야금야금 털다 보면 약이 바짝 오른 적들이 전군을 이끌고 우리 영지를 치러오겠지. 그때, 본격적으로 수성전을 시작하는 거요.”
“확실히, 이런 산악지대라면 수성전이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하겠네요.”
단장 크리스가 턱을 만지며 고개를 주억였다.
나쁘지 않은 작전이었다.
그렇다고 걸리는 점이 없진 않았지만.
“적들이 저희 뜻대로 성을 공략하려 들까요?”
“공략할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야지. 그러기 위해선 성문을 열어놔야 하고. 성이 다소 허술해 보여야 적들도 치러올 것 아니오?”
“어…… 성문을 열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다는 아니고 반만 열어 놓는 거요. 놈들이 어느 정도 모였다 싶을 때 닫아버리면 그만이지. 그리고 문 안쪽으로 병력을 매복시킬 것이니 문제는 없소.”
“하지만 만에 하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걱정할 일 없대도.”
단장이 이토록 걱정하는 데는 다름이 아니다.
영지전에서 성문을 개방하는 데는 매우 큰 위험이 따른다.
적군이 쉽게 성안으로 침입할 수 있을뿐더러, 병력이 둘러싸여 전멸할 위험도 있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자칫하면 전쟁이 망할 수도 있는 일.
그런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걸 알기에 지휘관인 바튼은 용병들을 납득시켜야 했다.
“산악지대인 우리 영지의 특성상 전투의 양상을 수성전으로 전환해야 승리할 수 있소. 성문 개방도 적들을 끌어들이는 미끼에 지나지 않지.”
“으음, 하지만 적들을 일부러 끌어들이는 작전이라니…… 자칫하면 우리 쪽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지도 모르는데…….”
크리스의 중얼거림에, 바튼의 눈썹이 불만스럽게 치켜 올라갔다.
“정 그렇게 작전이 불만스러우면 직접 지휘봉을 잡아보겠소?”
“예? 아, 아닙니다. 일개 용병일 뿐인 저희가 어찌…….”
“알고 있으면 그대들은 닥치고 시키는 대로나 하시오. 어쭙잖게 참견할 생각일랑 말고.”
쓴소리를 들은 단장이었지만 불안했는지 한 번 더 물었다.
“정말로 이 작전이 먹히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먹히고말고. 의심의 여지가 없지.”
단호하게 말하는 바튼의 말투에 크리스가 비로소 안심했다.
하지만 지크는 의아한 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바튼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뭐지? 왜?’
수상한 눈으로 바튼을 보던 지크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아시는지요.”
“적의 규모?”
뜬금없이 끼어든 지크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던 바튼이 당연히 안다는 듯 읊었다.
“오러 유저로 이뤄진 보병 500에 기병 200, 궁병 200, 마법사 20이오. 우리가 파악한 건 그 정도지. 현재 우리 병력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생각보다 쉽게 이길 테니.”
[현재 바라보는 대상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얘 뭐야? 왜 자꾸 거짓말을 하지?’
방금 한 말이 거짓으로 나왔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병사들의 수를 속였거나, 쉽게 이길 거라 생각지 않는다거나.
뭐가 됐든 수상하기 짝이 없다.
지휘관으로서 가져선 안 될 생각이다.
굳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의아하고.
‘수상하지만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거짓말을 한다고 추궁하는 것도 웃기고.’
마땅한 증거도 없으니 넘어가야 한다.
우선은 영지전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거 단순히 영지전만 생각하고 왔더니……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걸?’
불길한 예감을 느낀 지크였다.
* * *
“크하하핫!”
아고스 령의 영주성은 때아닌 축제 분위기였다.
이미 승리는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으니.
“멍청한 헤밀톤 백작 같으니라고. 그깟 딸의 명예가 뭐라고 우리한테 도전한단 말이냐? 흐흐흐!”
“그러게 말입니다. 헤밀톤 령은 이제 영주님의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영주님. 하하핫.”
게리 아고스는 가신들의 축하를 받으며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생각할수록 골 때리는 놈이로고. 딸 좀 예뻐해 줬다고 전쟁을 일으키다니. 뭐 그날 일은 나도 만족스럽긴 했다만. 흐흐흐.”
“소문대로 딸에 대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았습니다.”
“이제 제 발로 굴러들어온 먹잇감을 낚아채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흐흐흐, 그래야지. 그러려고 딸을 간음한 것이 아니더냐.”
아고스 백작이 헤밀톤 백작의 딸을 노린 건 다름이 아니었다.
백작을 도발해 전쟁을 유도하고 그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힘 있는 자가 모든 걸 가지는 세상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명분 없이 빼앗을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상대가 먼저 공격한다면야 놈들을 침략할 명분으로는 충분하지.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병력을 대기시켜 놨으니 이제 놈들이 공격하러 오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흐흐, 그동안 우리는 축배를 들고 있자고.”
일이 너무도 쉽게 풀려가고 있었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다.
하지만 일부 가신들은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주님. 아직 승리를 점치기엔 이른 듯합니다. 놈들도 저희와의 병력 차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이렇게 순순히 도발에 응한 걸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사료되옵니다.”
“맞습니다. 아시겠지만 놈들의 영지는 산악지대입니다. 공성하기엔 저희 쪽이 불리합니다.”
“이렇게 대놓고 전쟁하자는 걸 보면 아마 수성을 하기 위한 전략을 꺼내오리라 생각됩니다.”
“놈들의 수라면 그것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고스 백작은 걱정 말라는 듯 히죽 이빨을 보였다.
“알지, 알아. 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전쟁을 벌이는지. 또 어떤 작전을 들고 올지도. 그러니까 이토록 승리를 장담하는 게 아니더냐?”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상대측이 황금독수리 용병단을 고용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그 용병단에는 6서클 마법사 두 명이 입단했다는 소식이 있고요.”
“6서클 두 명?”
백작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우리한텐 백 명이 넘는 용병 마법사가 있거늘.”
아고스는 저쪽 테이블에서 고기를 뜯고 있는 수많은 용병을 가리켰다.
약 100명의 마법사는 이곳저곳에서 불려온 용병단이었다.
그중에는 황금독수리 용병단의 라이벌이라 불리는 붉은 늑대 용병단의 마법사단도 있었다.
“저기를 봐라. 최소 3서클부터 5서클까지의 다양한 마법사 100여 명이 있다. 그럴진대 6서클 마법사 두 명이 뭐가 무섭다는 게냐?”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조심은 하셔야…….”
“걱정할 것 없대도. 상대의 노림수가 뭔지는 이미 꿰고 있으니.”
손을 휘휘 저으며 술이나 마시라는 시늉을 하는 아고스 백작이었지만, 사실 그가 믿는 구석은 따로 있었다.
‘바튼이 지휘관을 먹었다고 했으니 이건 뭐 볼 것도 없이 게임 끝이지.’
이제 곧 있으면 전쟁이 시작되고 헤밀톤 령은 자신의 영지가 될 것이다.
또한 영주를 굴복시키는 것도 모자라 녀석의 딸 또한 마음껏 범할 수 있으리라.
‘아비가 보는 앞에서 당하는 치욕이 어떤지 이번 기회에 보여주도록 하지. 흐흐흐.’
싱글벙글 웃는 그의 얼굴에서 걱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 * *
붉은 늑대 용병단의 전투 마법사단장, 데커드는 술을 퍼마시는 단원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아이, 참! 왜 때려요, 단장님!”
“인마. 곧 있으면 전쟁 나갈 놈이 무슨 술을 그렇게 퍼마셔?”
“영주님께서 미리 축배를 들라고 이렇게 마련한 자리잖아요.”
“그렇다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까지 마셔?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다들 술잔 내려놓고 본분을 잊지 말라고.”
꾸중을 들은 단원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할 말이 없진 않았다.
“주위를 좀 보세요. 날고 기는 용병단에서 마법사 100여 명이 모였어요. 그런데 대체 뭐가 걱정이세요?”
“맞아요, 맞아. 마법사 백 명이면 오러 유저 수백이 달려들어도 문제없다고요.”
“게다가 여기서 마련한 오러 유저도 2,000은 된다고 들은 거 같은데.”
“축배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이긴 하죠.”
“저희가 괜히 여유 부리는 게 아니라고요.”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단원들은 이미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군처럼 굴고 있었다.
오직 단장인 데커드를 제외하고는.
“상대 용병 중에 6서클 마법사가 있다는 소리 못 들었어?”
“그래봤자 두 명이잖아요. 우리는 백 명이 넘는데.”
“제깟 놈들이 어떻게 버티겠어요?”
“우리도 5서클은 셋이나 있는데요, 뭘.”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 말은 오러 유저에게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고요.”
5서클 마법사 일곱이 6서클 한 명을 당해낼 수 없다곤 하지만, 상대는 고작해야 두 명.
용병들이 겁먹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상대가 6서클이라는 전제하에다.
데커드가 염려하는 점도 이 부분이었다.
‘만약 상대가 6서클이 아니라 7서클이라면? 서클을 한 단계 속이고 용병단에 들어온 거라면?’
데커드의 의심은 타당했다.
용병단 역사상 6서클이 입단한 적은 없었다.
애당초 평민이라도 6서클을 이룰 정도의 재능이면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다.
6서클이나 돼서 용병 짓을 할 이유가 없다.
말인즉, 마법에 재능을 가진 귀족이 신분을 속이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그런 거라면.
‘역으로 당하는 건 우리일지도…….’
아무리 100여 명의 마법사가 모였다 한들 7서클 앞에선 개미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7서클은 대마법사의 반열에 드는 무시 못 하는 성취.
데커드가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만에 하나 상대가 서클을 속인 대마법사라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으니까.
데커드의 그런 불길한 예감은 꽤나 날카로웠다.
정확하기도 했고.
하지만 틀린 부분이 있었다.
상대는 9서클 마법도 쓰는 괴물이라는 점이다.
‘후우, 모르겠다. 이렇게 고민만 하고 있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지.’
데커드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술잔을 들었다.
목구멍으로 알코올의 화끈함을 느끼는 그때.
뿌우우우-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정지하기라도 한 듯 멈칫거린 모두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정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