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화.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선(3)(10/214)
10화. 아이가 아이답기 위해선(3)
2023.11.10.
그 말에 담긴 속뜻을 헤아린 원장이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드리안 공작은 지금 로제테를 학대한 적이 있냐고 묻고 있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편식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기는 하지만, 못 먹는 것을 억지로 먹이지는 않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이신 적은 없고요?”
“세상에 어떤 어른이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합니까!”
원장은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 아드리안 공작이란 사실도 잊고 화를 냈다.
“공작님께서 무엇을 염려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의심하시면 저 또한 불쾌합니다. 신께 맹세코 저는 아이들에게 못 할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지금껏 많고 많은 사람을 만나 왔다. 그만큼 사람 보는 눈도 정확했다.
지금 원장은 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가 왜 그랬을지 추측이 가십니까?”
“아마도 공작님께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그럼 대체 그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도 원장은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그를 더 추궁해 봤자 더 얻을 것은 없어 보였다. 아드리안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가 보지요. 또 일이 생긴다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원장실에서 나온 아드리안 공작은 아까 보았던 제인이란 아이를 찾아갔다.
“아이야.”
“어?”
그가 지시하자 보좌관이 미리 챙겨 두었던 과자를 꺼내 제인에게 주었다.
제인이 머뭇거리다가 과자를 받고 뒤에 서 있던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과자를 받은 아이가 뛰어가서 다른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었다.
그때 제인이 물었다.
“로즈는 잘 있나요?”
“로즈가 많이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네. 많이요. 그렇지만 참을 거예요. 로즈가 행복하길 바라니까요.”
“그래.”
아드리안 공작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원장님이 잘해 주니?”
다행히 제인은 의심 없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네!”
“혹시 지난번처럼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없어요!”
“그래, 알겠다.”
“로즈에게 안부 전해 주세요!”
“그래.”
아드리안 공작은 제인과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마차로 돌아왔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거짓말에 서툴다. 원장이 잘해 준다고 대답하는 제인의 대답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거짓도 없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로제테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이곳이 아니라면 그 아이는 어디서 새우를 먹도록 강요받은 것일까.
“조셉.”
“네, 각하.”
“앞으로 고아원을 잘 주시해 보도록.”
“어떤 점이 걸리십니까?”
“아이들의 상태에 대해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됐다. 마차 창문 너머에서 그의 보좌관 조셉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 참, 그리고 당분간 식사에는 새우를 올리지 말지.”
“네, 알겠습니다.”
할 얘기를 마친 공작은 창문을 닫았다. 지금 당장 로제테와 아이들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 그동안 밀린 일과 입양 절차 때문에 할 일이 많았다.
그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황성으로 향했다.
‘아쉽다니, 나도 별스럽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드리안 공작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 *
“입양이라고?”
황제가 물었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이 방금 공작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미소 없는 얼굴로 똑같은 말을 거듭 반복했다.
“네, 폐하. 딸을 하나 입양하려고 합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요즘 귀족들 사이에서 자선 사업의 일환으로 입양이 유행처럼 퍼지는 것은 알고 있다만, 공마저도 그럴 줄은 몰랐는데.”
“갑작스러운 것은 맞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입양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럼?”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쓰였습니다. 안쓰럽고, 눈길이 가는 게 곁에 두고 돌봐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황제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을 관찰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사실 냉혈한이라고 불릴 정도로 냉정하기로 유명했다. 그가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 아이들과 제자인 조슈아였다.
그런 그가 새로 입양한다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미 그 아이에게 단단히 빠졌다는 방증이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벌써 치유 마법을 쓸 만큼 마법 능력이 뛰어납니다.”
공작의 이야기를 가볍게 듣던 황제가 반응했다.
“마법? 치유 마법을 벌써 쓴다고?”
“네.”
“공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단한 인재가 탄생하겠군. 아주 탐나. 막스의 짝으로도 좋을 것 같고.”
“시기상조입니다, 폐하.”
“시기상조라니. 원래 황가의 혼인은 일찍 이뤄진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
아드리안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이자벨과 앞으로 제 딸이 될 로제테가 그런 정치적인 풍파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으니 말을 돌렸다.
“아무튼 그리하여 입양 절차를 밟으려고 하니, 허락해 주십시오, 폐하.”
그가 말을 돌리는 것을 알면서도 황제는 모른 척해 주었다.
“안 될 것이 뭐가 있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양 절차를 밟도록 하지.”
“감사합…….”
공작이 감사의 인사를 채 마치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전하, 폐하께선 아드리안 공작님을 알현하고…….”
“나도 알고 있다. 비키거라!”
밖에서 실랑이하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문이 허락도 없이 벌컥 열렸다. 십 대 초반의 남자아이가 뛰다시피 걸어 들어왔다.
달빛 같은 은발과 황실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었다는 증거인 금안. 에른하르트 제국의 1황자인 조슈아 에른하르트였다.
심지어 그는 방에 있다가 급하게 뛰어나온 듯 가벼운 셔츠와 바지 차림이었다.
황제가 황좌에 앉은 채로 그를 다그쳤다.
“황자, 이 무슨 무례한 행동인가!”
그러나 조슈아는 그게 들리지 않는 듯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드리안 공작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스승님!”
그러고는 그에게 뛰어와 안겼다. 황제도, 아드리안 공작도 조슈아의 무례함을 더 이상 나무라지 못했다. 필사적으로 아드리안 공작을 안은 조슈아가 눈물을 뚝뚝 흘렸기 때문이다.
“무사하셨군요, 스승님.”
잠깐의 침묵 끝에 아드리안 공작이 크게 웃었다.
“당연히 무사합니다, 전하. 오늘따라 안부를 격하게 물어 주시는군요.”
“다니엘은, 다니엘은 어떻습니까?”
“다니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슈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세를 바르게 폈다. 그는 뺨에 흐른 눈물을 절도 있는 손길로 닦아 내며 표정 관리를 했다.
조금 전 흐트러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황자의 얼굴이었다. 그가 황제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인사는 됐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인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아바마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제가 잠시 악몽을 꾸었습니다.”
“악몽?”
아드리안 공작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끼어들었다.
“꿈속에서 저와 다니엘이 다치기라도 했습니까, 황자 전하?”
“…….”
“꿈은 반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 둘은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그래 보이니 다행입니다.”
“일단 왔으니 앉거라.”
황제의 제안에 황자가 자리에 앉았다. 그가 손짓하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시종이 예복을 가져왔다. 그것을 대충 걸쳐 입은 조슈아가 물었다.
“그나저나 오늘 입궁하신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드리안 공작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
“급히 입양 신청을 하러 왔습니다.”
조슈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입양이요? 어느 가문의 입양 절차 말입니까?”
황제가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양 크게 웃었다.
“당연히 아드리안가 아니겠나.”
“아드리안가에서…… 입양이라고요?”
조슈아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아드리안 공작이 농담조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저는 입양할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전하?”
“아니, 아닙니다. 그냥 조금, 갑작스러워서…….”
“네, 저도 갑작스럽기는 합니다. 워낙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요.”
황제가 끼어들었다.
“저 공작가에 마법사 공녀가 탄생할 모양이야.”
조슈아가 여전히 얼떨떨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마나 친화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자벨이 이제 와서 마법에 꽃을 피운 건 아닐 테고, 설마 새로 입양하는 아이가…….”
“그래, 마법에 소질이 있는 아이라더군.”
잠시 생각에 잠긴 조슈아가 이번엔 아드리안 공작에게 물었다.
“스승님,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입양을 하시는 겁니까? 마법 능력이 탐이 난다면 후원을 해도 될 텐데요.”
“여러 사정이 있었습니다만, 그 아이를 왠지 곁에 두고 지켜 주고 싶었습니다.”
조슈아는 답을 듣고도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공작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야 그가 말했다.
“그 아이가 궁금하군요. 대체 어떻게 스승님의 마음을 이리도 바꿔 놓으셨는지.”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귀여운 아이입니다. 아직은 배울 게 많겠지만요.”
“공작가에 능력 있는 마법사가 있으면 좋겠지요. 혹시 모를 일에 대비도 하고. 아무튼 저는 스승님을 뵈었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조만간 다니엘을 만나러 가지요.”
“알겠습니다, 전하.”
조슈아가 다시 한번 공작을 끌어안았다가 알현실을 나갔다.
황제가 그런 그를 보며 혀를 찼다.
“고작 악몽 하나에 이런 호들갑을 떨다니. 아직 애로군. 언제 철이 들는지.”
“글쎄요.”
아드리안 공작이 조금 전 보았던 조슈아의 표정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째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보다 훨씬 더 의젓해지신 것 같습니다.”
“의젓해지기는.”
황제가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래서 황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지.”
조슈아 에른하르트는 마법으로 유명한 이베른 왕국의 왕녀와 현 에른하르트 황제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적자였다.
소드 마스터인 아드리안 공작이 직접 검을 가르칠 정도로 검술에 두각을 나타냈고, 외가 쪽 능력도 물려받아 마법에도 어느 정도 소질이 있었다.
머리도 비상하여 내로라하는 학자들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황제는 늘 조슈아를 못마땅해했다. 황좌를 물려받을 사람이 조슈아밖에 없는데도, 그가 열 살이 된 지금까지 황태자에 책봉하지 않은 것만 해도 그랬다.
혹자는 정략 결혼한 황후를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추측했다. 그렇다고 황제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가 조슈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드리안 공작은 그 말을 굳이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말없이 자리를 지키다가 황성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