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s natural enemy has been reincarnated RAW novel - Chapter 68
마법사의 천적이 환생했다 68화
영지전은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지크의 무위를 본 상대가 하나같이 검을 내려놓고 항복 의사를 표한 것.
투항하는 적까진 참살할 이유가 없었기에 지크도 더는 미친개처럼 날뛰지 않았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살아남은 헤밀톤의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그들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승리가 이리도 반가울 수 없었다.
[영지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새로운 기본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보상을 확인한 지크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스킬이 들어왔나 볼까?’
스킬을 확인하려는 순간, 그의 곁으로 황금독수리 용병 단원들이 몰려왔다.
승리했음에도 단원들의 얼굴엔 기쁨보다 얼떨떨함이 가득했다.
“지크. 어떻게 된 거야?”
“너 마법사 아니었어?”
“설마 오러도 다룰 수 있던 거야?”
“멍청아. 아까 못 봤어? 검에 오러 같은 건 없었잖아.”
“하지만 그 움직임은…….”
단원들이 투덕거리며 서로 논쟁을 벌였다.
가만히 보면 자신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용병단에서 지내는 동안 대화도 거의 섞지 않았었고.
그럼에도 이렇게 말을 붙이는 것은 호기심이 동했기 때문이리라.
지크로선 난감한 상황.
‘이거 해명 잘해야겠는데?’
만약 이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앞으로의 용병 생활이 불편해질지 모른다.
기껏 들어온 용병단을 나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됐건 마법사의 자격으로 들어온 거니까.’
마법사단에 오러 유저가 끼어 있다면 누가 좋게 보겠는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퇴출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단장 크리스가 해명을 요구해 왔다.
“지크.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겠냐? 마법을 쓸 수 있긴 한 거야?”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지크가 입을 열었다.
“저는 말씀드렸듯이 6서클 마법사예요. 하지만 검도 쓸 수 있어요. 어렸을 적부터 검술 수련도 틈틈이 해왔거든요.”
“그럼 오러 유저라는 소리야?”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보셔서 알겠지만 저는 오러를 쓸 줄 몰라요.”
“뭐? 그런데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다 이것 덕분이죠.”
지크가 팔을 들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의 손엔 특이하게 생긴 깃털 검이 들려 있었다.
“이 아티팩트 덕분에 그런 힘을 낼 수 있던 거예요.”
“아, 아티팩트?”
“그 검이 오러 유저와 같은 힘을 가지게 해준다고?”
“네.”
지크는 대답하고서 가만히 단원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걸 믿을까? 믿어야 하는데.’
믿을지 안 믿을지에 따라 자신이 용병단에 계속 머무를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내심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걱정은 기우였다.
“그래서 오러를 두른 적들을 쉽게 쉽게 썰었던 거구나?”
“어쩐지! 특이한 검을 쓴다고 생각했더라니 그런 기능이 있었다니.”
“대단한 물건이네? 어디서 발견한 거야, 그런걸?”
단원들은 지크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야 마법과 오러를 같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차라리 아티팩트의 힘이었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었다.
‘이걸…… 믿네?’
너무도 쉽게 믿자 오히려 당사자인 지크가 당황해 버렸다.
물론 내색하진 않았다.
“마법도 쓰고 검도 다루다니. 이거 완전 전설로만 전해지던 마검사잖아?”
“오오, 멋있는데? 황금독수리 용병단 최초의 마검사 지크!”
‘마검사?’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지크였지만 그는 몰랐다.
앞으로 마검사란 칭호가 가져올 파급력을.
* * *
항복을 외친 아고스의 병사들은 전부 포박되었다.
아무리 전쟁이라 해도 투항하는 병사를 참살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아직 용인되지 않은 일.
전쟁에서 이겼으니 쓸데없는 살육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그것이 헤밀톤 영주의 자비와 명성을 드높이는 일이기도 했고.
팔다리가 잘린 상대 마법사들을 치료하는 일 또한 이미지 관리의 일환이었다.
언제든 같은 편이 될 수 있는 용병단과 척질 이유는 없었으니.
“그래서, 상대측 용병 마법사들의 치료는 잘 되어가고 있소?”
“예. 팔다리가 잘리긴 했지만, 치료사를 통해 붙일 수 있습니다. 아마 한 달 이내로 멀쩡히 걸어 다닐 겁니다.”
“애당초 지크 경이 판단을 잘했습니다. 상대 용병단의 마법사들을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은 걸 보면 말입니다.”
“혼자서 압도적이라 불릴 만큼의 공도 세웠고요.”
“그렇사옵니다. 자칫하면 전멸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켜 놨습니다.”
가신들이 저마다 소리높여 지크를 칭찬했다.
헤밀톤 백작도 동의하는지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담았다.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전쟁의 일등 공신은 지크였다.
그 사실은 영주도 알고 가신들도 안다.
헤밀톤의 병사들도 알고 황금독수리 용병단도 안다.
그렇기에 지크에게 ‘경’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거였고.
“지크 경이 그렇게나 대단한 무위를 펼쳤다고.”
“그렇사옵니다. 확인한 바로는 오러 익스퍼트 중급 수준의 정규군 300여 명을 혼자서 쓰러트렸다고 합니다.”
“완전히 학살 수준으로 압도적인 무위를 펼쳤다고 합니다.”
“으음. 그렇게 어린 나이에…… 참으로 대단하군.”
버크 헤밀톤 백작이 고개를 주억였다.
어느 정도의 무위인지 솔직히 직관하지 못해서 와닿진 않았지만, 목격자가 많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한데, 지크 경은 마법사라 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그런 무위를 갖춘 거지? 마법사가 아니었던 건가?”
“마법사라는 점은 맞습니다. 용병단에서 보증했으니 확실할 겁니다.”
“듣기론 검술 수련까지 병행하여 마검사의 길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마검사? 허…… 그게 실제로 존재한단 말인가?”
“오러는 다룰 수 없지만 특별한 검을 보유한 탓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러를 두른 것처럼 날이 예리한 보검이라 들었습니다. 신체 능력도 향상해 주고 말입니다.”
저마다 수집한 가신들의 정보를 규합해 보니 말이 안 되는 일도 아니었다.
‘마검사라니. 정말이지 놀랍구나…….’
뭐가 됐든 영주로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크를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두둑하게 포상을 줘야겠군.’
그 전에,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었다.
“아고스 영주는 어디에 있느냐?”
“감옥에 가둬놓았습니다.”
“데리고 오너라. 그리고 내 딸도.”
명령을 받은 가신이 부리나케 몸을 움직였다.
* * *
골방 같은 감옥에서 50대 중반의 남자가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었다.
아고스의 영주, 게리 아고스 백작이었다.
‘빌어먹을. 그토록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오러를 씌울 수 있는 오러 유저 정규군만 500이 넘었었다.
그 외 기타 병력까지 도합 2,000이 넘는 규모의 대군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이곳저곳 용병단에 돈을 퍼부어가며 100여 명의 마법사단까지 고용했다.
이 정도면 차고도 넘치는 병력이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일이 이 지경까지…….’
처음 성으로 몰려오는 그림자를 봤을 때, 아고스 백작은 자신의 병력이 무사히 전쟁을 끝내고 금의환향이라도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병력은 모두 포로로 잡힌 채였고, 실제로 돌아온 건 아군이 아닌 적군이었다.
어째서 그 많던 대군이 대패했는지, 적지에 잡혀 온 지금까지도 백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병력의 양으로나 질적으로나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이었으니까.
‘전략도 완벽하게 먹혔단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적진의 지휘관도 우리 편으로 심어놓았었다.
상대의 작전을 간파하고 역으로 후문을 쳐 성안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었다.
거기서 더 볼 것도 없었다.
헤밀톤령은 자신의 것이 되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
이렇게 포로로 잡혀 와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 아니지. 아직 희망은 있어. 날 죽일 거였으면 이렇게 붙잡지도 않았을 테니.’
어떻게 구슬려야 목숨을 건질 수 있을까?
아고스 백작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따라오시오, 백작. 헤밀톤 영주님께서 뵙고자 하오.”
가신 한 명이 와서 자신을 영주관으로 이끌었다.
“게리 아고스 백작.”
고개를 쳐드니 헤밀톤 백작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너 같은 돼지 새끼가 왜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 알고 있느냐?”
같은 백작이라 해도 모욕적이고 예의라곤 없는 언사.
하지만 아고스 백작으로선 이러쿵저러쿵 따질 때가 아니었다.
쿵!
뭐가 됐든 머리를 땅에 박으며 두 손을 싹싹 비빌 때였다.
“사, 살려주시게. 살려만 주면 내 모든 것을 주겠네!”
“모든 것? 뭘 말하는 거지?”
“아고스령 말일세! 영토를 가지고 싶으면 그렇게 하게! 전부 내어줄 테니! 재정 상태가 안 좋다고 들었네만 이제는 돈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을 걸세!”
“그게 끝인가?”
“응?”
“줄 수 있는 건 그게 끝이냐고 말했다.”
“그, 그렇네만…… 여기서 뭘 더 달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에, 헤밀톤 백작은 진심으로 화가 나 물었다.
“그새 네가 저지른 잘못을 잊은 것인가?”
“아……!”
아고스 백작은 뒤늦게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헤밀톤 백작이 왜 저렇게 화가 나 있는지.
“그, 그 일은 내가 사과하겠네. 진심으로! 정말 계집에 미쳐서는 아랫도리를 잘못 놀리고 말았…….”
“뭐라!?”
벼락같은 언성에 움찔한 아고스 백작은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계, 계집이라고 한 건 미안하네. 자네 딸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저, 정말 습관처럼 말이 나오는 바람에…….”
“내 딸에게 왜 그런 것이냐? 왜 그런 건지 변명이라도 들어보자.”
“그게…….”
아고스 백작은 난색을 표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영주를 도발하고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 땅을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말한다면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진다.
살아남아도 자신에게 모든 걸 명령한 ‘그분’의 분노를 피할 수 없으리라.
그렇기에 천박하더라도 다른 이유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자, 자네 딸이 너무도 미인이었던지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그 입 닥쳐라! 더러운 돼지 새끼 같으니!”
영주의 고함에 백작은 입을 다물었다.
대신 얼굴 가득 죽을죄를 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쥐어 짜냈다.
물론 헤밀톤 백작은 그 모습에 터럭만큼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네놈이 지금껏 살아 있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 죄를 묻기 위해서다! 네놈의 죄를 물은 뒤에는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릴 것이다! 그것이 죽음이라는 건 네놈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겠지!”
“미, 미안하네! 살려주시게! 진심으로 사과하겠네! 정말로 미안하네!”
“그렇게 미안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거라!”
“다, 당사자?”
고개를 돌린 곳엔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나와 있었다.
자신이 범한 헤밀톤 영주의 딸, 트레이시 헤밀톤이었다.
“트레이시. 정말로 괜찮겠느냐?”
“네…… 이제는 무섭지 않아요.”
그동안 트라우마에 갇혀 살았던 트레이시였지만 이제는 가해자의 눈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버지의 부름에 용감하게 나선 이유.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트레이시가 거리를 둔 채로 아고스 백작을 바라봤다.
경멸감과 두려움, 원망이 혼재된 복잡한 눈빛으로.
물론 아고스 백작에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을 구제해 줄 대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을 뿐.
“자, 잘못했다! 트레이시!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서 정말 미안하다. 죽을죄를 지었어. 크흐흑…….”
“트레이시. 아고스 백작이 저렇게 사과를 하는데, 어떻게 하길 원하느냐?”
“저는…….”
눈물 연기까지 선보이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아고스 백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목숨만큼은 건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지만 그건 오판이자 섣부른 판단이었다.
“저는, 저 파렴치한 인간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아고스 백작의 눈이 번쩍 뜨일만한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