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0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00화. 데뷔탕트(100/214)
100화. 데뷔탕트
2024.02.08.
“어?”
부케를 받으려고 옹기종기 서 있던 하녀들이 까르르 웃었다.
“아가씨께서 이번 데뷔탕트 때 좋은 분을 만날 건가 봐요!”
“하긴, 아가씨도 벌써 스무 살이시니 그럴 때가 되셨죠!”
“과연 우리 아가씨의 마음을 사로잡으실 분은 누구일까요?”
로제테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 거 아니야. 좋은 사람이라니…….”
로제테는 지금껏 한 번도 자기가 아드리안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릴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드리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워낙 강했던 데다가, 연애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이 순간, 부끄럽게도 머릿속에 아주 살짝 조슈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얼마 전 재회하면서 자세히 보았던 그의 달라진 체격과, 살짝 웃자 보이던 예전의 부드러운 얼굴이 선명했다.
‘대체 왜…….’
로제테의 얼굴이 빨개지자 하녀들이 “어머, 어머.”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혹시 아가씨, 설마 사모하시는 분이 계신 건가요?”
“아니야, 그런 거!”
“맞는 것 같은걸요. 어떤 분이신가요?”
로제테는 부케를 품에 안은 채로 열심히 부정했다.
그 유쾌한 소란에서 루카스만 파르르 떨며 ‘안 돼.’를 속삭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조앤의 결혼식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로제테는 곧이어 있을 데뷔탕트를 준비했다.
로제테의 데뷔탕트 파티 파트너는 루카스가 하기로 했다. 다니엘은 내심 로제테의 파트너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는 약혼녀인 이네스 리베라를 에스코트해야 했다.
“하하! 우리 꼬맹이의 첫 파트너는 나다!”
아주 손쉽게 파트너 자리를 차지한 루카스는 아주 뿌듯해했다.
그리고 대망의 데뷔탕트날. 짧게 신혼 여행을 다녀온 조앤이 열심히 로제테의 시중을 들었다.
로제테는 자기는 괜찮으니 여행을 충분히 즐기고 오라고 했는데, 조앤이 로제테의 데뷔탕트는 꼭 봐야 한다며 짧게 다녀왔다.
와이드 부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흰 드레스를 입은 로제테는 그녀 스스로가 보기에도 사랑스럽고 예뻤다.
조앤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 아가씨께서 벌써 이렇게……. 어쩌면 좋아요. 저 지금도 이런데, 아가씨가 결혼하시게 된다면 정말 오열할 것 같아요.”
로제테가 민망해져서 중얼거렸다.
“너무 그러지 마.”
“진짜예요. 아가씨를 제가 낳은 건 아니지만, 제가 키웠잖아요. 자식을 시집보내는 느낌일 거예요.”
“별말을 다 해. 늦겠다. 얼른 가자.”
“네!”
로제테는 조앤의 손을 잡고 1층으로 내려왔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가족들이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와, 꼬맹이! 엄청 예뻐!”
역시나 루카스가 제일 호들갑을 피웠다. 로제테는 자신의 주위를 강아지처럼 빙글빙글 도는 루카스의 손을 잡았다.
“에스코트나 해 줘.”
“그래, 그럼 가자.”
오늘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은 다니엘과 이네스 커플과 이자벨 그리고 루카스와 로제테였다.
다니엘과 이네스가 한 마차를, 나머지 세 명이 다른 마차를 탔다.
“오랜만이니까 물을게, 로제테. 네가 누구인지 잊지 않았지?”
익숙한 물음에 로제테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로제테 아드리안이에요. 아드리안의 귀한 막내딸.”
“맞아, 오늘도 그 사실을 잊지 마.”
“네, 언니. 그런데 언니는 파트너가 없어도 돼요?”
로제테는 기사단복을 입은 이자벨을 보고 물었다. 이자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 파트너는 필요 없어. 루카스 녀석을 데리고 갈 바엔 혼자 가는 게 낫지.”
루카스가 발끈했다.
“나도 누나를 에스코트할 생각이 없거든?”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황궁에 도착했다. 루카스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린 로제테가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럼 나는 다녀올게. 먼저 가 있어.”
“그래, 조금 이따가 봐.”
공식적으로 데뷔탕트를 치르는 숙녀들은 파티장에 가기 전 한 곳에 모여 황후에게 인사한다. 그 관습에 따라 로제테는 언니, 오빠와 떨어져 오필리아를 만나러 가야 했다.
로제테가 오필리아를 알현하는 홀에 갔을 때, 이미 많은 숙녀가 모여 있었다. 다들 로제테를 흘끔거리며 소근거렸는데,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오늘 오필리아의 안색은 괜찮아 보였다.
가문의 작위가 낮은 순으로 알현하는데, 당연히 공작가의 사람인 로제테는 가장 나중에 오필리아를 만났다.
“아드리안의 로제테가 황후 전하께 인사드립니다.”
로제테가 인사하자 오필리아가 인자하게 미소 지었다.
“공녀의 앞날에도 태양빛이 드리우기를 바라겠네.”
“감사합니다, 전하.”
로제테가 굽혔던 무릎을 펴고 나가려는데, 오필리아가 덧붙였다.
“오늘도 예쁘구나. 오늘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
로제테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듣지 않아도 뻔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역시나 작게 속삭인 로제테는 알현실을 나와 파티가 열리는 다이아몬드 홀로 향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루카스가 나와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아드리안 공자님과 아드리안 공녀님 드십니다!”
시종이 알렸을 때, 시끄러웠던 홀이 잠시나마 조용해졌다. 로제테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루카스와 함께 입장했다.
사람들이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다가오지 못하는 틈을 타서 익숙한 얼굴들을 찾아갔다.
“클라라, 테레사! 내 세 번째 친구들.”
“로제테!”
“이게 얼마 만이야!”
로제테는 클라라와 테레사를 찾아 반갑게 끌어안았다. 이미 데뷔탕트를 치른 두 사람은 흰색 대신 살짝 파스텔색이 감도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엄청 보고 싶었어. 안 그래도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바쁠 것 같아서 차마 연락하지 못했어.
“나도, 나도. 그래도 이번에 데뷔탕트를 치를 것 같아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진짜 만났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 내가 저택으로 초대할게.”
“좋아.”
로제테는 그 후에 루카스와 이자벨에게 끌려 다니며 많은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한바탕 시간을 보낸 다음, 시종이 외쳤다.
“제1 황자 전하와 제2 황자 전하 드십니다!”
이번에야말로 시끄러웠던 파티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절대로 같이 안 올 줄 알았던 두 황자가 동시에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게 과연 무슨 뜻일지 가늠해 보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드리안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이네스와 함께 세 동생에게 다가온 다니엘이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골치 아프게 됐어.”
“왜요?”
이자벨이 소리 죽여 설명했다.
“조슈아 전하는 늘 공식석상에 혼자 나타나셨어. 그런데 오늘은 제2 황자 전하와 오셨지. 이게 뭘 의미하겠어?”
로제테가 조금 생각해 보다가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황자님이 제2 황자 전하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 맞아. 그리고 아마도 이건 조슈아 전하의 뜻은 아니겠지.”
“그렇구나.”
로제테는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홀 안으로 들어오는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 앞머리를 반을 올리고 반은 내려 정리한 머리를 하고 왔다. 군데군데 황금실로 수놓아진 흰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에 표정이 없어서 꽤 위압감이 넘쳤다.
‘반면 루이스 전하는…….’
그는 앞머리를 덮은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나왔다. 조슈아와 비슷한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환하게 웃고 있어서 조슈아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사람들이 흔히 ‘동화 속 왕자님’ 하면 생각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누군가는 루이스 전하가 열여섯 살 때까지 릴리스 공작가에서 자라서 황자의 위엄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반면 루이스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다가갈 수 없는 조슈아와 달리 더 인간적인 면모가 풍긴다는 게 이유였다.
‘그나저나 황자님은 괜찮으실까?’
이복 동생인 루이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어 그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복 동생의 존재가 달갑지는 않겠지. 그가 직접 손을 쓴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과거에 오필리아와 아드리안 공작이 죽은 게 다 루이스 때문이었으니까.
로제테가 걱정을 담아 조슈아를 바라보는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찰나의 순간, 표정 없던 조슈아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잘못 본 건가 싶을 정도로 짧은 순간이었다. 실제로도 로제테가 놀라서 다시 봤을 때 그는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꼬맹아, 황자 전하는 그만 보고 오빠와 한 곡 추자.”
계속해서 조슈아를 관찰하던 로제테는 루카스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뒤늦게 사람들이 춤을 추러 댄스 플로어에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좋아요.”
로제테는 루카스와 손을 잡고 나가 왈츠를 추었다. 루카스가 신이 나서 히히덕거렸다.
“기억해, 꼬맹아. 네 첫 춤은 이 오빠와 처음 추었다는 것을.”
“처음 아닌데…….”
“저택에서 연습한 건 빼고. 공식 파티에서 말이야.”
“그러니까 처음이 아니라고요.”
로제테가 발밑을 보며 중얼거리자 루카스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뭐야, 그럼 누가 처음인데?”
“졸업 파티에서 안토니랑…….”
“안토니? 그 망할 헉슬리 말이지?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걔 오늘도 여기 온 모양이던데, 너한테 오게 놔두나 봐라.”
루카스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로제테는 루카스의 분노가 싫지 않아서 웃으며 춤을 마무리했다.
다음 춤은 다니엘과 추었다. 다니엘 또한 첫 춤을 누구와 추었냐고 은근슬쩍 물었고, 이미 루카스에게 한 번 당한 로제테는 비밀이라고 답했다.
‘뭐, 어차피 루카스 오빠가 다 말하긴 할 테지만.’
그러고 난 다음엔 조금 지쳐서 춤곡 하나를 건너뛰었다.
조금 경쾌한 춤곡이 흐르는 동안 칵테일을 마시며 이자벨을 관찰했다. 이자벨은 많은 소녀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언니도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것 같고.’
로제테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자님은 뭘 하고 계시지?’
로제테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경쾌한 춤곡이 끝나고, 다시 잔잔한 곡이 흘렀다.
그 순간, 로제테는 저 멀리 서 있던 루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를 발견한 순간 그가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로제테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직감했다.
‘나에게 춤을 신청하려는 거야.’
로제테가 두 오빠에 이어 루이스와 춤을 추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사람들은 아직까지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아드리안이 어느 편에 설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것이었다.
그렇다고 황자인 루이스의 춤 신청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못 본 척 하고 도망갈까?’
그래, 차라리 도망치자.
로제테는 들고 있던 잔을 시종에게 넘기며 홀 입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슬쩍 뒤를 보니 루이스가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어떻게 하지?’
로제테가 뛰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가 다소 오만하게 물었다.
“나와 한 곡 추지 않겠어, 공녀?”
로제테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샹들리에 불빛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은발.
조슈아 에른하르트였다.